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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 남성 도박 중독자의 어머니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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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임저자: 신행호, 서울시 마포구 마포동 33-1

󰂕 121-050, 강원랜드중독관리센터

Tel: 02-3270-3927, E-mail: [email protected] 접수: 2012년 11월 15일, 심사: 2012년 11월 15일 게재승인: 2012년 12월 10일

미혼 남성 도박 중독자의 어머니 경험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평택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강원랜드중독관리센터, §중독전문가협회

김 성 재 *ㆍ강 향 숙ㆍ신 행 호ㆍ이 주 영§

The Experience of Mother Whose Son is Unmarried Addictive Gambler

Sung-Jae Kim*, Hyang-Sook Kang, Heang-Ho Shin, Joo-Young Lee§

*College of Nursing,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The Graduate School of Social Welfare, Pyungtaek University, Pyungtaek, Kangwonland Addiction Care Center, Seoul, §The Korean Association for Addiction Professionals, Seoul, Korea

The purpose of the study was to deeply understand the experiences of mother of addicted gambler, and thus we are able to definitize how to provide practical and helpful intervention for them. The research participants consisted of the 9 mothers of unmarried men who has gambling addiction. The research data created by the in-depth interview between January and September, 2012. The analysis of the data was made Colaizzi's phenomenological analytic method. Five categories that emerged from themes cluster were; 1) blind faith in son with hiding her head in the sand, 2) becoming a target of criticism and suffering hardship together like one in body and soul, 3) feel guilty that everything is my fault, 4) getting tired of living gradually with continuous pain and hopelessness, 5) withstanding on the very last her strength with responsibility to take care of her son. Meaning of experience of them is that "Rolling together in mud flat of gambling, with embracing her son who is connected by umbilical cord not seen". (Korean J Str Res 2012;20:331∼345)

Key Words: Gambling, Addictive gambler, Mother, Phenomenological qualitative research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즐거움을 위한 다양한 게임(도박)은 인류 역사와 함께 오 랫동안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 도박 중독 등의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키면서 도박은 새로운 사회 문제의 하나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우

리나라의 도박 문제는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사행산업 규 모를 통해 그 심각성을 짐작해 볼 수 있다. 2009년 국내 합 법사행산업의 총매출액은 16조 5,000억 원, 이용객수는 39,320명으로 우리나라 사행산업 매출과 이용객 규모는 지 속적이고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The National Gambling Control Commission, 2010b).

이러한 사행산업의 급격한 팽창은 도박중독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2010년 사행산업 이용실태조사 결과에 의 하면 우리나라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6.1% (The National Gambling Control Commission, 2010a), 또는 6.3% (Korea Racing Authority, 2009)로 나타나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리 나라의 도박 중독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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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은 개인의 심리 · 행동적 측면이나 사회 경제 적, 법적 측면에서의 다양한 폐해를 가져온다. 특히 최근 젊은 연령층의 도박에 무분별하게 노출됨으로 인해 앞으 로 도박 중독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 우려되고 있 다. 우리나라의 20대 인구 중 약 69.2%가 지난 1년간 도박 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 20대는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도박참여율을 보이고 있다(Korea Racing Authority, 2009). 또 한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인터넷, 사교클럽도박, 로또, 스포 츠 도박, 경주도박, 카지노 등 다양한 유형의 도박이 광범 위하게 퍼져 있고(Kim YH, 2011), 대학생의 도박중독률은 11%로서 이미 일반인의 도박중독률인 7.2%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The National Gambling Control Commission, 2010c) 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예전과 달리 도박의 종류가 다양화 되고, 인터넷을 통해 도박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최근 경 향은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층의 도박 문제에 새로운 복병 으로 등장하고 있다. 더구나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불법 도박이 성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인터넷 불법 도박 자의 2/3가 도박 중독자(Kim YH, 2011)임을 감안한다면, 이 러한 인터넷을 통한 젊은 층의 도박 확산과 그로 인한 도 박 중독자의 양산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도박 중독은 중독자 본인은 물론 그와 연관된 사람들 모 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어(Ferland et al., 2008), 가족과 동 료를 포함해 약 17명 정도의 가까운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 다고 알려져 있다(Lesieur, 1984; Kalischuk et al., 2006 재인 용). 특히 가족 갈등과 가정 파탄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신 체적, 심리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을 야기시켜 모든 가족 구성원의 삶에 전반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Kangwon- land, 2011).

이처럼 도박 중독자의 가족은 중독자로부터 심각한 영 향을 받지만, 도박중독자가 도박을 중단하고 회복하는 과 정에서 가족의 도움은 절실하다(Yoon MS et al., 2010). 여러 선행연구에서 도박중독자의 단도박과 회복과정에서 가족 의 긍정적인 역할이 성공의 핵심적인 요인이 되고 있음 (Kangwonland, 2011; Kim JS et al., 2011)이 보고되었다. 그러 므로 도박중독자의 단도박과 회복과정에 가족이 치료적으 로 참여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도박중독자 가족의 경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처럼 도박 중독자의 가족에 대한 이해와 적극적인 개 입의 필요성이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이들 가족에 대한 이 해의 부족은 전문적 치료 개입에 있어서의 한계를 가져왔 다. 도박 중독과 관련된 국내의 연구들은 아직은 도박 중

독의 실태나 도박 중독자들의 심리적 특성, 도박의 요인 등 도박중독을 이해하기 위한 수준에 머물러, 가족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간과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박 중독분 야에서 그 가족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으며, 주로 배우자 를 중심으로 한 연구(Ferland et al., 2008; Lee BK et al. 2008) 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최근 도박의 저연령화나 젊은 층의 도박 문제 증가와 함 께, 미혼 도박 중독자들의 증가가 임상 현장에서 발견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도박 중독자의 가족 중 일차적으로 개 입해야 하는 대상이 배우자가 아닌 부모가 되어야 하는 경 우가 많다. 배우자와 부모는 같은 가족의 입장이긴 하나, 도박 중독자와의 관계나 경험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배우자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부모를 이해하고, 부모 에게 개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외국의 경우에도 자녀의 도박 문제로 인해 부모가 받게 되는 영향력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Kalischuk et al., 2006). 도박 중독에 있어서의 가족 요인-유전이나 모델링, 가족 역동 등-의 영향력에 대한 연구결과(Kalischuk et al., 2006)는 자녀의 도박 중독의 원인적인 요인으로 부모의 영 향이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젊은 도박 중독자들의 부모 경험을 살펴보았던 Moody(1989)의 연구는 부모가 갖는 좌 절감과 자기 비난, 그리고 책임감과 부담감, 죄책감과 분노 의 감정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자녀의 문제와 관련하여 서로를 비난하기도 하며, 자녀의 도박 문제에 대해 부와 모가 서로 다른 태도와 역할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Heinman(1989)의 연구 역시 부모들이 갖는 자기 비난과 수 치감, 그리고 ‘이중적인 죄책감’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이 러한 연구 결과들은 도박 중독자의 배우자들이 주로 경험 하게 되는 감정이 분노(Lorenz et al., 1989; Kim JS et al., 2011 재인용)인 점과 비교할 때 매우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선행 연구를 통해 도박 중독자 부모의 경험을 짐 작할 수는 있으나, 부모-자녀 관계가 서양과는 다른 양상 을 보이고 있는 한국의 문화적 환경을 고려했을 때 부모의 경험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유교사상에 근거 한 부계중심적인 가족제도는 혈통의 보존을 위해 아들을 필요로 했고 결과적으로 어머니에게서 아들은 자신의 존 재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으로 받아들여졌다.

즉 모자 관계는 극도로 의존적인 유대관계로 발전하게 되 고 이 관계는 성인의 시기까지 연속 된다. 또한 남성과 여 성의 세계는 안과 밖이라는 두 공간으로 엄격하게 분리되 어 있었고, 그 결과 어머니는 집안 내에서만 권위와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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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1. General characteristic of participants.

Participants Information about mother Information about son

Age Education Religion Age Period of gambling (year) Kinds of gambling A

B C D E F G H I

75 55 75 57 59 56 58 62 85

Elementary school High school Elementary school High school University University University High school N/A

Buddhism N/A Christianity Christianity Christianity Christianity N/A N/A Christianity

43 27 42 32 34 25 34 37 45

15 5 7 5 8 4∼5

6 9 20

Hwatu, Card Sports toto

Horse racing, Hwatu, Card Internet gambling Casino

Internet gambling Casino

Casino, Hwatu, Card Hwatu, Card 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Nicola, 2002; Lee YS et al., 2011 재인

용). 또한 한국특유의 가족 내에서 한국의 아버지는 가부장 적 남성 중심적 사고를 가지고 가족의 생계와 안전을 책임 지며 감정보다는 이성에, 부드러움 보다는 무뚝뚝함에 더 중심을 두는 것이 남자, 그리고 아버지로서의 역할이라고 여기게 된다(Lee YS et al., 2011). 헌신과 희생의 모성을 당 연시하는 사회. 문화적 환경은 아들의 문제는 어머니의 책 임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고, 어머니는 그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지 못했을 때 어머니로서의 부족한 자신을 탓하게 된다.

때문에 자녀의 문제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경험하는 부 모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자녀의 문제와 관련해 일차적인 책임을 맡고 있는 어머니 의 경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자녀의 도박 중독에 대 한 어머니의 반응과 대처, 어머니가 경험하는 스트레스와 가족 갈등 등 다각도로 어머니의 경험을 이해하는 것이 필 요하며, 이는 도박 중독자의 회복은 물론, 어머니 스스로의 삶의 질을 위한 구체적이고도 체계적인 개입의 방향을 제 시해줄 것이다.

도박을 하는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시선은 단순하 게 설명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시선일 것이다. 그러한 역 동성과 다양성을 살펴보기에 질적 연구가 적합하며, 이를 통해 어머니의 경험을 총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가능하 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내부자적 관점을 중요시 하 는 현상학적 분석 방법을 사용하여 아들의 도박 중독을 경 험한 어머니들의 체험 속에서 도박 중독자 어머니로서의 경험의 본질을 탐색하고자 한다. 본 연구를 통해 도박 중 독자 어머니 경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그들 가족 의 긍정적 삶을 위한 효율적이고 실제적인 개입 방안의 기 초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미혼의 도박 중독

자 아들을 둔 어머니의 경험은 어떠한가?’라는 연구 질문 을 통해 도박 중독자 어머니 경험의 의미와 본질을 확인하 고자 한다.

재료 및 방법

1. 연구 설계

본 연구는 연구 참여자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자 료를 수집하고, 현상학적 방법을 이용하여 자료를 분석한 현상학적 질적 연구이다.

2. 연구 참여자 선정

본 연구의 연구 참여자는 “도박 문제로 인해 병원 입원 치료, 단도박 자조모임(GA) 참여 경험, 및 도박중독 상담 센터나 병원의 도박중독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20∼40대 미혼 아들을 둔 어머니”로 하였다. 도박중 독 관련 상담센터와 도박중독 가족모임(Gam-Anon)을 통해 연구 참여자를 모집하였고, 연구 참여에 동의하는 9명이 최종적으로 연구에 참여하였다(Table 1).

3. 자료 수집과 분석

본 연구에서는 미혼 도박 중독자의 어머니 경험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연구 참여자들에 대한 심층 인터 뷰를 진행하였다. 연구 참여자에 대한 인터뷰는 2012년 1 월∼9월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자료 수집과 동시에 분석이 이루어졌다.

인터뷰 장소는 인터뷰가 자유롭고, 집중력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는 개인 사무실을 이용하 여, 60분에서 90분 정도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초기 질문은 개방형 질문으로 ‘도박 중독자의 어머니로서의 경험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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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한가?’로 시작하였다. 또한 3명의 연구자가 인터뷰를 진 행하기 때문에 일관성 있는 인터뷰를 위해 구조화된 면담 질문을 구성하였다. 면담질문은 도박중독 및 가족의 경험 에 대한 국내ㆍ외 선행연구를 고찰하여 분석한 내용을 토 대로 하였다. 자료가 포화(saturation)되어 연구 참여자들의 응답 내용이 반복될 때까지 자료 수집을 진행하였다.

자료 분석은 현상학적 분석 방법의 하나인 Colaizzi(1978) 의 분석 방법을 활용하였다. Colaizzi 방법의 자료 분석과정 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료에서 느낌을 얻기 위해 녹취록 을 반복해서 읽는다. 둘째, 탐구하는 현상을 포함하는 구절 과 문장으로부터 의미있는 진술(significant statement)을 도출 한다. 셋째, 의미있는 진술을 좀 더 일반적인 형태로 재진 술(general restatement)한다. 넷째, 의미있는 진술과 재진술 로부터 구성된 의미(formulated meaning)를 끌어낸다. 다섯 째, 도출된 의미를 주제(themes), 주제모음(theme clusters), 범 주(categories)로 조직한다. 여섯째, 주제를 관심있는 현상과 관련시켜 명확한 진술로 완전하게 최종적인 기술(exhaustive description)을 한다. 이에 따라 먼저 참여자의 기술에서 추 출된 의미 있는 문장이나 구를 기반으로 하여 일반적이며 추상적인 진술을 만들어 의미를 구성하였다. 이후 이를 주 제 묶음으로 범주화해 나감으로써 경험의 본질적 구조를 기술하였다. 이 과정에서 연구 참여자의 공통적인 속성을 도출하여 이를 연구 참여자의 입을 통해 표현된 언어를 빌 어 기술하였다.

4. 연구 참여자에 대한 윤리적 고려

연구자는 연구 참여자에게 연구 동기, 목적, 방법, 녹음 등의 연구 과정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하였고, 수집된 내용 이 연구 이외의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을 것이며 익명성이 보장됨을 상세히 알렸다. 또한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 언제든 인터뷰를 중단할 수 있음을 확실히 한 이후 연구 참여자에 대한 연구 동의서를 작성하였다.

결 과

1. 미혼 도박 중독자 어머니 경험의 구성요소 미혼인 도박 중독자 아들을 둔 어머니의 경험의 의미는 다음과 같이 5개의 주제와 22개의 하부주제로 도출되었다.

1) 제 1주제: 사실을 외면한 채 맹목적으로 아들을 믿다.

연구 참여자들은 아들의 도박 문제에 대해 주변 사람들보 다 더 무지한 모습을 보인다. 이는 아들의 도박 문제 확인

에 대한 어머니의 무의식적인 회피와 부정의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최후의 순간, 아들의 도박에 대한 결정적 인 증거가 드러남으로 해서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순간 이 닥칠 때까지 “아닐거야, 아닐거야”라는 주문을 외우며 뒷걸음질을 친다. 만천하에 도박의 문제가 드러난 이후에 도 연구 참여자들은 아들을 끝까지 믿고 싶어한다. 이는 믿음이라기보다는 “내 자식은 그럴 리가 없다”는, 그리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필사적인 저항이자, “내 아들을 믿고 싶다”는 간절한 바램이다. 이는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 닌 바로 ‘나’의 자식이기 때문이다. 내가 낳고 내가 키운, 내가 가장 잘 아는 내 아들은 그럴 리가 없다는 마음이다.

결국 이러한 어머니의 아들을 향한 맹목적인 믿음은 아들 을 도박 문제가 지속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자식 문제에 관해서는 “어디까지 어리석을 수 있는지”를 알 수 없고, 자 식 앞에서 영원한 “바보”가 되는 것이 어머니라는 존재이 다.

가. 아들의 허물을 한 눈 감고 바라봄

연구 참여자들은 도박을 의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수상 쩍은 정황에도 아들을 두둔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여러 가 지 단서들이 포착될 때, 이들은 이를 파헤쳐 사실을 확인 하려 하기보다는 그러한 단서들을 애써 무시한다. 객관적 인 정보보다는 아니라고 부정하는 아들의 말을 믿고 싶어 한다.

그렇게 석연치 않은 상태에서 길게는 몇 년의 불안한 시 간이 흐른다. 도박은 아닐 거라는 한 올의 가능성만 있어 도 그 기대를 부여잡던 이들은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이 모 든 것이 확연히 드러나는 순간, 지금까지 위태롭게 다잡아 왔던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충격을 경험한다.

“의심을 해서 너 혹시 도박에 손대는 거 아니냐 하니 막 눈물이 글썽글썽하면서 펄펄 뛰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이 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식이다 보니 믿으려고 아니겠지 자꾸 그렇게 했던 거예요. 그게 한 몇 년 흘렀죠. 2,3년 흘 렀을 거예요.” (연구참여자 A).

“그냥 설마 하는 마음에 내가 믿었던 아들이 저런 짓을 했었을까 생각을 하고. 애를 두둔하는 편에 섰던 거 같아 요. 다시는 안하겠지 처음이니까 실수겠지 하고 두둔했던 거 같아요.” (연구참여자 B).

나. 아들의 도박을 가장 나중에 알아챔

아들의 수상한 낌새에 대해 먼저 눈치를 채는 것은 가장 가까이에 있던 어머니이기보다는 오히려 주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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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는 달리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바라보던 주변 사 람들은 아들의 수상한 정황을 눈치 챈다. 하지만 정작 어 머니의 눈에는 ‘내 자식’, ‘내 꺼’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제가 그 이야기를 저의 언니, ○○이모한테 했더니 이 모는 벌써 낌새가 이상하다 싶은 거예요…….(중략) 이모 처럼 조카가 그렇다고 하면 벌써 이상한데 내 자식이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한 거죠.” (연구참여자 E).

“남의 거는 잘 보이는데 내 꺼는 안보이더라고요.” (연구 참여자 H).

“난 잘 몰랐는데. 갸 큰 누나가 말해서 알게 됐지. (중략) 처음엔 (내가) 펄쩍 뛰었어. 불쌍한 동생 잡는 줄 알았지.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 나만 한 십년 몰랐던 거야.” (연구참여자 I).

다. 속고 또 속아도 믿고 싶은 마음

연구 참여자들은 아들의 도박이 명백히 드러난 이후에 도 우리 아들만은 도박을 하는 여타의 사람들과 다르다고 믿고 싶다. 이러한 맹신은 객관적인 근거를 갖거나 자연스 럽게 유발되는 것이라기보다는 단지 ‘내 아들’이기 때문에 애써 부여잡는 미신적인 속성을 갖는다.

아들을 믿고 싶은 어머니의 간절한 바람을 아는 아들은 철저하게 그런 어머니를 이용한다. 연구 참여자들은 아들 을 믿을 수 상황에서도 자신을 믿어 달라는 아들의 간절한 청에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경험한다. 자식 앞에서 어머 니라는 존재가 어디까지 어리석어질 수 있는지 온 몸과 마 음으로 체험하게 된다. 도박하는 아들의 거짓말에 언제라 도 속아 줄 준비가 되어 있는 어머니들은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아들의 도박 자금을 충당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아들에게 어머니는 가장 손쉬운 자금줄이 된다. 이러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한동안 이어지게 된다.

“참 자식에 관한 한 어머니는 얼마든지 어리석을 수 있 는 강도가 어디까지 가는지 스스로 체험을 했고. 도박인 거 알았어도 2번인가 까지는 아버지가 다 아는 상태에서 도박인거 알고는 갚아줬어요.” (연구참여자 E).

“이상하게 그러면서 저한테 돈을 자꾸. 엄마라는 사람이 참 바보 같은 게 몇 년을 속으면서 돈을 줬어요. 그 후에 몇 번 그런 일이…….(중략) 내가 거의 2년을 속고 2년 정 도 넘어 속고 엄마 주머니에서 편안하게 돈 꺼내서 쓴 거 예요.” (연구참여자 E).

2) 제 2주제: 한 몸처럼 비난과 아픔을 함께 감당하다.

아들의 도박 문제가 발각되면서 아들은 가족 내에서, 그리 고 사회적으로 비난 받고 외면당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아들 옆에는 어머니가 항상 함께 하게 된다. 연구참여자들 은 사회에서, 그리고 가족에게서 버림받은 아들의 옆을 자 의로, 그리고 타의로 지키게 된다. 모두가 비난하고 뭐라 해도, 남들에게는 미운 존재라 해도, 어머니에게 아들은 여 전히 안타깝고 아픈 존재이다. 아들로 인해 힘든 자신보다 는, 도박으로 인해 힘든 아들의 아픔이 먼저 느껴지는 것 이다. 그러한 아들이 더 아파질까봐, 계속 신경이 쓰이고 어떻게든 보호해주고 노력하게 된다. 또한 아들이 맞닥뜨 려야 하는 비난에 함께 노출되고, 아들이 감당해야 하는 잘못에 대한 감당을 함께 부담하는 존재로서 아들과 일심 동체의 존재가 된다. 이 과정에서 세상과 주변 사람은 물 론, 아버지 역시 이들 모자에게는 함께 대응해야 하는 상 대편일 뿐이다.

가. 아들의 아픔에 피흘리는 듯한 아픔

도박을 한 아들이 밉고, 그로 인한 여파는 힘겹지만, 어 머니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그 아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이다. 도박을 하고 난 후 가족들의 눈치를 보며 남들 처럼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하고, 제 구실을 하지 못해 위축 되어 지내는 아들의 모습은 연구 참여자들에겐 고통스럽 다. 아들의 아픔과 힘겨움이 곧 어머니의 아픔과 힘겨움으 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도박을 한 미운 아들이지만 그 아들 이 행복하고 편안하기를 바라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다.

“조카들을 진짜 예뻐했거든요. 정말 예뻐했어요. 그게 마음 아프고요. 명절 때 오면 겨우 아침 밥 먹고 갈라지는 게 정말 마음 아파요. 애기들이요. 조카들이 어렸을 때는 괜찮았는데 크니까 눈치를 봐요. (중략) 처음에는 그랬어 요. 돈을 주면서. 나이가 있잖아요 삼촌이. 세뱃돈 조금씩 줘라. 못주더라고요. 지 자신감이. 못주더라고요. 이제는 주는데. 그렇게 까지 해서 어떻게 좀 해보려고 하는데. 저 는 그게 제일 가슴 아파요. 지가 편하게 했으면 좋겠는데.

근데 지금도 눈치를 봐요.” (연구참여자 C).

“지금 그 나이에 지금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도 너무 마 음이 아프고. 바라보는 모습은. 엄마니까 그냥 마음이 아파 요. 제가 그런 이야길 잘 해요. 나가서 못된 짓을 하고 와도 만약 네가 행복하다면 엄마 입장에서는 좋은 거 같아요.

근데 모든 사람들이 바라볼 때 바람직한 일을 하면 본인 스스로도 행복할 거 아니에요. 근데 본인이 나가서 그런 짓을 하고 오면 그게 행복해서 하는 건 아닐 거 같은 생각 이 들어서. 엄마는 그런 모습이 아프다.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는 게 되었으면 좋겠다. 자식은 보면 자식이 좋아하면 나도 좋은 거 같아요. (자식이 아파하면) 나도 힘들고 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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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어디 갔다가 들어오는데 얼굴이 행복해 보이면 저도 아무 이야길 안 해도 내가 행복한데 갔다 와서 뭔가 힘들 고 그러면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연구참여자 D).

“밉다가도 불쌍한거지. 지가 좋은 부모 만났으면..이렇게 되지 않았을텐데……. 지금 마흔 다섯이에요. 아직도 장가 도 못가고……. 막내 생각하면 가슴이 쑤셔 파는거 같아 요……. 그냥 기도하는 수밖에요.” (연구참여자 I).

나. 비난의 화살을 함께 맞아냄

아들이 도박 중독자라는 사실 앞에 연구참여자들은 동 정이나 위로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아들과 함께 비난의 대 상이 된다. 도박을 한 사람은 아들이지만, 단지 어머니라는 이유로 이들은 아들과 함께 비난의 화살을 맞게 되는 것이 다. 심지어 같은 부모인 아버지조차 이러한 비난에서 한 발 빗겨나 있는 상태에서 어머니는 온전히 아들의 바로 옆 자리에서 이를 함께 경험하게 된다.

“큰 누나가 막 야단을 치지요. 저희 보고. 애를 잘못 키웠 다고. 저한테 더 많이 야단을 치시더라고요.” (연구참여자 B).

“남편이 알게 되고부터는 제일 괴로웠던 게 남편이 집에 들어와서 좀 있다가 생각이 나잖아요. 그러면 애를 앉혀놓 고 훈계를 시작하면. 저는 애가 도박 했다는 사실 만큼이 나 남편이 훈계를 시작하는 게 너무 지겹고 싫었어요. 2, 3 시간이 되면 애를 잡다가 이제 엄마라는 사람은 하면서 그 랬는데……. (중략) 항상 일이 터지고 나서 나는 애들한테 잔소리를 너무 안하고 너무 내버려 뒀더니 애들이 저렇게 됐다. 그러한 영향이 엄마한테서 온 것이다.” (연구참여자 E).

다. 아버지의 눈을 가리고 아들의 공범이 됨 아들의 잘못이 곧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연구참 여자들은 아들의 문제와 관련해 남편을 비롯한 세상 전체 에 대응하여 동맹을 맺게 된다. 특히 같은 부모의 입장임 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아버지의 눈을 가린 채 아버지 모 르게 아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 과정 에서 아버지는 아들을 공격할 수 있는 잠재적인 적으로 간 주되고, 어머니는 그로부터 아들을 보호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그렇게 연구참여자들은 아들의 도박 문제에 대한 공 범이 되어간다.

“아버지한테는 말하지 말아 달라 그래서, 저는 한, 두 번 갚아주는 게 끝인 줄 알고 아버지한테 이야기 하지 않으마.

약속을 했는데 계속 되니까 안 되겠다. 아버지한테 이야기 해야겠다 하니까 엄마가 그러니까 내가 엄마한테도 숨기려 고 했다는 거예요 그 말에 마음이 약해져가지고…….” (연 구참여자 E).

“처음에는 아빠가 아는 게 좀 두려웠어요. 그리고 내가 사실대로 이야기 안 했어요……. (중략) 아빠가 되게 곧아 요. 말하자면 교과서처럼. 그렇다 보니까 교과서에서 어긋 나는 행동을 하는 게 용서가 안 되가지고…….” (연구참여 자 G).

라. 아들과 자기 스스로를 함께 벌함

어머니를 향하는 이러한 비난이나 책임 추궁은 주변에 서 이들에게 주어지기도 하지만, 연구참여자들 스스로가 자신에게 부과하기도 한다. 연구참여자들에게 있어 아들 의 도박은 단순히 “너”의 잘못이 아닌 나의 잘못이고 나의 책임이기에, 스스로에게 집에서 내쫒거나 잘못에 대해 무 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는 벌을 부과한다. 때로는 이들은 아들과 자기 스스로에게 함께 사형선고를 내리기도 한다.

“저도 저번에 나중에 일이 생겼을 때는 ○○한테 딱 그 런 소리를 듣고 난 이 집에서 내가 살 수가 없다. 생각해가 지고, 내가 이 집을 나가야 하는데. 남편한테는 얘기를 못 하겠는 거예요. 한번만 더 그러면 애기 아빠가 안 봐준다 고 했는데 내가 어떻게 여기서 사나. 내가 집을 나가야되 는데. 생각을 했어요. (중략) 한두 번 더 했으면 전 있을 수 가 없지요. 집에 있을 수가 없지요. 있어서는 안 되지만. 저 는 제가 있을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만약에 또 그런 일이 있다면…….” (연구참여자 B).

“그래도 사죄라도 드려야겠다. 그러니까 오면 뭘 하겠느 냐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지금 제 입장에서는 무릎 꿇고 엎드리고서는 죄송하다는 말 이외에는 뭘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사장님 뜻대로 법대로 하시 려면 법으로 하시고 뜻대로 하세요. 저는 지금 도리가 죄 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입장이니 어떡하면 좋으냐 그 랬어요.” (연구참여자 A).

“내가 거기 찾아가 가지고 지키고 앉았다가, 들어오는 놈을 내가 너 죽고 나죽자고 이러고 살 이유가 없다고. 나 는 자식 하나 인도 못했으니까 죽어야 하는 인간이고 너는 아무리 그런 병이 걸렸다고 해도 그렇게 막 살고 그러려면 일찌감치 죽는 게 피차 편안할 거 같다. 남 괴롭히지 말 고.” (연구참여자 A).

3) 제 3주제: 모든 것이 내 탓이라는 죄책감을 떠안다.

도박을 하는 아들 앞에서 어머니를 관통하는 가장 주된 감 정은 죄책감이다.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이 도박 중독자인 아들을 낳았다는 것이 죄스럽다. 또한 자신이 제대로 키워 주지 못해 아들이 도박 중독자가 된 것만 같아 미안하다.

이들은 아들을 양육하는 과정을 되짚어 아들이 이렇게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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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찾아내며, 그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인 양 받아들인다. 때문에 이들은 도박을 한 아들에 대 해 분노하거나 미워할 수 있는 권리도 박탈당한다. 이러한 죄책감은 도박을 한 그 아들만이 아니라 그로 인해 힘들어 하는 다른 자식들에게까지 확장된다. 결국 이들은 도박을 한 아들이나 다른 가족, 그리고 세상 모두에 대해 자신의 잘못만 명백하고, 자신의 아픔은 주장할 수 없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가. 아들 앞에서 오히려 전전긍긍해짐

좋은 어머니가 되어 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은 도박을 한 아들에 대해 분노하거나 원망할 수 있는 권리마저 박탈해 간다.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의 분노나 힘겨움에 대해 자식 앞에서 제대로 표현도 못하고 오히려 눈치를 살피게 된다.

혹시나 아들이 상처 받을까,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할까 하는 두려움에 자신의 감정이나 힘겨움은 오히려 뒷 전으로 밀리게 된다. 적반하장의 상황이지만 어머니라는 존재는 자식 앞에서 영원한 약자이다.

“저녁에 전화가 온 거에요. 이렇게 해서 못 간다고, 밖에 나 한강이라고. 겁 주냐고 그랬죠, 한강이라니. 그때 진짜 충 격 받았잖아요. 그래 가지고 일단 들어와라. 들어와서 죽든 지 살든지 너 말을 들어봐야 할 거 아니냐.” (연구참여자 C).

“(아들에게 도박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안 해요. 혹시 해서 얘가 다시 (자살을) 생각하고 그럴까봐. 아니면 자기 를 의심하고 있다고 생각할 까봐. 나를 못 믿느냐. 이런 식 으로 할까봐.” (연구참여자 D).

나.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는 자책감

자식의 문제에 있어 어머니의 자리는 공(功)은 드러나지 않고 과(過)는 도드라지는 자리이다. 자식이 어떤 문제를 일으킬 때는 특히 그렇다. 아들이 도박이라는 문제를 일으 켰을 때, 연구참여자들은 자식의 어린 시절부터 과거를 탐 색하며 아들의 양육 과정에서 자신의 과실이 무엇이었는 가를 끊임없이 반추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 역시 최선을 다했음을 강변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신이 완벽하지 못 한 부모였음을 고백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어머니들의 고해 성사는 양육 과정에서 아들을 충분히 돌봐주지 못했 다거나, 너무 엄하게만 대했다는 후회에서부터 어머니 스 스로가 도박을 했다는 고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결국 자신의 잘못이 지금 아들의 도박 문제로 이어졌을 것이라 는 연결 지음으로 이들은 아들의 문제에 대하여 죄인임을 자처하게 된다. 내 아들이 왜 도박중독자가 되었는가라는 원망은 결국 그런 아들을 낳고 키워 온 자기 자신을 향하

게 되는 것이다.

“막 먹을 거 챙겨 먹이고 이렇게는 못했어요. 체력으로 달려서. 거기서부터 애가 잘 못 되서 그렇지 않았나 생각 도 들고. 만감이 교차한다니까요.” (연구참여자 A).

“왜 그럴까하고 원망은 들고 화는 났는데 왜 저런 애를 내가 낳을까. 그렇게 내 자신이 그려지고 그 원망만 해지 지” (연구참여자 C).

“냉정한 건 아니라. 너무 애에. 지금 후회하는 게 그 애 도 그 애 몫의 공간을 줬어야 하는 걸 어렸을 때부터 너무 내 관심이 그 아이 공간을 만들어 주지 못했지 않은. 간섭 이 심했고. 애를 교육을 시킨다는 게 냉정하기보다 엄하 게…….” (연구참여자 E).

“그것도 되게 많이 후회가 되요. 그게 나도 쉽진 않지만 노력을 하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부모가 부 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신경이 쓰이더라고. 내가 잘 못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구참여자 G).

다. 자식에 대한 보살핌이 부족했음을 깨달음 아들의 도박 문제를 알고 난 후 연구참여자들은 그 원인 을 탐색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그동안 아들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것이 많았음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는 아들 의 힘겨움이나 잘못을 발견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질책과 함께 그동안 아들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당황스러움이 담겨 있다.

“수금하러 다니면 잔돈 바구니가 있어요. 지금은 잔돈이 별로 없는데 그때 만해도 100원짜리 잔돈이 꽤 많았어요.

그때는 몰랐는데. 항상 많이 있으니까. 애기 아빠가 그러더 라고요. 돈이 없어졌다. 그때부터 애가 가져갔었다. 그것도 생각 못했고요.” (연구참여자 C).

“얘가 진짜 심하게 그랬던 게 군대 가서도 국회근무를 했었거든요. 거기서도 기억이 굉장히 안 좋은 기억만 있더 라고요. 너무 많이 맞았대요. 구타를 많이 당했대요. 거기 가 외부적으로 봐서는 굉장히 좋은 곳인데 그렇게 구타가 심했었데요. 선배들한테 많이 맞고 그런 부분에서도 애가 많이 침체되어 있었던 거 같아요. 그거를 저희가 많이 지 나고 도박 문제가 터지고 저하고 이야길 하면서 그럴 때 알았어요. (중략) 그런 부분에서도 굉장히 많이 마음이 아 팠어요. 그런 거 안지가 1년 반 정도 된 거 같아요. 네가 그 랬었구나. 그럴 때 네가 왜 이야길 안했네. 그랬으면 더 잘 됐을 텐데 혼자서 힘들었겠다. 이런 생각이 들고 그랬어 요.” (연구참여자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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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다른 자식들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

연구참여자들에겐 도박 중독이 된 아들만 아픈 것이 아 니다. 한 아들의 도박 중독으로 인해 영향 받고 있는 다른 자식들까지 모두 아픈 손가락이다. 아들의 도박 중독은 부 모 뿐 아니라 다른 형제들에게까지 피해를 준다. 경제적으 로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다른 형제들의 결혼에 장애물이 되거나 결혼 생활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형제의 도박 문제로 힘겨워하는 다른 자식들 앞에서 어머니는 그 저 죄인이 된다. 때문에 그 아들을 외면하는 다른 자식들의 모습에 서운하긴 해도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발각나기 전에 교통사고 나서 목돈이 필요하다해서 세 번에 1,300만원을 썼대요. 큰애한테. 며느리 몰래 쓴 거 같 아요. 자기 처 몰래 쓰고 말을 안 했던 거 같아요. 외국으로 유학 간 애들은 통장을 뭘 해서 드려가는 게 있다네. 일 년 에 한번씩 그거 하는 바람에 발각이 난거야. 자기 처한테.

그러니 싫다고 그러지. 입장 바꿔놓고 나라도 싫다고 그래 요. 며느리 나쁘다고 할 수가 없어요. 며느리가 펄펄 뛰고 야단을 했어도. 큰아들이라는 애가 거짓말이라곤 못하고.

자랄 때도 단돈 5원이 남아도 남았습니다. 1원이 남아도.

가져다 놓고. 거짓말이라곤 못하는 애야. 그러다보니 니 허 락 없이는 내가 십 원도 안 쓸랜다고 빌다시피 했겠지. 뻔 한 거 아닙니까. 아들 성격에 봤을 때.” (연구참여자 A).

“초기에는 누나 생각하고 엄마 생각하고 틀려가지고 누 나가 많이 서운해 했어요. 지가 공부하는데 학비를 안 대 주고 있잖아요. 학자금 대출을 하고 있거든요. 생활비도 안 대주고 있거든요. 근데 도박빚은 갚아주니까, 누나가 울면 서 나한테 막 화를 내기도 했어요.” (연구참여자 G).

“내가 누나들하고 사위들한테 죽을죄를 진거여……. 그 래서 빚만 5천이 넘게 갚아주고……. 누나들이 돈 모아 서……. (중략) 그때 내가 깨달은 게……. 내가 죽어야 하 는구나……. 내가 죽어야 하는데 망령 났다. 괜히 우겨가 지고……. 무슨 낯으로……. 딸은 내 뱃속에서 나온 한 형 제니까 그렇다 쳐……. 사위와 손주들 얼굴을 어떻게 보겠 냐고……. 정말 혀 깨물고 팍 죽어버리고 싶었어.” (연구참 여자 I).

4) 제4 주제: 반복되는 고통과 절망으로 서서히 지쳐가다.

아들의 도박 문제는 그 가족, 특히 어머니에게는 커다란 심리적 충격과 함께 감당하기 어려운 무거운 짐을 부여하 게 된다. 연구참여자들에게 이 시간들은 누구를 의지할 수 도,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혼자만이 감당해야 하는 시간 들이 된다. 이들의 삶은 자신의 의지대로 죽을 수도, 살 수

도 없는 사형수의 삶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으로 경험된다.

힘겨움과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 죽고 싶은 시간의 연속이 지만 자신만을 의지하는 자식과 그리고 자신에게 남겨진 숙제 때문에 죽을 수도 없다. 결말에 대한 아무런 보장이 나 예고도 없이 계속되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어머니의 모 성은 지쳐간다.

가. 잦은 재발로 절망에 빠짐

연구참여자들에게 경험되는 도박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지독했다. 집안을 말아먹을 수 있을 만큼 파괴적이고, 도돌 이표처럼 반복되는 재발의 암담함이 지배한다. 그러한 도 박 중독이 그 많은 사람 중에 하필이면 내 아들에게 찾아 왔다는 것이 절망스러울 뿐이다. 차라리 귀신이 씌었다고 믿고 싶을 뿐이다.

“돈이 100만원 200만원이 아니고 천만원단위로 올라가 고 몇 천 만원이 됐었으니까 두근두근하고 큰일 났구나.

어떻게 이런 일이 있냐. 네가 직장을 다니고 이건 아니구 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이건 돈 하고는 상관없는 놀이로 만 생각했는데 이런 무서운 것도 있구나. 그런 거에 뭘 큰 뭘 한 대 맞은 위기감을 느끼고 이러다가는 집안 다 말아 먹겠다. 그런 생각…….” (연구참여자 D).

“곰곰이 생각해보니 도박이 병 같지만 어떻게 보면 귀신 이 씌운 것 같아요. 하나님을 믿는 사람도 귀신들린 사람 이 있다고 하듯이. 뭔가 사탄도 있고 귀신도 있고 분명히 씌운 거야. 아주 멀쩡한데도 도박이 하고 싶으면 도둑질도 할 거 아니야.” (연구참여자 H).

“다시 재발했을 때 걷잡을 수 없이……. 처음에는 그 자 리에 갚아주면 다음 날 가서 또 하고 또 하고 그랬는데, 나 중에 재발했을 때는 정말 암담하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할 지.” (연구참여자 F).

나. 아들에 대한 모성애가 고갈되어감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도 연구참여자들의 질긴 모성은 아들을 부여 잡는다. 아들에 대한 연민과 죄책감, 그리고 책임감은 아들이 경험하는 고통을 온 몸으로 감싸 안아 자 신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반복되는 재발과 이어지 는 고통의 시간 속에서 이러한 모성은 점차 삭아간다. 어 머니라는 이름으로만은 감당할 수 없는 힘겨움을 토로하 게 된다.

“한 집에 못살겠으니 나가라. 왜 자꾸 너를 피해서 도망 가고 싶게 만드니 나는 너를 도망가고 싶은 생각밖에 안 들 어간다. 견딜 재간이 없다. 살 수가 없다.” (연구참여자 A).

“엄마 너무 힘들어. 이러다가는 엄마 정말 죽겠어. 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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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아버지는 더 화내고 더 성질내고 술 먹고, 좋아서 먹고 나빠서 먹고 엄마 어떻게 사니. 죽어서 해결할 수 있 으면 내가 죽겠다. 지금 심정은 너 동생 죽었을 때 보다 더 힘들어.” (연구참여자 H).

다. 아들을 믿을 수 없어 괴로움

연구참여자들 역시 아들이 도박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 고, 그로 인해 어떤 결과들이 나타났는지 알고 있다. 그동 안 아들이 수없는 거짓말로 많은 주변 사람과 연구참여자 들 역시 많은 피해를 입었다. 반복된 거짓말로 도박을 해 온 아들을 어머니는 쉽게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연구참 여자들은 아들의 거짓말에 분노하기보다는 아들을 믿을 수 없다는 괴로움을 더욱 선명하게 경험한다. 아들을 믿을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이 괴롭고, 아들에 대한 믿음이 과연 복구가 될 것인가의 앞날이 암담하다. 아들에 대한 의심은 스스로의 가슴을 녹여 내리는 염산과도 같아 연구참여자 들의 마음은 피폐해져 간다.

“이게 진짜 못할 노릇이라는 거예요. 아파서 돌아가는 애를 보고도 의심부터 하게 되니. 이것도 병이야. 의심을 하는 것이. 의심 병이에요.” (연구참여자 A).

“내가 평생 살아가면서 얘를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런 믿 음이 복구가 될 것인가. 지금도 무슨 말을 하면 저 애한테 말려들지 말아야지 하는 긴장이 우선 앞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별 문제 아닌 이야기는 주고받고 심하게 캐묻지도 않지만, ○○가 볼 때는 엄마는 아직도 나를 경계하고 있 구나. 충분히 느낄 거예요.” (연구참여자 E).

라. 죽음과도 같은 늪으로 혼자 빠져 듦

연구참여자들에게는 기대거나 의지할 데가 없는 고립무 원의 세상이 펼쳐진다. 아들의 도박으로 그간 발 디디고 살던 세상이 무너지는 듯 한 경험을 했다. 아들의 도박 앞 에서 남편이나 다른 자식도, 주변의 친지도, 심지어 그동안 믿고 의지하던 신앙마저 등을 돌린다. 자신을 잡아 줄 손 이나, 붙잡고 나올 것 하나 없는 늪 속으로 계속해서 빠져 들어가는 시간들이 이어진다. 이들에게 이 시간들은 차라 리 죽음보다 더한 고통으로, 이들에겐 마음 편히 죽을 수 있는 것도 차라리 복이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거는 죽을 날짜 받아놓고 사형 선 고 받아놓고 살고 있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으 니 뭐가 손에 잡히겠어요. (중략) 내가 오로지 신이라는 부 처님을 의지를 했는데 되도록 내가 조금 손해 보는 방향을 살고 해코지 안하고 살려고 하고 바르게 살려고 했는데 왜 나한테 이런 벌을 주실까. 싶어서. 신이 없지 않나 이런 생

각이 들어가는 거야. 이제 다 필요 없다.” (연구참여자 A).

“힘들었어요. 우울증 와서. 병원에 입원도 했었고 약도 많이 먹었었고. 그때는요 정말로 죽고 싶었어요. 우울증이 라는 걸 저는 몰랐거든요. 다른 거 아무것도 없이 죽고만 싶더라고요. 내가 죽어버리면 다되는데 왜 못 죽지. 죽으면 되지.” (연구참여자 C).

“한마디로 말하면 살고 싶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그 이후 에 제가 가끔 그런 이야길 해요.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것 도 복중에 하나다. 세상살이 계속 해야 된다는 거. 차를 운 전하고 가다가도 옛날에 교통사고 나면 안 되지 했었잖아 요. 교통사고가 나서 내가 이 세상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어도 좋겠다. 비행기를 탈 때 나 하고 같이 탄 사람들 이 문제지 나는 그럴 수도 있겠다.” (연구참여자 E).

마. 하루하루를 견디고 버텨 냄

아들의 도박 문제 이후 연구참여자들은 몸과 마음 모두 피폐해져 간다. 버텨나갈 수 있는 힘 한 톨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하루 하루를 이들은 그 저 견뎌내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견딤의 바탕에는 아들에 대한 어머니로서의 책임감이 자리잡고 있다.

“이것도 저것도 명쾌한 답이 없고 이게 나을까. 저게 나 을까. 갈팡질팡. 오죽하면 사형 선고 받아놓은 사람 죽을 날 기다리는 것보다 더 기가 막힌 심정으로 살고 있다고 그랬잖아요.” (연구참여자 A).

“버티는 힘 없어요. 다만 내가 이렇게 해야 아들 병을 고 친다니까 견디는거지. (중략) 고쳐줘야 하니까 내가 버티는 거예요.” (연구참여자 G).

5) 제 5주제: 아들을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버텨내다.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부여된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지난 한 시간들이지만, 버티고 견뎌내는 것은 역시 ‘어머니’라 는 이름 때문이다. 어머니인 이들은 눈 감는 그 순간까지 자식의 삶을 내려놓을 수 없다. 때문에 자신의 삶도 내려 놓을 수 없다. 그래서 이들은 아들을 살려내고자 하는 그 책임감을 붙들고 그 시간들을 버텨내게 된다.

이들에겐 명확한 목적의식이 있다. 아들이 도박 중독으 로부터 회복되어 사람 구실을 하며 살아갈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독한 마음으로 아들을 지켜보며,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끝까지 희망과 믿음을 붙잡으려 노력한 다.

가. 눈 감을 때까지 자식은 내려놓을 수 없음 어머니에게 자식이란 눈 감는 순간까지 잊어버릴 수 없 는 존재이다. 연구참여자들에게 있어 특히 아픈 손가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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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 아들은 아무리 밉고, 나를 힘들게 해도 죽는 순간까지 내려놓을 수 없이 끝까지 안고가야 하는 존재로 경험된다. 아울러 자신이 죽은 이후 아들의 삶에 대한 대 비까지 고려하게 된다. 떼어놓을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

때문에 차라리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편이 마음이 편 하다. 어머니로서 이들은 당연히 그리고 덤덤히 자신의 짐 으로 받아 떠안는다.

“그 짓을 하고 나니까 미운 건 미운 거고 절대 내가 떼고 싶다고 떼어질 놈이 아니구나 생각이 들어가지고. 이 상태 가 지속이 되면 직장에나 나가겠어. 할 수가 없는 거잖아 요. (중략) 그러니까 아무리 죽을 짓을 해서라도 떼어 내버 리고 싶어도 지가 가서 밥벌이라도 해야지 내가 떼어 놓고 가도 덜 하지. 그럼 직장 떨어지면 굶어서라도 죽으라는 거 밖에는 안 되니까. 안되겠다 싶어 어제 저녁에 밥 챙겨 먹이고 오늘 아침 밥 챙겨 먹이고 하는데.. (중략) 그래서 이건 지가 죽던 내가 죽던 끝이 나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이것저것 고민하고 애쓸 거 없이 그냥 내가 끝까지 끝날 때까지 받고 넘어가야 하지 않나 생각하네요.” (연구참여 자 A).

“죽지 못해 살았지……. 하루도 문 잠그고 잔적이 없어.

혹시 이 녀석이 기어들어 올까봐……. 다리가 쑤셔도 하루 도 안 빠지고 새벽 기도 갔지……. 그렇게라도 안 하면 미 칠거 같은거야……. 설마 죽은 건 아닌가……. 사고 나서 식물인간이 되었나. 오만가지……. 무당도 찾아가서 500만 원주고 굿도 했어……. 무당이 살아있다고 꼭 돌아온다고 하더라고……. 그 말 들으니까 살겠더라고…….” (연구참 여자 I).

나. 아들을 위해 이 악물고 독해지려 함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연구참여자들은 이를 악문다. 그렇 게 독해져야 아들을 살릴 수 있음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 다. 아들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아들이 말하는 바를 들어주는 것이 더 이상은 아들을 위하는 것이 되지 못함을 알게 된 연구참여자들은 ‘냉정한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아 들을 바로 세우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이렇게 냉정하고 분 명한 태도를 취하는 뒤에서 어머니들은 피눈물을 흘린다.

“내가 보기엔 돈이 없어서 먹는 것도 못 먹고, 있으면 조 금 먹고 이런 거 같아요. 보면 속상해서 못 보겠어요. 진짜 속상해서 모른 척을 울면서 하는데 꼬라지 보면 금방 뭘 먹이고 싶어요. 시커먼 게 말라 비틀어져서 뼈만 남은 게 그거 보면 속이 아려요. 그런데도 여기 내가 지면 버릇을 못 고치잖아 생각이 드니까 이를 무는 거예요. 이를 물

고…….” (연구참여자 A).

“영하 십 몇도 떨어지는 추운 겨울날 40도 무더위에서 일하고 있는 아들 생각하면서 저는 그런 생각하면서 버텼 어요. 전쟁터에 아들 보낸 어미도 사는데 생사를 모르고도 사는데 그 애도 살기 위해서 버텨내겠지.” (연구참여자 E).

“처음엔 다 해결해주고 그랬는데, 지금은 다 내려놓았어 요. 내려놓고 혼자서 본인이 해결하게끔.” (연구참여자 F).

다. 가까스로 희망과 믿음을 부여잡음

연구참여자들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그리고 모임에서 의 선배들의 경험담을 통해 도박 중독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암담 한 현실 속에서도 내 아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포기할 수 없다. 그러한 희망이라도 없다면 지금의 시간들 을 버텨낼 힘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들은 아 들의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단 0.1%의 희망과 믿음이라도 온 몸으로 붙잡으려 애쓴다. 이러한 희망과 믿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일종의 간절한 기도와도 같은 절박한 외침이다.

“혹시나 하면서 0.1% 그거마저 없으면. 0.1% 희망이라도 안 걸으면 너무 죽겠으니까 하는 거지 냉정하게 판단하면 힘든 일 아니겠어요. 모르긴 모르는데 그러니 혹시라도 0.1%거는 게.” (연구참여자 A).

“저는 선생님들이 말씀하실 때는 중독은 계속 재발되고 죽을 때 까지 그렇게 말씀하시잖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안하고 싶은 마음이 매일 가슴에 있어요. 선생님 들이 모르시는 분들이 많이 회복을 해서 잘 살고 있을 거 다.” (연구참여자 D).

라. 매의 눈으로 아들을 감시하고 단속함

연구참여자들은 한 시도 아들에 대한 단속의 눈을 거두 지 못한다. 하지만 이는 아들에 대한 맹목적인 감시의 눈 길이라기보다는 아들이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기를 바라 는 간절한 마음이 표현인 것이다. 때문에 이는 감시라는 용어보다는 “관심”이라는 단어로 드러난다. 연구참여자들 에게 있어 아들을 감시하는 눈길은 “관심”의 표현인 것이 다. 더욱 깊은 관심으로 아들의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하게 된다. 자식을 보호하고자 하는 이들의 관심은 그만큼 절실 하기에 그 시선은 매의 눈과 같이 날카롭다.

“왜 이제와 이러면, 운동했어, 나갔어, 누구 저기했어, 산 에 갔다 왔어 그러면. 근데 저도 여우가 됐어요. 신발까지 다 봐요. 산에 갔다 오면 신발이 더럽잖아요.” (연구참여자 C).

“항상 매의 눈을. 더 관심을 더 많이 가지고 그럴 거 아 니에요. 집중적으로. 그렇게 했는데 그 다음에도 통지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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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그랬던 거 같아요.” (연구참여자 D).

마. 사람구실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를 지님 아들을 도박 중독자로 낳고 키워놓은 것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연구참여자들은 지금이라도 어떻게든 아들이 똑바로 사람 구실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는 의무감을 갖는다. 이러한 사람 구실이라는 것은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 즉 결혼을 하고 직업을 갖는 모습 으로 형상화된다. 이들은 아들이 비록 도박중독자이지만, 결혼하고 직장을 구해 잘 살아가는 한 사람의 사회인이 되 기를 바란다. 이들에게 아들이 사람구실 하며 살아갈 미래 는 가장 큰 근심거리이자 바람이 된다.

“○○가 지 앞길을 잘해서 올바른 사람으로 생활하는 게 제일 걱정이고, 바람이고……. 사회인으로서 똑바로 살아 가는 거……. (중략) 어차피 앞으로 한 사회인으로서 똑바 로 커나가려면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잖아요. 어쨌거나 우 리가 똑바로 만들어서 사회에 내보내자. 그런 의무감인거 같아요.” (연구참여자 B).

“진짜 어떻게든지 제 생각에 제 욕심이지요. 그냥 사람 하나만, 마음 착한사람 하나만 보고 집에 살림하는 사람이 있으면, 집에 누가 있다고 재미를 붙여서 오지 않을까. 지 금은 늙은 부모한테 눈치도 봐질 거고 어쩔 수 없이 오지 만. 지가 가정을 가지고, 의지하고, 엄마아빠가 죽어버리고 없어도. 다른 건 없어요. 잘 살고 못사는 건 어쩔 수 없고 요.” (연구참여자 C).

“자식이 재발, 재발도 재발이고 좋은 사람을 만나서 잘 했으면 좋겠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잘 될까. 그게 제일 걱 정이에요. 자식의 미래잖아요. 자식의 미래가 제일 걱정이 되요. 재발도 그렇고 직장도 그렇고. 결혼도 그렇고. 착하 고 야무진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했으면…….” (연구참여 자 D).

바. 아들의 회복을 위해 전력투구함

이제까지의 노력이 아들의 도박을 조력(enabling)하는 역 할을 했다는 것을 인식한 후 조력자(enabler)의 역할은 중단 된다 해도, 아들을 위한 연구참여자들의 노력이 멈추는 것 은 아니다. 이들은 아들의 도박 중독을 인정하고 이에 대 해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지를 배워가면서, 아들을 회 복으로 이끌 수 있는 노력을 계속한다. 아들이 도박 중독 으로부터 회복하여 안정된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자신이 가진 마지막 하나라도 내 주어 보탬이 되고자 마음먹는다. 자신이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해 주지 못할까봐 염려한다.

“요즘은 내가 힘을, 내가 가진 요만한 힘이라도 너에게 도움이 된다면 같이 해줄 거 같은 생각이 들어요. 그런 생 각이 안 들었었는데. 너한테 힘이 된다면……. (중략) 대학 도 지가 안하려고 해서 못했어도 못 가르쳤잖아요. 그거에 대한 뭐라도 지원을 해줘야 할 거 같은 생각이 들어요. 마 음은. 근데 그것도 아니라고 하는데 진짜 지가 원한다면 몸으로라도 좀. 그래서 애가 안정된 삶을 가질 수 있다면 그럴 거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 (연구참여자 D).

“회복은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지금 바람이라면 거기 있지 말고 접에 와서 지 혼자 힘드니까 내가 옆에서 도와 줄 거니까 회복의 길로 붙잡고 가고 싶어요. 그게 제일 큰 바램이예요.” (연구참여자 G).

2. 미혼 남성 도박 중독자 어머니 경험의 본질적 구조 본 연구를 통해 미혼 남성 도박 중독자의 어머니의 경험 을 아우르는 범주는 “보이지 않는 탯줄로 연결된 아들을 부둥켜안고, 도박이라는 뻘밭에서 함께 뒹굴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어머니와 아들은 서로 분리된 존재가 아닌 한 몸으로서의 존재이다. 아들이 곧 어머니 자신이 되는 강한 동일시인 것이다. 그러기에 아들에 대한 맹목적 믿음을 내 려놓지 못하고, 아들을 나와 분리된 타인화하지 못하기에 아들을 비난하거나 아들에게 분노하지 못한다. 오히려 자 신이 도박 중독자 아들을 만든 것인 양 힘들어하고, 반성 하고, 죄스러워하는 것이다. 이들은 아들의 도박 중독으로 인한 피해를 받는 피해자인 동시에, 아들의 공범으로서 피 의자라는 이중적 신분을 스스로 갖는다. 이러한 이중의 고 통 속에서 어머니는 아들이 저지른 죄와 아들이라는 존재 를 모두 자신의 어깨에 짊어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고 찰

미혼 도박 중독자의 어머니 경험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바 탕으로 몇 가지의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첫째, 아들에 대한 동일시는 아들의 도박 문제에 대한 어머니의 무지와 맹목적 태도로 연결된다. 연구참여자들 은 아들의 도박 문제에 대하여 오히려 한 걸음 떨어져 살 펴볼 수 있는 다른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무지한 모 습을 보인다. 자신과 한 몸으로서의 아들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다. 더 나아가 이들은 도박을 의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황에도 불구하고 “설마 아니 겠지”라는 막연한 마음으로 아들을 두둔하려는 맹목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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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였다. 이는 아들의 도박 문제 확인에 대한 어머니의 무 의식적인 회피와 부정의 노력이다. 즉 연구참여자들의 무 지는 자발적 무지이자 적극적 무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러 한 무지가 지속되는 한, 어머니는 아들의 도박자금을 충당 하는 조력자(enabler)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게 된다. 또한 도 박 문제의 인식과 치료 개입은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도박 중독의 악화와 더불어 가족이 경험하게 될 파괴적 영향력 역시 심각해질 것이 자명하므로, 어머니가 보여주는 이러한 태도는 도박 중독자와 가족에 대한 개입 에 있어 관심을 기울여야 할 중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연구참여자들을 관통하는 주된 감정은 죄책감과 책임감이었다. 도박 중독자의 어머니는 아들의 도박으로 인한 피해자이기보다는 함께 공범이 되어 피의자의 자리 에 앉게 된다. 즉 이들은 유구무언(有口無言)의 ‘죄인’으로 서의 정체성을 갖게 된다. 자신이 이런 아들을 낳았고 제 대로 키워주지 못해 도박중독자가 되었으며 아들의 잘못 은 곧 자신의 잘못이다. 때문에 어떻게든 사람 구실하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책임을 떠안게 된다. 이는 도박 중 독자 배우자들의 반응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도박 중독자의 배우자들에게 보여지는 특징적 감정은 분 노이다(Lorenz et al., 1989). Kim JS et al.(2011)의 연구에서도 도박 중독자의 배우자들은 도박을 하는 배우자에 대해 분 노를 넘어선 증오의 극한을 경험한다. 어머니들에게 아들 은 객체로 보고 그의 잘못을 논하여 분노할 수 있는 타인 이 아니며, 아들의 잘못은 곧 그와 한 몸인 어머니의 잘못 인 것이다. 배우자들에게는 가능한 “너는 도대체 왜 그러 니?”라는 비난이 연구참여자들에게는 불가능하다. 어머니 들에게 아들은 “너”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들을 마주 보고 그를 비난하기보다는 아들과 한 편에 서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갖는다. 때문에 다른 가족에게 미안하고, 세상에 미안하고 심지어 도박을 한 아들에게도 미안한 마 음이 든다.

여기에는 어머니에게 자녀 양육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 이 주어지는 사회문화적인 영향도 고려될 수 있다. 대상관 계이론이나 애착 이론 등 많은 이론들이 어린 시절 주 양 육자인 어머니와의 관계가 개인의 성격 발달이나 성인기 이후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어머니라는 존재가 갖는 중요성에 무게감을 실어주는 한 편, 자녀에게 문제가 나타날 경우 어머니라는 존재가 그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는 부작용이 병존한다. 이 는 만일 자녀에게 어떤 형태로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어머

니의 부담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으며, 타인의 시선은 물론 이거니와 자기 스스로도 스스로의 책임에 대해 통감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연구참여자들에게 아들과의 분리나 단절은 실현 불가능한 헛된 공약처럼 보여진다. 이들에게 아들은 그 어 떤 순간이 와도, 죽는 순간까지도 결코 놓거나 포기할 수 없는 존재이다. 아들의 도박문제를 확인하고 난 이후 분노 와 충격에 휩싸이지만, 이들에게 아들은 여전히 도박중독 자이기보다는 ‘나’의 또 다른 이름은 ‘내 아들’이었다. 때 문에 이들은 도박으로 인한 자신의 아픔보다는 현재 아들 이 겪고 있는 힘겨움과 아픔을 더 생생하게 느끼면서, 앞 으로 아들이 살아가야 할 지난한 길에 대한 선험적(先驗的) 투쟁을 하고 있었다.

Kim JS et al.(2011)의 연구에 의하면 도박 중독자의 배우 자들은 혼인관계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도박 중독자를 철 저하게 없는 사람 취급으로 무화(無化)하고, 존재론적 차원 에서 살해함으로써 과거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움을 얻는 생애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가장 구체적 이면서도 현실적인 방법으로 배우자와의 물리적, 정서적 단절을 도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어머니들은 죽는 순간까지, 어쩌면 사후에까지 아들의 존재를 놓지 못 함으로써, 오히려 아프고 힘든 아들을 더 힘껏 부여잡음으 로써 영원히 자유를 얻을 수 없는 구속(拘束)의 상태가 되 는 것이다. 연구 참여자들은 사회에서 그리고 가족에게 버 림받은 아들의 옆을 끝까지 자의로 그리고 타의로 지키게 된다. 아들이 맞닥뜨려야 하는 비난에 함께 노출되고 아들 이 감당해야 하는 도박의 무게를 함께 짊어진다.

이러한 결론을 토대로 몇 가지 제언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도박 중독자의 어머니가 경험하는 실제적, 정서적 부담감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적극적인 개입의 필요성이 다. 본 연구를 통해 도박 중독자 어머니들은 아들의 도박 문제로 인해 직접적이고도 커다란 피해를 받음과 동시에, 아들과의 동일시로 인해 발생하는 자기 비난과 아들에 대 한 책임감까지 이중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임을 발 견할 수 있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자의 또는 타의로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나 주변 지인들의 지원으로부터 차단되는 상황은 연구참여자의 말 그대로 “사형수의 삶보다 더 고통 스러운 삶”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머니가 경험하는 스트레스는 심지어 도박 중독자 본인의 것보다 오히려 더 클 수 있다. 도박중독자는 어머니라도 의지할 수 있지만, 어머니는 그 모든 것을 혼자서 감당해 가며 자신이 받는

수치

Table  1.  General  characteristic  of  participants.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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