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민사박물관

(1)

한국이민사박물관

해외이민자료조사 현황과 과제

글 박은미한국이민사박물관 박물관팀장

한국이민사박물관 소개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지난 2008년 6월에 개관한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의 한인 이민역사를 체계적으로 다룬 박물관으로 인천 월미도에 위치해 있다.

1902년 12월 22일, 당시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 긴 가뭄까지 겹쳐 생활이 어려 워지자 우리 선조 121명이 제물포항에서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을 향해 이민을 떠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첫 해외이민이다. 한국이민사 박물관은 이러한 우리 선조들의 해외에서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이룩한 개 척자적인 삶을 기리고 그 발자취를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해 인천광역시 시민들 과 해외동포들이 함께 뜻을 모아서 건립되었다.

박물관 전시실 소개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총 연면적 4,127㎡으로 지하1층, 지상 1, 2층으로 구성 되어 있고 총 4개의 상설전시실이 지상 1, 2층에 있다. 박물관 2층에 있는 제1 상설전시실은 이민초기 인천 개항장의 모습과 하와이로의 첫 공식이민이 이루 어지기까지의 국내·외 배경과 대한제국에서 발행한 초기 집조(여권)이 전시되 어 있다. 제2상설전시실에는 하와이 한인노동자들이 목에 걸고 다녔던 방고 등 이 전시되어 있고, 하와이사탕수수 농장의 한인 노동자들의 삶을 느껴볼 수 있 는 영상물과 숙소를 재현해 놓았다. 또한 하와이 한인학교를 재현해 놓은 교실 은 관람객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으로 꾸며 놓았다.

박물관 l층에 위치한 제3상설전시실에는 멕시코 에네켄 농장에서 사용했던 수레 및 작업용 공구 등이 전시되어 있고, 쿠바, 파라과이 등 기타 남미국가로 이주한 우리 한인들의 삶을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 제4상설전시실은 150여 개국에 진출해 있는 해외동포현황이 전시되어 있다.

현재는 하와이 이민을 위주로 한 북·남미 한인이민사가 전시되어 있는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전까지 우리나라 전 이민의 역사를 아우르는 아시아관 (일본, 중국, 중앙아시아 등)과 유럽관(프랑스, 독일, 영국 등)까지 확충할 계획 으로 관련 지역 해외자료조사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

기록인|2011 SPRING + VOL.14

33

한국이민사박물관 해외이민자료조사 현황과 과제

32

기획특집 Special Edition

IN

▶ 사진 1 _ 한국이민사박물관 전경사진

▶ 사진 2 _ 제1상설전시실“미지의 세계로”

▶ 사진 3 _ 제2상설전시실“극복과 정착”

▶ 사진 4 _ 제3상설전시실“또 다른 삶과 구국 염원”

▶ 사진 5 _ 제4상설전시실“세계 속의 대한인”

국가기록원_내지지숙 1904.1.31 7:31 PM 페이지32

(2)

해외이민사 자료수집 현황

우리박물관은 박물관 전시주제가 해외한인 이민역사이기 때문에 국내에서의 관련 자료 수집은 필연적으로 많은 제한이 있다. 즉 이민관련 자료수집은 각 나 라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우리박물관의 설립 목적, 자료수집방 향, 수집자료 대상을 꾸준히 홍보함으로써 수집이 가능한데 이 또한 체계적이 고 구체적인 유물수집계획을 수립한 후에야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박물관은 우선 우리이민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거나 한인거주자 수가 많은 국가를 선택해서 해외이민 자료조사를 실시하고 그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유물수집계획을 수립한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등 총 8개 국가에 대하여 해외자료조사를 실시하였는데 우리박물관의 인력 여건상 학예연구사가 직접 현지조사를 할 수 없어서 그 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연구자를 공모하여 위 탁조사를 실시하는 방법으로 진행하였다. 박물관은 도서관이나 기록물 관리기 관과는 다르게 관람객들은 실유물을 매개로 과거와 대화를 나눈다. 따라서 우 리박물관에서 조사자들에게 요구하는 조사내용은 각 개별국가들의 이민역사위 주의 문헌조사보다는 한인회 등 해외한인기관 및 개인들의 이민사자료 소장 현 황 파악 후 기증유도, 구입, 대여, 복제 등 그 자료의 확보방법 제시 등이었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이민사박물관의 홍보 및 유관기관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향후 박물관과 해외한인들과의 긴밀한 한 업무협 조를 할 수 있는 기반까지 형성 될 수 있었다.

35

34

IN

박물관 소장유물

박물관 개관을 위한 전시 자료 확보를 위해 지난 2003년부터 실시한 해외이 민사 자료조사와 해외동포분들을 대상으로 한 끊임없는 유물기증 홍보를 통해 현재 우리박물관은 총 32,000여점의 소장유물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유물이 바로 집조(여권)이다. 집조란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그 나라에 서 신분보장과 여행편의를 제공받기 위한 일종의 통행 허가증으로 오늘날의 여 권과 같은 것이다.

이외에도 우리박물관에는 하와이 한인 노동자들이 사용했던 번호표인 방고, 도시락, 각종 신분증 및 한인학교에서 사용했던 교과서 등이 전시되어 있다. 또 한 우리선조들을 처음으로 하와이로 실어 나른 이민선인 갤릭호 모형과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의 한인 노동자 숙소를 재현해 놓았으며 하루 10시간 이상의 고된 노동자의 하루일과를 담은 영상을 통해 관람객들은 이민자들의 삶을 간접적으 로 체험해 볼 수 있다.

▶ 사진 6 _ 1904년 전라도 출신 김만수가 하와이로 가기위해 발급받은 집조

▶ 사진 11 _ 파독 광부들(1960년대)

▶ 사진 12 _ 파독 간호사(1970년대)

▶ 사진 13 _ 광부복 일괄(1970년대)

▶ 사진 14 _ 서독취업자를 위한 송금예금설명서(1971)

▶ 사진 15 _ 광부증 표지(1967)

▶ 사진 17 _ 간호사 모자(1970년대) ▶ 사진 17 _ 간호사복과 모자(1970년대)

▶ 사진 16 _ 광부증 내지(1967)

▶ 사진 7 _ 지영희 집조. 황해도 옹진군 출신의 지영희가 1912년 하와이에 먼저간 남편을 만나러 가기 위해 발급받은 여권이다.

여권에 표기된 미령포와(米領布 )는 미국 하와이를 말한다.

▶ 사진 10 _ 쿠바이민사(1954) - 1921년 쿠바로 이민을 떠난 임천택이 쿠바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한인이민자들의 생활상을 저술한 책이다.

▶ 사진 9 _ 자신보(自新報) 창간호 - 1907년 하와이 주에서 창설된 교민단체 자강회에서 발행한 기관지

▶ 사진 8 _ 인천 우각동 출신 고영휴가 1903 년 하와이로 가기 위해 발급받은 여권 국가기록원_내지지숙 1904.1.31 7:31 PM 페이지34

(3)

위와 같은 우리박물관의 해외자료조사 목적, 추진방향에 의해 실시된 조사중 성공적인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2008년에 실시한 독일해외자료조사의 경우 현지조사자에 의해 재독 한 인사회의 생성과정과 현황에 대한 개설적인 내용이 조사되었으며 특히 독일 한 인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파독 광부, 간호사에 중점을 두어 자료를 수집하 였다. 1963년 한국과 독일과의 협정에 의해 한국인 광부를 독일에 파견하게 되 었으며 1971년에는 공식적인 한국인 간호원이 파견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파견된 파독 광부·간호사의 규모는 광부의 경우 1963년부터 1977년 까지 8,000여명, 간호원의 경우 1960년부터 1976년까지 총 11,000여명이었다.

이들 중 반수는 계약이 종료된 후 돌아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독일에 장기체류 를 하게 되면서 이후 독일 한인사회 제1주류가 되게 된다.

독일 조사를 통해 현재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50여명의 광부, 간호사들의 독 일이주 및 정착 과정들의 생생한 개인 역사기록 및 개인소장자료 목록 등이 작 성되었다. 또한 재독한인회, 재독한인간호협회, 재독한인교회협회 등의 중요 기 관의 현황도 파악 되었다. 독일 자료조사가 완료된 후 우리박물관은 독일이민관 련 자료 수집을 위해 유물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현지출장을 실시하였다. 독일 베를린, 뒤스부르크,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등의 현지에 거주하는 독일교포들 을 만나 유물기증협의, 유물구입심의 등을 통해 관련 자료 약150여점을 수집하 였는데 수집된 유물 중에는 광부복 및 장비 일괄, 광부증, 간호사복, 간호사 모 자 등 그들의 삶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 포함되어 있다.

비록 공식적인 독일해외자료조사는 완료되었으나 현재까지도 독일교포분들 께서 우리박물관에 소중하게 간직해 오신 개인 생활사 자료들을 꾸준히 기증해 주시고 있고 이러한 기증자들은 한국을 방문할 경우 꼭 우리박물관을 방문하여 한국에 이민사박물관이 있다는 사실과 고국에서 자신들을 잊지 않고 자신들의 이민역사를 박물관에 전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에 무척 감격해 하시며 돌아가신다.

향후 유럽관 건립시 독일이민관련 문헌자료 및 생활사의 추가 수집을 추진할 경우에도 이분들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우리박물관에서는 독일 조사자를 비롯하여 한인회, 유물 기증자들과 계속 긴밀 한 협조를 유지하고 있다.

두 번째로 소개할 해외자료조사는 카자흐스탄 지역의 고려인관련 조사이다.

구한말 한인들은 극심한 가난과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를 피해서 러시아 극동에 피난처를 찾게 되었다. 1860년대에 한인들은 두만강을 건너서 연해주지역에 정 착했다. 그들은 그곳에서 자신의 농사활동, 생활관습, 언어, 문화를 보존하면서 한인공동체를 구성하였다. 그 후 스탈린 정권의 정치적인 이유로 당시 연해지 방의 한인들은 유대인·체첸인 등 소수민족들과 함께 가혹한 분리·차별정책

에 휘말려 1937년 9월 9일부터 10월 말까지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었다. 이 에 1937년 9월 말 최초의 한인 이주민을 태운 수송열차가 카자흐스탄에 도착하 였다. 이렇게 해서 카자흐스탄 한인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당시 카자흐스탄 인들은 열린 마음으로 한인을 맞아주었고, 당국의 한인 환대에 대한 공식적 금 지와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에도 불구하고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우리박물관에서는 카자흐스탄 지역 조사자를 통해 고려인 이주 및 정착과정, 초기 고려인 사진 및 생활자 자료 소장기관 및 개인소장자 파악 및 향후 박물관 에서 자료 수집 시 기증유도, 구입, 대여, 복제 등 그 자료의 확보방법 등을 조사 하였다. 그 결과 약 15여명의 중요 유물소장자와 10개의 한인관련 단체 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다음의 사진들은 카자흐스탄 자료조사를 통해 수증 받거나 구입한 대표유물사진들이다.

현재 150여 개국에 700만 명이 넘는 재외동포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은 낯선 환경 속에서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여 한인이민의 역사를 이루어 내었다.

1903년 하와이로의 공식이민으로부터는 약 110여년, 구한말 1860년대 만주, 연해주로의 유민으로부터 시작하면 우리 한인이민의 역사는 약 150여 년이나 된다. 이는 한국근대역사에 있어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결코 도외시될 수 없는 역사의 중요한 부분이다. 비록 늦은 감은 있으나 국내에 한국 이민사박물관이 건립되어 비로소 150여 년의 우리 이민역사를 체계화 할 수 있 는 기반이 마련되었으며 현재 우리박물관은 세계 각국에 거주하고 있는 해외동 포의 이민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실생활 자료 수집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해외자료조사를 하면서 느낀 점은 국·공립도서관, 국 립문서보관소 등이 아닌 개인소장자료들 중에 의외로 이민 역사에 있어서 중요 한 자료들이 매우 많다는 것과 이러한 자료들이 개인 소유로 더 많이 공유되지 못하고 사장되어 있다는 점이다. 더 가슴 아픈 일은 하와이 공식이민 1, 2세대 중 대부분이 이미 유명을 달리 하셨고 그분들이 소중하게 간직해 왔던 사진을 포함한 많은 귀중한 자료들이 자식세대, 손자세대를 거치면서 흔적도 없이 사 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박물관은 오늘이 바로 내일이면 역사가 된다는 점 과 우리세대는 다음세대들에게 전달해 줄 유물을 잠시 보관하는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각오로 향후 아시아, 유럽이민 전시관 확충 이후 캐나다, 호 주, 뉴질랜드 등의 현대이민 관련 자료도 수집할 계획이다.

23. 24.

필자 소개

인하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영국 UCL에서 박물관학을 전공(석사)하였다.

현재 한국이민사박물관 박물관팀장을 맡고 있다.

37

36

IN

▶ 사진 19 _ 카자흐스탄의 초기 고려인들

▶ 사진 23 _ 카자흐스탄 SSR학교의 한국어반 개설 명령서(1958)

▶ 사진 24 _ 김 니키포르의 개인 인적사항카드(1946)

▶ 사진 20 _ 카자흐스탄의 초기 고려인들

▶ 사진 21 _ 고려극단 포스터(1988)

▶ 사진 22 _ 고려극단에서 공연한 춘향전 자필원고(1958)

국가기록원_내지지숙 1904.1.31 7:31 PM 페이지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