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EP Original Articles J Korean Psychoanalytic Society Vol. 10, No. 2, page 262~275,1 9 9 9
殷熙耕의 短篇小說「아내의 상자」 에 對한 精神分析的 考察
*趙 斗 英**
Hee-Kyeong Eun’s Short Story, My Wife’s Box, and the Structural Model of the Mind*
Doo-Young Cho, M.D.**
마음의 구조
정신분석에서 마음을 하나의 구조물로 보듯 그 구조를 쪼개 보게 된 것은 Freud (1923)의「자아와 이드」라는 논문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여기서 마음을 이드 the id, 자아 the ego, 초자아 the superego라는 세 가지 구조로 나누어 보았다. 우선 이드란 무의식에 존재하는 것으로, 우리의 생리욕구 충족의 지각(知覺)과 기억에서 기원한 모 든 소망을 망라한 것으로 정의하면서, 이는 유전되 출생할때부터 있는 것이라 하였다.
이드는 물불 가리지 않고 즉각적 만족을 원해서 쾌락원칙pleasure principle에 따라 움직이며, 혼돈chaos상태로 있으면서 시공(時空)을 초월하며, 비논리적이고 비도덕적 인 것이라고 하였다.
‘자아’란 보통 우리가 의식하고 있는 자신self인데, 그 대부분은 의식세계에 있고 일부는 무의식세계에 있다. 자아는 출생시에는 아주 미약한 상태이지만 아이의 성장에 따라 내부사정과 외부상황에 조금씩 맞추어 가면서 힘이 커진다. 자아가 커진다는 것 은 그만큼 이드가 순화되어 이드의 힘이 준다는 말이다. 이는 자아의 에너지 원(源)이
*본 논문은 1999년도 서울대학교병원 일반연구비 지원으로 이루어 진 것임.
Supported by a grant number 04-1999-053-0. from the Seoul National University Hospital Research fund.
**서울大學校 醫科大學 精神科學敎授
Professor of Psychiatry,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이드이기 때문이다. 이 자아는 웬만큼 자란 사람의 경우 상극되는 이드와 초자아 사이 에 끼어서 이 둘을 적당히 받아들이고 적당히 견제하면서 나의 발달과 발전 그리고 안 위를 도모한다. 자아는 장차에 올 좀 더 큰 즐거움을 위해 현재의 욕구와 소망을 누르 고 연기시키는 일을 하는데, 이것을 두고 현실원칙reality principle에 따라 움직인다 고 말한다. 또 자아는 논리적인 사고방식에 따른다. 흔히 자아와 이드의 관계를‘말 탄 사람’에 비유하는데, 말(馬)은 이드요 사람은 자아다. 즉 자아는 사람이 말을 부리듯 이드를 달래고, 얼르고, 지시한다. 그러나 그 힘에서 월등한 차이가 나기에 말이 무작 정 요동을 부린다면 말탄 사람은 꼼짝 못하고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렇기는 하나 자아 도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이드가 추구하는 것에 일치한다.
‘초자아’란 양심(良心)으로서, 처음 부모를 닮고 배우는 과정에 부모들이 금기시하는 행동을 스스로 금기시하는데서 그 출발이 있으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해소되면서 이드에 여력이 남아 그것이 초자아 발달로 전용되어 초자아가 부쩍 발달하고 커진다.
초자아에 드는 에너지의 공급원은 사실상 이드다. 초자아는 대부분이 무의식에 있다.
그러니 초자아란 자아보다 이드에 더 가까운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이 세 가지 구조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평온한데, 대체로 자아가 이들 가운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만 정신건강에 좋다. 이들 삼자관계는 복잡하고 유동적이어서 균형이 잡히지 않을 때도 퍽 많아 그럴 때는 정신건강을 위협한다. 예컨 대 초자아의 힘이 약한 사람은 양심적이지 못해 반사회적 행동을 일삼는 반면 초자아 의 힘이 너무 크다면 그 사람은 늘 자기 양심에 시달려 기 죽고, 위축되고, 고루하고, 우물쭈물 무엇 하나 자신있게 하지를 못하고, 초조하고 수심에 쌓여 있거나 우울하고, 피학적 성격으로 된다. 자아와 초자아의 알력은 거세공포를 낳는다. 또 자아의 힘이 너무 크다면 그는 기고만장하여 늘 자기만이 옳다고 우쭐대고 건방을 떠는 조증mania 환자가 된다. 그리고 자아가 나 아닌 바깥세상과 늘 알력을 일으킨다면 이는 성격이상 자임을 말하는 것이다.
때로 이드의 힘이 커지면 당장의 본능적 욕구충족을 하는 쪽으로 사람이 움직이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고 반대세력인 초자아의 힘도 커지며, 이런 위아래 큰 힘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 자아의 힘이 위축될 때가 있다. 이는 정상적으로는 청소년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인데, 그 정도가 지나치던가 또는 청소년기가 아닐 때 그렇다면 정신건강에 적 신호가 온다. 힘이 커져 서로 대치하는 균형이 이드쪽으로 다소 기울어 있는 것이 노 이로제neuroses 경우로서, 이때 무의식에 있던 이드의 내용물 일부가 자아쪽으로 침 투해서 생기는 것이 바로 노이로제의 증상이다. 그리고 이드의 힘이 아주 커져 초자아 와 자아의 방위선을 돌파하고 자아영역 대부분을 점령해버리는 상태가 바로 정신증 psychoses 상황이다.
소설 줄거리
작가 은희경(殷熙耕)은 1959년 전라북도 고창에서 출생하여 숙명여대 국문과를 졸 업하고, 35세인 1995년 신문사 신춘문예로 문단에 등단하여 1996년 신인상(新人賞), 문학동네 소설상과 동서문학상(東西文學賞), 1998년 이상(李箱)문학상 대상을 받은 바 있는 혜성같은 신예여류작가다. 본논문에서 고찰하고자 하는 작품은 그녀가 받은 이상문학상 대상수상작으로, 발표때의 원제는「불임파리」였다.
그러면 단편소설「아내의 상자」의 줄거리를 소개하겠다. 소설은‘나’로 나오는 남편 이‘아내’를 보는 눈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리는 결혼한지 5년 좀 넘지만 아이가 없는 부부로, 서울 강남 전세아파트에 살다 가 1년전 평수를 넓혀 외곽 신도시 고층아파트촌으로 이사와서 산다. 나는 회사 팀장 으로 일하면서 무난하다는 평을 들으며, 년배와 분수에 맞게 갖출 것을 대략 갖추고 사는 성실한 가장이다. 내 부모는 수년전 형을 따라 이민을 가서 나는 현재 아내와 홀 가분하게 산다.
아내는 결혼 초 유산을 할 때까지는 그런대로 평범하게 보였지만 그 뒤 말 수가 줄 고, 밤낮 없이 잠을 자며, 그것도 깊은 잠에 골아 떨어진다. 아내는 신도시의 시멘트 건물을 싫어하고 불감증이 되어갔다. 아내는“우리 집에서는 모든게 말라 버려요!”라 고 느닷없는 괴성을 지르는가 하면 어떤 때는 동문서답같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혼 자 중얼거리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가 지난 몇 년간 다녔던 불임클리닉을 연상해서인 지 병원을 싫어한다.
아내는 전문대학 비서학과를 나와 결혼하기 전 잠시 오파상에서 전화받는 일을 하 였지만 원래는 미술전공 희망자였다. 대학입시 미술실기시험이 있던 날, 그녀는 어머 니가 짜준 목이 올라오는 털스웨터를 처음 입을 때 목이 좁아 누군가에 목이 억세게 조이는 것만 같이 숨이 막혀 했다. 그날 수채화를 그릴 때 그녀는 두통과 함께 귀에서 수돗물 꼭지가 덜 잠겨 물이 새서 흐르는 환청을 경험하며, 발작을 일으켜 시험을 중 단하고 정신과에 수일간 입원한 적 있다.
아내가 늘 하던 미국영화 이야기가 있다. 알콜중독자요, 생활무능자인 아버지는 방 랑을 일삼고 대신 억척스러운 어머니 밑에서 큰 세 자식이 있었다. 그러다 어머니가 죽자 이들은 복지시설에 맡겨졌고, 얼마 후 아버지가 이들을 찾아 왔지만 복지시설은 그러한 아버지의 양육을 허락치 않았다. 다시 세월이 흐르고 정신차린 아버지가 두 번 째 찾아왔을 때는 이미 시기를 놓친 뒤였다. 자식들 역시 아버지에게로 가기 위해 끊 임없이 규격 밖으로 도망치려 했던 결과 한 아이는 양부모에게 맞아 죽었고, 한 아이
는 자폐증에 걸렸으며, 또 한 아이는 소년원에서 거세당해 있었다라는 것이 그 영화 이야기다.
아내는 자기도 그렇게‘거세당했다’는 말과“나는 외로워요”라는 말을 어떤 날 하 였다. 그러다 작년에 이사 온 옆집 여자와 왕래하게 되었고, 아내는 자기와 다른 스타 일로 인생을 사는 그 여자가 싫으면서도 한편 끌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둘은 함께 외 출도 여러 번 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몇 달 전 어느 날, 밤늦도록 아내가 귀가하지 않았다. 나는 옆집 여자의 귀띔으로 어느 러브호텔 구석 방 침대에 알몸으로 혼자 누워 자고 있는 아내를 발견한다. 앞집 여자가 해 준 말과 이 장면을 엮어 맞추어 본다면 아내는 외간남자와 그곳에서 불륜을 범한 것이다. 얼이 나가 있는 채로 돌아 온 아내 는 며칠을 앓아 누웠고, 그 뒤는 미이라처럼 말라갔고, 우리는 대화를 중지하였다. 딱 한번, 아내는 잠에 취해 있다가 늦게 귀가한 내게 과거 평온했던 결혼시절 같이 천연 스럽게 저녁밥을 짓고 겸상해서 먹고 나서는“내가 언제 밥을 먹었죠!”라고 조용히 말 한 적이 있었다.
나는 결심하였다. 아내를 용도폐기하기로 작정하였다. 아내를 태우고 정신병원으로 가는 길에 그녀가 닭장차가 빈 것을 보고 끔찍한 비명을 한번 지르는 일이 있었던 것 을 제외하고 그녀는 평온하게 입원절차를 따라 병실로 들어갔다. 나는 아내를 차마 죽 여 버릴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죽이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래서 곧바로 이사하기로 하였다. 이사 하루 전 날, 나는 마지막으로 아내의 방에 들어가 보았다. 푸른빛이 감도는 벽지, 꽉 닫힌 독일식 책상, 그녀가 공벌레처럼 웅크리고 낮잠 자던 안락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 이상한 것은 아내가 무엇을 쓰는 것을 직접 본 일은 없지만 점점 쫄아들던 지우개 달린 노란색 몽당연필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내가 방구석에 상자를 쌓아 둔 상자들을 하나 하나 열어 보았다. 거기에는 신혼여행때 기념품점에서 샀던 조잡한 조개껍데기 목걸이, 누렇게 바랜 편지뭉치, 임 신했을 때 그녀 친구가 사주었다는 아기의 하얀 배냇저고리 같은 것이 있었다. 방안을 떠돌던 이상한 향기는 몇 달 전 앞집 여자가 주더라면서 아내가 받아왔던 포푸리가 매 말라 비틀어져 내는 냄새였다.
이사 짐을 실어 보내고 나는 혼자 차를 몰고 신도시 집을 떠났다. 중간에 나는 불현 듯 일년전 불임클리닉을 아내와 찾아갈 때 언젠가 저 길을 한번 가 봤으면 하고 아내 가 말하던 그 산 속 오솔길로 차를 몰았다. 그러나 시야에 나타나는 것은 무덤으로 가 득 덮힌 거대한 산과 귀기 어린 정적뿐이다. 등과 얼굴에 땀이 흘러내리고, 차는 비틀 거리듯 포장 안된 산길을 달린다. 이윽고 시야가 뚫린다. 반갑게도 저 멀리에 늘씬한 포장 도로가 나타나 있다.
이 소설에 대해 이상문학상 심사위원인 이화여대 석좌교수 이어령(李御寧 1998)은
심사소감에서‘겉으로 보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한 여인의 이상성격을 다룬 이야기 처럼 보이지만 … 이 소설은 나와 우리 그리고 모든 인간의 삶과 문명 전체의 처절한 불모성(不毛性)으로 다가온다’라 하였다. 같은 심사위원인 서강대학교 이재선(李在銑 1998) 교수는‘정신해부학적인 이상징후의 환기를 통해서 삶의 관계들에 깊이 내재 하는 아픔과 그로 인한 장애 현상을 투시한 작품’이라 하였다. 역시 같은 심사위원인 서울대학교 권영민(權寧眠 1998) 교수는‘누구나 반복적인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 지만 결국은 다시 일상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한다 … 신도시 아파트의 황량한 풍경, 그 속에 자기존재의 심연을 헤매는 주인공이 있다’고 하였다. 또 문학평론가 강상희 (1998)는‘나와 아내는 한 인물의 두 모습이다 … 작가는 두 갈래의 길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하나는 신도시의 규격화된 길이요, 다른 하나는 연녹색 산속의 오솔길이다. 아내 와 남편이 가고 싶어하는 길들은 현대인 모두에게 각인되어 있는 두 갈래의 내적 충동 이다’라고 하였다.
소설의 핵심역동
이 소설「아내의 상자」에는 남녀 두 주인공이 나온다.
우선‘나’라는 남편쪽을 정신분석적으로 이해해 보자.‘나’는 한 달에 두 번 일요일 에 쉬는 회사라는 조직사회의 팀장이다.‘나’는 신문경제면, 마감뉴스, 시사주간지를 챙기며, 남들을 따라 갖출 것은 갖추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심지어는 아내마저도 갖추어야 할 것으로 아는 소시민이다.‘나’는 조용한 신도시가 좋고, 시끄러워 짖는 개 가 싫으며, 방안습도를 올리기에는 수족관을 설치하는 것 보다 가습기가 더 편리하다 고 보는 실용적인 사람이다. 이를 Freud가 말한 구조론(structural theory)으로 볼 때‘나’는‘자아’에 해당한다. 그래서‘나’는 아내의 관찰자다.
반면‘아내’는 어떠한가. 그녀는 장미꽃 커튼을 흰 블라인드보다 선호하고, 가습기 보다 열대어 수족관을 선호하고, 화초를 사랑하고, 아스팔트보다 산속 오솔길을 선호 한다. 그녀는 신도시 고층아파트촌의 규격화에 숨막혀 하며, 닥치는 대로 아무 것이나 읽고, 가끔씩 시공(時空)을 초월한 알아들을 수 없는 혼자 말을 한다. 그녀는 활동적 인 남편과는 반대로 말이 없고, 외출도 거의 하지 않고, 툭하면 깊은 잠을 수시로 잔다.
그녀는 과거 환청을 경험했고, 끝에 가서는 외간남자와 불륜을 저지른다. 그러니‘아내’
란 구조론 입장에서는‘이드’에 해당한다.
이러한 두 남녀 사이에는 불임(不姙)이라는 문제가 있다. 부부라면 마땅히 아이가 있어야 다는 대명제가 이들을 짓누르고, 그에 따라서 불임클리닉에서 지시한 일자에 맞 춰 내키지 않더라도 가져야 할 성생활의 의무가 있다. 그런즉 불임상황은‘초자아’격 이 된다.
요컨대 두 주인공과 이들이 처한 상황은 자아, 이드, 초자아를 각기 상징한다. 사람 마음은 이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어 자아가 상대적으로 그중 큰 힘을 가지고 다른 둘을 적당히 견제하고 타협시키며 나가는 것이 심리적으로 건강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 셋 사이는 관계가 늘 일정치 않고 유동적인 것이 특징이다.
소설 초반부는 아내로 상징되는 이드가 남편인 자아와 출산의무인 초자아에게 서서 히 몰려 힘이 고갈 되어가는 상황이다. 그래서 아내는 본능적 욕구충족의 좌절상황을 물기가 빠진 시멘트 건물에 비유하면서 우울(depression)로 빨려 들어간다. 그녀가 공벌레처럼 등을 꾸부정 돌돌 말고 안락의자에서 자는 모습은 흡사 태아시절 몸자세 같으며, 임상적으로는 의존우울(anaclitic depression)을 연상케 한다. 그녀는 자궁과 양수를 상징하는‘푸른빛이 감도는 벽지’로 바른 그녀의 방에서 낮에도 잠을 잔다. 그 래야만 그녀는 대양감(oceanic feeling)을 얻어 현실을 임시로 피할 수가 있다. 대양 감이란 어머니 자궁 속에 있는 태아가 느끼는 안정감을 말한다.
아내, 즉 이드는 가끔 힘을 내어 남편, 즉 자아에 반발한다.
아내는 그리고 쏘아붙였다.
“외로우니까요”
너무 필사적으로 말했기 때문에 나는 어이가 없어졌다. 아내는 대답이라도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대로 서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
아내의 시큰둥한 대답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튀어나왔다. 그런 다음 자기 의 방에 포푸리를 걸고 나와서는 무언가를 시위하는 듯한 의기양양한 표정으 로 감자를 깎기 시작했다.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아 내의 기분을 다는 몰랐지만 어쨌든 아내에게 아직도 어떤 것이 더 필요한 것 만은 느낄 수 있었다.
다음날은 월요일인데도 비가 왔다. 막히는 차안에서 나는 아내에게 무엇을 더 해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불임클리닉으 로 전화를 걸어 진료 예약을 했다. 집으로도 전화를 했다. 아내는 전화를 받았 다. 그녀는 조그맣게, 알았어요, 라고만 했을 뿐 화를 내거나 거부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나는 그녀를 위해 보편적이고 바람직한 처방을 찾아낸 데 대해 스스 로 만족했다.
그러나 자아는 이때에‘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다음 날 즉시 초자아를 동원한다. 즉 불임클리닉에 진료예약을 해버리는 것이다. 이래서 자아와 초자아의 연 합세력은 이드를 꼼짝 못하게 찍어누른다. 그 보다 먼저‘아내가 포푸리를 걸고 나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감자를 깎는다’라는 구절에서 포푸리는 추가로 얻은 이드 의 힘을 상징한다. 바람피자고 유혹하는 옆집 여자가 사 준 것이 포푸리였다. 감자를
칼로 깎는다는 행동은 공격성을 상징한다.
다시 일년이 흐르는 사이 아내의 외로움은 더 해 갔고, 동시에 옆집여자의 행동통일 하자는 유혹도 커 갔다. 그리고 아내는 불륜을 범한다. 이는 이드의 세력이 자아와 초 자아를 한때 압도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자아와 초자아는 다시 공고한 연합세력이 되 어 이드를 공격하며, 결국 이드를 없애버린다. 이것이 이야기 속에서는 남편의 살인에 가까운 분노, 아내의 죄책감과 위축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리고 끝에 가서는 아내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켜‘폐기’해 버리는 대목으로 나온다.
이제 남은 것은 자아와 초자아뿐이다. 그런 상태의 자아가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과 죄책감이다. 이것이 소설에서 남편이 아내를 입원시키고 이사짐을 떠나 보낸 뒤 혼자 차를 몰고‘아내가 좋아하던 숲길로 접어들고 나서’의 장면으로 묘사되어 있다.
길은 몹시 구부러져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험하고 좁은 숲길이다. 먼지 가 날리고 차가 심하게 흔들린다. 그냥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하며 비탈길을 돌 아서는데 갑자기 산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무덤으로 가득 뒤덮인 거대한 산, 그리고는 낮은 하늘과 귀기 어린 정적뿐이다.
… 겨드랑이가 땀으로 젖에 시작한다. 화장터와 마을이 갈라지는 길에서 팻 말에 나온다 … 무덤만이 끝날 줄 모르고 이어져 있다. 등뒤에서 와이셔츠가 땀으로 달라붙는다. 얼굴로도 땀이 흘러내린다 … 차는 비틀거리듯이 산길을 달리고 달린다.
소설의 끝은 남편이 위의 그 무서운 길을 벗어나게 되는 것으로 끝난다.
이윽고 시야가 뚫린다. 반갑게도 저 멀리에 늘씬한 포장 도로가 나타나 있다.
남편이 아내를 정신병원에 무기한 입원시켜 둘 작정이니, 이는 이들 부부에게 자식 생산의 의무를 면제시킨 결과를 가져 온 것이다. 즉 자아는 초자아에서도 해방된 것이 다. 마음이‘자아’로만 남아있는 상태가‘늘씬한 포장 도로’로 상징되고 있다. 초자아 와 이드 모두에서 해방된 자아는 부풀어 있는 자아(inflated ego)이며, 이는 조만간 조 증(mania) 상태로 가게 된다.
삭막한 남편, 삭막한 도시, 삭막한 환경 …. 이것이 생(生)의 에너지 원(源)인 이드 가 없이 단지 자아만이 남을 때의 사람 마음이라는 것을 소설은 상징하고 있다.
소설 속의 상징들
작가 은희경은 심리학에 조예가 없지 않은 듯 정신분석적으로 흥미로운 여러 가지
상징을 다채롭게 쓰고 있다. 그런 예를 몇 가지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옆집 여자의 묘사에서 그렇다. 남편이 자주 외국에 오래 나가 있는 옆집 여자 는‘빈곳이 있으면 허전해서 못 참는’ 성격이라는 구절, 그리고 옆집 여자가 얼마 전 어떤 남자 차를 받은 적이 있다는 구절이다. 차(車)란 그 주인의 몸이나 성기(性器), 특히 남성성기를 상징하며, 차 뒷꽁무니란 몸의 뒷꽁무니를 상징한다. 그리고 실수란 무의식의 그 어떤 것이 검열을 뚫고 행동화한 것을 상징한다. 따라서 성적 불만에 가 득 찬 그녀가 무의식에서 다른 남자와 욕구불만을 풀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낸 것이다.
이는 Brenner의『정신분석 서설』에 나오는 사례이기도 하다.
둘째, 주인공 부부가 불임클리닉에 차를 타고 가면서 보는 장면이다. 빨간 색과 휜 색의 두 스포츠카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경쟁하다가 한때 나란히 가면서 젊은 남녀들 이 서로 물총을 꺼내 쏘는 장난을 벌린다. 차의 상징은 앞서 말하였고, 그래서 스포츠 카란 청춘의 몸과 성기를 상징한다. 붉은 색 스포츠카란 발기한 성기를, 흰 색 차는 불 감증을 뜻한다. 물총을 쏜다함은 남성 성기의 사정을 너무도 완연히 상징하고 있다.
셋째, 아내를 태우고 정신병원으로 가는 장면이다. 이 때는 두 대의 닭장차가 앞서 거니 뒷서거니 앞에서 달려가는데, 하나는 닭으로 꽉 차 있고 하나는 비어 있다. 닭장 은 숨막히는 신도시 아파트촌 생활의 상징이며, 또한 앞으로 입원해 있을 정신병원 환 자들의 생활이다. 한편 닭장에 닭이 꽉 차고, 텅 빈 것은 삶과 죽음의 상징이다.
넷째, 아내는‘환상의 길’을 가보고 싶어한다. 그 길은 숲길이고 오솔길이요, 풀이 북 슬북슬한 방둑길로 해서 들어가는 길이요, 하얗고 알맞게 구부러졌고 꽃이 만발한 길 이다. 여성성기, 낭만, 창조성, 정열, 사랑 등의 단어를 연상케 하는 길이다. 반면 남편 은‘늘씬한 포장 도로’를 만나야 안도하는 사람이다. 창조적인 무의식 세계와 삭막한 의식세계를 대비해 상징하는 두 길이다.
여주인공의 궤도일탈 분석
「아내의 상자」 내용 속에서 여주인공은 대학입시 고사장에서 환청을 경험하면서 비 명을 질렀고, 결혼 후에도 우울에 빠져 있다가 불륜을 범하고 정신이상이 된다. 그렇 다면 주인공인‘아내’는 어떤 여자일까? 작가는 소설에서 이 아내의 배경과 성장과정 을 아주 희미하게, 아니 거의 보여주지를 않으니 우리는 이제 정신분석 입장에서 몇 가 지 단서만 가지고 그 사람됨됨이를 추측하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표면적으로 볼 때야 물론‘규격생활에 대한 분노’,‘순응에 대한 반역’,‘창조를 위한 고의적 규격일탈’ 등 등으로 멋있게 가져다 댈 수 있지만 이는 문학도나 인문사회학도가 할 소리일 뿐 정신 분석에서는 그럴 수 없다.
소설에서는 그녀 아버지에 관해서는 한 마디도 안 나온다. 있는지 없는지조차도 언
급이 없다. 어머니에 관해서는 단 한 마디가 있다. 추웠던 입시날 아침에 어머니가 추 위를 잘 타는 그녀를 위해 목이 올라오는 털스웨터를 떠서 입혔는데, 뜨개질 솜씨가 신통치 않았던 어머니는 목 부분의 고무뜨기를 너무 촘촘하게 해서 그녀는 숨이 막혀 했지만 어머니는 흐믓해 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우선 그 아버지라는 사람을 추론해 보자. 심층정신치료를 해 본 전문가로서는 환자 가 비록 자신에 관한 말을 하지 않더라도 현재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방법을 안다.
즉 지금 환자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에 관해 말하는 그 속에 대개는 환자 자신의 이 야기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휴가를 앞 둔 정신과의사에게 환자가‘옛날 내 돈 을 떼어먹고 달아난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면 의사는 이 환자가 실은‘환자의 곤경에도 아랑곳 않고 휴가 떠나는 의사인 자기를 비난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옳다 (Langs 1973). 그래서 우리는 소설 속에서 아내가 자주 한다는 미국영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영화 속 아버지는 무직자요, 알콜중독자요, 떠돌이였다. 그리고 억척스런 어머니가 세 자식을 갖은 욕을 퍼부으며 혼자 키우다가 어느 날 죽는다. 그 런고로 우리는‘아내’의 친정아버지가 그와 비슷하다고 추측해야 하며, 그러면서도 마 음속으로 자식을 그리워하고 자식 또한 그런 아버지를 못내 그리워하고 동정한다고 추 측해야 한다.
‘아내’의 친정어머니는 그래서 아마도 억척스럽고,‘매섭게’ 딸을 키웠을 것이다. 뜨 개질 솜씨가 없다는 것은‘예술적이지 못하다’는 뜻이며, 딸을‘낡은 건물 삼층에 있 는 추운 화실’에 다니게 했다는 것은 돈에 여유가 없었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어머니 는 재수 대신 곧바로 전문대학 비서학과를 보내 제 밥벌이를 시키려 한 것이다.‘아내’
의 음식솜씨가‘얌전한 편’이라는 것은 친정어머니가 그랬을 것을 짐작케 한다.
아내가 거론하는 미국영화 속 세 자식은 결국 그녀 자신을 상징한다. 한 자식은 거 세당했으니 이는‘아내’의 불임증을 상징하며, 한 자식은 자폐증에 걸리고 말았으니 이 역시 외출을 싫어하고, 친구가 아주 적고, 공벌레처럼 낮에도 깊은 잠을 자고, 평소에 도 말을 잃은 듯 생활하는‘아내’의 상태와 같다. 또 다른 자식은‘규격밖으로 나오려 다’ 양부모에게 맞아 죽었다니 이 또한 불륜으로 궤도일탈한 대가로 남편에게 용도폐 기 되는‘아내’와 같다.‘ … 나는 아내를 그곳에 버리고 왔다. 차마 죽여 버릴 수는 없 다고 마음먹었으면서 그렇다고 죽이지 않은 것도 아니다’라고 남편이 이사가기 직전 속으로 중얼대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가.
무능하고 나태한 아버지, 그리고 매사를 그냥 넘기지 않는 매서운 어머니 밑에서 가 난하게 자라며‘아내’는 부모에 대해 양가감정을 지니게 되었다는 추론이 그래서 나 온다.‘아내’는 의식에서는 아버지를 미워하고 어머니를 따르지만, 무의식에서는 그 반대의 정서를 가지고 컸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그녀의 갈등은 고3 겨울 추운 화실에 서‘오른 뺨으로는 난로 위에서 끓어대는 주전자의 뜨거운 김을 쐬고, 왼쪽 뺨으로는
매서운 찬바람을 맞아가며 … 그녀는 주전자의 뜨거운 물을 찬바람에 알맞게 식혀 그 물로 두통약을 삼키곤 했다는 구절로 나와 있다. 뜨거운 것은 그녀가 아버지에 대해 지닌 감정이요, 찬바람은 어머니에 대한 감정이요, 두통은 그녀의 부모 모두에 대한 제각기 다른 양가감정에서 오는 심리갈등의 표현이요, 두통약은 이런 갈등과 좌절에 대한 타협이요, 미봉적인 해결책이었다.
한편 아버지, 미술대학, 예술적 정열은 그녀의‘이드’를 상징한다. 그리고 어머니, 현 실생활, 목을 조이는 냉랭함은 그녀의‘초자아’다. 막강한 초자아와 이드 사이에 끼인 그녀의 자아가 취할 해결책으로서는 미술대학 실기 시험장에 나가긴 했어도 병 때문 에 어쩔 수 없이 도중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래 야 그녀의 이드와 초자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녀의 환청과 비명의 숨은 심리적 원인이다.
또 말을 바꾼다면 그녀는 아버지에 대한 막강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사로잡혔고, 거기서 오는 죄책감에도 시달렸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그녀가 뒤에 만나 불륜을 범하는 상대방 남자는 그녀에게 친정아버지 비슷한 전이(transference) 를 일으켜 주었을 법한 남자였을 것이다. 즉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주고, 심심할 때 말 을 걸어주고 하는 남자였을 것이다. 그녀가 입원하던 날 아침에 왔던‘장난전화’의 의 미가 거기에 있다 하겠다.
본 작품에 관여한 창작심리(創作心理)
『정신분석에서 쓰는 꿈 해석 기법』에서 Freud(1911)는 말하였다. 환자가 같은 날 꾸었다고 말하는 일견 다르게 보이는 꿈들은 모두가 서로 연결된‘하나의 꿈’이며, 또 다른 날 제각기 꾼 꿈들을 같은 분석치료 시간에 말하는 것도 실은 모두가 서로 연결 된‘하나의 꿈’이라고.
이번에는 이 작품「아내의 상자」에 관여한 작가의 창작심리 일단을 살펴보자. 그런 데 그 어느 작가가 실은 내 속뜻은 이러이러한 것이 있어서 그렇게 썼다고 뒤에 말하 겠는가. 또 설령 작가 스스로 그런 말을 했다손 치더라도 정신분석 입장에서는 그것을 진실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 작가 은희경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보여주는 것이 없 다. 그런데 천만다행하게도 작가가 이상문학상을 수상 받은 즉시 그 상을 주관하는 문 학사상사(文學思想社)에서 출판한『1998년도 제22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에「아 내의 상자」와 더불어 작가의 짤막한「수상소감」과 8쪽 분량의「나의 문학적 자서전」
이 실려 있는 바, 이 것들을 다른 시기에 꾼 꿈들이라도 같은 분석시간에 보고하면 모 두가 연루된 하나의 꿈이라고 앞서 말한 Freud의 꿈 해석방식을 도입하면 다소간「아 내의 상자」 창작심리와 연관된 무의식의 편모를 내포한다고도 생각된다. 따라서 저자
는 이것을 자료로 삼으려 한다.
「수상소감」에서 작가는 자문자답 형식으로 왜 소설을 쓰느냐는 질문에 그것이‘나’
이니까, 자기에게 소설은 여전히‘나’이니까 그렇다고 말한다. 그러나 몇 줄 더 내려 가서 작가는 자기 아버지는 논리적이고 강인하며, 어머니는 성실하고 감성적이며, 자 기에게는 아들과 딸이 있다는 말을 씀으로서「아내의 상자」에 나오는 여주인공과는 정반대의 가족사항을 독자에게 알려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나의 문학적 자서전」에 의하건대 작가는 열 살 까지 외가집에서 부모동생과 함께 살다가 아버지의 토건회사와 붙어 있는 안집으로 따로 이사 나왔고, 중학교 일학년 때 아버지 회사가 부도가 나서 내성적인 성격을 지닌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작품에 서와는 달리 자서전에서 작가는 어머니에 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는 대신 아버지에 관한 것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아버지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으며, 아버지 회사 는‘노가다판’이었고, 일꾼들은 월급날에 어쩌다 아버지가 늦게 오면 뒤에서 아버지를 사기꾼이라든지 개새끼라고 욕을 했다는 구절이 있다. 이렇게 볼 때 작품「아내의 상 자」에 나오는‘아내’의 성장배경은 아버지 회사가 부도를 낸 후의 작가의 중학교시절 과 닮은 점이 많다. 즉 토건업,‘노가다판’, 봉급생활자와 다른 비규격생활자, 사깃꾼, 빚쟁이의 발길질, 피신, 무능력자, 규격일탈자 같은 단어가 당시 작가의 친정아버지에 연관된 이미지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의 친정어머니는 작가가 말했듯이‘먹 고사는 궁리로 괴롭고 고달파진 바람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매섭게 자식들을 다루었을 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 속 아내가 궤도일탈하듯 청소년기 작가는‘불량학생이 되 어 보고 싶었을 정도’였다고 술회한다.
「문학적 자서전」에서 은희경은 80년대와 90년대 초반을 생활인으로서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썼다. 문학적 자질을 초등학교시절부터 인정받았었고 대학원을 나온후 이 십대에 이미 소설가로 되어 있었어야 할 터인데, 결국 근 십오년을 작품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작품생산 없음’이 소설에서는 불임증으로 나왔고, 주인공인‘아 내’의 점점 짧아지는 노랑색 몽당연필이 실은 이 예비작가가 일산 아파트에서 몰래 써 온 노트북과 일기장, 그리고 메모집용 이었을 것이다.「자서전」에서 작가는 말한다.
1994년 가을, 다니던 출판사에 한달 휴가를 내고 가방을 챙겼다. 노트북과 열 권 정도의 책, 지난 십 년간의 일기장, 낡은 메모집, 그리고 시디 몇 장과 옷가방을 차 트렁크에 실으며 내 가슴은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던가. 반시간을 가도 차 한 대를 만날까 말까 한 처음 가보는 산길을 한밤중에 혼자 운전해 가 며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얼마나 소리 높여 노래를 불렀던가 ….
나는 달력 속의 날짜를 지워 가듯 종일 구부린 자세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
이 구절은 소설 속 여주인공 인생과 대비를 이룬다. 소설에서는‘아내’가 남편에게
끌려 대낮에 산 속 길을 달려가 임신 출산과는 인연을 끊는 정신병원 입원생활을 하는 데, 현실의 은희경은 밤에 혼자 차를 몰고 산 속 길을 달려 창작을 하기위해 절(寺)로 간다. 비슷한 것은‘아내’의 평소 공벌레같은 자세로 쭈구리고 자는 자세와 작가가 절 간 방에서 면벽하고 종일 키보드를 치는‘구부린 자세’다.
산 속 절로 달려가며 느끼는 작가의 두려움이 작품에서는 남편이 이사 짐을 보내고 혼자 산 속 공동묘지들을 지나면서 느끼는 두려움으로 표현된다. 그리고‘차라리 그냥 무난하게 살겠다’고 도중 포기하고 되돌아오고 싶은 강한 유혹이 작품에서는 남편 입 장에 서서 맨 끝 구절인‘반갑게도 저 멀리에 늘씬한 포장도로가 나타나 있다’로서 표 현되고 있다.
끝으로 작가가 작품 속‘아내’가 청소년시절 대학입시를 보던 날 듣던 환청 내용을 왜 하필‘물이 새서 흐르는 소리’라고 골라 썼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여러 가지 형 이상학적 추측이 가능하고, 특히 생명의 근원으로서‘햇빛과 물’의 중요성을 드는 것도 그럴 듯 하겠으나 저자의 생각으로는 작가의 아버지 토건회사가 부도 맞던 전후로 해 서 토건업자의 악몽인‘지은 건물에 물이 샌다’는 상황에 관한 말들을 무수히 들었을 현실적 가능성을 그중 으뜸으로 꼽겠다. 집에 물이 샌다면 토건업은 때에 따라 재기불 능의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References
강상희(1998):현대적 삶의 숙명―희망과 절망의 정지된 변증법. 제22회 이상문 학상 수상작품집. 서울, 문학사상사. pp407-417
권영민(1998):심사평. 제22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서울, 문학사상사. pp16-17 이어령(1998):심사평. 제22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서울, 문학사상사. pp8-9 이재선(1998):심사평. 제22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서울, 문학사상사. pp10-11 Freud S(1911):The handling of dream-interpretation in psycho-analysis. SE.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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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gs RJ(1973):The technique of psychoanalytic psychotherapy. New York, Jason Aronson, Volume one. pp277-363
ABSTRACT
Hee-Kyeong Eun’s Short Story, My Wife’s Box, and the Structural Model of the Mind
Doo-Young Cho, M.D.
The Structural Theory of Freud is relevant in understanding the psychodynamic aspect of human psychology. The theory clearly explains the phenomena that the inflation of the ego brings about mania and consequently a dull and emaciated life, the inflation of the superego causes depression and withdrawal, and the symptom of the over-dominance of the id is antisocial acting-out resul-ting in a disastrous life.
In this respect, the short story “My Wife’s Box” by the Korean writer Hee-kyeong Eun, the winner of 1998 Yi-Sang Award, can be taken as an exemplary work in which the Structural Theory is dramatically articulated. The plot of this story is as follows:
A young housewife in her twenties, who has been married for about 5 years, is living in a high-rocketing apartment complex of newly developed bedtown. She finds no comfort in the atmosphere of city and longs for a life in harmony with nature. She wants to live passionately and artistically with her husband. On the other hand, her husband is not the one who can satisfy her psychological needs. He can be described as a workaholic, and a conformist. As a mid-executive for a company, his highest value is money and efficiency. Owing to the wife’s infertility, they have been under treatment at an infertility clinic for many years. As its emotional side effects, she is suffering from depression and anorgasmia. When the wife complains of her loneliness, the husband hurries to make an appointment for the infertility treatment, and then as a mechanical sequence, they have a sexual relationship following the direction of the doctor. This repressed peaceful life faces its crisis when she succumbs to the temptation of her neighbor housewife and comes to have an extramarital affair. When her secret adultery is found out by the husband, she falls into the deep depression and state of dissociation. Anger, jealousy, and revengefulness along with the wife’s psychiatric disorder make the husband hospitalize his wife into a mental hospital and move out of their nest. On the move, he loses his way and strays in the muddy mountain road. He has an attack of fear at the sight of the endless tombs of cemetery, and is relieved when he sees a well-paved road ahead of him.
In this story, the wife represents id while the husband symbolizes ego and the sense of duty to have a baby stands for superego. In the beginning, we see the wife under
the anaclitic depression, which results from the pressure on the id by the united force of ego and superego. The protest and adultery of the wife in the middle of the story show the antisocial acting-out resulting from the explosion of the bottled-up id. The following hospitalization of the wife by the husband is the punishment of id by ego and superego. After the repression and imprisonment of id, only superego and ego remain in tension, and in this stage comes up the fear of castration, which is sym- bolized by the fear of the husband in the cemetery. His relief at the sight of the asphalt road is the joy of freedom of the husband(id) liberated from the sense of the duty to have a baby(super ego), but it also foreshadows his future barren life. In conclusion, this story shows that the ego without id, the source of psychic energy, cannot survive.
KEY WORDS:Literature·Psychoanalytic·Critic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