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탄소나노튜브는 탁월한 물성과 다양한 응용 가능성 을 가지고 있어, 나노테크놀로지를 대표하는 상징적 인 물질로 인식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를 합성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며 계속적으로 새로운 합성법이 소개되고 있다. 현재까지 주로 사용되고 있는 합성법 은, 아크 방전법, 레이저 증발법, 화학기상증착법 (CVD), 화염합성법 등이 있다. 탄소나노튜브의 합성 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합성온도가 높 을수록 결이 좋은 탄소나노튜브가 얻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탄소나노튜브를 용융점이 낮은 기판과 접목 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미리 고온에서 합성한 탄소나 노튜브를 사용하여야 한다. 그러나, 탄소나노튜브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sub-마이크로 스케일에서는 특수 한 장비를 활용하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최근에는 자기조립에 의해서 탄소나노튜브를 원하는 위치에 배 열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으나, 실질적인 디바이스 의 제조공정이 되기에는 아직 신뢰성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나노튜브와 같이 크기가 작은 재료는 thermal fluctuation이 큰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원천적으로 문제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탄소나노튜브를 용융점이 낮은 기판상에 직 접 합성하는 방법도 꾸준히 연구되어 왔다. 낮은 온도 에서는 결정성이 낮은 탄소나노튜브나 비정질의 탄소 가 생성되므로, 이를 보상하기 위하여 플라즈마를 사 용하여 미리 활성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고가의 진공장비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 인데, 이 경우 기판의 크기를 비롯하여 여러가지 공정 상의 제약이 생긴다.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한 합성법의 개발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며, 1999년에 삼성전자에서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평판 디스플레 이를 개발하였다는 발표에 자극을 받아서 연구가 시 작되었다. 삼성전자의 발표로 인하여 이 분야의 연구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800℃에 달하는 합 성온도를 유리기판을 사용할 수 있는 550℃ 이하로 내리는 것이 당시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물론, 삼성의 스크린 프린트법은 미리 합성된 탄소나노튜브를 사용 하므로 합성온도가 큰 제약조건이 아니었지만, 직접 합성법을 채택한 다른 많은 회사들은 저온 합성법의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본 연구팀은 이 분야의 후발주자였으므로, 점진적인 개선 노력으로는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완전히 새 로운 발상을 시도하였다. 본 연구결과는 발상의 전환 (brainstorm)과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basics) 가 성공적으로 결합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단계 개발 과정
탄소나노튜브의 합성 반응은 몇 개의 단계로 나눌 수 있다. 탄화수소의 분자는 금속 촉매의 표면에 부착 된 후, 고온으로 인한 열 에너지와 금속 촉매의 작용 으로 인해서 수소를 잃고 순수한 탄소로 전환된다. 이 탄소는 금속 촉매의 내부로 용해되거나 표면을 따라 서 확산된 후 촉매로부터 다시 탄소로 석출되게 된다.
이 과정은 설탕이 물에 용해된 후 재결정되는 것과 동 일하며, 따라서 탄소 원자들이 잘 배열된 탄소나노튜 브가 생성되는 것이다. 저온 반응의 경우, 탄소 원자의 배열이 완전하지 않아서 생성되는 탄소나노튜브의 결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한 탄소나노튜브 합성법 개발
이 건 홍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email protected]
이 좋지 않고, 심지어는 아몰퍼스의 탄소나 탄소 입자 등이 함께 생성되기도 한다.
저온에서 탄소나노튜브를 합성하면서도 나노튜브 의 품질 저하를 막을 수는 없을까? 이것은 사실 나노 튜브 생성의 기본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불가능 한 목표이다. 그러나, 목표를 좀 더 정확하게 정의해 보면, 우리는 저온의 기판을 사용하려는 것이지 저온 에서 나노튜브를 합성하려는 것은 아니다. 언듯 생각 하기에는 비슷한 듯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다 른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다. 삼성의 스크린 프린트법 은 이런 차이점을 적극 활용한 것이지만, 직접합성법 에서도 이런 차이점을 명확히 인식하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
탄소나노튜브의 합성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한 것은, 탄화수소가 금속촉매에 부착되는 첫번째 단계이다.
즉, 이 반응은 촉매의 표면반응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리 탄화수소 기체를 가열할 필요가 없고, 촉매만 가 열된 상태로 유지하면 된다는 것이다. 사실, CVD법에 서 균일한 막을 얻기 위해서는, 기상에서 반응이 일어 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고 기판의 표면에서 반응이 일어나도록 해야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플라즈마를 이용하면 기상에서 생성된 활성기들이 촉매 표면에 도달하기 전에 재결합하여 결정성
이 나쁜 탄소나노튜브가 생기기 쉽 다. 이는 활성기들의 mean free path가 상압에서 수십 나노미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Mean free path는 압력에 반비례하므로, 활성 기가 서로 충돌하기 않고 촉매표면 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매우 큰 고진공이 필요하다. 따라서 플라즈 마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최상 의 선택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 다. 플라즈마를 촉매가 위치하는 기판에 근접시켜 발생시킬 수도 있 으나, 이 경우 플라즈마가 기판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기 는 어렵다.
추구하는 목표가 명확해지면서 다음 단계는 수월하 게 진행되었다. 촉매만 가열하고 반응기체와 기판은 가열하지 않는 방법을 찾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자연 스럽게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도 출되었다. 사실, 마이크로웨이브는 금속의 표면에서는 주로 반사되므로 금속의 가열에 이용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또 한번의 발상의 전 환이 있었다. 금속의 표면은 완전히 평탄하지 않으므 로 금속 표면의 특정한 지점에서 마이크로웨이브 에 너지가 집중적으로 반사되어 마이크로 아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금속 성분을 조리용 전자레인지에 넣고 마이크로웨이브를 가할 때, 금속의 표면에서 불 꽃이 튀는 현상을 목격한 경험을 대부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탄소나노튜브의 합성법 중에서 가장 온도가 높은 것이 아크 방전법이므로, 마이크로 아크를 이용 하면 아주 질이 좋은 탄소나노튜브를 합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아크의 크기가 작으므로 발생한 열량이 작을 뿐만 아니라, 반응시간이 짧아서 열전달 이 일어날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므로, 기판을 상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림 1]은 이러
그림 1.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한 탄소나노튜브 합성 매카니즘.
한 생각을 모식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첫 실험은 조리용 전자레인지를 개조하여 진행하였 다. 마이크로웨이브가 집중되는 위치에 석영으로 된 반응기를 설치하였으며, 이 반응기 속에 촉매가 발라 져 있는 유리 및 고분자 기판을 넣고 아세틸렌과 수소 의 혼합가스를 흘리면서 마이크로웨이브로 가열하였 다. 놀랍게도 이 간단한 장치에서 매우 품질이 좋은 탄소나노튜브가 성공적으로 합성되었다.
[그림 2]는 다양한 기판 위에 직접 합성된 탄소나 노튜브의 SEM 사진들이다.
마이크로웨이브 합성법은 다른 합성법이 가지지 않 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마이크로웨이브를 흡수하 지 않는 고분자 기판 상에 탄소나노튜브의 직접 합성 이 가능하여 유기전자소자와 나노튜브의 접목이 가능 하다는 것이다. 또한, 합성의 온도가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합성된 탄소나노튜브 자체가 마이크로웨이브 를 흡수하여 self-annealing이 되므로, 합성된 탄소나 노튜브의 품질이 매우 우수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장 점들과 더불어, 대용량의 마이크로웨이브 조사 장비 가 이미 산업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 할 때,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한 탄소나노튜브의 합 성법은 장차 탄소나노튜브 합성의 새로운 방법중의 하나로 정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2단계 개발 과정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한 탄소나노튜브 합성법이 처음 실험실에서 개발된 시점은 2000년 봄이었다. 이 후 재현 실험과정을 거친 후 한국, 일본, 미국, 중국 및 EU에 특허를 신청한 것은 2001년 여름이었으며, 후 속 연구를 위한 연구비를 구하지 못하여 사실상 연구 가 중단되었다. 2002년 5월에 재료과학분야의 권위지 인 Advanced Materials에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으며 (Adv. Mat., 1144, 676(2002)), 이를 주목한 미국 공군 연구소(Air Force Research Laboratory, AFRL)에 서 세미나 요청이 있었다. 미국 오하이오주의 데이튼 에 위치한 미국 공군연구소에서 2시간에 걸친 세미나 를 마치고 나서, 연구비 신청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 다. 2003년에 한국과 일본 특허가 등록되었으며, 9월에 는 미국 공군연구소의 동경 분소인 Asian Office of Aerospace Research and Development(AOARD)에 서 기초연구비를 지원하기 시작하였다. 조리용 전자 레인지를 이용하는 실험에서는 탄소나노튜브가 늘 합 성되지는 않았다. 조리용 전자레인지는 주어진 공간 을 균일하게 가열하는 것이 목적이어서 마치 산탄총 처럼 마이크로웨이브를 사방으로 살포하기 때문이다.
보조 촉매인 황을 첨가한 실험에서도 합성시간이 10 분 이상 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아크 방전이 일어 나는 시간이 10-6~10-3sec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볼 때, 조리용 전자레인지가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 그림 2. 마이크로웨이브 직접 조사에 의해 합성된 탄소나노튜브.
그림 3. 마이크로웨이브 직접 조사 장치 설계도.
그림 4. 마이크로웨이브 합성 장치 사진.
을 알 수 있다.
충분한 연구비가 확보되었으므로 좀 더 체계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하여 상업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마이크로웨이브 부품들을 구매한 후 새로운 장치를 설계하고 제작하였다. 이 장치는 2KW의 마그네트론 을 장착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웨이브를 샘플에 집중시 키기 위한 반사판을 가지고 있다. [그림 3] 및 [그림 4]는 각각 새로운 장치의 설계도 및 실제 사진이다.
새로운 장치를 이용한 실험은 성공의 연속이었다.
우선, 합성 시간이 수 초로 짧아졌으며, 이러한 신속한 반응으로 인하여 열전달이 일어날 시간이 부족하므로, 고분자 기판의 손상이 최소화되었다. 따라서, 최초의 목표였던 flexible field emitter를 제작할 수 있었고, 미국화학회지에 결과가 발표되었다(JACS, 112277, 8234(2006)). 현재까지 이 장비를 이용하여 합성된 물질은 탄소나노튜브, 실리콘 나노와이어, 실리콘 카 바이드 나노화이버, 크롬 나노와이어, 골드 나노와이 어 등이며, 최근에는 탄소섬유의 표면 개질에도 적용 하고 있다. [그림 5]는 표면이 개질된 탄소섬유의 사 진인데, 30초 정도 마이크로웨이브를 가하면 표면의 거칠기가 약 40배 정도 증가한다. 이러한 표면을 가진 탄소섬유는 매트릭스 고분자와의 결합강도가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한 탄소나노튜브 합성법의 개발은, 발상의 전환이 결실을 맺은 예이며, 기본에 대 한 심도 있는 이해가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외국에서
이루어진 연구를 추적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연구들이 최근 많아지고 있는데, 이 연구도 그러한 예가 될 것이다. 이 연구의 성공은 많은 대학원생들의 노력이 바탕이 되었다. 특히, 1단 계 연구를 담당하였던 홍은화 박사(당시 박사과정), 2 단계 연구를 담당하였던 윤범진군(석사 학위 후, 현재 미국 유학중)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이 연구는 결코 성공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감사의 글
이 연구를 지원한 일진나노텍 및 AOARD(Asian Office of Aerospace Research and Development)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 연구에 참여한 대학원생들은 BK21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림 5. 표면이 거칠게 변형된 탄소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