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판례리뷰
재해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고용유지의무
- 대법원 2016. 4. 12. 선고 2015두45113 판결 -
【판결요지】
재직 중 (업무 외 원인으로) 장애를 입은 지방공무원이 그 장애로 인하여 지방공무원법 제62 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직무를 감당할 수 없을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장애의 유형과 정 도에 비추어, 장애를 입을 당시 담당하고 있던 기존 업무를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만을 기준으 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공무원이 수행할 수 있는 다른 업무가 존재하는지 여부 및 소속 공무원의 수와 업무 분장에 비추어 다른 업무로의 조정이 용이한지 여부 등을 포함한 제반 사 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원고는 소방공무원으로서 개인적인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를 입은 후 「지방공무원법」 제 63조 제1항 제1호에1) 따라 휴직을 명받았고, 그 후 장애에 따른 업무 수행 불가를 이유로 동법 제62조 제1항 제2호에2) 의해 직권면직되었다. 원고의 직권면직취소 청구에 대법원은 직권면 직의 사유인 동법 제62조 제1항 제2호의 ‘직무를 감당할 수 없을 때’에 원고의 상황이 적용되 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① 원고가 휠체어 등 보조기구를 이용할 경우 소방공무원의 업무 중 현장 활동을 제외한 행정이나 통신 등의 내근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이고,
1) 제63조(휴직) ①공무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임용권자는 본인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휴직을 명하여야 한다.
1. 신체․정신상의 장애로 장기요양이 필요할 때
2) 제62조(직권면직) ①임용권자는 공무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에는 직권으로 면직시킬 수 있 다.
1. (생략)
2. 휴직기간이 끝나거나 휴직사유가 소멸된 후에도 직무에 복귀하지 아니하거나 직무를 감당할 수 없을 때
② 인천광역시 소속 소방공무원의 수와 그 업무 분장에 비추어 원고로 하여금 위와 같은 내근 업무만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고가 위의 ‘직무를 감 당할 수 없을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본 사안은 원고인 지방공무원이 업무 외의 사유로 재해를 입은 경우로, 장애로 인한 휴직 후 더 이상 본래의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직권면직의 사유인 ‘직무를 감당할 수 없을 때’의 해석이 쟁점이 되었다. 대법원은 ‘직무’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하여 해당 공무원이 당시 수행하 던 직무 외 연관된 업무를 담당할 능력이 있으며 그에 대한 정원 등 제반 사정이 허락된다면
「지방공무원법」 제62조 제1항 제2호의 ‘직무를 감당할 수 없을 때’에3)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 았다.
여기서 인적 범위를 확대해 보면 공무원을 포함한 일반 근로자가 업무 내외의 이유로 재해 를 입어 본래의 업무를 담당할 수 없을 경우, 국가 등 사용자는 해당 근로자에게 경이한 업무로 의 전환을 해줄 의무가 있는지가 문제된다. 경이한 업무로의 전환 의무란 사용자가 해당 근로 자를 해고하지 않을 것, 즉 사용자의 재해 근로자에 대한 고용유지의무로 귀결된다.
먼저 현행 법제를 살펴보면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은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하나 “다만, 사용자 가 제84조에 따라 일시보상을 하였을 경우 또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한시적인 것으로 해당 근로자가 휴업 후 직장으로 복귀한 다음 30일이 지나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통상해고를 실시할 수 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해 동 조항은 사용자의 재해 근로자에 대한 경이한 업무로의 전환 의무 또는 고용유지의무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외 재해 공무원과 근로자에 대한 경이한 업무 전환 등 고용 보호에 관한 법령은 보이지 않는다.4) 본 사건의 「지방공무원법」 제62조 제1항 제2호와 「국가공무원법」 제70조 제1항 제4 호는 직권면직 사유를 규정한 것으로 대법원의 해석을 통해 간접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직접적 인 고용유지의무 규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법령상 보호 규정이 없거나 직장 내 취업규 칙 또는 단체협약과 같은 집단규범이 없다면, 이는 사용자(국가 포함)와 근로자(공무원 포함) 간의 근로계약의 해석 문제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5)
3) 「국가공무원법」은 제70조 제1항 제4호에서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4) 다만, 「산업안전보건법」 제43조 제5항은 “사업주는 제1항․제2항 또는 다른 법령에 따른 건강진단 결과 근로 자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작업장소 변경, 작업 전환, 근로시간 단축, 야간근 로(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사이의 근로를 말한다)의 제한, 작업환경측정 또는 시설․설비의 설치․개선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재해 이전의 예방적 조치로서 본 사안의 재해 근로자의 고용유지의무와는 다른 성격의 것이다.
5) 이에 대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에 따른 차별금지(모집․채용, 임금 및 복리후생, 교육․배치․승진․전보, 정년․퇴직․해고) 조항에 따라 사용자의 고용유지의무를 도출하고자
근로계약의 주된 내용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업무의 종류 및 내용과 사용자 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의 내용과 근로시간 등 기타 근로조건에 관한 것이다. 「근로기 준법」 제17조 제1항은 근로계약의 주요 내용들을 명시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계약 서에 모든 근로조건들을 다 명시할 수 없으며 사용자는 계약법상의 신의칙에 따른 부수적 의 무를 부담한다.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부수적 의무의 내용으로는 ‘안전배려의무’를 중심으로 노무수령의무, 인격배려의무가 거론된다.6) 여기에 재해 근로자의 ‘고용유지의무’에 대한 논의 는 거의 없다.
만일 사용자의 부수적 의무에 재해 근로자에 대한 고용유지의무를 포함한다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사용자의 재해 근로자에 대한 경이한 업무로의 전환 등은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선처’가 아니라 근로자의 계약상의 ‘권리’가 된다. 따라서 근로자는 사용자에게 고용유지를 주장할 수 있고 위반 시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한 채무불이행 책임을 지게 된다. 이는 사용자에 게 불의의 위험원으로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재해 근로자의 고용보호 또한 필요하기 때문에 양자의 이익을 조화롭게 해석할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본 사건의 대법원의 판시를 실마리로 사용자의 부수적 의무로서 재해 근로자의 고용유지의 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재해의 원인이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것인지부터 구분하여야 한다. 만일 근로자의 재해가 업무상 재해라면 사용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하다 재해를 입은 근로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할 의무를 부담한다. 사용자의 근로계약상 부수적 의무는 근로 계약이 가지는 특성, 즉 근로자가 장기간 인격 및 신체와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는 노동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7) 이렇게 사용자는 자신과 근로자의 인격적 결합에 따른 신뢰를 보호할 의 무를 지며 그 중 한 형태가 ‘안전배려의무’이다. 안전배려의무의 파생적 내용으로 근로자는 재 해 근로자에 대한 ‘고용유지의무’를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단,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의 반대 해석으로 재해 근로자의 휴업 기간과 그 후 30일 지나면 해고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제상 무조건적인 고용유지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대법원의 해석을 참고하여 사업
하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차별금지(평등권 침해 금지)는 차별의 비교 대상, 즉 비장애인의 상황을 전제로 한 다. 예를 들어, 동일한 업무능력 수행을 보인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임금차별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비장애인이 장애 외의 사유로 본래의 업무를 수행할 수 없더라도 경이한 업무로의 전환 등 고용을 유지한다는 관행,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동법 제10조에 따른 차별금지로 장애 근 로자를 해고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 참고로 동법 제11조 제1항은 시설과 장비의 설치와 개 조, 근무시간의 변경 등 장애인이 해당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근로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제공을 사용자가 할 것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근로계약상의 본래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의 편의 제공으로 재해 근로자의 장애를 이유로 한 업무 전환에 관한 규정은 아 니다.
6) 김유성(2005), 「노동법 I」, 법문사, p.54; 노동법실무연구회(2010), 「근로기준법주해 I」, 박영사, p.150(해당 부분 은 권두섭 집필); 임종률(2015), 「노동법(제13판)」, 박영사, p.346.
7) 임종률(2015), 위의 책, p.346.
장의 제반 환경이 해당 근로자의 업무와 관련하여 경이한 업무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면 사용자 는 업무상 재해 근로자의 고용유지의무를 부담하여야 한다. 단, 사업장의 제반 사정에서 전환 업무의 정원은 고려사항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만일 근로자의 재해가 업무 외의 사유라면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신뢰 보호는 약해질 수 밖에 없다. 근로자 자신에게 발생한 사유로 근로계약상의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근로자 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로계약상의 업무가 어느 범위로까지 구체화되어 있는지 를 살펴보아야 한다. 만일 근로자가 전문자격증 등을 요구하는 고도의 전문직이라면 사용자는 처음 계약했던 근로계약의 신뢰를 보호받아야 한다. 따라서 이 경우 경이한 업무로의 전환 등 고용유지는 사용자의 의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만일 근로계약 시 근로자의 업무가 보직 변경 등이 예상되는 일반적인 경우라면 사용자는 근로계약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계속 근로자 의 고용유지 의무를 부담하여야 한다. 단, 근로자의 잔존 노동능력으로는 다른 업무를 맡을 수 없는 것이 ‘명백히’ 입증될 경우에는 예외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논쟁을 종식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의 개정 등 관 련 법령의 제․개정일 것이다.8) 그 전까지는 사용자의 근로계약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사용자 와 근로자의 신뢰의 해석 문제로 나아갈 수밖에 없고 본 사건의 대법원의 해석은 하나의 지침 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양승엽(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전문위원)
8) 단, ‘노력하여야 한다’는 주의 규정이 아니라 강행 규정이어야 한다.
근로시간 면제제도와 부당노동행위
-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3두11789 판결 - - 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4두11137 판결 -
【판결요지】
비전임 조합간부가 유급으로 노동조합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노조법 제24조 제4항에서 정한 근로시간 면제 한도 내로 제한하지 않고 이를 초과하는 것까지 허용하고 있는 단체협약 조항은 노조법 제24조 제4항, 제81조 제4호에 위배된다.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3두11789 판결)
근로시간 면제자에 대한 급여 지급이 과다하여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시간 면제 자가 받은 급여 수준이나 지급 기준이 그가 근로시간 면제자로 지정되지 아니하고 일반 근로자 로 근로하였다면 해당 사업장에서 동종 혹은 유사업무에 종사하는 동일 또는 유사 직급․호봉 의 일반 근로자의 통상 근로시간과 근로조건 등을 기준으로 받을 수 있는 급여 수준이나 지급 기준을 사회통념상 수긍할 만한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할 정도로 과다한지 등의 사정을 살펴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4두11137 판결)
대상판결인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3두11789 판결과 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4두 11137 판결은 각각 단체협약 시정명령․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에 대한 취소 소송의 판결 로 각 판결별로 다양한 쟁점이 있으나, 본 리뷰에서는 그 중 근로시간 면제제도 운영에 있어서 의 부당노동행위 판단 기준에 관한 쟁점만을 그 대상으로 한다.
먼저,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3두11789 판결을 살펴보면, 시정명령 대상이 되었던 단체 협약 제10조는 “회사는 비전임 조합간부 전체에 대하여 지회장의 공식요청에 따라 협의 후 근 무 중 조합활동시간을 부여한다. 단 협의는 하되 8시간 이내 각 부서로 통보하며 사외활동의 긴급한 상황 시 지회장 승인 후 차상급자에게 통보 후 조합활동을 하며 근무하지 못한 시간 및 일수를 근무한 것으로 인정하고(야간 작업자가 주간활동 시 월 2회, 1회당 최고 2시간씩의 추가 잔업 인정) 불이익 처분을 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노동관청은 이 조항에 대 해 비전임 조합간부의 조합활동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으므로, 노동조합의 운영비 를 원조하는 것을 금지하는 노조법 제81조 제4호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여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 사건 시정명령에 대해 원심(서울고등법원 2013. 5. 15. 선고 2012누33548 판결)은 “비전임 조합간부의 조합활동이 사용자와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등 노동조합법 또는 다 른 법률에서 정하는 업무와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관리업무에 해당
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법 제24조 제4항에 따라 근로시간 면제 한도 내에서 허용되고, 이러한 경우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 단서에 따라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데 피고는 이 조항에 따른 비전임 조합간부의 활동시간이 노동조합법 제24조 제4항에 따른 근로시간 면 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근로시간 면제 한도 내에서 허용되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이 조항에서 위와 같은 활동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 모두를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로서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에 의해 금지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 한다고 단정하였으므로, 이 조항에 대한 시정명령 부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대상 판결은 “이 사건 단체협약 제10조는 비전임 조합간부가 유급으로 노동조합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노동조합법 제24조 제4항에서 정한 근로시간 면제 한도 내로 제한하지 않고 이를 초과 하는 것까지 허용하고 있으므로 노동조합법 제24조 제4항, 제81조 제4호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 고, 피고는 원심에서 위 조항에 대한 시정명령의 근거로 노동조합법 제24조 제4항이 정하는 근로시간 면제 규정 위반을 추가하기도 하였으므로, 그에 대한 피고의 시정명령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과 대상판결이 시정명령에 대해 서로 다른 판단을 하였는데, 다르게 판단한 주된 이유는 원심과 대상판결이 근로시간면제제도와 경비원조로서의 부당노동 행위에 대한 관점의 차이라기보다 대상 단체협약에 대한 해석의 차이로 이해할 수 있다. 대상 단체협약은 비전임 조합간부의 노조활동을 보장하면서 조합활동을 한 시간 및 일수를 근무한 것으로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때 근무한 것으로 인정함에 있어 해당 단체협약은 노조 법상 근로시간면제제도에 관해 별도의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원심은 노조법상 근 로시간면제제도에 따라 노조활동은 일정부분 급여가 지급되어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 음에도 이러한 고려 없이 노동관청이 노조활동에 대한 급여 지급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시정명령 한 것은 위법하다라고 판단한 반면, 대상판결은 해당 단체협약이 근로시 간면제 한도 내라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넘어서는 시간까지도 근무한 것으로 인정하고 급여를 지급할 수 있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즉, 원심과 대상판결 모두 노조법상 근로시간면제한도를 넘어서는 노조활동에 대한 급여지급은 경비원조 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원칙은 동일하게 인정하면서도 근로시간면제한도에 관한 별 도의 규정이 없어 노조활동에 대한 급여지급의 범위가 한정되지 않은 단체협약에 대해 원심은 근로시간면제제도에 따라 노조활동에 대한 급여 지급이 가능함을 이유로 들어 시정명령이 위 법하다고 판단한 반면, 대상판결은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넘어서는 급여 지급이 가능토록 해석 이 가능함을 이유로 들어 시정명령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음으로 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4두11137 판결은 근로자의 연 소정근로시간이 2,080시 간인 사업장에서 근로시간면제자에게 근로시간면제범위를 소정근로시간을 약 1,000시간을 초 과한 3,000시간을 인정하여 임금을 지급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안인
데,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근로시간 면제자에게 지급하는 급여는 근로제공의무가 면제되는 근로시간에 상응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단체협약 등 노사 간 합의에 의한 경우라도 타 당한 근거 없이 과다하게 책정된 급여를 근로시간 면제자에게 지급하는 사용자의 행위는 노동 조합법 제81조 제4호 단서에서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노조전임자 급여 지원 행 위나 노동조합 운영비 원조 행위에 해당하는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다. 여기서 근로시간 면 제자에 대한 급여 지급이 과다하여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시간 면제자가 받은 급 여 수준이나 지급 기준이 그가 근로시간 면제자로 지정되지 아니하고 일반 근로자로 근로하였 다면 해당 사업장에서 동종 혹은 유사업무에 종사하는 동일 또는 유사 직급․호봉의 일반 근 로자의 통상 근로시간과 근로조건 등을 기준으로 받을 수 있는 급여 수준이나 지급 기준을 사 회통념상 수긍할 만한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할 정도로 과다한지 등의 사정을 살펴서 판단하여 야 한다.”라고 하여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였으며,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없어 인정될 수 없다 는 원고의 항변에 대해 “노조전임자 급여 지원 행위 또는 노동조합 운영비 원조 행위에서 부당 노동행위 의사는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 단서에 의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가 아님을 인식하면서도 급여 지원 행위 혹은 운영비 원조 행위를 하는 것 자체로 인정할 수 있고, 지배․
개입의 적극적․구체적인 의도나 동기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는 근로시간 면제자에게 과 다한 급여를 지급한 것이 노조전임자 급여 지원 행위나 노동조합 운영비 원조 행위로 평가되 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라고 하여 급여 지원 행위 자체로 의사까지도 인정할 수 있는 것으 로 보았다.
양 판결 모두 노조법 제24조에서 정하고 있는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넘어서는 급여지원은 동법 제81조 제4호에서 부당노동행위로 정하고 있는 ‘노동조합의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거 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근로시간면제 한도 초과에 대 한 급여지급의 부당노동행위 판단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4두11137 판결에서는 근로시간 면제자가 아닌 자에 대한 급여지원은 지원 그 자체만으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2 두12457 판결)하지만, 근로시간 면제자에 대한 급여 지급이 과다하여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 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에 있어서는 “근로시간 면제자가 받은 급여 수준이나 지급 기준이 그가 근로시간 면제자로 지정되지 아니하고 일반 근로자로 근로하였다면 해당 사업장에서 동종 혹 은 유사업무에 종사하는 동일 또는 유사 직급․호봉의 일반 근로자의 통상 근로시간과 근로조 건 등을 기준으로 받을 수 있는 급여 수준이나 지급 기준을 사회통념상 수긍할 만한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할 정도로 과다한지 등의 사정을 살펴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아 단순히 급여 수 준이나 지급기준이 동일 또는 유사업무 종사 근로자의 그것보다 초과한다는 사실만으로 부당 노동행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그 초과 수준이 사회통념상 수긍할 만한 합리적인 범위 내
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근로시간 면제자와 아닌 자에 대한 급여 지급에 있 어 부당노동행위 판단 기준을 구분하여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하 겠다.
오세웅(강원대학교 비교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기업과 규범의 이 긴 다툼의 결말은? -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
-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52891 판결 -
【판결요지】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소속된 채 권추심회사의 지점, 지사 등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 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 결과 채권추심원이 채권추심회사에 종속되어 지휘․감독을 받으며 업무에 전념하였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적은 액수의 성과수수료를 받는 등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 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다른 회사의 채권추심원 등에 관한 판결 선례 등만을 증거로 제출하였을 뿐 당해 사건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
거래비용 이론에 의하면, 기업이 노동력을 구매하는 제도적 틀은 시장형과 위계형으로 구분 할 수 있다.1) ‘시장’에 의한 노동력 거래는 노동력을 필요할 때마다 시장에서 개별적이고 단기 적인 계약에 의해 조달하는 것을 뜻하고,2) ‘위계’에 의한 노동력 거래는 장기 계약에 의해 근 로자를 고용하여 훈련을 통해 기업에 필요한 숙련을 함양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의하면, 기업 의 규모는 내부 또는 외부 생산 비용과 연동되어 결정된다.3) 즉, 기업의 규모는 자신의 생산 조직 내에서 직접적인 지휘․명령을 통해서 더 저렴하게 상품 또는 용역을 생산할 수 있는지, 아니면 외부 시장에서 상품 또는 용역을 구입하는 것이 더 저렴한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 이다.4) 그리고 이러한 노동력 구매 방식에 관한 기업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들이 변화 할 경우 기업이 외부 시장을 통해 노동력을 충원하는 것, 즉 비정규 근로가 늘어날 수 있다.
그 대표적 조건은 시장에서 충원하는 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낮게 책정하는 것, 노동조합이 비
1) 기업의 노동력 거래 방식의 선택에 관한 이 문단과 다음 문단의 설명은 2016. 7.경 출판 예정인 필자의 「노동 법의 회생」 제7장 제3절의 일부를 미리 전재(轉載)하였다.
2) 거래비용 이론에서 상정하는 ‘시장’은 이중노동시장론이나 분단노동시장론에서 말하는 2차 노동시장 또는 주 변부 노동시장이다(정건화(2003), 「노동시장의 구조변화에 대한 제도경제학적 해석」, 경제와사회 2003년 봄호(통권 제57호), 비판사회학회, pp.21~22).
3) 이택면(2005), 「비정규 고용의 결정요인에 대한 경제사회학적 분석」, 한국사회학 39(4), 한국사회학회, pp.45
~46.
4) Collins, Hugh(1990), “Independent Contractors and the Challenge of Vertical Disintegration to Employment Protection Laws,” Oxford Journal of Legal Studies 10(3), p.357.
정규 근로자에 대한 연대성이 약할 경우, 정보화와 디지털 결제의 확립으로 인한 관할비용의 감소 등이다.5)
한편, 노동력의 구매 과정에서 기업이 위험을 배분하는 방식은 구별된다. 즉, 외부 시장에서 노동력을 구매할 경우 기업은 해당 계약에서 구체적 약정을 함으로써 작업 성과와 질을 담보 하려 하는 반면, 기업 내에서 노동력을 사용할 경우에는 (포괄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관료 적 통제를 통해 이를 담보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전자에 대해서는 시민법이 적용되고 후자에 대해서는 노동법이 적용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에 관한 구 판례 법리는 이런 사고방식 에 터 잡아 근로계약서의 문언에 의지하고 구체적인 지휘․명령의 존부를 따져 근로자성 여부 를 판단했던 것이다.6) 그런데 구체적인 계약이 존재하고 관료적 통제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그것이 곧바로 노동법이 적용될 만한 종속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지 않는다는 점 을 주의해야 한다.7) 구체적인 작업 지시를 담은 계약, 세밀한 성과 평가 또는 ICT 기술의 응용 과 생산관리 기법 등을 통해 관료적 통제, 즉 근로계약 관계의 지휘․명령이 존재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면, 기업은 당연히 저렴한 비용으로 외부에서 노동력을 구매 하는 것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교한 성과 평가 방식을 통해 위험 배분이 가능할 경우 에는 기업 운영을 위해 관료적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8)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지휘․명령 관계의 존재 유무 또는 계약서의 문언에 의존하여 노동법적 보호 여부를 판단 하는 것은 결국 사용자의 의사에 따라 노동법의 적용 여부가 좌우되고 종속적인 지위에서 노 무를 제공하는 노무공급자의 보호를 외면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9)
법원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을 통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를 수정하였다. 위 2006년 판결에서 법원은 근로 자성에 관한 종합적 판단 방법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노무 제공 형태에 대응하여 근로자성 판단 기준을 유연화하고, 그 판단 요소들을 핵심적인 징표와 부차적인 징표로 구별하였으며, 경제적 종속성과 조직적 종속성을 고려하고 성과급 보수를 보는 관점을 유연화했다.10) 이를 통해 법원은 근로자성 판단에서 고려하는 요소들에 대한 실질적 평가를 다시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위 2006년 판결은 이후 선례로서 정착되었다.11)
5) 이택연(2005), 앞의 글, pp.51~53.
6) 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22859 판결.
7) Collins, Hugh(1990), 앞의 글, p.368.
8) Collins, Hugh(1990), 앞의 글, p.364.
9) Collins, Hugh(1990), 앞의 글, p.375.
10) 박순영(2011), 「회사로부터 제공받은 차량을 이용한 운송기사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 대법원판례해 설 83호(2010 상반기), 법원도서관, pp.768~771.
11) 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5두8436 판결, 2007. 3. 29. 선고 2005두13018,13025 판결, 2010. 4. 15. 선고 2009다 99396 판결, 2011. 6. 9. 선고 2009두9062 판결, 2011. 7. 14. 선고 2009다37923 판결, 2013. 6. 27. 선고 2011다
이 사건에서 다룬 채권추심원 직종은 수차례의 재판 과정을 거치면서 어느덧 위 2006년 판 결 법리가 시장에서 자신의 규범력을 제대로 발휘하는지를 측정하는 시금석이 되어 버렸다.
위 2006년 판결 이후 채권추심회사는 근로계약서와 지휘․감독 체계를 수정하여 채권추심원 의 근로자성을 탈색하려는 노력을 계속하였다.12) 그리하여 여러 차례 대법원이 채권추심원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에 관한 판결을 내렸음에도, 여전히 하급심에선 그 근로자성 판단에 혼 선이 일어나곤 한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위 판결 요지에서 보듯이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관련 사건을 다룰 하급심 법관들에게 일응의 기준을 제 시하고자 했다. 하지만 계약서의 문언을 넘어 노무 공급의 실질에 비춰 근로자성을 판단하기 위한 대법원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이 판결을 자료 삼아 또 다른 회피 수단을 마련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채권추심원을 둘러싸고 10여 년을 이어온 기업과 규범의 이 다툼이 어떻 게 끝날지는 단지 어떤 노무공급자군(群)에 노동법이 적용되느냐의 차원에 그치지 않고, 노동 법과 법원이 노동시장에서 제 역할을 하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도재형(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44276 판결,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 판결, 2014. 7. 24. 선고 2012두16442 판결, 2014. 11. 13. 선고 2013 다77805 판결, 2015. 7. 9. 선고 2012다20550 판결.
12) 채권추심원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들이 선고된 이후 기업이 근로자성을 드러내는 징표를 없애기 위해 행한 노력과 관련해서는 대법원 2015. 7. 8. 선고 2012다20550 판결에 잘 나타나 있다.
노조가 다른 노조의 자주성을 문제삼을 수 있는지 여부
- 서울중앙지법 2016. 4. 14.선고 2013가합367 판결 -
【판결요지】
피고 노조는 설립 자체가 피고 회사가 계획하여 그 주도 하에 이루어졌고, 설립 이후에 조합 원 확보나 조직의 홍보, 안정화 등 운영이 모두 피고 회사의 계획 하에 수동적으로 이루어졌다 고 볼 수밖에 없는바, 피고 노조는 그 설립 및 운영에 있어 사용자인 피고 회사에 대한 관계에 서 자주성 및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비록 과거 상당기간 지속되어 온 원고 노조의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쟁의행위에 대응하여 건전한 노사문화 형성의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상황에서 일부 근로자들이 이와 뜻을 같이하여 새로운 노동조합의 설립을 의도하였 다 하더라도 이 사건에서와 같이 사용자인 피고 회사가 그 설립부터 설립 이후 안정화, 세력화 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주도적으로 개입한 피고 노조는 근로자들에 의하여 위와 같은 의도 하에 자주적․독립적으로 설립된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 한편, 노동조합이 설립 및 안정화, 세력화에 있어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추지 못하였더라도 이후 어느 시점에서 스스로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진정한 노동조합으로서 활동하게 된다면, 자주성과 독립성을 획득한 그 시점 부터는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의 요건에 맞는 노동조합이 되어 설립 당시의 하자가 치유되었 다고 볼 여지도 전혀 없지는 않으나, 이 사건의 경우 을가 제4호증의 1 내지 44의 각 기재만으 로는 피고 노조가 사용자인 피고 회사의 개입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춘 노동 조합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 라서 피고 노조는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피고 노조의 설립은 무효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2조 제4호는 본문에서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고 규정 하고 있다. 즉 노동조합의 적극적 요건으로 근로자의 주체성과 자주성,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의 목적성 및 단체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근로자의 주체성과 자주성이란 노동조합이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외부의 지배나 개입을 받지 않고 운영되어야 함을 말한다. 특히 자주성 은 독립성과 동일한 의미인데, 자주성을 갖지 못한 노조는 이른바 ‘어용노조’로 지칭되며 노조 라고 할 수 없다.1)
1) 임종률(2015), 「노동법」, 박영사, p.51.
또한 노조법 제2조 제4호 단서에서 노조의 주체성과 자주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유들을 노조의 결격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첫째,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 둘째, 경비의 주된 부분을 사용자로부터 원조 받는 경우, 셋째,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다만, 해고된 자가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경우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제외) 가 그러하다. 이 중 첫째와 셋째 사유는 인적 측면에서 노조의 자주성을 해치는 사유이고, 둘째 사유는 물적 또는 재정적 측면에서 노조의 자주성을 해치는 사유이다. 즉 이러한 사유들이 확 인되면 자주성이 훼손되어 노조가 아니게 된다.2)
그런데 노조의 주체성이나 자주성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노조의 결격요건이 선명하게 보이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노조의 자주성이나 독립성 여부를 확인할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인 가? 대상판결은 노조의 자주성을 적극적 관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최초의 사례 이다. 동시에 노조가 다른 노조의 자주성을 확인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 준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원고 측 당사자는 ‘산별노조(전국금속노조)와 회사 지회’이고 피고 측 당사자는 ‘회사노조와 회사’이다. 원고 노조는 피고 회사와 2011년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협상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원고 노조는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를 관철시키려 여러 차례 쟁의 행위를 했고, 피고 회사는 직장폐쇄로 맞서면서 갈등을 빚었다. 피 고 회사는 노사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무법인에 자문을 구하여 ‘노사관계 안정화 컨설팅 제 안서’를 받았고 제안서에는 핵심 내용으로 ‘온건․합리적인 제2노조 출범’, ‘건전한 제2노조 육성’ 및 이를 위한 상세한 노조 설립 절차와 전략이 담겨 있었다.
이후 피고 회사는 노무법인과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새로운 노조 설립에 착수했고 새로 만드는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에게는 임금 협상에서 금속노조원보다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다는 내용도 논의하는 등 실질적으로 노조원 차별을 통한 기존 노조 와해 전략이 포함되어 있 었다. 결국 피고 회사의 주도로 피고 회사에는 2011년 7월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 이후 새로운 기업별 노조(피고 회사노조)가 설립되었고 경영진은 근로자들과 개별적으로 면담하며 피고 회사노조에 가입하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또한 어떤 노조에도 가입하지 않았던 관리직 사원들까지 피고 회사노조에 가입시켜 피고 회사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서 과반수 노조로 인정받기까지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원고 노조는 피고 회사와 피고 회사노조를 상대로 피고 회사노조의 설립이 무효임을 다투었고, 법원은 회사 주도로 만든 피고 회사노조는 노조법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 다고 보아 설립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피고 노조는 설립 자체가 피고 회사가 계
2) 임종률(2015), 앞의 책, pp.52~55.
획하여 그 주도 하에 이루어졌고, 설립 이후에 조합원 확보나 조직의 홍보, 안정화 등 운영이 모두 피고 회사의 계획 하에 수동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바, 피고 노조는 그 설립 및 운영에 있어 사용자인 피고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자주성 및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 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재판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된 다수의 컨설팅 문건들은 피고 회사노조가 자주성이 없다는 점 및 피고 회사노조 신설 목적이 원고 노조 와해에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2011년 7월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 이후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와 노무법인의 협력으로 회사노조를 설립하여 기존 노조의 조합원들에게 갖은 회유와 설득을 함으로써 기존의 노조에 서 조합원들이 이탈하여 기존 노조가 소수노조로 전락하는 경우들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노동 계 주장에 따르면,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시행 이후 약 480여 개의 노조가 설립되었는데, 이들 의 약 60%는 사용자로부터 유형 또는 무형의 지원을 받는 회사노조라고 한다.3) 대상판결의 사건은 이러한 현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대상판결은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 이후 수많은 사업장에서 회사가 어용노조를 만들어 조합원 과반수를 확보하여 민주노조를 고립시키고 와해시키는 그간의 부당노동행위 행태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또한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및 경영진이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노조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재판 중이라는 사실과 피고 회사에 자문해 주었던 노무법인의 대표 공인노무사가 등록취소되었다는 사실은 기업윤리와 직업윤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노호창(호서대학교 법정학부 교수)
3) 박수근(2015), 「노동조합에 대한 파괴행위와 비재산적 손해배상-서울서부지방법원 2015. 10. 15. 선고 2014가 합38234 판결」, 노동리뷰 12월호, 한국노동연구원, p.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