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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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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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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학이

광우병

말하다

(2)

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

ⓒ유수민, 2008

1판 1쇄 찍음 2008년 8월 27일 1판 1쇄 펴냄 2008년 9월 1일

지은이|유수민 펴낸이|윤정훈 편낸집|황지영 이영란 디자인|주미영 이정현

영업·관리|구본산 김한중·박윤경 윤재숙 전화 02-322-3575 팩스 02-322-3858

펴낸곳|지안출판사

등낸록|2005년 2월 28일(제300-2005-27호)

주낸소|서울 종로구 내수동 71 경희궁의아침 2단지 217호 전낸화|02-766-1713

팩낸스|0505-115-1713 이메일|jianbooks@gmail.com

출낸력|영준그래픽스 인쇄·제본|백산하이테크

ISBN 978-89-958970-5-8 03500 값 14,000원

유수민

지음

과학이

광우병

말하다

(3)

광우병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86

년, 그 뒤로

20

여 년 이 흘렀다. 인간광우병이 공식 확인된

1996

년부터는

10

여 년 이 흘렀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뒤늦게 한-미 소고기 수입 협 상을 둘러싸고 광우병 논란에 휩싸여 있고, 광우병 공포에 무 방비 상태로 노출되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수많은 의문에 명쾌하게 대답해줄 국내 자료를 찾았으나 전무 하다시피 했다. 맥락이 거세된 단편적인 지식들, 낡은 데이터 와 잘못된 자료에 기초한 오해들이 더욱 혼란을 부추길 뿐이었 다. 결국 관련 학계와 전문 연구자들이 발표한 ‘최신’ 연구 성 과들을 직접 찾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그 여정의 결과물이다.

200

여 편 이상의 주요 논문들 이 참고가 됐고, 영국 정부가

2000

년 발행한

5,000

쪽의 방대한

《광우병 백서》가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안타깝게도 우리 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광우병에 대한 정보들이 빈약하며 체계 적이지 못했다는 점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는 과학책이다. 광우병 및 흔히 ‘인 간광우병’으로 불리는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의 진실을, 최신 연구 성과에 기초해,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용어들로, 정치적 편견이나 오해 없이 상세하게 보여주는 데 최선을 다했다.

되도록 최근 발표된 자료와 연구 결과들을 인용하려고 노력했 다. 아직도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고 현재도 연구가 진행 중이므로 자칫 과거의 제한된 지식만으로 현실을 파악하는 오 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광우병의 미래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비관론 과 낙관론이 공존한다. 물론 학계 내부에서 공유되는 큰 흐름 은 존재하지만, 어느 누구도 확실히 미래를 단언할 수는 없다.

그래서 가급적 양측 입장을 균형 있게 소개하려고 노력했다.

이 책은 ‘왜 광우병이란 낯선 질환이 갑작스럽게

1980

년대에 출현하게 된 것일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1

부 ‘비극의 기원’은 광우병의 과거를 다룬다.

18

만 마리의 소

200

명의 사람이 희생된 참상의 실상과 전대미문의 질병의 범인을 추적해온 과학자들의 노력, 그리고 그 결과 밝혀진 ‘프 라이온’이라는 단백질의 정체를 다뤘다.

2

부와

3

부는 광우병의 현재를 주목했다.

2

부 ‘인간광우병 발병 의 전제조건들’에서는 과거의 광우병이 현재 이 땅에 재현되려

들 어

가 며

(4)

면 어떤 전제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하는지 하나하나 따져보았 다.

3

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에서는 광우병에 대한 오 해와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바로잡고 새롭게 밝혀진 중요한 과 학적 사실들을 소개했다.

마지막

4

부는 ‘광우병의 미래’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광우 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광우병이 향후 확대될 것인지 종결될 것인지, 그리고 불행을 막기 위해 우리는 어떤 시스템 을 갖춰야 할지 살폈다.

자연과학의 본질은 합리적인 가설과 이를 입증하기 위한 실험, 그리고 실험에서 얻어진 결과를 통해 과거의 사건을 해석하고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것이다. 광우병에 대해서 이 단 계를 밟아가려면 단백질체학, 유전학, 의학, 수의학, 분자생물 학, 진화생물학 등의 다양한 분야의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사 실 관련된 과학자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정보들도 많 다. 생소한 전문 용어들이 발목을 붙잡기도 한다.

그러나 약간의 끈기를 갖고 하나씩 읽어나가다 보면 멀게만 느 껴지던 과학의 세계가 어느덧 우리 앞에 가까이 다가와 있음 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만큼 광우병에 관련된 여러 과학적 사 실들은 여느 추리소설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결코 과 학이 과학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일상과 관련된 문제들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한 개인의 노력의 산물이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연 구에 매진하고 있는 수많은 연구자들의 몫이다. 그들의 논문과 막대한 분량의 광우병 보고서를 펴낸 영국 정부, 그리고 광우 병에 관련된 여러 문헌의 저자들이 있었기에 졸고가 가능했다.

이와 함께 생물학연구정보센터

BRIC

소리마당의 ‘광우병 집중토 론방’과 스켑렙(SkepticalLeft.com)에서 토론에 참여해준 수많은 회 원들이 큰 힘이 되었다. 이들의 날카로운 비판과 반론, 성원이 없었다면 이 책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과학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독자의 입장 에서 많은 질문을 던져준 윤정훈 실장과 지안출판사 식구들에 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퇴근 후 밤새워 글을 쓰 는 동안 옆에서 묵묵히 성원해준 아내와 아이들, 가족의 격려 가 큰 힘이 되었다는 말을 남긴다.

2008

년 가을 초입에 저자 드림

(5)

1

. 양, 소, 그리고 식인종이 미쳐가다

15

카니발리즘 | 사람들이 웃으며 죽어가다 | 양들이 떨기 시작 하다 | 소들이 미쳐가다 | 인위적 조작이 낳은 비극

*유전자변형식품의 빛과 그림자

2

. 소를 먹은 사람들이 미쳐가다

39

인간광우병이 현실이 되다 | 인간광우병 발병자들의 이야기

| 헌혈에 의한 감염자들 | 영국 이외 지역의 희생자들

3

. 그해 봄 영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나

57

지극히 포레적인, 지극히 영국적인 | 수상하기만 한 공통점 들 | 영국 소, 영국 소고기, 영국 사료 | 왜 영국만 특별한 것 일까 |

18

세기 초 비극의 씨앗이 싹트다 | 사료 제조업자들을 의심하라

* 인간광우병은 과연 전염병일까?

4

. 적은 우리 안에 있었다

73

세균도 아니고 바이러스도 아니라면 | 프라이온의 발견 | 단 백질은 생명의 핵심 | 단백질의 구조 | 프라이온 단백질의 정 체 | 프라이온 단백질은 골칫덩어리일까 | 프라이온 단백질 이 잘못 접히다 | 변형 프라이온 질병 패밀리

* 박테리아 vs 바이러스 | 전염병의 범인은 어떻게 확인할까? | 프라이온은 생명의 원리를 거역하는 것일까? | 단백질은 제대로 접혀야 제 기능을 한다 | ‘단백질 유일 가설’과 다른 주장들

들어가며

4

5

. 전제1 오염된 사료의 대량 유입

107

광우병의 시작에 대한 논쟁 | 오염된 조직의 대량 유입 | 현 재 육골분 사료 급여 현황

*소는 왜 위가 많을까?

6

. 전제2 종 간 장벽의 붕괴

115

종 간 유사성이 높을수록 감염이 쉽다 | 종 간 장벽이 무너지다

*소와 인간의 거리 | 스트레인과 조류독감 바이러스

7

. 전제3 재순환에 의한 특정 스트레인의 출현

125

변형 프라이온 단백질의 족보 | 조사하면 다 나오는 계보 따 지기 | 고양이들이 죽어나가다 | 더 강한 자가 살아남는 자 연선택 | 주고받을 대상이 필요하다 | 광우병이

5

년 내에 없 어진다? | 미국 광우병 소 세 마리의 특성 | 이탈리아 광우병 소 두 마리의 특성 | 프랑스에서 발견된 비고전형 광우병

8

. 전제4 특정위험물질 섭취

147

1

그램으로도 감염된다 |

100

분의

1

그램만으로도… | 광우 병으로 원숭이 죽이기 | 인간 생체 실험에 대하여 | 특정위험 물질의 의미

* 맹독성 물질의 치사량은 얼마나 될까?

9

. 전제5 개인적 감수성

159

유전적 감수성(

M/M

형) | 연령 감수성(청소년기) | 스크래 피, 광우병, 인간광우병의 호발 연령 | 소화되지 않는 변형 프 라이온 단백질 | 파이어스 패치를 주목하다 | 발병 시 파이어 스 패치의 역할 | 소화기관 투과성 증가 요인 | 소의 혈청을 이용한 백신은 위험할까? | 조직학적 특성에 따른 감수성

1

비극의 기원

2

인간광우병 발병의 전제조건

차 례

(6)

10

.

30

개월의 저주

183 30

개월을 넘긴 소에 대한 특별한 조치 | 섭취 후

6

개월 째 첫 모습을 드러내다 | 감염된 소의 몸속에서 벌어지는 일 | 다우 너를 식탁에 오르게 해서는 안되는 이유

* 다우너란?

11

. 뇌와 척수를 먹은 영국 아이들

195

살코기 섭취를 통한 감염의 비효율성 | 뇌와 척수 부위 섭취 는 위험하다 | 뇌를 먹은 포레족, 그리고 영국인들 | 현장에 서 벌어진 엉뚱한 일들 | 기계적 회수육을 주목하다

12

.

600

도와

90

도 사이의 진실

205 600

도로 태워도 살아남다 | 전염성 파악을 위한 시도 | 온도 가 높을수록, 그리고 오래 가열할수록

13

. 치매와 산발성

CJD

그리고 인간광우병

215

퇴행성 뇌질환이란 | 내가 방금 무슨 일을 했지? | 산발성

CJD

와 변형

CJD

가 뒤섞이다 | 산발성 C

JD

와 변형

CJD

차이나는 이유 | 산발성

CJD

상당수가 인간광우병이라면? | 야생동물 섭취와

CJD

의 관련성

* 돌연변이

14

. 한국인의 취약한 유전자

237

유전자의 유사성과 개성 |

M/M

형은 한국인의 멍에인가 |

M/M

형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 | 중국, 일본, 한국인의 유 전형

15

. 인간광우병의 위험성, 그리고 희귀성

249

인간광우병은 얼마나 희귀할까 | 국내 인간광우병 환자 발생 조건 | 과연 몇 명이나 발생할 것인가? | 라이언 일병 구하기

| 세계 광우병 전문가들의 견해

16

. 광우병 확대인가 종결인가?

263

현재 광우병 발병 현황 | 영국이 ‘광우병 통제국가’라는 의미

| 기본 전제를 잊지 말자 |

30

개월 미만 소에서의 광우병 발 생 | 최초의

V/V

형 피해자? | 다수가 변형 프라이온 단백질 보유자 | 다른 동물에서 프라이온 질병 가능성 | 확대인가 아 니면 종결인가

* 광우병 공포의 근원

17

. 위기 예방과 시스템의 변화

283

광우병 통제국가로 가는 길 | 사료도 식품이다 | 도축 규정 준수와 사료 공장 감찰 | 모니터링의 중요성 | 소고기를 어떻 게 먹을 것인가 | 인간광우병 치료제 개발 | 관심을 갖고 지 켜볼 사안들

* 또 다른 소고기 오염의 위험성

맺으며

295

인용 문헌

299

그림 및 표 출처

305

3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4

광우병의 미래

(7)

비극의 기원

1부

확실히 이것은 비극이다.

양들이 피가 나도록 몸을 긁어대고 소가 일어서지 못하며

한참 활동적으로 살아갈 젊은이들이 언제 먹었는지도 확실치 않은 음식 때문에

10

여 년이 지나서 생을 마감해야 했다.

이러한 일들은 왜 벌어지게 되었는지 비극의 기원을 추적한다.

(8)

인간광우병은 과연 전염병일까?

전염병이란 감염을 일으키는 병 중에서 소수의 병원체로부터 쉽게 감염되고 많 은 사람들에게 옮을 수 있는 질병을 말한다. 병원체는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원 충 등으로 다양하다. 물이나 공기, 음식물에 의해 전염되기도 하고, 모기나 파리 와 같은 곤충들이 옮기기도 한다.

우리나라 보건당국에서는 병의 특성에 따라 제1군에서 제4군까지 법정 전염병 으로 등록시켜 관리하고 있으며 유행여부 조사 대상으로 26종의 질병을 별도로 지정해 감시하고 있다. CJD와 변형 CJD도 따로 발병을 모니터링하는 ‘특정 지정 군에’ 속해있다.

제1군 전염병으로는 발생 시 환자 격리가 반드시 필요한 콜레라, 페스트, 장티 푸스, 파라티푸스, 세균성 이질,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 등이 있다. 제2군에는 예 방 접종 대상이 되는 홍역, B형 간염, 수두 등 10종의 질환이 등록되어 있으며 모 니터링 및 예방 홍보 중점 대상인 제3군으로는 말라리아, 결핵, 인플루엔자, AIDS 등 18개 질환이 등록되어 있다. 제4군에는 전염병 관리 대책의 긴급 수립이 요구 되는 SARS, 조류 인플루엔자, 두창 등 19종의 질환이 등록되어 있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인간광우병의 경우는 광우병 병원체에 오염된 쇠고기를 먹어서 다수 발병하는 집단 질환이다. 사망자 중 일부는 인간광우병 환자의 혈액 을 수혈받아 동일한 병이 발생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인간광우병은 분명 전염되 는 병이다.

하지만 인간광우병은 콜레라나 장티푸스처럼 오염된 식수를 통해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는 세균에 의한 전염병과는 차이가 있다. 또한 아폴로 눈병이나 유행 성 독감 등의 바이러스 질환처럼 급속히 퍼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특정 지역 에서 특정 원인에 의해 반복적이 아닌 일회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식중독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적은 우리 안에 있었다 [프라이온]

과학은 자연에 대한 많은 깨달음을 주었지만, 근원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다.

그 와중에 우리는 또 하나 이해하기 힘든

‘생명’이라는 현상과 맞닥뜨려야 한다.

광우병 및 일련의 질환들의 원인체를 추적하다 보면 우리는 이 의문투성이의 세계로 들어가야 하며

궁극적인 질문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4

(9)

세균도 아니고 바이러스도 아니라면

포레족을 떨게 만든 쿠루병, 양들을 긁다가 죽게 만든 스크래 피, 소들을 무릎 꿇게 한 광우병, 젊은 사람들을 퇴행성 신경 증상을 유발시키며 죽음의 나락으로 몰고 간 인간광우병…….

스크래피를 제외하고는

30

~

40

년 사이에 전염병처럼 급속도로 번진 이 사건들이 실은 동일범의 소행일 것이라는 단서는 이 병에 걸려 사망한 개체들의 뇌를 열어보면서부터 발견되었다.

뇌가 심하게 손상되어 있었으며 스펀지(해면) 모양으로 수많은 작은 구멍(공포

vacuole

)이 나타났다. 이런 특징 때문에 이들 질병 을 통틀어 ‘전염성 해면상 뇌증

Transmissible spongiform encephalopathy

’, 줄여서

TSE

라 한다.

양, 소, 남태평양 원주민, 서구인. 공통점이 전혀 없을 것 같은 너무 다른 집단에서 나타난 동일 현상에 흥미를 느끼고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무엇이 종과 지역, 시간을 뛰어넘으며 같 은 유형의 뇌질환을 일으키는지 주목하게 되었다. 일단 전염성 이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의한 감염으 로 생각했다. 그러나 거듭되는 조직 배양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감염체도 발견되지 않았다. 포르말린 처리를 해도, 열을 가해 도, 자외선을 처리해도 원인 물질의 독성은 그대로였다.

결정적인 의문은 핵산을 파괴하는 자외선을 다량 쏘여도 감 염력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어 스크래피에 감염된 양의 뇌 조직에 살균할 때 흔히 사용하는 특정 파장의

자외선에 대량 노출시킨 뒤(즉 DNA를 파괴한 뒤) 정상인 양에 주 16 박테리아의 대표격인 대장균(왼쪽)과 바이러스 중 활발히 연구가 된 아데노바이러 스의 모습.

박테리아는 세포 하나로 되어 있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단세포 원핵생 물이다. 박테리아는 보통 ‘세균’이라 하여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현 생명계 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중요한 생명체이다.

사람에게 많은 감염병들을 일으켜 해로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유용한 측면도 많다. 장 내에 존재하는 박테리아들의 종류는 거의 1,000여 종에 이르는데 인체 가 분해할 수 없는 영양소들을 분해함으로써 소화를 돕고 독성 물질을 분해하며 점막 상피세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면역 체계를 견고히 하는 유용한 작용들을 한다. 김치, 요구르트, 치즈 등의 다양한 음식물들이 세균의 발효 작용을 이용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바이러스는 세균에 비해 크기가 작고 확인하기 어려워 박테리아보다 훨씬 늦 게 발견되었다. 바이러스의 크기는 매우 작아 가장 작은 것은 20나노미터 정도이 며, 박테리아와 달리 스스로 대사활동을 할 수 없다. 즉, 스스로 살아가지 못한다 는 것이다. 단지 자신의 유전자를 다른 세포에 침투시켜 그 세포에서 자신의 복 제물들을 만들어 증식한다. 바이러스는 이 과정에 필요한 DNA나 RNA 같은 핵산 과 최소한의 단백질만을 가지고 있다. 그 밖의 모든 것은 침투한 세포에 의존하 여 자기복제를 한다. 이런 면에서 바이러스를 생명체로 보지 않고 생물과 무생물

박테리아 vs 바이러스

(10)

의 경계에 있는 존재로 보기도 한다. 단백질 껍질에 둘러싸인 핵산에 불과하지만 인체에 감염되어 세포를 파괴시킴으로써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는 탓에 아주 위 험한 존재이기도 하다. 가볍게 앓는 감기부터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간염, 그 리고 독감, SARS, AIDS와 같은 치명적 질환들이 모두 바이러스에서 유래하는 질 환이다.

프라이온은 전염된다는 점, 처음에는 소수였다가 대량으로 증식된다는 점, 고 유한 특성이 세대를 거쳐도 보존된다는 점에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같은 미 생물들과 유사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생명체의 기본 구성 물질인 핵산이 존재하지 않는 단백질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핵산이 존재하지 않는다 는 것은 자기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뒤에 살펴보겠지만, 프라이온이 자가 증식하는 것은 스스로 복제를 하는 것 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정상 프라이온을 자신과 같은 구조로 변하게 함으로써 증 식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또한 생체 밖에서는 증식되지 않으며 호흡기나 신체 접촉 등을 통해 쉽게 감염되지 않는 점도 다르다. 프라이온이 전염병과 같은 성 격을 띄지만 계속 순환되는 질병이 아니라 오히려 식중독 같은 일회성 유행의 개 념으로 바라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흔히 접하는 식중독을 예로 들어보자. 식중독이란 병원성 미생물이나 바이러스 등으로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해서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대 부분 음식물을 충분히 조리하지 못해서 세균이나 유해물질들이 파괴되지 않고 남아있게 되어 발병한다.

세균성 식중독의 경우 병원성 대장균, 살모넬라균, 황색 포도상구균, 비브리오 균 등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학교나 회사 등에서 비슷한 시기에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발생할 경우 의심하게 된다.

식중독을 적기에 치료하기 위해서는 원인균을 알아내는 것이 가장 급선무이 며 이를 위해서는 섭취한 식품의 종류, 환자의 증상 등에 대한 자세한 조사가 필 요하다. 그리고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의 배설물이나 토사물에서 가검물을 채취 해 배양접시에서 어떠한 균이 자라는지 배양을 시켜보거나 각종 생화학적 검사 등을 통해 원인균을 가려낼 수 있다. 치료는 대부분 자연 회복되기 때문에 탈수 가 심할 경우 수분을 보충해주는 등 대증 요법을 시행하게 된다.

바이러스성 식중독의 가장 흔한 원인은 노로바이러스

norovirus

가 꼽힌다. 우리 나라에서 발생한 전체 식중독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발병하고 있다. 구내식당 등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하였을 경우 지하수 사용 및 오염 실태를 조사하게 된 다. 환자의 대변을 통해 지하수가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 문이다. 이 바이러스는 사람과 사람 간에도 쉽게 전염되기 때문에 더 주의를 요 한다. 바이러스 질환은 대부분 치료약이 없기 때문에 대증 요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인간광우병 역시 이런 식중독들과 같이 음식물 섭취를 통해 발병하지만 너무 긴 잠복기 때문에 바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없고 발병한 뒤에는 치료 방법이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진단 역시 원인체가 생물이 아니기 때문에 배양이나 유 전자 검사 등이 소용이 없으며 피검사 등을 통해서도 아직은 확인이 불가능하다.

결국 사전 예방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전염병의 범인은 어떻게 확인할까?

(11)

17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해 자기복제를 하는 방법.

입했더니 여지없이 스크래피 증상을 보였다. 흔히 병을 옮기는 감염인자는 바이러스이건 세균이건 모종의 생명체인 것이 당 연하고,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유전 정보를 담은 핵산(DNA나 RNA)을 갖고 있다는 것이 생물학의 기본이자 핵심 개념이다.17

예를 들어 전염성 있는 질병인 독감이 유행이라면 ‘인플루 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콜레라가 유행이라면 ‘비브리오 콜 레라’가 원인이다. 식중독이 집단으로 발병했다면 음식물이 ‘포 도상구균’이나 ‘병원성 대장균’에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이 원 인체들은 감염자의 체액이나 조직 등에서 발견되며, 적절한 방 법을 통해 분리해낼 수 있고 그 유전자를 분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질병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DNA

를 파괴해도 끄떡없는 감염인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1970

년대까지도 과학 자들을 괴롭히던 문제였다. 어떻게 생명체가 아닌 특정 원인체 에 감염되어 전염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핵산 없이 증식하 는 감염인자가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프라이온의 발견

이런 와중에 감염원이 생명체가 아닐 수도 있다는 대담한 생각 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들이 내세운 것은 감염원이 박 테리아나 바이러스가 아닌 단백질 그 자체라는 새로운 가설이 다. 이를 ‘단백질 유일 가설

protein only hypothesis

’이라고 한다. 해면 상 뇌증을 전파시키는 모종의 ‘병원성 단백질’이 존재한다는 주 장이다.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 침입

바이러스 유전자

복제된 요소를 결합, 동일한 바이러스 다수 탄생

숙주세포를 파괴, 다수로 증식

자신의 유전자 만으로 숙주세포의 재료를 이용해 자신의 구성요소를 다수 복제

(12)

이런 주장의 중심에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스탠리 프루 지너

Stanley B. Prusiner

가 있다.18 그는 스크래피에 걸린 햄스터의 뇌 조직을 분리하고, 그중 한 샘플이 스크래피를 유발하는 것 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샘플에는 바이러스도, 박테리아도 없 으며, 핵산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유일하게 남은 것은 단 백질뿐인데, 이것이 스크래피를 전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 혀낸 것이다. 그는 여기에 포함된 스크래피 유발인자, 즉 모종 의 단백질은―기존 생물학의 상식에 반하게―스스로 복제가 가능하고 감염성까지 있다는 가설을

1982

년 과학지 <사이언스

Science

>를 통해 발표했다. 프루지너는 아주 작은 크기의 이 단 백질을 단백질

protein

과 비리온

virion

(바이러스 입자)의 합성어인 ‘프 라이온

prion

’이라고 명명했다.

프라이온이라는 단백질이 전염성 해면상 뇌증의 유일한 감

18 스탠리 프루지너.

염인자라는 주장은 처음에는 과학계에서 이단으로 받아들여졌 다. 어떠한 생명체이건 복제나 증식하려면

DNA

(혹은 RNA) 필수이며, 핵산 없이 단백질만으로 자기복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생명의 기본 원리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많은 연구자들이 후속 연구를 통해 프루지너와 같 은 연구 결과를 얻었고, 병원성 단백질 외에 다른 물질을 찾아 내는 데 실패했다. 물론 일부 과학자들은 지금까지도 단백질이 유일한 원인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지만, 프루지너의 가설 이 더욱 힘을 얻으면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프루지너의 또 다른 연구를 통해 밝혀진 놀라운 사실은 이 병원성 단백질이 외부에서 침입한 것이 아니라, 양이나 소, 사 람 같은 모든 포유동물들이 정상적으로 가지고 있는 내인성 단 백질이라는 사실이다. 이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정하는 유전자 의 위치도 찾아냈다. 사람의 경우 프라이온을 만드는 정보가 담긴 유전자(PRNP)

23

쌍의 염색체 중

20

번 염색체 짧은 팔에 있다.33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이 발생하고 이슈가 됨으로써 프루지 너의 업적은 더욱 부각되었고, 이 공헌을 인정받아

1997

년 노 벨상을 수상했다.

1976

년 가이듀섹에 이어 프라이온 질환과 관련해 두 번째 수상자가 된 셈이다. 한 가지 질병으로 두 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점만 보더라도 프라이온 단백질 연 구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 분야에서 또 다른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13)

단백질은 생명의 핵심

프라이온 단백질이 전염성 해면상 뇌증의 원인물질인 것은 확 인했다지만, 이 단백질이 어떠한 방식으로 전염력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의문투성이였다. 지금까지도 모든 것이 정확히 밝혀 지지 않았지만, 프루지너를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그 베일들이 하나씩 벗겨지고 있다. 일단 이 내용을 이해하려 면 단백질이란 무엇이며, 단백질이 어떤 식으로 우리 몸 안에 서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19 DNA 정보가 어떻게 특정 단백질을 만드는가.

20 세포 내에서 DNA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

유전자

아미노산 단백질

DNA

A C C A A A C C G A G T T G G T T T G G C T C A

U G G U U U G G C U C A

Trp Phe Gly Ser

RNA 전사(transcripiton)

번역(translaton) 코돈

RNA 합성효소

❶ 전사

DNA 틀에서 RNA가 전사됨

❷ mRNA 생산

진핵생물은 전사된 RNA 중에서 유전 정보가 담긴 부분만 잘라 붙여 메신저 RNA 생산

❸ mRNA가 핵에서 나와 리보솜과 결합됨

❹ 아미노산 활성화 아미노산 각각이 tRNA와 결합

❺ 번역

리보솜이 mRNA 위를 움직이며 코돈에 맞는 tRNA가 순차적으로 붙음.

이에 따라 각각 아미노산끼리 차례차례 결합되어 단백질이 생산됨 DNA

RNA mRNA

아미노산

활성화된 아미노산

안티코돈 코돈

리보솜

세포질

tRNA

(14)

인형은 천과 실로 만들어진다. 로봇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다. 우리 몸을 이루는 재료는 무엇일까? 우리 몸은 고분자 유 기물질을 재료로 만들어졌다. 고분자 유기물질에는 네 종류가 있다. 핵산,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이 그것이다. 어떤 입장에 서 생물이란 단순히 말해 조금 체계화된 유기물 덩어리에 불과 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중 단백질은 그리스어로 ‘중요한 것’, ‘첫 번째 자리’라는 뜻의 ‘프로테이오스

proteios

’에서 따온 것으로, 이름으로도 그 중 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단백질은 세포 내 모든 구조물들의 뼈 대를 이룬다. 몸에서 일어나는 각종 화학 반응에 필수인 각종 효소도 대부분 단백질이다. 생물은 세포로 구성되는데, 세포는 몸 안에 필요한 것들을 주문받아서 적절한 물건을 생산하는 공 장과 같다. 이 세포라는 공장이 돌아가려면 단백질로 만들어진 효소가 촉매작용을 해서 에너지를 공급하고 다른 고분자들도 합성해야 한다. 우리 귀에 친숙한 알부민, 콜라겐, 케라틴, 엘 라스틴, 헤모글로빈, 인슐린 등이 모두 단백질이다.

세포가 어떤 단백질을 가지고 있느냐, 그 세포가 어떤 단백 질을 생성하느냐에 따라 세포의 특성이 정해진다. 간세포에서 는 알부민이 생성되고, 힘줄은 콜라겐으로 구성된다. 피부 세 포들은 케라틴을 생성함으로써 보호 장벽을 쌓고, 엘라스틴은 유연성을 제공한다. 적혈구에는 헤모글로빈이 있어 산소를 운 반할 수 있으며, 췌장 세포는 인슐린을 만들어 당 흡수를 조절 한다. 이외에도 수많은 단백질이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몸에 서 쉴 새 없이 만들어지고 분해되면서 거대한 우리 몸을 굴러

1953년 제임스 왓슨

James Watson

과 프랜시스 크릭

Francis Crick

은 과학지 <네이처>에 유전물질인 DNA의 구조를 제시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최초로 DNA의 구조가 정 확하게 밝혀진 것이다. 현대 분자유전학의 출발점이 된 이 연구에서 드러난 DNA 의 비밀은 바로 이중나선

double-helix

구조에 있었다. 두 개의 나선 사슬이 한 축을 중심으로 서로 맞물리듯 쌍을 이루어 감겨 있다.

구조가 밝혀지자 오랜 숙제였던 DNA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도 베일을 벗 기 시작했다. 1958년 프랜시스 크릭은 유전 정보가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설명 하는 ‘센트럴 도그마

central doma

’, 즉 생명의 기본 원리를 제창했다. 이에 따르면 DNA는 RNA로 자신의 정보를 전달하고 RNA가 가지고 있는 정보에 따라 단백질 이 합성된다. DNA→RNA로 가는 과정을 전사

transcription

라고 하며 RNA→단백질 로 가는 과정을 번역

translation

이라고 한다.

이를 풀어서 말하면, 생명은 유전 정보

(DNA)

가 먼저 존재해야 하며, 이 정보를 기초로 단백질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DNA에 담긴 유전 정보는 어떠한 단 백질을 만들지 결정하는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유전학자 프랑수아 자코브

Francois

Jacob

는 ‘유전자는 명령하고 단백질은 수행한다’라는 말로 이 과정을 간단하게 표

현했다.

‘센트럴 도그마’는 단백질이 유전자의 지시 없이 스스로 자신과 같은 단백질을 만드는 일, 다시 말해 단백질의 자기복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스 스로 자기복제를 하는 것처럼 보였던 변형 프라이온 단백질의 경우는 이런 생명 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처럼 보여 과학계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러 나 이런 혼란은 변형 프라이온 단백질이 자신과 동일한 변형 프라이온을 새로 만 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정상 프라이온을 변형 프라이온으로 변형시키는 것이라 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해소되었다.

프라이온은 생명의 원리를 거역하는 것일까?

(15)

가게 한다.

어떻게 이런 다양한 단백질들이 만들어지는 걸까? 누군가 가 내 몸 안에서 일일이 지령이라도 내리는 것일까? 실제로 지 령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유전자다. 세포가 만들어내는 다양 한 단백질들은 모두 유전자의 지시에 의한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 유전자의 기능이란 결국 어떠한 단백질을 만들지 결정하 는 것이다. 한 개체의 모든 세포의 유전자는 같고, 개개의 세 포는 모두 완벽한 한 벌의 유전자 세트를 지닌다(생식세포는 예외 적으로 한 벌이 아닌 한 쪽만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각 세 포마다 다른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걸까? 각 세포의 위치에 따 라 단백질 생산에 대한 정보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특정 유전 자가 켜지고 꺼지는 상태를 각자 세포의 기능에 맞게 조절한다 는 이야기이다.19.20 어떻게? 그것이 생명의 신비이다.

단백질의 구조

이제 단백질의 구조를 들여다보자. 단백질은

20

가지의 ‘아미노 산’이라는 유기분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유전자의 정보에 따라 해당 아미노산이 차례로 붙어 하나의 단백질이 완성된다. 진 주 목걸이를 단백질이라고 할 때, 아미노산은 진주알이다. 알 들이 꿰여 아름다운 목걸이가 되듯이 아미노산이 꿰여 단백질 이 된다. 블록에 비유하자면 아미노산은 작은 블록과 같다.

20

가지 모양의 블록이 조립되는 방법에 따라 수많은 생체 부속품 들이 만들어진다. 아미노산들이 어떤 순서로 어떻게 조립되느

단백질의 구조에는 1차, 2차, 3차, 4차 구조가 있다. 1차 구조란 유전자가 지정한 아미노산의 배열 순서를 뜻한다. 위 그림처럼 유전 정보에 따라 알맞은 아미노산 이 리보솜에 달라붙어 사슬이 길게 늘어나면서 일정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 일부 아미노산끼리는 꽈배기 모양

[α-나선구조(α helix)]

으로 엉기기도 하고, 종이를 접은 듯 나란히 병풍 모양

[β-병풍구조(β sheet)]

으로 배치되기도 한다. 이를 2차 구조라고 한다. α-나선구조의 단백질 중 대표적인 것이 머리카락을 형성하는 케라틴이다.

β-병풍구조의 단백질은 거미줄처럼 강한 힘을 받는 구조에 유용하게 쓰인다.

나선구조와 병풍구조를 이룬 아미노산들이 다시 서로 엉기면서 덩어리를 이 루게 되는데, 이를 3차 구조라고 한다. 이렇게 엉긴 아미노산 덩어리의 기본 단위 를 ‘도메인

domain

’이라고 부른다. 3차 구조를 형성한 아미노산 사슬은 비로소 독 립된 단백질로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도메인들끼리 공간상에서 적당한 모양으로 결합해야만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21

독립된 도메인끼리의 공간상의 배치를 4차 구조라고 한다. 이런 여러 단계를 거쳐서 콜라겐은 3중 나선으로 꼬인 구조를 이루고, 헤모글로빈은 주로 2차 구조 에서 α-나선구조를 가지는 네 개의 사슬로 구성된 구형 단백질 형태를 이룬다.

1차 구조가 2차 구조를 결정하고 2차 구조가 3차, 4차 구조를 결정하기 때문 에, 1차 구조에서 아미노산 배열 순서 중 하나만 바뀌어도 3차 구조와 최종 4차 구조가 달라져 원래와 다른, 잘못 접힌 단백질들이 탄생할 수 있다. 아미노산 배 열 순서가 바뀌지 않더라도 단백질이 완성된 후 겪게 되는 ‘번역 후 변화 과정

posttranlational modification

’ 중에 잘못 접힐 수도 있다. 이 과정에 관여하는 것이 샤 페론 단백질

chaperon protein(샤페로닌chaperonin이라고도 한다)

이다. 이 단백질은 만들 어진 단백질들이 적절히 접힐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단백질 접힘은 아직 모든 과 정이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안정된 구조를 형성할 때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단계 어디에선가 문제가 발생하면 잘못 접힌 단백질이 만들

단백질은 제대로 접혀야 제 기능을 한다

(16)

21 DNA 정보에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만드는 과정.

어진다.

낭포성 섬유증

cystic fibrosis

을 비롯한 여러 유전병,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크 로이츠펠트-야코프병과 같은 만성 퇴행성 신경질환들이 이런 잘못 접힌 단백질 들에 때문에 발생한다.

냐에 따라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이 달라진다.

20

가지로 배열할 수 있는 조합은 거의 무한대이다. 실제로 신체 내에서는 수만 가지 이상의 단백질이 조합되어 사용되고 있다.

특정 단백질의 아미노산 순서는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우 리가 블록 세트를 사면 그 안에 조립 예시가 들어 있다. 유전자 가 그 안내문이다. 다만 유전자로 만들어지는 아미노산 블록은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전혀 엉뚱한 모양이 되어 조립물이 무너 질 수도 있다.

좋은 예로 헤모글로빈 단백질에서 유전자 한 부위가 바뀌 면서 생기는 ‘겸상 적혈구 빈혈증

sickle cell anemia

’을 들 수 있다.

헤모글로빈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령하는

1,600

개 부위 중

677

번째 부위 하나가 변해서 원래 있어야 할 아미노산이 아닌 다 른 아미노산이 끼어들게 된다. 글루탐산이 있어야 할 자리에 발린이 들어가는 것이다. 아미노산은 각기 성질이 다르기 때문 에 하나만 바뀌어도 최종적으로 단백질 전체 모양에 영향을 끼 칠 수 있다. 원래 적혈구는 원형인데 잘못 만들어진 헤모글로 빈 단백질이 서로 엉김겨서 낫 모양(겸상이란 낫 모양을 뜻한다)으 로 변한다. 이렇게 낫 모양이 된 적혈구는 미세한 혈관을 통과 하기 어렵다. 그 결과 헤모글로빈의 주역할인 산소 공급이 제 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빈혈을 일으키게 된다. 단 한 부위의 유 전자, 단 한 부위의 아미노산이 바뀜으로써 전체 단백질이 영 향을 받고 인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이는 아미노산의 순서와 종류가 단백질 가닥이 어떻게 접 힐 것인가를 결정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기능에 따라서

…라이신-알라닌-히스탐산-글라이신-라이신-라이신-발린-류신-글라이신-발린…

1차 구조(아미노산 순서)

2차 구조

( α-나선구조 ) 3차 구조 4차 구조

(17)

22 프라이온 단백질의 3차원 형태와 구조.

생긴 모양이 다르다. 힘줄이나 인대 같은 데 쓰이는 콜라겐 같 은 단백질은 길고 가늘어야 한다. 그래야 밧줄 같은 모양을 할 수 있어 강한 내구력을 가지며 힘을 받을 수 있다. 헤모글로빈 은 원모양이어야 적혈구가 작은 혈관이라도 매끄럽게 통과할 수 있다. 효소로 작용하려면 다른 분자가 붙어서 작용할 수 있 도록 적절한 모양으로 접혀야 한다. 다시 말해, 단백질이 유전 자가 지시한 아미노산 순서대로 정확히 배열되는 것과 이들 아 미노산 꾸러미가 서로 엉기면서 필요한 단백질 모양으로 접혀 서 온전한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제대로 접혀 져 있지 않으면

misfolding

질병을 불러올 수 있다. 광우병이 바로 이런 질환 중 하나이다.

프라이온 단백질의 정체

프라이온 단백질22은 사람뿐만 아니라, 양이나 소 등 포유동물 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으며 조류, 어류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가지고 있다. 일부 효모

yeast

에서도 발견된다. 모두 정 상적으로 가지고 있는 내인성 단백질들이다. 프라이온 단백질 자체가 뇌에 스펀지 형태의 구멍 난 병변을 만드는 독성물질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체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필수 단백 질인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정상 프라이온 단백질을 치사율

100%

의 무서운 독성을 가진 단백질로 변화시키는 것일까?

사람의 정상 프라이온 단백질은

253

개의 아미노산으로 구 성되어 있다.34 다른 단백질에 비해 비교적 크기가 작은 단백질

(18)

이라고 할 수 있다. 프라이온 단백질을 지정하는 유전자는

20

번 염색체의 짧은 팔에 있으며, 이 유전자를 약자로 ‘

PRNP

’라 고 한다. 참고로 소의 경우는 프라이온 단백질의 정보가 담긴 유전자가

13

번 염색체 긴 팔에 있으며, 단백질은

256

개 또는

264

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양도

13

번 염색체 긴 팔 에 위치하며, 아미노산의 개수는

256

개이다.35

프라이온의 단백질의

253

개 아미노산 서열에서 유념해서 볼 곳이

129

번째 부분이다. “

M/M

형이 광우병에 취약하다”라 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A

형,

B

형,

O

형처럼 혈액형 도 아니고 무척 생소한 표현이다. 일단 이 내용을 이해하려면 그림 속 파란 네모 박스 안에 있는

129

라고 쓰여 있는 부위에

M

이라고 표기된 부분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23 프라이온 단백질을 구성하는

253

개의 아미노산 중

129

번째 부분이 어떤 아미노산으로 되어 있느냐에 따라 표기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동일한 단백질이라면 동일한 종류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다형성

polymorphism

’이라고 해서 동일한 기능을 하는 유전자이지만 사람마다 조금씩 구성이 다른 경우 가 있다. 이는 사람마다 키가 다르고 생김새가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눈 색깔도 다르게 하는 원인이다. 만약 모든 사람이 똑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다면, 이 유전자가 지령해서 만들어진 단백질 역시 모두 똑같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세상은 똑같 이 생긴 사람들로만 가득 할 것이다.

DNA

를 구성하는

30

개 염기쌍의 다양한 조합이 다양한 생명, 다양한 세상의 원천 인 것이다.

23 프라이온 단백질의 아미노산 배열 순서.

(19)

이 다형성은 아무 데나 생기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부위가 정 해져 있다. 프라이온 단백질의 경우 대표적으로 네 곳에서 사 람마다 차이를 보인다. 특히

129

번째 아미노산 부분은 프라이 온 단백질에서 다형성을 보이는 여러 부위 중 하나로 메치오 닌

Methionin

(M) 혹은 발린

Valine

(V)이라는 아미노산이 위치할 수 있다. 염색체는 쌍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는 부모로부터 하나 씩 전달받은 것이므로

129

번째 자리에 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M/M

,

M/V

,

V/V

세 가지가 된다.24 사슬을 구성하는 아미노 산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구조 내지는 기능, 외부 요인에 대한 반응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실제로

M

V

형보다 더 쉽게 변형 프라이온 단백질과 반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4 프라이온 단백질 129번 코돈의 다형성.

프라이온 단백질은 골칫덩어리일까

프라이온 단백질은 몸 속 여러 부위에 존재한다. 뇌와 같은 신 경 조직에 풍부하게 존재하고, 임파세포, 폐, 심장, 신장, 장, 근육, 유선 등과 같은 비신경 조직에도 분포한다.

처음 프라이온 단백질을 발견하고 그 기능이 제대로 밝혀 지지 않았을 때는 이 단백질을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이나 일 으키는 골칫덩어리쯤으로 생각했다. 특히 프라이온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에서 아무 이상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결과가 보고 된 후에는 몸에 필요 없는 게 왜 있을까 하는 의문뿐이었다. 그 러나 하나둘씩 프라이온 단백질의 정상적인 역할에 대한 연구 물들이 나오면서 이런 생각은 바뀌기 시작했다.

아직 확실하지 않거나 현재 진행 중인 연구들도 있지만 지 금까지 밝혀진 프라이온 단백질의 기능은 매우 다양하다.36 가 장 많이 알려진 기능은 구리 이온의 세포 이동에 관련된 것들 이며, 면역 세포 조절 기능, 조혈모 세포의 자가 갱신 과정 등 에도 관여한다.

생쥐에서 프라이온 유전자를 제거했더니 주로 신경 세포에 관련된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시냅스 전달 과정, 해마의 형태,

24

시간 생체리듬, 인지 기능, 간질 발작의 역치가 프라이온 단 백질이 만들어지지 않을 때 이상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만큼 프라이온 단백질의 역할이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신경 세포에서 산화 스트레스에 대해 저항하는 항산화 작 용도 한다. 장기 기억과 관련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런 프

프라이온 단백질 129번째 아미노산 20번 염색체

M

M

V V

V M

M V 메치오닌

발린

발린

발린

M/M형

M/V형

V/V형

메치오닌 메치오닌

(20)

라이온 단백질의 기능과 변형 프라이온 단백질로 바뀌었을 때 나타나는 조직 파괴 현상과는 깊은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 정된다.

프라이온 단백질이 잘못 접히다

전염성 해면상 뇌증에 걸린 뇌에서는 정상적인 프라이온 단백 질과는 다른 프라이온 단백질이 검출됐다. 그러나 두 프라이온 단백질은 기원이 같다. 문제를 일으키는 ‘변형’ 프라이온 단백 질은 유전자 이상에 의한 질환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상 프라이온 단백질과 아미노산 배열 순서가 동일하다. 단지 접힘 구조에서 차이가 있다. 즉, 똑같이 만들어졌는데 아미노산 사 슬이 접힌 방식에 차이가 생겨 특성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인간의 프라이온 단백질은

253

개의 아미노산 사슬로 구성 된다. 이 사슬은 부분적으로 꽈배기처럼 꼬이거나(α-나선구조) 병풍처럼 접히는데(β-병풍구조) 정상 프라이온 단백질은 세 개 의 α-나선구조와 두 개의 매우 짧은 β-병풍구조가 포함되어 있다. 비율로 따지면 α-나선구조가

42%

, β-병풍구조가

3%

정도이다.37 변형 프라이온 단백질에서는 이 비율이 역전이 된

✚ 세포 내 정상 프라이온 단백질은 PrPC(PrP는 prion protein, 어깨글자인 C는 세포cellular의 약 자)으로 표시한다. 병원성 프라이온 단백질의 표기는 다양하다. 단백질 분해효소에 저항 한다고 해서 PrPres로 표현하기도 하고, 스크래피 인자의 경우는 PrPSc, 광우병 인자의 경우는 PrPBSE, 전체 해면상 뇌증을 대변해서 PrPTSE로 표현하기도 한다(이하 ‘변형 프라이 온 단백질’).

다. 조사한 연구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α-나선구조가

21

~

30%

로 감소하고 β-병풍구조가

43

~

54%

까지 증가하면서 단백질 성질이 크게 변한다.25

β-병풍구조의 증가는 물에 친화적이었던 원래의 성질을 비친화적인 성질로 바꾸고 단백질 분해효소에 반응하지 않도 록 만든다. 따라서 이런 변형 프라이온 단백질은 체내에서 자 연적으로 분해되지 않는다. 또한 정확한 기전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다른 프라이온 단백질의 β-병풍구조를 반복적으로 잡 아당김

stretching

으로써 자신과 같은 모양으로 바꾼다.26 즉, 정상 프라이온과 접촉하면 자신과 같은 변형 프라이온 구조로 바꿔

25 정상 프라이온 단백질(위)과 변형 프라이온 단백질의 구조. 갈색 부분은 α-나선구조, 녹색 부분은 β-병풍구조 를 나타낸다.

(21)

26 변형 프라이온 단백질이 정상 프라이온 단백질을 변형시키는 과정.

놓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변하면 서로 뭉치기 쉽다는 사실이다. 외부에서 들어왔건, 자체적으로 변했건, 변형 프라 이온 단백질이 생기면 정상 프라이온이 점차 변형 프라이온으 로 바뀌면서 서로 뭉치게 될 것이다.26.27 시간이 갈수록 축적되 는 변형 프라이온 단백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프라이온 단 백질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처럼 자신과 동일한 개체를 새로 만 들어서 증식하는 게 아니라, 도미노 현상처럼 정상 구조의 프 라이온 단백질을 변형된 구조로 바꿔나가는 것이다. 그 결과 마치 변형 프라이온 단백질이 스스로 자기복제하는 것인양 그 수가 늘어가는 것이다.

인간 광우병에 걸린 사람의 뇌를 보면 ‘아밀로이드 플라크’

가 관찰되는데, 이 안에서 변형된 프라이온 단백질 덩어리들이 섬유 형태로 다량 발견된다. 이 섬유가 병의 원인인지 결과인 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바꿔 말하면 섬유 자체가 독성이 있는 지 병의 결과로 섬유가 쌓인 것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어쨌든 뇌에 변형 프라이온이 축적되면서 섬유질이 만들어진 뇌세포 는 파괴된다. 파괴되는 기전도 명확하지 않다. 아마도 뇌 신경 세포에 산화성 스트레스

oxidative stress

를 줘서 손상시키는 것이 아 닐까 추측하고 있다. 이렇듯 잘못 접혀진 단백질은 단순히 잘 못 접혀진 것으로 끝나지 않고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상 프라이온

정상 프라이온이 변형 프라이온으로 변화

변형 프라이온 축적

변형 프라이온이 정상 프라이온과

❶ 자연발생적인 상호작용 변형 프라이온 생성

❷ 돌연변이로 인한 변형 프라이온 생성

❸ 외부에서 변형 프라이온 침투

(22)

변형 프라이온 질병 패밀리

우리는 양의 스크래피, 포레족의 쿠루병, 소의 광우병, 그리고 인간광우병까지 먼 길을 달려와 프라이온이라는 종착역에 도달 했다. 이들 질병은 종과 지역과 발생연도는 제각각이지만, 모 두 특이한 뇌병변을 일으키는 질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결과 적으로 모두 잘못 접혀진 프라이온 단백질이 뇌에 쌓여서 돌이 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래서 이들 병을 묶어서 ‘프라이 온병

prion disease

’ 또는 ‘전염성 해면상 뇌증’(TSE)이라고 부른다.

프라이온병 중에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인간광 우병이라 불리는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이다.

이 질환에 이렇게 거창한 이름이 붙은 까닭은 인간의 뇌 조직

27 변형 프라이온이 축적되는 과정.

이 스펀지처럼 변하는 질환이

1900

년 한스 크로이츠펠트

Hans Creutzfeldt

1920

년 알폰스 야코프

Alfons Jakob

라는 의사에 의해 처음 학계에 보고되어 이미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생기는 프라이온병은 인간광우병만 있는 것이 아 니다. 자연발생적으로 발병하는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코 프병

sporadic CJD

(sCJD), 인육 섭취로 생기는 쿠루병, 유전적 요 인으로 발병하는 ‘가족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familial CJD

(fCJD), ‘게르스트만-슈트라우슬러-샤인커 증후군

Gerstmann- Sträussler-Scheinker disease

(GSS), ‘치명적가족성불면증

Fatal familial insomnia

’(FFI), 의학적인 처치 등에 의해 발병하는 ‘의인성 크로 이츠펠트-야코프병

iatrogenic CJD

’(iCJD) 등이 지금까지 알려져 있 다.39 표4

이들 질병은 아주 희귀한 질환이다. 광우병과 무관하게 자 연적으로 발생하는 산발성

CJD

만 해도 인구

100

만 명당 한 명 꼴로 발병한다. 이렇게 보면

1990

년대 영국에 살았던 사람들 은 인류 역사상 굉장히 특이한 경험을 한 셈이다. 일생에 한 번 보기도 힘든

CJD

200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앓 고 사망하는 것을 목격했으니 말이다.

사람에게 발생하는 이들 프라이온병 중에서 가장 확실히 밝혀진 원인은 유전자 이상이나 돌연변이이다. 돌연변이란 유 전자의 순서가 원래 물려받은 대로가 아니라 갑자기 바뀌는 것 을 말한다. 돌연변이는 드문 현상이기는 하지만, 방사선이나 화학 약품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고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한 다. 이렇게 유전자 염기 서열상 변화가 생기면 대개 신체에 해

정상 프라이온

변형 프라이온

새로운

변형 프라이온 변형 프라이온 축적

(23)

대상 전이 매커니즘 확인연도

쿠루 인간

(포레족) 감염성. 오염된 인육 섭취로 변형 프라이온에 노출 1957

sCJD 인간 자발성. 체세포 돌연변이나 자발적 변화에 의해 정상 프라이온이 변형 프라이온으로 변화 1920 fCJD 인간 유전성. 프라이온 유전자의 선천적 돌연변이 1924

iCJD 인간 감염성. 변형 프라이온에 오염된 수술 기구나 조직 이식, 수혈, 성장호르몬에 노출 1974 vCJD 인간 감염성. 광우병 오염 고기 섭취 1996 GSS 인간 유전성. 프라이온 유전자의 선천적 돌연변이 1936 FFI 인간 유전성. 프라이온 유전자의 선천적 돌연변이 1986

sFI 인간 미상. 자발성. 세포 돌연변이나 자발적 변화로 인해 정상 프라이온이 변형 프라이온으로 변화 1997

스크래피 양,염소 감염성. 스크래피에 오염된 음식물, 조직, 분비물 혹은 오염된 환경. 구강감염 가능성 1732 TME 밍크 감염성. 프라이온 오염 음식물 섭취 1947 BSE 감염성. 프라이온 오염 음식물 섭취 1986

FSE

고양이,사 자,호랑이, 푸마 등

감염성. 프라이온 오염 음식물 섭취 1990

CWD 사슴,엘크 미상. 감염성 혹은 자발성.

프라이온 접촉 혹은 섭취 1967

EUE 얼룩영양,

오릭스 등 감염성. 광우병 오염 조직 섭취 1986

표 4 프라이온 질병의 분류. 가 되는 방향으로 몸이 변한다. 예를 들어 배아나 태아시기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대부분 기형이 된다. 그래서 임신 중에는 함부로 방사선 사진을 찍거나 약을 먹으면 안 된다.

프라이온 유전자도 유전이나 돌연변이에 의해 일부가 소실 되거나 다른 것으로 바뀔 수 있다. 이렇게 유전 정보가 바뀌면 정상적인 아미노산 순서를 가진 단백질이 정확하게 만들어지 지 못하고, 따라서 정상 프라이온 단백질의

3

차원 구조가 바뀌 면서 비극을 불러오는 것이다. 잘 알려진 경우가 게르스트만- 슈트라우슬러-샤인커 증후군(GSS)으로 프라이온 단백질의

102

번째 아미노산이 프롤린에서 류신으로 바뀌어 발생한다. 또한

178

번째 아미노산이 아스파르트산에서 아스파라긴으로 바뀌 면 전형적인

CJD

가 발생한다.

산발성

CJD

도 일부 신경세포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했거나, 정상적으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후에 잘못 접혀진 결과, 발생 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단, 인간광우병, 즉 변형

CJD

는 체내에서 자체적으로 발 생한 것이 아니라 변형 프라이온 단백질이 포함된 소의 고기 나 부산물들을 섭취함으로써 내부의 정상 프라이온 단백질들 이 변형 단백질과 접촉하게 되고, 그 영향을 받아 정상 프라이 온 단백질의 구조가 연속적으로 변함으로써 발생한다는 차이 가 있다.

(24)

지금까지 ‘단백질 유일 가설’에 기초하여 다양한 병의 범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프 라이온 단백질에 대해 설명했지만, 아직 이 이론을 받아들이지 않는 학자들도 있 다. 예일 대학의 로라 마누엘리디스

Laura Manuelidis

는 지속적으로 ‘바이러스 원인 설’을 주장하는 대표적 학자이다.

40

최근에 그는 25나노미터 크기의 바이러스 입 자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41

또한 프라이온 단백질뿐 아니라 다양한 인자들이 관여할 것이라는 의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프루지너도 생체 내에서 프라이온의 변형을 도와주는 단백 질의 존재를 인정하고 미지의 단백질이라는 뜻에서 ‘단백질 X

Protein X

’로 명명했 다. 또한 ‘샤페로닌’ 같은 단백질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백질뿐 아니라 지질, 다중음이온 분자 등이 관여한다는 보고들도 있으며,

42

구리와 마그 네슘 같은 중금속의 분포 상태가 중요하다고 보는 견해들도 있다.

그러나 프라이온 유전자

(PRNP)

를 제거한 생쥐에게는 아무리 병에 걸린 뇌 조 직을 갈아 넣어줘도 병변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 프라이온 단백질이 뇌에서 과 하게 발현되면 잠복기가 짧아진다는 점,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순수하게 프라이온 단백질만 합성해 넣어주었을 때 뇌 병변이 발생했다는 점 등은 최소한 전염성 해면상 뇌증의 발병에서 프라이온 단백질이 매우 중요한 존재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게 한다.

43 44

‘단백질 유일 가설’과 다른 주장들

2부

인간광우병이 발병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만 만족시켜서는 안 된다.

어떤 질환이든 마찬가지이다.

흔한 감기도 개인의 건강 상태, 기온, 침투한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발병 여부가 다르다.

인간광우병은 단계가 훨씬 복잡하다.

각 단계들은 일종의 인간광우병 발병에 대한 장벽 역할을 한다.

인간광우병

발병의 전제조건

(25)

걸린 소라도 살코기만 먹었을 경우 감염 확률이 매우 희박하다 는 견해가 일반적이었다.

✚ 참고로 이 설문조사에서는 미국의 광우병 통제 정책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치아 로 30개월 이상 소를 구분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있다’가 23%, ‘없다’

가 35%, ‘모르겠다’가 45%였다. 광우병 의심소의 일부만 검사하는 미국의 방식(의심소

의 0.1%를 표본검사)이 충분한지에 대한 답변은 ‘매우 충분’이 4%, ‘충분’이 8%, ‘불충분’이

42%, ‘매우 불충분’이 29%, ‘모르겠다’가 17%였다. 미국의 동물사료 금지정책이 충분한 지에 대한 답변은 ‘매우 충분’이 8%, ‘충분’이 8%, ‘불충분’이 34%, ‘매우 불충분’이 23%,

‘모르겠다’가 27%였다. 미국의 OIE 2등급(통제된 위험국)이 적절한지에 대한 답변은 ‘매우 적절’이 8%, ‘적절’이 17%, ‘부적절’이 17%, ‘매우 부적절’이 12%, ‘모르겠다’가 46%였다.

미국에 광우병 소가 더 있을 가능성에 대한 답변은 ‘매우 높다’가 8%, ‘높다’가 40%, ‘낮 다’가 12%, ‘매우 낮다’가 24%, ‘모르겠다’가 16%였다.

이상의 답변들을 종합해보면 미국의 광우병 통제 정책이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충분 하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했다. 그런데도 미국에서 광우병이 유행하지 않고 인간광우병 환자도 없다는 점에서 안전성에 대해서는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미국산 소고기가 광우 병으로부터 안전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매우 안전하다’가 25%, ‘상대적으로 안 전하다’가 46%, ‘약간 위험하다’가 12%, ‘모르겠다’가 17%였다.

광우병

확대인가 종결인가?

비가 올 것으로 예측되면 우산을 갖고 외출한다.

폭설이 예측되는데 산에 오른다면 큰 재앙을 만날 수 있다.

유괴를 예측하여 자녀를 집 안에만 가두어놓고 기른다면 그 자녀에게는 재앙이다.

잘못된 예측은 재앙을 부르고 삶을 허비하게 한다.

올바른 예측은 안전을 확보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미래에 벌어질 일들을 모두 알 수는 없다.

모든 일을

100%

알고 난 후 행동하기에는 삶은 너무 짧고 기회는 매우 적다

그래서 적절한 예측, 현실과 좀 더 잘 맞는 예측이 필요하다

1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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