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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시론
한 나라의 국토품격은 그 나라의 수도에서 읽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서울만이 아 니라 신라, 백제, 고구려 등의 수도 기능을 한 여러 도시가 있으며, 현행 「고도 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고도육성법」)에서는 경주, 공주, 부여, 익산을 고도로 지정하였다.
고도(古都)는 도시 전반에 국가통치와 관련된 유 · 무형의 역사문화유산이 분포해 있는 역사문화유산의 보고이다. 하지만 고도 전반에 산재한 유적지 주변은 문화재 보존을 위한 규제로 개축 · 재축이 어려워 주거환경이 극도로 퇴락했다. 반면 「문화재 보호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인근 지역은 문화재와 조화되지 않는 고층아파트 개발 등으로 전통적인 역사도시의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웠다.
역사문화유산의 가치는 당해 유산만이 아니라 주변 지역의 관리 상태, 즉 역사문 화환경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역사문화환경 또는 역사문화경관의 개념은 1933년 아 테네헌장(Athens Charter)에서 ‘단위 문화재만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적 유산’을 도 시계획의 주요 주제로 다루면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의 역사문화유산은 문화재 보존정책의 고유 영역으로 치부되어왔고,
「문화재보호법」은 개별 문화재의 원형을 보존하는 데 치중되어 있었다. 도시계획은
「문화재보호법」에서 점적으로 지정한 문화재 보호구역과 반경 500m 이내 지역을 보 존지구와 역사문화환경지구로 반영하는 수준이었다. 이렇듯 도시관리 차원에서 역 사문화환경의 중요성과 가치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고도육성법」에 의거한 고도보존정책은 문화재 보존정책에서 배제되었던 문화재 주변 지역주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단일 문화재 보호에서 간과되었던 도시 차원 의 역사적 골격과 역사문화환경을 공간계획적으로 회복하고 조성하는 데 근본 목 적을 두고 있다. 고도육성사업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수립된 기초조사 및 고 도보존육성기본계획, 그 이후의 시행계획 등을 기초로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오랜 기억이 숨 쉬는 도시에서 국토품격은 시작된다
채미옥 대구대학교 초빙교수, (사) 연구그룹 미래세상, 미래국토연구그룹 대표 ([email protected]) 국토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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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되고 있다.
우선, 역사적 실체 확인 및 골격을 회복하여 고도의 역사적 진정성을 높이고 왕도로서의 이미지를 가시화시키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고도의 생성 · 발전과정의 배경이 되었 던 자연환경과 역사적 의의가 있는 유 · 무형의 문화유산 등을 기초로 한다. 신라와 백제 왕 경(王京)의 역사적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경주 월성, 부여 관북리, 공주 공산성에서는 왕궁 터 확인 및 발굴이 지속되고 있다. 거대한 궁궐터가 발굴되고 있는 익산에서는 왕도 이미 지를 가시화시키기 위해 익산 고도의 핵심 골격인 미륵사지 주변의 환경을 정비하고, 백제 시대 궁궐터가 발굴되고 있는 왕궁리를 지나던 국도를 정리하고 있다.
둘째, 고도가 지속가능한 역사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고도 활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문화재 보존을 위한 규제로 퇴락한 주택을 쾌적한 주거환경으로 개선하여 문화재로 인한 주민불편을 해소하는 사업이다. 2015년부터 2020년 현재까지 ‘고도이미지찾기 사업’으로 4개 고도에서 총 144건의 주거환경 개선, 50건의 가로경관 개선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는 주민이 자발적으로 역사문화환경을 보전하고 관리하는 기반을 조성하고, 문화재 주변 역사문화경관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다.
셋째, 지속가능한 고도활성화는 주민이 자부심을 가지고 고도의 역사문화유산을 아끼고 관리할 수 있을 때 가능해진다. 2010년 4월부터 고도육성아카데미를 개설하여 고도가 가 진 역사문화유산의 가치와 보전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긍정적 주민 인식을 확산시켰다. 고 도의 역사문화경관 개선을 위해 내 집 앞 화분 가꾸기, 주민이 아끼는 명소 만들기 등 다양 한 고도사랑 실천운동도 유도하였다.
고도육성사업은 역사문화유산의 역사적 진정성 보존 및 역사문화환경 회복과 함께 노후 주거지를 재생하는 고도재생사업이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고도육성사업 시행 결과,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후 50여 년 이상 지속된 규제로 퇴락했던 지역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는 도심의 문화, 관광상업 기능을 활성화하여 도심을 재생시키는 효과로 확산 되고 있다. 경주 대릉원 주변의 재래식 화장실, 빗물이 새던 집들이 편리한 현대식 주거시 설의 한옥으로 재축되거나 찻집, 음식점 등으로 개축되면서 인구유입이 늘었고, 황리단길 이라는 새로운 명소로 탄생하였다. 공주 제민천변에는 비어 있거나 퇴락한 건물이 개축되 거나 신축되고 있는데, 한옥만이 아니라 1930년대 일본식 근대 건축물, 1960년대 근대가
고도육성사업은 역사문화유산의 역사적 진정성 보존 및 역사문화환경 회복과 함께 노후주거지를 재생하는 고도재생사업이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고도육성사업 시행결과,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후 50여 년 이상 지속된 규제로 퇴락했던 지역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제481호 2021 Nov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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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의 원형을 살리는 형태로 개 · 보수되어 카페, 책방, 작은 갤러리, 인문학 강좌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관광객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경주 대릉원의 경우 2015년부터 2020 년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 매년 20% 이상씩 관광객이 증가하였고, 공주는 반나절 관 광지에서 장기 숙박 및 골목길 투어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역사문화유산이 과거지향적 인 원형 보존만이 아닌, 현대적 삶과 접목될 때 지속가능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는 “오래된 건물에서 창조는 시작된다”라고 하였다. 고도 보존육성정책의 최대 효과는 관광객 증가나 집값 상승보다는 오래된 것은 불편하고 자산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통념을 불식시키고, 규제완화를 통한 고층아파트 건설을 원하던 주 민의식을 변화시킨 데에 있다. 고도지역의 공무원과 주민들이 나서서 낡은 건물의 원형과 골목길을 살리고 있고, 골목길 사진전, 한지 공예품 등의 특산품을 만들어 고도를 홍보하 고 있다. 이는 역사문화유산이 일상생활에 불편을 가져오거나 자산가치를 하락시키는 장 애 요인이 아니라 잘 보전하고 관리하면 경제적 이익으로 돌아오는 소중한 존재로 인식한 결과이다. 또한, 자신들의 삶의 공간도 역사문화환경으로 가꾸어야 할 대상이라는 판단이 자리 잡은 것이 오늘날의 고도 모습이다.
고도육성정책은 문화재 보존정책의 새로운 전환이며, 고도보존육성계획은 도시관리가 지 향해야 할 문화적 도시계획의 접점이다. 하지만 고도육성정책은 고도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한계가 있다. 인접 국가들의 역사 왜곡이 심화되고 있고, 한반도는 5천 년의 역사적 기억을 다양한 형태로 지니고 있다. 마침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으므로 고 도보존육성계획의 역사적 골격 회복과 광역적 역사문화환경 조성방법을 역사문화권으로 확 산하여 우리의 역사적 정체성과 문화적 고유성을 확립해나가야 한다.
개발 연대가 지나고 저성장, 문화의 시대로 진입하였다. 역사문화유산의 향기가 일상생 활공간에서 향유되고, 역사문화환경이 우리의 삶터와 일터에서 미래지향적으로 진화하여 미래의 역사문화유산이 생성되는 것이 국토의 품격이고 문화관광 경쟁력이다. K-Pop, K-Drama로 시작된 한류가, 우리 국토가 품고 있는 다양한 층위의 역사성과 전통문화공 간으로 확산되어 나가길 기대한다.
인접 국가들의 역사 왜곡이 심화되고 있는 요즈음, 마침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으니 고도의 역사적 골격 회복과 광역적 역사문화환경 조성방법을
역사문화권으로 확산하여 우리의 역사적 정체성과 문화적 고유성을 확립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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