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 은 글 긴 생 각 짧 은 글 긴 생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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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2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때 일이다. 시상식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미국 선수는 은메달인 데도 환호하고 기뻐하는 모습이 역력하였지만, 우리나라 선수는 동메달이어서인지 풀이 죽어 있었다. 그 미국 선수는 자신이 최선을 다했고, 게임을 즐긴 것에 만족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나 라 선수는 동메달을 땄건만 결코 즐거워하지 않는 모습이었다.올림픽은 어차피 경쟁을 통해 순위를 겨루는 마당이다. 그러다보니 4년 정도의 고독한 훈련 속에서 땀 과 눈물을 이겨내며 선수들이 경쟁을 할 때 금메달만이 가장 큰 가치를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금 메달은 다른 선수들의 선의의 경쟁이 있었기에 빛이 나는 것이다.
게임에 나선 선수들은 나름대로 모두 일등을 꿈꾸었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일등의 자리는 하나밖에 없다. 스포츠계에서 경쟁을 통해 일등을 가려내는 일은 우리 사회의 재미가 되어 있고, 일상적인 일이 되었 다. 아마도 경쟁이 없으면 사람들이 받는 자극도 적어질지 모른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최고를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분야든 사람의 경쟁심리를 자극 하여 최고의 자리를 만드는 데 익숙하다.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 최고가 되기를 바라고, 그렇게 되려고 노력 한다. 아마도 일등, 최고가 되고자 하는 노력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더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지 않았을 까? 우리 사회의 시스템 속에서 일등이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고, 선호되는 것이 현 실이다. 그러므로 일등만을 기억해주는 사회라고 불만을 가질 것이 아니라 일등이 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에 일등이 안 되었다면, 다음 기회에 일등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데 희망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사회는 올림픽 경기장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비록 일등, 최고를 추구하는 각 분야의 노 력에 의해 발전해왔지만, 일등만이 아닌, 일등이 되고자 노력했던 많은 사회구성원의 동참이 있었기 때문 에 함께 살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구성원 모두가 행복을 추구하며 살고 있다. 우리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은 일등도 이등도 삼등도 갈등 없이 서로 융합하여 사는 것이다.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힘은 일등 이 되고자 했던 수많은 이들이 있었던 데서 비롯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조남건|국토연구원 국토인프라전략센터장
일등만 을
기억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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