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 짧은 글 긴 생각 ㅣ
연암 박지원 선생은 인순고식(因循姑息), 구차미봉(苟且彌縫)이라는 말씀을 하신 바 있다. 인순고식은 ‘하 던 대로 일하고 변화를 회피하면서 지금껏 문제없었으니 앞으로도 괜찮겠지 하는 마음’이고 구차미봉은 ‘그 러다가 막상 문제가 생기면 당당히 문제해결에 나서기보다 어찌 모면할지나 궁리하는 것’이다. 최근 발생 한 대형 재난을 돌이켜 보면 결국 인순고식과 구차미봉에서 비롯되어 시간이 경과될수록 그 피해가 막대해 졌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70~1980년대 압축경제 성장과정에서 나타난 난개발로 인하여 국토환경이 재난에 취약해 져 있고, 사회구조가 복잡한 환경으로 변함에 따라 새로운 유형의 재난이 생겨나는 등 과거에 비해 재난위 험이 한층 높아진 환경에서 살고 있다. 이처럼 높아져 가는 재난위험을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극복하고 피 해를 최소화해 나가느냐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직면 과제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 차원의 많은 노력으로 과거에 비해 재난관리를 위한 법과 제도가 많이 정비되었고, 재해 예 방을 위한 투자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사후 위기관리에 치우쳐 있는 현재의 재난관리 시스템을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복 합재난관리 시스템으로 보완·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 재난관리를 위한 전문 인력이 많이 배치되어야 하며, 이들이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하는 노력을 지속적으 로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공학적 요소를 포괄하는 재난분야의 학문적 정체성이 확립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 다. 재난분야의 학문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나 학계, 관계 분야 전문가들의 지속적 인 노력과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21세기는 얼마나 재난을 잘 관리하고 극복해 나가느냐가 정부의 성패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과 거 경험에 의존하는 재난관리 방식으로는 재난 환경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재난관리의 과학화, 전문화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송창근 | 인천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baybreeze119@inu.ac.kr)
대형 복합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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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제406호(201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