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코믹스의 시각적 내러티브에 관한 연구 - 크리스 웨어의 코믹스를 중심으로 -

N/A
N/A
Protected

Academic year: 2021

Share "코믹스의 시각적 내러티브에 관한 연구 - 크리스 웨어의 코믹스를 중심으로 -"

Copied!
12
0
0

로드 중.... (전체 텍스트 보기)

전체 글

(1)

투고일_2018.12.10 심사기간_2019.01.01-16 게재확정일_2019.01.23

코믹스의 시각적 내러티브에 관한 연구 - 크리스 웨어의 코믹스를 중심으로 -

The Strategy of Visual Narrative in Comics - Focusing on Chris Ware’s comics -

박민주, 경성대학교 영상애니메이션학부

Park, Min Ju_School of Screen Arts, Kyungsung University

차례 1. 서론

1.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1.2. 연구의 범위 및 방법

2. 코믹스의 시각 언어 2.1. 패널과 시공간 표현 2.2. 배열과 조합

2.3. 이미지로서의 텍스트

3. 코믹스의 시각 언어와 내러티브

4. 결론

참고문헌

(2)

코믹스의 시각적 내러티브에 관한 연구 - 크리스 웨어의 코믹스를 중심으로 -

The Strategy of Visual Narrative in Comics - Focusing on Chris Ware’s comics -

박민주, 경성대학교 영상애니메이션학부

Park, Min Ju_School of Screen Arts, Kyungsung University

요약 본 연구는 현대 코믹스의 시각적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요소와 그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 분석하여 코믹 스의 시각적 표현과 읽기(또는 보기)의 체계를 이해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코믹스의 시각 언어는 구어(verbal language)와 싸인(sign)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에는 코믹스 고유의 문법 시스템이 존재한다. 본 연구에서 연구자 는 코믹스 문법의 가장 기본단위인 패널(panel)과 홈통(gutter)이 만들어내는 연속성의 레이아웃과 그것에 의 해 발생되는 다면적 해석, 즉 코믹스 내러티브의 복잡성과 동시성에 집중하였다. 또한 현대 코믹스에서의 텍스 트는 단순한 내러티브 전달의 기능뿐만이 아니라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이미지로 활용되어 전체 페이지의 시각 적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는 인터넷과 미디어의 급속한 발전에 의한 하이 퍼텍스트의 등장으로 과거 코믹스의 주된 특징이었던 패널과 페이지에 의한 전통적 형식에 변화가 일어난 결과 이다. 코믹스 작가들은 하나의 화면에 다양한 시간과 공간이 존재할 수 있는 코믹스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순차 적 패널 배열에 의한 서사구조를 뛰어넘어 비선형적이고 실험적인 시각적 내러티브를 추구하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현대 코믹스 내러티브의 새로운 움직임에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는 크리스 웨어(Chris Ware)의 코믹스 를 구체적 분석의 사례로 제시하였다. 웨어의 코믹스는 현대 코믹스와 일러스트레이션 분야에서 맥락적 성격이 강하고 주제화 의식이 뚜렷한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그는 독자들에게 비주얼 디자인, 내러티브 테마, 캐릭터, 그리고 코믹스를 읽는 방법에 대하여 예술적으로 미학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 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크리스 웨어를 포함한 현대 코믹스 작가들은 페이지 상에 있는 모든 시각적 요소와 체계, 구조를 본인의 의도와 내러티브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시각 언어 시스템으로 탈바꿈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understand the system of visual expression and reading methods in modern comics narrative. The visual language of comics is composed with verbal and sign language in which the grammar system of comics occurs. The research focuses on panels and gutters, that are the most basic factors in comics grammar, layouts, various aspects of interpretation, complexity and simultaneity. The paper also indicates that the text used in comics functions as image through typography so that it takes the important role to visualize the whole narrative structure on the comics pages. This is the result of fast development with internet and media because the appearance of hypertext has changed the conventional form of panels and page layout in comics. The artists of modern comics tend to pursue experimental non-linear narrative rather than the juxtaposition of chronological order. With the way they are able to maximize the advantages of comics that different times and spaces exist on the very same page.

Chris Ware’s comics in that sense could be the right examples to be shown in this study because he is one of the pioneers in new forms of modern comics narrative. Ware has been evaluated as an comics artist whose work is strongly contextual and clearly objective. As the result of the analysis his visual design, theme of narrative, characters and the way of observation have shown the new paradigm to the readers artistically and esthetically. It is clear that the modern comic artists included Chris Ware try to have the all visual factors, systems and structures on their comics pages work together as one visual language system that works with the narrative perfectly.

중심어

코믹스 내러티브 시각 언어 패널 레이아웃

ABSTRACT Keyword

comics narrative visual language panel

layout

본 연구는 2018학년도 경성대학교 학술연구비지원에 의 하여 연구되었음

(3)

1. 서론

1.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평소 코믹스를 즐겨 읽는 독자들이라면 코믹스라는 매체의 ‘서사(narrative)’가 다른 매체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코믹스의 서사를 분석함에 있어서 문학적 비평, 혹은 시각적 매체로부터 가져온 용어를 사용하다보면 그 개념과 용어들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코믹스 연구에 있어서의 새로운 비평 과 언어적 모델의 정립은 매우 고무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출발은 다른 매체들로부터 가져온 비평적 모델이었으나 코믹스 연구는 그러한 모델을 진화시켜서 사용해왔다고 할 수 있다.

라운드(Round)는 코믹스 기호학의 근본이 되는 세 가지 주된 요소로 시간과 공간의 표현, 오픈 된 내러티브 구조, 그리고 표현에 있어서의 극사실적 창조라고 하였다.1) 물론 그 외에도 각 페이지와 장들을 한정하고 구분 짓는 많은 시각적, 그리고 텍스트 전략이 쓰이지만 라운드는 코믹스 내러티브의 특징들이 이 세 가지의 요소로부터 뻗어 나온 프로세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캡틴 아메리카’를 탄생시킨 미국의 주류 코믹스 작가 잭 커비(Kirby)는 본인의 창작물에 대하 여 ‘나는 그림으로 글을 쓰는 것’ 이라고 말했다.2) 비슷한 예로 일본의 코믹스 작가 오사무 테주카(Tezuka)는 본인의 코믹스 작업을 그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독특한 심볼들을 사용 해서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묘사하였다.3) 역시 코믹스 작가인 크리스 웨어(Ware)는

‘코믹스는 어떤 장르가 아니라 언어를 개발하는 것’4)이라고 하였으며 윌 아이스너(Eisner)는 코믹스의 제스쳐와 그래픽 심볼들을 ‘시각적 어휘’라고 표현하였다.5) 스캇 맥클라우드 (McCloud) 또한 코믹스에서 시퀀스 패널들을 조절하고 배열하는 것을 문학에서의 ‘문법’과 비교하기도 하였다.6) 그 외에도 많은 작가들이 본인의 코믹스 작품들을 단순한 일러스트레이 션의 나열이 아닌 문학 또는 문학의 범주에 속하는 하나의 언어라고 생각하였다. 코믹스 언어 연구자 콘(Cohn)은 코믹스는 현대의 언어학이나 심리학 연구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하였 는데, 그 이유로 ‘언어’라는 것은 철저하게 인간의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7) 언어는 인간 의 행위이지만 코믹스는 ‘글쓰기’와 ‘그림그리기’ 라는 두 개의 인간의 행위의 결과를 조직하여 만든 사회적 산물이다. 따라서 코믹스에서 사용되는 연속적 이미지들(sequential images)은 이 두 가지의 인간의 행동적 영역이 결합되어 그들 고유의 시각적 언어를 만들어낸다.

본 연구는 사람들이 코믹스의 연속적 이미지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머릿속에서 어떠한 정신적 재현이 구성되는지, 이미지와 텍스트의 조합, 패널, 그리고 페이지의 레이아웃은 어떻 게 작용하는지를 연구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코믹스의 표현적 시스템을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그 시스템이 사람들이 연속적 이미지를 인지하는데 어떠한 역할을 하는 지 살펴보아야 한다.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이동을 제어하는 것은 작가이지만 코믹스에 몰입하 여 시공간의 감각을 읽고 느끼고 상상하여 구조적 연결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1.2. 연구의 범위 및 방법

위의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본 논문은 먼저 코믹스 내러티브에 있어서의 간극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애봇(Abbott)은 간극이 ‘서사 전개상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크고 작은 틈으로 독자들은 이 부분을 자신의 경험이나 상상으로 채운다’8)고 하였다. 작가와 독자는 이

1) Round, J., 「Visual Perspective and Narrative Voice in Comics: Redefining Literary Terminology」, International Journal of Comic Art, Vol.9 No.2, Fall 2007, p.316.

2) Kirby, J., Interview with Ben Schwartz, 『The Jack Kirby Collector』, 23:19-23, 1999.

3) Schodt, F. L., 『Manga! Manga! The World of Japanese Comics』, New York: Kodansha America Inc., 1983.

4) Ware, C., Introduction of Chris Ware, 『McSweeny’s』, Issue 13, 2004.

5) Eisner, W., 『Comics & Sequential Art』, Florida: Poorhouse Press, 1986.

6) McCloud, S., 『Understading Comics: The Invisible Art』, NY: Harper Collins, 1993.

7) Cohn, N., 『The Visual Language of Comics』, Bloombury Press, 2013.

8) Abbott, H. P., 『The Cambridge Introduction to Narrative』, Cambridge UP, 2008.

(4)

야기를 재구성하는 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는 개인이 경험한 시공간성이 다르기 때문이 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코믹스의 내러티브와 간극을 이해하기 위하여 첫째, 패널과 시공간 연출에 대해 연구한다. 패널은 코믹스를 구성하는 기본단위이고 패널과 패널 사이에 존재하는 틈(또는 홈통 gutter) 또한 코믹스 내러티브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여러 개의 패널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페이지의 레이아웃에 대한 분석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아이스너가 주장하였던 ‘이미지로 읽히는 코믹스의 텍스트’에 관하여 알아보았다.

코믹스에서 텍스트와 이미지는 한쪽이 어느 한쪽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 상호작용이며 텍스트 도 내러티브의 구조를 위한 시각적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위의 세 가지 분석을 위한 사례 연구로 연구자는 현대 코믹스의 선구자적 존재인 크리스 웨어(Chris Ware)의 코믹스를 채택 하였다. 웨어는 명실상부한 현대 코믹스의 선구자이자 코믹스의 매체로서의 확장 가능성을 한층 끌어올린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또한 앞으로 코믹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사회문화적 위치를 제고함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2. 코믹스의 시각 언어

음성 커뮤니케이션, 즉 ‘말하기’는 표현의 체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 체계를 학습한 사람들에 게 순조롭게 인식된다. 반면 그래픽 커뮤니케이션은 인식되기 위해 이에 상응하는 체계가 없 다. 언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축적된 체계에 의한 법칙의 지배를 받으며 이해되어지지만 그래픽은 아티스트와 그가 가진 능력에 의해 표현되는 일종의 기술(skill)로 보인다. 그리고 그 기술은 어떤 명백한 지침이나 훈련을 통해서만 획득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문장은 문법적 이거나 비문법적이지만 이미지는 직관력이 지배한다. 따라서 코믹스는 언어학적 관점에서 분 석하기에 한계가 있으며 코믹스의 내러티브는 소설이나 문학의 그것과는 다른 것이다. 코믹스 의 시각 언어는 구어(verbal language)와 싸인(sign) 언어가 함께하면서 그들만의 문법 시스 템을 사용하여 어떠한 콘셉트를 표현하기 위한 기준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코믹스의 시각 언어 에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구조는 무엇일까? 연속적 이미지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어떠 한 정신적 재현을 머릿속으로 구성하는가? 표면적으로는 코믹스의 연속적 이미지들은 이해하 기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이미지들은 대게 어떠한 오브젝트로 보이고, 액션은 지각적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씨퀀스 이미지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떠한 사건을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콘은 이러한 종류의 결론이 매우 성급하고 직관적이며 코믹스 시각 언어에 존재하는 많은 복잡 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9) 이 장에서는 코믹스의 내러티브와 시각 언어를 이해 하기 위한 방법으로 코믹스의 간극과 패널, 레이아웃, 그리고 이미지로서의 텍스트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한다.

2.1. 패널과 시공간 표현

코믹스라는 인쇄된 평면적 매체에서 시간과 공간의 표현은 초월적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평면 위에 있는 하나의 이미지만으로는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이미지들 은 배열되고 합쳐지면서 그 의미가 강화된다. 코믹스에서 패널은 펼쳐진 평면의 시간적 흐름과 공간적 이동을 분류하고 구분하면서 이를 효율적으로 텍스트와 결합시켜 의미를 생성한다.

스캇 맥클라우드는 그의 저서 <Understanding Comics>에서 패널과 패널 사이의 시간 흐름 과 장면전환에 대해 순간이동, 동작이동, 소재이동, 장면이동, 시점이동, 무관계이동 등으로 구분하였다.10) 이는 영화에서의 컷과 같은 효과로 나타나며 독자들은 각각의 패널에 나타나있 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조합하여 머릿속에서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이 때 코믹스 독자들은 패널 안에 있는 드로잉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지를 이해한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패널 속에 묘사되어 있는 여러 선들과 형태들을 그저 단순한 직선, 곡선, 형태가 아니라 머릿속에서 어떠한 의미나 특정 오브젝트로 창조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우리는

9) Cohn, N., 『The Visual Language of Comics』, Bloombury Press, 2013.

10) McCloud, S., 위의 책.

(5)

그려진 오브젝트에 개념적으로 깔려있는 우리의 인식을 가지고 선과 형태의 그래픽 구조의 암호를 풀어낼 수 있다. 캐릭터들은 각각의 패널에서 반복적으로 다시 그려지는데, 구도의 변화에 따라 다른 각도로 그려지기도 한다. 이 때 우리의 머릿속에 캐릭터를 형성하는 선들과 형태들이 특정한 패턴으로 남게 되는데 이것은 일종의 스키마(schema)로 머릿속에서 인지적 으로 조직화되는 팩트 혹은 기억들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코믹스 이미지들이 단순히 종이 위에 그려진 평면적 드로잉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코믹스 이미지들은 비록 2D의 재현적 드로잉이지만 독자들은 그것들이 3D의 입체적 오브젝트를 의미하고 그 안에 원근이 존재하고 또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시점은 계속해서 달라지고 그에 따라 공간의 깊이 또한 달라진다.

이순구에 의하면 인류가 평면의 시간성을 구체적으로 분류하고 사건과 사건을 구분하여 주는

‘구획’과 ‘칸’이 시간과 공간의 이동을 자유롭게 나타낼 수 있음을 깨닫기 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두치오(Duccio)의 <그리스도의 수난>과 같은 중세 제단화의 뒷면 장식 그림이나 1731년 호가스(Hogarth)가 그렸던 <창녀의 인생유전>이라는 작품들과 같이 시간을 분류하 여 칸 안에 그림을 그렸던 회화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0여년이 지난 후 토퍼(Töpffer)와 같은 작가들이 칸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11)

초기 코믹 스트립 시대에 시공간 연출에 있어서 혁신적인 방법을 시도하였던 크리스토프 (Christophe)는 1800년대에 본격적으로 프레이밍을 통한 패널 내에서의 시간과 공간의 표현을 시작하였다. 그는 그 당시 코믹스들에서는 발견하기 힘들었던 배경에 대한 묘사를 시작하였고

‘하이 앵글’과 같은 파격적인 원근을 코믹스 패널을 통해 연출하였다. 또한 공간의 깊이감과 원근 의 강조를 위해 화면의 앞쪽에 인물이나 물건을 배치하는 방법, 즉 ‘르푸소아르(repoussoir)’를 즐겨 사용하였다. 크리스토프는 초기 코믹 스트립의 배경에서 원근법 연출을 토대로 영상 제작 에 있어서는 ‘주관적 카메라(subjective camera)’의 탄생을 예견한 선구자였다.12) 이렇듯 19세 기에 이미 시작된 패널을 활용한 코믹스의 시간 흐름과 공간 이동의 방법은 점점 더 복잡하고 세련되어졌으며, 그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의 폭도 더욱 깊고 넓어지게 되었다.

한편, 코믹스의 페이지에는 패널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패널과 패널 사이의 공간, 즉 홈통 (gutter)이 있다. 방인식은 코믹스의 홈통(gutter)을 문학에서의 간극의 관점으로 분석하였다.

또한 에봇은 간극을 ‘서사 전개상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틈으로 독자는 이 부분을 자신의 경험 이나 상상으로 채운다’라고 정의하였다. 방인식에 의하면 홈통은 코믹스 서사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단위인 칸을 구분하는 빈 공간으로 다른 매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요소이며 독자 들이 서사를 이끌어 내는 것은 패널들의 사이에 있는 홈통에 구체적 의미를 부여하는 적극적인 작업을 의미한다.13) 추트(Chute) 또한 두 패널 사이에 있는 홈통에서 서사가 발생한다고 주장 하였다.14)

<그림 1> 크리스 웨어의 코믹스는 타이틀을 포함해서 총 25개의 패널로 나누어져 있다. 이 단편 코믹스는 회사의 카페테리아에서 혼자 식사를 마친 남자가 사무실에 있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쪽지를 발견하고, 자신의 건너편에서 일하던 동료의 정체가 사실은 슈퍼맨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25개의 패널들 사이사이에는 그 보다 더 많은 홈통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 단편의 전체적인 시간의 흐름은 그리 길지 않다. 남자가 식사를 하고, 식사를 마친 뒤 사무실로 돌아오는 시간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상식선에서 30분 에서 한 시간 정도의 시간 흐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공간적 이동은 카페테리아에서 사무 실로 한 번 발생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홈통 뿐 아니라 타이틀 패널이 함께 존재하여 두 공간을 더욱 구분해준다. 웨어는 2~4번째 패널에 캐릭터가 테이블에서 일어나 자리를 뜨 는 과정을 보여주고, 5번째 패널에서는 빈 테이블만을 그려서 그가 완전히 그 공간을 .떠났음 을 설명하고 있다. 8번째 패널에서 독자들은 캐릭터가 완전히 다른 공간에 와있음을 알게 된

11) 이순구, 「시간과 공간의 분절 형식으로서의 칸과 틀-선사화에서 하이퍼텍스트까지」, 만화애니메이션연구 통권 9호 1-17, 2005, p.11.

12) 박민주, 「코믹 스트립과 초기 애니메이션의 그래픽 내러티브 연구」, 애니메이션연구 Vol.12 No.4, 2016, p.48.

13) 방인식, 「만화 서사의 잠재성-워치맨을 중심으로」, 문학과 영상 15(4), 2014, p.841-846.

14) Chute, H., 「Comics as Literature? Reading Graphic Narrative」, PMLA 123.2, 2008, p.452.

(6)

다. 콘(Cohn)이 주장한데로 독자들이 다음 패널을 보는 순간 이전의 패널과 이어질 이야기를 독자들 스스로 끌어내는 것이다.15) 자기 자리로 돌아온 남자는 ‘지난 6개월 동안 나는 당신 건너편에 앉아있었는데 당신은 단 한 번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군요! 안녕히’라는 내용의 쪽지 를 발견한다. 열세 번째의 패널은 남자의 시점으로 쪽지의 내용을 보여준다. 이는 영화제작에 서의 ‘포인트 오브 뷰(point of view)샷’에 해당하는 패널로써 완벽한 ‘주관적인(subjective) 샷’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 때 독자들의 시점은 캐릭터의 시점과 일치하게 된다. 독자들은 각 패널의 시점이 달라지더라도 여전히 같은 캐릭터, 같은 사건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즉, 이 모든 것이 기하학적 정보와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추상적 개념을 합친 시공간적 구조의 속임수를 패널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다.

2.2. 배열과 조합

<그림 1> 크리스 웨어 ‘MEN’

코믹스는 텍스트와 이미지가 조합 구성된 형태에 의해 생기는 다면서 해석의 가능성을 통해 내러티브의 복잡성을 나타낸다. 독자들은 패널 안에 있는 모든 오브젝트들이 어떠한 사건이나 상황에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림 1>의 코믹스에서 우리는 패널 에서 반복적으로 보이는 남자가 그냥 남자가 아니라 회사 카페테리아에서 혼자 외롭게 점심을 먹고 자기 자리로 돌아온 남자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게다가 자신의 건너편에서 6개월 동안이나 일했던 동료와 단 한 번의 교류도 없었던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코믹스의 마지 막 부분에서 마침내 독자들은 이 모든 패널들이 연결되지 않는 각각의 고립된 이미지가 아니라 서로의 관계성을 가지고 있음을 이해하고, 사건을 파악하고, 마지막의 상황을 읽어내어 결론에 도달한다. 이처럼 코믹스에서 하나의 사건은 여러 개의 패널로 구성될 수 있고 반대로 하나의 패널이 모든 것을 다 담고 있을 수도 있다. 이 장에서는 이러한 패널들의 배열과 조합이 내러티 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대부분의 코믹스는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패널들의 조합으로 구성 된다. 따라서 이 패널들이 모여서 만드는 형(shape), 코믹스 페이지의 레이아웃은 각각의 패널이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만큼 중요하다. 이 레이아웃은 이미지의 의미적 양상을 넘어서서 방향 지시적 구조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씨퀀스가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진행되는 가를 말해주는 그래픽 구조의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코믹북의 패널 배열방식은 내러티브를 이해하는데 별 다른 문제가 없다. 독자들은

15) Cohn, N., 위의 책.

(7)

관습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그들의 시선을 왼쪽에서 오른쪽 패널로, 위의 열에서 아래 열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코믹 스트립 작가들은 전통적인 패널 배열 방식에서 벗어나면서 레이아웃을 이용한 다양한 실험을 시작하였고 페이지 레이아웃 디자인 자체가 내러티브에 적극적인 요소로 작용하도록 하였다. 윈저 맥케이(Winsor McCay)는 대부 분의 코믹 스트립 레이아웃에 엄격한 그리드 방식을 고집하였던 1900년대 초반에 이미 매우 복잡하고 획기적인 스타일의 레이아웃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크리스 웨어 코믹스의 내러티브가 가지고 있는 복잡성은 그래픽 요소들과 내러티브의 능숙한 배열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의 텍스트 사용에 있어서의 철학적 접근은 이 과정에서 매우 핵심 적인 역할을 한다. 웨어의 코믹스를 보고 있으면 전통적 코믹북 스타일을 고수하는 다른 작가 들의 작품과는 달리 마치 어떤 건축물의 설계도, 즉 블루 프린트와 같은 이미지들을 많이 발견 할 수 있다. 혹은 다이어그램, 심지어 지도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웨어의 코믹스 레이아웃 에서 우리는 그의 코믹스 예술에 대한 이해와 감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특히 텍스트와 이미지, 그리고 그것들의 배열과 조합에 대한 그의 특별한 노력을 알 수 있다. 물론 웨어도 그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 될 때에는 다른 작가들처럼 ‘말풍선’을 사용하기도 한다. 다만 그는 코믹스에 텍스트를 사용한다는 것이 그저 패션이라기보다는 현실성을 만들어내는 요소 라고 생각하였다. ‘코믹스 저널 200(Comics Journal 200)’과의 인터뷰에서 그의 이러한 생각 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코믹스에서 텍스트가 시각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제한적이다. 그것은 늘 같은 방법으로 사용되어져 왔고 아무도 그것을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시각 예술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선택들을 가지고 있는데 코믹스에서는 왜 굳이 텍스트를 풍선 안에만 집어넣으 려고 하는가?”16)

<그림 2> 크리스 웨어 ‘Building Stories’

그는 코믹스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내러티브의 가능성을 레이아웃을 통해 실험하고 있으며

‘스토리와 구조의 결합’ 이라는 그의 코믹스에 대한 신념을 텍스트 사용과 위치에 대한 신중한 의도로 접근하고 있다. 웨어는 이미지와 텍스트, 즉 모든 시각적 요소들이 어떻게 패턴화되고 결합되어 흥미롭고 감성적인 현실, 즉 내러티브로 탄생하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크리 스 웨어의 마스터피스 라고 할 수 있는 ‘빌딩 스토리(Building Stories)’의 코믹 스트립들은 독자들에게 코믹스를 ‘읽는’것이 아니라 마치 연극을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빌딩 스토리는 상자 안에 모두 14개의 크고 작은 코믹북 또는 코믹 스트립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떤 코믹북은 보통의 책과 같이 완벽하게 바인딩되어 있고 또 어떤 것들은 팜플렛처럼 접혀

16) Groth, G., 「Understanding Chris Ware’s Comics (interview)」 The Comics Journal 200, December 1997 p.118-171.

(8)

있는 스타일도 있다. 크기 또한 엽서 크기에서 신문 크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어떤 책부터 먼저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은 전혀 없으며 중요도에 있어서도 모든 책들이 동등하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에피소드의 스토리는 한 캐릭터, ‘어떤 여자’로 집중되어 있다. 시간 순서대 로 정리해보자면 이 캐릭터는 시카고에 사는 외롭고 불안한 미혼 여성으로 결혼 후에는 도시 근교의 주택에 살게 된다. 14개의 독립된 코믹스들은 여자가 결혼 전에 살았던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 그녀의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으며, 여자의 임신, 육아, 아이의 학교 첫 날, 대부분을 혼자서 보내는 오후의 시간들, 계절의 변화들이 웨어 특유의 일러스트레이션 과 텍스트의 배열로 구성되어 있다.

빌딩 스토리에 속한 코믹스들의 레이아웃은 크리스 웨어의 다른 코믹스들과 마찬가지로 그리 드를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그러나 그 엄격한 복잡성 속에서 그는 독자들에게 계속해서 선택 의 순간을 제공한다. 어떠한 순서로 읽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이 전혀 없이 독자들은 패널을 읽어나감과 동시에 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 순간 긴장감이 발생하게 된다. 자신이 결정 한 순서대로 코믹스를 읽어나가면서 독자들은 내러티브의 시각적 퍼즐을 맞추어 나가는 동시 에 긴장감을 해소해나가는 것이다.

웨어가 자신의 독자들에게 이렇게 복잡하고도 실험적인 레이아웃을 통해 본인이 의도한 내러 티브에 도달하도록 하는 이유는 코믹스 리딩에 있어서의 ‘동시성(simultaneity)’이 그것을 가 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코믹스에서는 사실상 같은 페이지 내에 여러 곳의 장소와 각각의 다른 시간대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으며, 독자들은 본인들의 의지로 그 시간과 공간을 마음대로 방문할 수 있다. 그리고 각자의 방법으로 내러티브를 조직해나가는 것이다.

크리스 웨어 코믹스에서 이미지와 텍스트의 배열, 그리고 전체 페이지의 레이아웃의 특징은 페이지의 모든 요소들이 서로가 겹쳐지는 복잡한 단서들의 시스템을 만들어내어 내러티브를 대변한다는 데에 있다. 그의 코믹스에 나타나는 신중한 레이아웃은 독자들에게 내러티브에 있어서 문법적이면서도 시각적인 단서를 제공하고, 그 레이아웃의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있는 이미지들은 친근감과 안정감을 유도한다.

2.3. 이미지로서의 텍스트

코믹스에서의 텍스트 사용은 보다 포괄적인 이미지의 읽기와 쓰기 개념, 즉 이미지가 단순히 작가들의 개인적 표현이나 충동의 결과가 아니라 문화적 산물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창이라는 인식을 반영한 ‘시각적 문해력(visual literacy)’ 연구 결과를 직접적으로 증명한다. 코믹스에 서 텍스트와 이미지는 서로를 이해시키는 역할을 하며 어느 한 쪽도 다른 한 쪽을 지배하지 않는다. 또한 서로 다른 이미지들의 배열은 각각의 요소들에 대한 조절이 없이는 분리될 수가 없다. 코믹스에서는 언어적, 시각적 내러티브가 통합되며 모든 텍스트는 이미지만큼이나 시각 적 요소로 쓰이면서 어떠한 사건이나 상황을 분명히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크리스 웨어의 코믹스를 살펴보면 독자들은 그가 텍스트를 그래픽 방식으로 다룬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는 윌 아이스너의 ‘코믹스에서 텍스트는 이미지로 읽힌다’라는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웨어는 텍스트의 시각적 요소들을 가지고 내러티브의 복잡성에 접근하는데 이때 단순히 말풍선이나 캡션보다는 ‘텍스트의 시각적 조합’을 즐겨 사용한다. 여기에서 텍스트의 시각적 조합 이라고 함은 내용적인 측면이나 가독성 측면에서 인위적으로 나누고 조합한 글자, 단어, 문장들의 블록과 같은 것이다. 웨어는 이 텍스트 블록들을 디자인의 요소로 인식하여 전체 헤이지의 구조와 레이아웃을 계획하는데 때로는 이 블록 자체가 하나의 패널로 작용하기 도 한다. 웨어의 코믹스에서 실험적 타이포그래피는 이미지 이상으로 표현적이고 구조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내러티브와 관련하여 텍스트 디자인 자체가 세련된 컬러와 레이 아웃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갈등이나 긴장 상황을 시각적으로 분명하게 나타내기도 한다. 카넨 버그 주니어(Kannenberg, JR.)는 크리스 웨어 코믹스의 페이지 레이아웃과 텍스트는 내러티 브와 메타-내러티브(meta-narrative), 그리고 엑스트라-내러티브(extra-narrative)에 있 어서 마치 도표와 같이 지시적이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내러티브라 함은 독자들의 시선을 특정

(9)

방향으로 그리고 특정 순서로 가이드하기 위한 텍 스트 디자인을 의미한다. 메타-내러티브는 타이 포그래피의 디자인과 위치가 등장인물과 사건의 주제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며, 엑스트라-내러 티브는 웨어 코믹스의 텍스트가 스토리를 반영할 뿐만이 아니라 동시에 책 이라는 오브젝트 그 자체 를 의미한다는 것이다.17)

<그림 3>의 ‘큄비 더 마우스(Quimby the Mouse)’

코믹스는 이러한 웨어의 텍스트를 이미지로 활용 하며 타이포그래피를 내러티브에 적극적으로 끌 어들이는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큄비는 누가 보아도 ‘펠릭스 더 캣(Felix the Cat)’과 초기 ‘미키 마우스’ 디자인을 표방한 캐릭 터로 늘 자기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 는 냉소적인 쥐이다. 전체 페이지는 비대칭의 집 모양과 타이포그래피로 이루어진 프레임으로 구 성되어 있다. 큄비는 프레임 안에서 내러티브의 주 체가 되기도 하지만 프레임 바깥에서 불안정한 집 이 무너지지 않도록 떠받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는 그의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확실한 본인 존재에 대한 수사적 내러티브의 프레임워크를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웨어의 코믹스에서 텍스트는 내러티브 기능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작용할 뿐만이 아니라 이미지로서 독자들의 시 선을 이끄는 디렉터의 역할과 페이지 레이아웃에 내러티브의 구조를 대입시키는 역할까지 담 당하고 있다.

3. 코믹스의 시각 언어와 내러티브

지금까지 본고는 코믹스가 내러티브 전달을 위해 사용하는 시각적 언어 표현의 방법을 크리스 웨어 코믹스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연구자는 특히 코믹스에서 가장 작은 단위인 패널에서부 터 패널과 패널 사이에 존재하는 홈통, 여러 개의 패널들이 배열되어 발생하는 시퀀스, 전체 페이지의 레이아웃과 이미지로 작용하는 텍스트에 이르는 모든 시각적 요소들의 내러티브에 대한 작용에 집중하였다. 코믹스에는 소리와 움직임이 없고, 이미지와 텍스트가 동시에 중립적 으로 존재하며 시간과 공간의 변화와 흐름을 시퀀스 방식으로 나타내는 독특한 매체이다. 또한 코믹스는 내러티브에 독자들의 의식과 해석이 매우 적극적으로 개입된다. 독자들에게 인지적 으로 축적되어있는 기억의 패턴, 일관성의 스키마에 빛과 망막을 통한 ‘읽기(혹은 보기)’라는 물리적 행위가 더해져서 코믹스의 암호를 해독하고 그것의 의미를 받아들인다. 짧은 시간에 걸쳐 거의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이 인지작용은 사실은 많은 표현적 요소가 만들어내는 복잡한 시스템에 의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림 4>의 다이어그램은 코믹스 내러티브를 이해하기 위한 시각적 요소들의 상호작용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지와 텍스트로 이루어진 패널은 다른 패널들과 함께 의미적으로 연속성(sequentiality)를 발생시킨다. 동시에 시각적으로는 패널과 패널 사이에 존재하는 홈 통과 함께 레이아웃을 생성하며, 연속성과 레이아웃은 코믹스 리딩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인 동시성(simultaneity)과 결합하여 궁극적으로 내러티브의 이해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는 중세에서부터 이어온 칸과 틀, 텍스트에 의한 시간과 공간의 분절과 축적에서 형성된 개념이며 현대 코믹스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공간의 동시성, 그리고 시공의 초월이라는 내러티브에 있어서의 표현적 요소가 더해진 것이다. 문학이 선형성(linearity)으로 특정 시간

17) Kannenberg, JR., G., 「The Comics of Chris Ware」, 『A Comics Studies Reader』, Heer & Worcester, The University Press of Mississippi, 2009.

<그림 3> 크리스 웨어 ‘Quimby the Mouse’

(10)

의 흐름에 따라 내러티브가 생성되는 것과 비교해서 코믹스는 하나의 페이지에 복수의 시간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 또한 독자들의 시선 방향, 시선이 머무는 지점과 시간, 시선이 다음으 로 옮겨가는 지점과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코믹스 작가들은 페이지 상에 있는 모든 시각적 요소와 체계, 구조를 본인의 의도와 내러티브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시각 언어 시스템으로 탈바꿈해야 하는 것이다.

<그림 4> 코믹스 내러티브 이해를 위한 시각적 요소들의 상호작용

크리스 웨어의 코믹스는 현대 코믹스와 일러스트레이션 분야에서도 가장 맥락적 성격이 강하 고 주제화 의식이 뚜렷한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많은 코믹스 독자들에게 비주얼 디자 인, 내러티브 테마, 캐릭터뿐만이 아니라 읽는(또는 보는) 방식에서도 예술적으로 그리고 미학 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시각적 주목성이 뛰어나기도 한 그의 코믹스는 얼핏 보면 친숙하고 재미있지만 우리를 불편하게 하고 좌절하게 만드는 이야기도 자주 다룬다.

그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형언하기는 힘든 소재들을 구체적인 언어 적 시각적 수단을 사용하여 표현하고 있다. 코믹스 내러티브에 도달하기 위해 크리스 웨어가 사용하는 이러한 시각적 요소들은 코믹스 예술 분야에서의 다양한 시각적 수단의 가능성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4. 결론

배열된 그림들은 그 자체에 이야기가 담겨있다. 배열된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행위는 인류의 시작과 그 역사를 함께 한다. 이는 선사시대의 동굴벽화에서부터 중세의 제단 장식에 그려졌던 칸 그림, 19세기를 거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일간지의 코믹 스트립, 20세기 대중 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히어로 코믹스, 그리고 지금의 인터넷 웹툰으로 계속해서 이어져왔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코믹스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동시에 그들 의 건전한 정신을 위협하는 저급 문화라는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인터넷의 보급 과 더불어 컴퓨터, 미디어, 영상산업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코믹스의 위치는 다시 급부상하였 고 미디어로서의 가능성을 재평가 받게 되었다. 하이퍼미디어의 빠른 발전으로 코믹스의 형태 와 개념이 변화되었으며 내러티브의 전개 방식 또한 달라졌다. 현대의 코믹스는 과거 코믹스의 주된 특징이었던 패널과 열, 페이지, 말풍선 등의 운용과 형식을 뛰어 넘는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본 연구는 오랜 역사와 현재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독립적이고 대중적인 문화예술 매체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는 코믹스의 새로운 시각적 내러티브와 그 요소들의 상호작 용을 연구하고자 하였다. 또한 대표적 현대 코믹스 작가 크리스 웨어의 코믹스와 그의 코믹스 에 사용된 시각적 내러티브의 구조를 구체적 사례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11)

도출해낼 수 있었다.

첫째, 코믹스의 시각언어는 구어(verbal language)와 싸인(sign)언어가 함께 존재하면서 코믹 스만의 독특한 문법 시스템을 사용한다.

둘째, 패널은 코믹스 시각언어의 가정 기본적인 단위로 두 개 이상의 패널이 모여 연속성을 만들어낸다.

셋째, 패널과 패널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인 홈통은 문학에서의 간극과 비슷한 개념으로 독자들 은 홈통에서 스스로 서사를 이끌어낸다.

넷째, 패널들이 배열되어 생기는 코믹스 레이아웃은 다면적 해석이 가능하며 여기에 코믹스 내러티브의 복잡성과 동시성이 나타난다.

다섯째, 코믹스에서의 텍스트는 단순한 내러티브 전달 기능뿐만이 아니라 타이포그래피와 더 불어 이미지로 활용되어 시각적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의 코믹스 내러티브는 인간 뇌에서의 연상 작용과도 같은 비선형적 정보여행인 하이퍼텍 스트 형식을 추구한다. 과거의 코믹스 형식과 같이 나란히 배열된 패널을 차례로 읽어가는 방식이 아닌 독자들의 적극적인 길 찾기에서 이루어지는 시각적 내러티브가 존재한다. 작가들 은 페이지의 구석구석에 구어와 싸인을 사용하여 하이퍼텍스트로 통하는 길을 무수히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이와 같은 표현방식은 오직 코믹스에서만 가능하다. 코믹스 매체는 이러한 복합 적인 시각적 내러티브가 주는 즐거움으로 여전히 독자들의 관심을 잃지 않고 있으며 지금의 멀티미디어 시대에서도 그 위치를 탄탄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박민주, 「코믹 스트립과 초기 애니메이션의 그래픽 내러티브 연구」, 애니메이션연구, Vol.12 No.4, 2016.

방인식, 「만화 서사의 잠재성-워치맨을 중심으로」, 문학과 영상, 15(4), 2014.

이순구, 「시간과 공간의 분절 형식으로서의 칸과 틀-선사화에서 하이퍼텍스트까지」, 만화애니메이션연구, 통권9호 1-17, 2005.

Abbott, H. P., 『The Cambridge Introduction to Narrative』, Cambridge UP, 2008.

Cohn, N., 『The Visual Language of Comics』, Bloombury Press, 2013.

Eisner, W., 『Comics & Sequential Art』, NY: Harper Collins, 1993.

Kannenberg JR., G., ‘The Comics of Chris Ware’, 『A Comics Studies Reader』, Heer & Worcester, The University of Mississippi, 2009.

McCloud, S., 『Understanding Comics: The Invisible Art』, NY: Harper Collins, 1993.

Schodt, F. L., 『Manga! Manga! The World of Japanese Comics』, New York: Kodansha America Inc., 1983.

Chute, H., 「Comics as Literature? Reading Graphic Narrative」, PMLA 123.2, 2008.

Groth, G., 「Understading Chris Ware’s Comics」, The Comics Journal 200, December 1997.

Round, J., 「Visual Perspective and Narrative Voice in Comics: Redefining Literary Terminology」, International Journal of Comic Art, Vol.9 No.2, Fall 2007.

Kirby, J., Interview with Ben Schwartz, The Jack Kirby Collector, 23:19-12, 1999.

Ware, C., Introduction of Chris Ware, McSweenu’s, Issue 13, 2004.

(12)

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