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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로존의 위기 방화벽, EFSF 와 ESM
필자 이명순(주벨기에ㆍ유럽연합대사관 재경관) 발행호 2012 년 07 월호
유로존 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스 구제금융이 결정된 2010 년 5 월을 위기의 시점(始點)으로 잡아도 만 2 년이 넘게 지났지만, 해결은 고사하고 확산일로에 있는 양상이다. 그동안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받았고, 최근에는 유로존 4 위의 경제대국인 스페인마저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하는 처지가 됐다. 소국(小國)이기는 하지만 키프로스도 조만간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유로존 17 개국 중 5 개국이 자력 위기극복에 실패한 셈이다.
경제 규모가 유로존 전체의 2% 내외에 불과한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유로존 위기로 확산된 데에는 1999 년 단일통화 도입 이후 유로존 각국의 경제ㆍ금융 부문 간 상호의존성이 높아진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은행 부문 지원용이라는 꼬리표가 붙긴 했지만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이 확정된 이상, 정부부채 비율이 120%를 상회하는 이탈리아의 구제금융 요청도 시간문제이며 유로존은 해체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전후 반세기 이상 느리지만 꾸준히 경제ㆍ통화 통합을 추진해 온
유럽연합(EU)과 유로존이 쉽게 단일통화를 포기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아직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EU 와 유로존은 구제금융 지원을 통한 단기 대응과 함께 회원국별 경제ㆍ재정정책에 대한 상호감시를 강화하고(European Semester 시행), 재정준칙 위반 회원국에 대해 감시와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Economic Governance 강화), 재정준칙 자체를 엄격화하는 신재정협약(Treaty on Stability, Coordination and Governance in the EMU)에 서명하는 등 위기재발 방지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개혁을 추진해 왔다. 또한 최근 들어서는 ‘재정통합 없는
단일통화’라는 유로존의 근본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한 논의에서도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단일 예금보호제도와 은행정리기금의 도입, 통합 금융감독기구 설치 등을
내용으로 하는 금융연합(Banking Union) 구상이 제기되고, 유로존 회원국이
공동보증하는 유로채권(Euro Bonds) 발행 문제도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향후 위기의 진행 양상이나 대응책을 전망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쉽지가 않다.
그러나 현 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경제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문제가 아니라 유로화 통화권의 구조적 문제이면서 위기 당사국들의 성장잠재력과 산업경쟁력 결핍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실물ㆍ금융 경로를 통해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또한 단시일 내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고 그 크기 역시 짐작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유로존 위기 동향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과 분석을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유로존이 단기 대응수단으로 또 위기확산 방지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구제금융기금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EFSF 이어 7 월부터 ESM 출범
2012 년 6 월 현재 EU 와 유로존이 회원국의 경제위기 극복 지원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구제금융기금은 모두 네 종류로, 국제수지지원기금(BoP 기금; Balance of Payment Assistance), 그리스 구제금융기금(GLF; Greek Loan Facility),
유럽금융안정화기금(EFSM; European Financial Stabilisation Mechanism),
유럽금융안정기금(EFSF; 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이 그것이다. 2012 년 7 월부터는 유로존 회원국에 대한 항구적 구제금융기금인 유럽안정기금(ESM;
European Stability Mechanism)이 출범할 예정이다.
BoP 기금은 비(非)유로존 EU 회원국에 대한 자금지원을 목적으로 2002 년
설치됐으며, IMF 등 국제기구와 공동으로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BoP 기금의 규모는 설치 당시 120 억유로였으나, 2008 년 12 월 250 억유로로 증액됐고 2009 년 5 월 현재 수준인 500 억유로로 증액됐다. 2012 년 6 월 현재 BoP 기금 수혜국은 헝가리, 라트비아, 루마니아 3 개국으로 총지원확정액은 160 억유로이고 기지급액은 134 억유로다.
2010 년 5 월 유로존은 총 1,100 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구제금융 계획을 확정했다.
유로존과 IMF 가 향후 3 년간 각각 800 억유로 및 300 억유로의 양자대출을 지원하기로 하고, 유로존 지원액은 유럽중앙은행(ECB) 지분율에 따라 독일 224 억유로, 프랑스 168 억유로, 이탈리아 147 억유로 등으로 분담하기로 했다.
2011 년 말까지 총 6 회에 걸쳐 650 억유로(IMF 지원자금 포함 시 730 억유로)가 집행됐으며, 2012 년 3 월 유로존과 IMF 가 총 1,300 억유로 규모의 2 차 그리스 구제금융 계획을 확정함에 따라 집행이 중단됐다.
유로존은 1 차 그리스 구제금융계획을 확정한 직후 위기의 추가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한시적 구제금융기금으로서 총 5 천억유로 규모의 EFSF 및 EFSM 설치에 합의했다. 당시 발표된 유로존 구제금융기금의 총규모는 IMF 의 2,500 억유로를 포함해 총 7,500 억유로에 달했다. 이후에도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고 유로존은 위기상황에 보다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EFSF 의 실질 가용규모와 지원방식, 존속시한 등을 개선했다. 현행 EFSF 의 지급보증 규모는 총 7,800 억유로(독일 2,110 억유로, 프랑스 1,580 억유로 등)로 출범 당시의 4,400 억유로에 비해 크게 증액됐으며, 출범 당시 위기국 대출로 제한했던 기금 지원방식도 예방적 대출, 은행 자본확충 지원, 국채시장 개입 등 다양한 시장안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수정됐다. 또한 당초 2013 년 6 월까지 운영 예정이던 계획을 변경해 2013 년 7 월 이후에도 당분간 EFSF 를 운영하되, 구제금융의 회수ㆍ관리업무에 한정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총 4,400 억의 EFSF 가용액 중 2012 년 6 월 현재 아일랜드 177 억유로, 포르투갈 260 억유로, 그리스 1,446 억유로 등 총 1,883 억유로가 소진됐다.
EFSM 은 2010 년 5 월 발표된 총 7,500 억유로의 비상 구제금융기금 체계의 한 축이다. EU 예산을 보증재원으로 하는 점과 EU 회원국을 지원대상으로 하는 점에서 BoP 기금과 동일하나, 실제로는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에 지원이 집중되면서 유로존 회원국에 대한 구제금융기금으로 활용되고 있다. 총 600 억유로의 기금규모 중 2010 년 6 월 현재 485 억유로를 소진했다.
한편 아일랜드 재정위기 등으로 위기확산 우려가 심화되던 2010 년 말, 유로존은 EFSF 및 EFSM 을 승계하는 항구적 구제금융기금으로 총 5 천억유로 규모의 ESM 을 2013 년 7 월부터 운영하는 데 합의했다. 독일 1,900 억유로, 프랑스 1,427 억유로, 이탈리아 1,254 억유로 등 유로존 국가들이 총 7 천억유로(납입자본 800 억,
대기성자본 6,200 억)의 자본금을 분담하기로 합의했으며, 800 억유로의 납입은
2014 년까지 조기 완료하기로 했다. 이후 구제금융기금의 기능 개선과정에서 ESM 도 EFSF 와 동일한 시장안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출범시기도 2012 년 7 월로 앞당겼다. 아울러 당초 5 천억유로 수준이었던 ESM ㆍ EFSF 의 통합
지원한도를 7 천억유로로 증액함에 따라 2012 년 6 월 현재 유로존의 신규 구제금융 지원 가능액은 약 4 천억유로 수준으로 평가된다.
기금 규모의 적정성ㆍ건전성 문제도 제기돼
향후 유로존 위기의 추이에 따라 구제금융기금과 관련한 몇 가지 문제점이 제기될 수 있다. 첫째, 기금 규모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정부부채 규모가 2 조 5 천억유로를 상회하는 점을 감안하면, 스페인에 대한 본격적
구제금융과 이탈리아 구제금융이 현실화될 경우 약 4 천억유로 수준인 현
가용규모로는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둘째, EFSF 와 ESM 은 유로존의 지급보증 또는 출자에 기초한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위기가 추가로 확산될 경우 위기국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이들 국가가 지급보증ㆍ출자를 분담하고 있는 EFSF ㆍ ESM 의 채권 신용등급도 하락할 수 있다. 이 경우
EFSF ㆍ ESM 발행 채권의 금리가 상승하고 기금 자체의 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EFSF 와 달리 ESM 지원에 대해서는 우선변제 조항이 있어 ESM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의 발행국채에 대한 투자유인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