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대의 환영(幻影)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개인용 컴퓨터에 대한 이야기가 연구자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1968년 스탠포드연구소(Stanford Research Institute; SRI)의 더글라스 엥 겔바트(Douglas Engelbart)는 이메일을 사용하고,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여 문서를 작성하며, 자신이 발명한 마우스를 사용하여 개인용 컴퓨터로 업무를 처리하는 지식 근로자의 모습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그가 발명하여 특허출원한 마우스에 대한 사용 권이 4만 달러라는 헐값에 애플에 전용실시권으로 허여(許與)될 정도로 그가 꿈꾼 개 인용 컴퓨터 시대의 도래는 당시 꿈같은 이야기로만 여겨졌다.
지금은 1인당 1PC가 아니라, 2대 이상의 PC를 가지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1976년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Steve Jobs)와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 이 애플I을 시장에 내놓을 때까지도 특별한 기능이 없는 개인용 컴퓨터를 오로지 계 산하기 위하여 구입하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스티브 잡스는 시대를 선도했고, 일반인의 통념을 뛰어넘었다. 당시 메인 프레임 컴퓨터에 능통한 전문가일수록 개인용 PC 시장은 출현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전문성을 믿기 때문에 자신이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들의 꿈과 같은 주장을 듣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이 IBM으로 하여금 운영체제(Operating System)를 마이크로소프 트(Microsoft)에, 중앙처리체제(Central Processing Unit)를 인텔(Intel)에 맡기기로 결정하는 배경이 되었다. 이 결정은 IBM에는 치명적인 것이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는 IBM 범용 컴퓨터의 등장을 가능하게 하여, 개인용 컴퓨터를 보편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는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박물관에 등장하 는 창업 초기 이야기의 핵심이다. “태초에 ‘빌 게이츠’가 있었다. 그리고 그가 개인용 컴퓨터가 있으라 함에 개인용 컴퓨터가 있었다. 개인용 컴퓨터를 하드웨어와 소프트 웨어로 나누시어 소프트웨어가 생겼다. 엄청난 돈이 생겨서 좋았다.” 이렇게 마이크 로소프트의 창업을 설명할 수 있겠다.
개인용 로봇 시대의 등장
퍼스널 로봇 시대의 서막
최승재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2010-12-01
2007년 마이크로소프트의 로봇 개발 담당자는 사석에서 필자에게 PC 시대의 골드러 시가 로봇산업에서 보인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우리 정부도 2009년 제30회 국가과학 기술위원회에서 로봇산업을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고 한다. PC산업의 초기 모든 가정에 PC를 보급하겠다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생각은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몽상이라고 했지만 현실이 되었다.
로봇산업은 미래의 PC산업이다. 지구는 급속히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인류는 대 체 노동력을 로봇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로봇’ 하면 영화 ‘터미네이터(Terminator)’
시리즈에서 본 ‘휴머노이드(humanoid)’라고 불리는 인간의 모습을 띤 로봇을 상상하 기 쉽지만, 사실 로봇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은 전지회 사 생산라인의 극판 공정 등에서 인간을 대체하고 있고, 자동차 회사에서 조립과 도 장작업을 하고 있다. 의료용 로봇은 의사를 도와 수술을 하고, 군사 로봇이 적을 경 계하고 전투를 한다. 영화 ‘허트로커(The Hurt Locker)’를 보면 지뢰제거 로봇인 EOD(Explosive Ordinance Disposal)가 인간을 대신하여 폭발을 무릅쓰고 지뢰를 제 거한다. 일종의 비행로봇인 무인전투기 프리데터(predator)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헬 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한다. 이처럼 로봇은 이미 우리의 삶에 다양한 모습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자동차를 보자. 2010년의 자동차는 이미 전자제품이다. 그 안에는 다양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imbedded software)가 있는 일종의 개인용 컴퓨터에 의한 제어가 이루어 지고 있다. 미래의 자동차가 전기자동차로 발전ㆍ진화하면,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가진 일종의 로봇으로 진화하여 갈 것이다. 그래서 비서는 차가 될 수 없지만, 차는 비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속 자동차가 로봇으 로 바뀌는 ‘트랜스포머(Transformer)’는 근미래(近未來)의 일이 될 수도 있다. 당장 경제성이 있을지는 별론(別論)으로 하겠다.
또 스마트TV를 양방향성만으로 정의하는 것은 과도기적인 묘사이다. 스마트TV는 말 그대로 가정 내의 여러 가전기기들과 소통하면서, 소유자의 행태를 적절히 분석하여 자신이 가진 인공지능을 통하여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고 본다. 로봇은 디스플레이와 음성으로 인간과 소통하고, 인간의 요구를 충족할 것이다.
그리고 로봇은 개인용 로봇으로 진화할 것이다.
로봇산업 선진국의 전제
산업화 초기에 특허 등 지적재산권 문제를 사전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 기술 로드맵 에 따른 특허 포트폴리오의 구축을 잘 해나가는 것은 향후 우리가 최고의 로봇 강국 으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로봇산업의 육성을 단순히 육성을 위한 자금
의 지원이라는 국가 주도 프로젝트의 발주에만 그치지 않도록 하는 정책과 이를 지원 하는 법제의 정비가 필요하다. 2008년 제정된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촉진법(소위 로봇특별법)’이 ‘과학기술과 법’ 영역에서 발생하곤 하는 법제가 산업발전을 저해하게 되는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산업발전을 고려한 개정작업 이 필요하다.
로봇은 전자공학이나 기계공학은 물론, 인공지능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뉴로 사이 언스(Nuroscience)와 같이 물리학, 심리학, 의학, 컴퓨터공학 등의 학문이 통섭하는 영역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과학의 총체이다. 결국 로봇산업의 수준이 그 나라의 산 업수준을 판가름할 것이다. 로봇의 눈은 인간의 눈, 곤충의 눈 등 여러 가지 시각기 관들을 모방하면서, 광학기술과 센싱기술을 결합하여 나갈 것이다. 로봇이 더 많은 정보를 빠른 시간에 처리하여 상황에 맞는 대응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고집 적화된 처리장치가 요구될 것이다. 대학은 이러한 학문 간 융합을 위해서 별도의 융 합학문의 영역으로 독립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와 더불어 전지산업 등 유관산업과의 연계도 중요하다. 로봇은 별도의 전원 공급장 치를 유선으로 연결하지 않고, 일정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작업할 수 있어야 하므로 고밀도의 전지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점은 전기자동차의 경우와 같다. 특히 군사용 로봇과 같이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을 수행하여야 하는 로봇의 경우에는 이러한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전지산업은 로봇의 심장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로봇 산업은 저전력 회로설계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2009년 국내 로봇시장 규모는 8,957억 원(2008년)으로 전년 대비 18.8% 성장률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추세이며, 로봇 전문기업은 187개, 평균 매출액은 50억 원 미 만의 중소기업 위주의 산업구조이다. 국가적인 자원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로봇산 업을 산ㆍ학ㆍ연이 협력하여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성공시킨다면 로봇산업은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2010년 출범한 ‘한국로 봇산업진흥원’의 역할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