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공업화학 전망, 제17권 제2호, 2014
▲ 관촉사 미륵보살입상 충남 논산, 10세기
▲ 대조사 미륵보살입상
충남 부여, 11세기
❙강 병 희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강사) (e-mail: [email protected])
고려는 후삼국시대로 언급되는 신라 말의 분열과 각 지방 세력의 흥기를 그대로 이어 받아 건국되었다.
이러한 양상을 설명해 주듯 고려사 태조 후비 전에는 주요 지역 호족의 딸과 혼인으로 맺어진 24명의 왕 비가 기록되어 있다. 이후 이들이 꼭 궁궐에 머물렀는지, 혹은 그들의 집안이 정치력을 행사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전국 12곳에만 지방관을 파견하는 성종 대까지도 각 지역의 지배력은 상당한 정도로 유 지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태조를 중심으로 하는 이러한 집단체제는 이후 왕위계승과 왕권강화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정치 적 혼란을 야기했다. 고려사에는 2대 혜종의 파행적인 행동과 정종, 광종, 경종의 통치 시기 동안 개경에 거주하는 세력가 300여 인이 숙청되었음을 전하고 있는데 심지어 광종 대 억울하게 당했던 사람들이 경종 대에 거꾸로 보복하는 것을 허용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고려 초기 불교 미술은 지방색이 강하고 그 미감도 대중적이다. 새로운 정치 세 력을 반영하듯 규모가 크고 장대한 기상을 보이기는 하나 각 지방마다 독특한 양식과 복고적인 흐름이 유 행하였다. 중요한 지방세력이 할거하였던 곳에는 언제나 사찰과 함께 철불, 불탑, 마애불 등이 남겨져 있으 며 이러한 양상은 점차 약화되며 고려 전 시기를 통하여 이어진다.
고려 초에 조성된 관촉사 미륵보살입상은 가까운 지역의 대조사 미륵보살입상 양식에 영향을 미쳤다. 후 대 작품인 근처 충남 당진의 안국사지 석불입상도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어 이러한 양식이 이 지역에서 유 행하고 계승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규모가 크며 사각에 가까운 몸 통, 삼각형 얼굴, 원통형 머리, 사각형 모 자 등이 특징으로 지방민들과 일대 세력 가들이 신앙하고 기도드렸을 부처님 얼 굴은 통일신라시대의 이상적인 모습과는 달리 세속적이며 심지어 샤머니즘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평양 율리사지 8각5층석탑을 포함한 8각 석탑들은 고구려의 8각 목탑을 계승 하여 옛 고구려 지역인 평양을 비롯한 한강 이북지역에 조성되었으며 옛 백제 땅에는 백제 미륵사지와 정림사지 석탑 을 모방한 비인 5층석탑 등이 초기부터 계속적으로 세워졌다.
한편 고려는 현종 대인 11세기 초에 강감찬 장군의 귀주대첩으로 거란의 대
칼럼: 한국의 미-고려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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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 News, Volume 17, No. 2, 2014
KIC News, Volume 17, No. 2, 2014 55
▲ 평양 율리사지 8각5층석탑 (현 일본 소재), 고려초
▲ 비인5층석탑, 충남 서천, 고려초
▲ 보개, 옥개, 탑신, 기단부의 각종 문양들
▲ 법천사 지광국사현묘탑 1085년
군을 성공적으로 물리치고 각 군현에도 지방관을 파견하는 등 국가의 안정적인 기틀을 갖 추었다. 이후 고려적인 귀족문 화를 만개시켰는데 건축, 불탑, 승탑, 조각 등의 불교미술은 물 론 청자, 나전칠기, 금속공예 등에서 우아하고 화려한 솜씨 를 남겼으며 13세기 작품부터 남아 있는 불화는 다른 동북아 국가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 는 우아함이 돋보인다.
1085년에 만들어진 원주 법 천사지광국사현묘탑은 국사 해 린의 부도로 각 구성 부재에 이 국적인 장막과 영락, 페르시아 창문, 가릉빈가, 불상, 비천상, 보주, 인물산수화, 이국적인 인물들이 참여하여 여러 곳으로 사리를 나누어 옮기는 장면, 그리고 국화문, 연화문, 구름문 등으로 빈틈없이 장식되어 있다. 마치 잘 만든 공예품을 보는 듯하다.
12세기에 절정기를 맞이한 고려청자는 맑고 깊은 색, 유려하고 정감있는 기형, 상감기법 등으로 옛 부터 청자의 종주국인 중국보다 더 인정받고 있다.
또한 현재 일본을 비롯한 국외에 100여 점이 남아있는 고려 불화는 당시 상류층이 꿈꾸는 불국토와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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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 탁잔, 연적, 기와, 매병들. 연못 위에 핀 연꽃을 표현한 탁잔은 꽃 형태의 잔을 들어 사용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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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월관음도, 일본 藤井齊成會 有隣館 소장, 14세기
토세계를 우아하고 화려하게 전해준다. 일본 藤井齊成會有隣 館 소장 수월관음도는 화려한 비단과 장신구를 걸친 관세음보 살과 선재동자, 각종 보배들로 꾸며진 주변으로 황홀하다. 이 불화는 천 뒤로 금칠을 하여 앞으로 배어나오게 하는 복채법, 색을 겹쳐 칠하지 않기 때문에 느껴지는 깨끗함, 윤곽선을 여
러 색으로 덧칠해 줌으로써 생 기는 은은함, 비단옷 위에 걸친 흰색 사리를 그물망으로 칠하 여 투명하게 표현하는 기법 등 을 사용하여 수려하다.
고려를 대표하는 문화는 귀 족문화다. 그러나 그 치장들은 요란스럽지 않고 탐미적이다.
청자 속의 푸른 하늘을 자유롭 게 나는 학처럼 마치 고답적인 초월을 꿈꾸듯이 맑고 수려하 다. 우리 감각을 화려하고 우아 하게 변용시켜 본 시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