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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인디언 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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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590

… NICE, 제36권 제5호, 2018

인디언 섬머(Indian Summer)

오 장 수

CEO클럽 위원장 / LG하우시스 고문 [email protected]

또 올해의 가을입니다. 2018년 가을입니다.

섭씨 39도를 넘나들던 여름도 갈 수밖에 없었습 니다. 어김없이 이 가을도 또 지나갈 것입니다.

2016년 9月 12日 밤 8시 좀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추석 연휴 전전날 밤이었습니다.

한반도 역사상 가장 큰 진도 5.8의 지진이 경주(慶 州) 내남(內南)에서 있었습니다. 그 이후 500여 차례 가 넘는 여진으로 경주사람들 마음을 흔들어 놓았습 니다. 경주 시내에서 내남 가는 길은 TV에 자주 나 왔던 기와가 많이 부서진 한옥마을을 지납니다. 가 는 길 오른쪽에는 오릉(五陵)이 있고, 좀 더 가면 왼 쪽에 박혁거세가 탄생한 나정(蘿井)과 통일신라를 멸망으로 이끈 포석정이 있습니다. 좀더 가면 왼쪽 에 삼릉(三陵)이 있습니다. 삼릉을 지나면 내남 파출 소가 있고 용장리 마을이 나옵니다. 용장리에서 남 산으로 오르는 길은 약간은 험하나 멋진 등산길입니 다. 용장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남산이고, 오른쪽으 로 가면 고위산으로 오르는 길입니다. 고위산 중턱 의‘이처사 식당’은 비빔밥과 막걸리가 일품입니다.

이처사 식당 옆 빈터는 천룡사 터이고, 이맘때면 고 추잠자리들의 놀이터입니다.

경주분들은 익숙할 것이나 타지역분들은 이게 무 슨 소리인가 싶으실 것입니다.

경주 반월성, 안압지, 황룡사 터의 가을이 생각납

니다.

가을, 결실의 계절, 풍요의 계절을 싫어하는 사람 이 있을까요?

어쩌다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의 가을날, 여유롭 게 노니던 반월성의 고추잠자리들이 생각납니다.

고향집 늦가을 흙 마당에 유난히 따가운 햇살이 내 려 쪼이고, 짝을 지어 날던, 빨간 고추잠자리들이 그 립습니다. 따가운 가을 햇살은 곧 서늘한 이슬 속으 로 사라질 고추잠자리들을 애타게 잡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북아메리카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인디언 섬머(Indian Summer)라고 했습니다. 겨울로 들어가 기 전 늦가을의 끝자락에, 가버리는 가을이 안타까 워 그 끝자락을 잡고 놓지 않는 따가운 한나절, 여름 같은 한나절을 일컫는 말입니다. 역사적으로는 이 때 인디언들이 못다한 겨울 준비를 하기 위해 사냥 도 하고, 백인마을을 급습하기도 하여 인디언 섬머 (Indian Summer)라고 했었다고 합니다. 인디언들은 아마도 겨울준비를 위해 사냥은 했어도 백인마을을 급습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승자들의 기록일 것입 니다.

늦가을 날, 여름 같은 가을 날이 오면 왠지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차디찬 이슬과 서리 속으로 사라져 갈 고추잠자리들과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인디언들 이 생각납니다. 안타까워하면서도 태양은 자신을 불 태워 뜨겁게 겨울 속으로, 역사 속으로 환송했습니

(2)

특별기고

NEWS & INFORMATION FOR CHEMICAL ENGINEERS, Vol. 36, No. 5, 2018 …

591

다. 애처롭게 불타는 이별의 날이 인디언 섬머(Indian

Summer)입니다.

이 가을이 지나면 또 겨울이 옵니다.

윤동주 시인의 가을 시(詩) 한 수 공유합니다.

-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해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여 살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나는 후회 없이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습 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겁니다

나는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야겠 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나는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놓아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 겠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가을을 대비하여 그렇게도 많은 준 비를 했습니다. 준비하는 가을처럼, 이제 우리도 경 주, 포항, 울산지역을 활성 단층지대, 지진 위험지역 으로 선포하고 일본을 벤치마킹하여 지진 위험을 대 비해야 합니다. 땅속 지하에서 일어나는 일을 우리가 어떻게 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알고 최 대한 미리미리 대처해 나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두고 볼 일입니다.

어디선가 알래스칸 섬머(Alaskan Summer)란 말을 들었습니다. 여러 곳을 뒤져봐도 이 말의 정확한 의 미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말이 ‘잠 깐의 짧은 무엇’을 의미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알래 스카의 짧은 여름처럼요. 알래스카의 여름만큼도 못 살다 하늘나라로 간 윤동주 시인은 우리의 삶이 알 래스칸 섬머라는 것을 알았던 것 입니다. 이것이 안 타까워 인디언 섬머라는 것이 생겼다는 것도요.

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