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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도시경관과열린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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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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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도시로 살러 오십시오!

벌써 20여 년 전에 필자는 독일의 기차 안에서“우리 도시로 살러 오십시오!”라는 문구의 포스터를 본 적이 있다.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 라’는 속담이 상식처럼 통용되던 때, 굉장히 놀라운 일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1) 위의 문구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독일의 유명한 작가

○○○

이 살았던 도시, 역사 적으로

○○○

이 풍부한 도시, 주변의 자연이 수려한 도시라는 문구가 뒤따랐다.

도시란 무엇인가? 사람이 사는 곳 아닌가? 그럼 살기 좋은 도시란 무엇인가?

가능하면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 아니겠는가.2)

이제 우리나라도 좋은 사람들을 주민으로 유치하려는 자치단체들간의 전쟁 아 닌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기업, 공공기관 유치, 심지어 역사적 인물이나 설화를 놓고 연고논쟁을 벌이는 것 등이 바로 그 반증이다. 사람들이 자기가 살 집을 선 정할 때와 같이 자기가 살 도시를 선정하는 데에도 선택의 여지가 없던 시대에서 선택의 여지가 풍부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고, 또 간절히 그렇게 되기를 많은 사람 들이 바라고 있다.

일찍이 이중환(1690~1756)은 택리지(1751년)에서 사람이 살 만한 곳의 조건 을 지리(地理: 풍수지리, 땅의 기/에너지), 생리(生利: 경제), 인심(人心: 풍속,

도시경관과 열린 도시

- “우리 도시로 살러 오십시오!”

김기호|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사)걷고 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 운영위원장 3

1) 기억이 확실하지 않아 그 도시 이름을 알 수는 없지만 그 도시는 그저 별로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도시였다 2) 여기서 좋은 사람이란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가지므로 오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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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산수(山水: 자연경관)를 꼽았다. 몇 세기 전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형태적/

형이상학적, 경제적, 사회적, 경관적 측면이 고루 고려된 것으로 오늘날에도 그 의미가 그대로 전해지는 말들이다.

그러면 오늘날의 도시들은 무엇으로 사람들이 살러 오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할 것인가? 사람마다 관심이 다르듯이, 자치단체마다 제공할 수 있는 매력이 다를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도시매력 가꾸기에서 경관과 관련하여 기반이 되는 사항들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우선되는 세 가지 요건

살고 싶은 도시, 그리고 경관가꾸기를 논한다면서 질서, 청결, 시민을 언급하게 되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계획이나 사업 이 아무리 잘 추진되어도 질서, 청결, 시민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원활하지 않다 면 그 빛을 잃을 것이 너무 분명하고, 또 그 반대의 경우라면 아쉽지만 그럭저럭 만족할 것으로 생각되어 초등학생풍의 이야기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1. 질서

도시계획, 건축, 조경 등 물리적 환경을 다루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범하기 쉬운 실수 중의 하나가 아마도 물리적 질서가 바로 사회의, 이용의 질서로 이어진다는 생각일 것이다. 물론 크게 보면 틀린 생각이 아닐 수 있으나 비슷한 물리적 환경 을 가지고 전혀 다른 운영질서, 그리고 그에 따른 편안함, 편리함을 만들어 내는 것을 최근 우리는 직접 경험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은행에서 대기번호표를 발 급하는 것이다. 이로써 은행의 이용질서는 하루아침에 달라진 느낌이다. 화장실 이용질서도 운 좋은 줄에 선 사람이 행운을 얻기보다는 먼저 온 사람이 이용편의 를 갖는 쪽으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 공항에서 체크인할 때 카운터별로 줄을 서지 않고, 일단 한 줄로 섰다가 줄을 선 순서대로 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을 보면 요행 이나 재수에 대한 기대 없이, 또는 불안 없이 편안히 기다릴 수 있어 좋다는 느낌 이 든다.

이런 것들이 시사하는 바는 바로 예측가능성이다.3) 즉, 질서는 예측가능성이 있을 때 잘 지켜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예측 속에는 진지하게 규정을 준수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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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측가능성은 결국 그 속에 투명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룰에 대한 사용자들의 동의와 신뢰로 연결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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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예측가능하고, 사람들이 동의하고 신뢰 하는 룰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질서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운영에서 의 좋은 경험들은 서서히 경관의 하드웨어인 간 판, 주차, 건물높이∙배치∙형태 모두에 확대되 어 적용될 가능성을 갖는다. 이제 우리 주변환경 의 질서를 거창한 도시계획이나, 도시설계, 또는 조성사업 등에 기대기보다는 오히려 소소하게 주민들, 시민들이 공감하고, 때로는 스스로 만들 어 가는 환경운영의 질서에 기대해 보는 것이 어 떠한가.

2. 청결

돼지와 강아지의 소풍에 대한 동화를 예로 들어 보자. 소풍날 돼지는 색동저고리로 차려 입었고, 강아지는 좋은 옷이 없어 입던 옷을 깨끗이 세탁 해 입었는데 많은 친구들이 돼지보다는 강아지 를 친구로 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골자는 아무리 좋은 옷을 입어도 깨끗하지 않으면 냄새 가 나고 다른 친구들이 싫어 한다는 것으로 하나 는 청결을 강조하고 있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억지로 무리하여 사치할 것이 아니라 자기가 가 지고 있는 것으로 청결히 하는 것이 더 낫다는 메시지다.

도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리 여기 저기 멋있는 건설, 도시건축 프로젝트로 빛을 내도 그 곳이나 주변이 청결하지 않으면 그 도시는 별로 매력 있는 도시로 비치지 않을 것이다. 즉 꾸며 진 멋있다, 아름답다 이전에 깨끗함이 중요하고, 그 자체로서 하나의 매력이 된다는 말이다.

시경관이 새로울 것이 없지만 우리나라와는 다 른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바로 청결이다. 청결은 다른 어떤 디자인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루어낼 수 있다. 디 자인이 주관적이고 호, 불호의 평가가 쉽지 않은 것에 비해 청결은 평가가 분명하고 목표를 세워 이루기에도 분명하다.

최근 우리나라 화장실문화의 개선을 보면, 우 리의 도시도 얼마든지 정결하고 매력 있는 곳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냄새나고 지 저분하던 화장실이 얼마나 밝고 깨끗한 곳이 되 었는가? 물론 이를 위해서는 환경을 깨끗하고 밝게 조성하는 것과 함께, 청결한 유지관리를 위 한 비용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 은 결국 사용하는 사람들이 매번 깨끗이 사용하 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문화가 결국 악순 환을 선순환으로 바꾸어 놓게 될 것이다.

3. 시민의 역할

앞서 언급한 질서잡기, 깨끗하게 만들기는 물론 초기에 비용이 들것이다. 그동안 방치해 오던 것 을 고치려니 인력도 필요하고, 장비도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실제 성패는 초기의 투자가 아니라 오히 려 그후의 운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지금 까지와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데는 초기 투 자가 절실히 필요하고, 이는 대체로 공공에서 지 불해야 하는(또는 주민공동으로 투자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악순환의 고리가 선순환으로 이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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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특히 시민그룹과 개개인의 실천이 중요하다. 결 국 행정이나 시민그룹, 단체 등이 악순환을 끊는 역할 즉, 큰 개선구조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할 때 그후의 주요한 몫은 주민개개인의 역할에 달려 있다고 본다.

주민이 참여하고, 실천하지 않는 일이란 결국 구호나 좋은 말에 그칠 위험이 있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자주 보아 왔다.

이런 측면에서 행정이 앞서가며 방향과 기준을 잡기보다는 시민과 주민이 함 께 참여하여 큰 흐름을 만들어 가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누가 시작하 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시작을 누구와 함께 구체화하느냐도 매우 중요 한 사항이다.

생각해볼 만한 계획과 사업들

1. 자연요소가 풍부한 도시경관

서양에는‘신은 자연을 만들었고, 악마는 도시를 만들었다’고 하는 말이 있다. 이 러한 인식 때문인지 도시는 언제나 죄악의 온상이요, 범죄의 소굴이며 인간의 욕 망이 이글거리는 싸움판으로 생각되곤 한다.

그러나 우리의 자연관, 도시관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도시를 만들되 악마가 끼어들게 하기보다는 악마를 잘 달래서 자연과 어우러진 도시를 만들려고 노력하 여 왔다. 풍수지리적인 사상이나 자연이나 지형을 존중하는 우리의 건축관이 이 를 잘 웅변하고 있다.

지난 40여 년 동안 우리 사회의 근대화나 도시의 근대화, 그리고 건설분야의 현대화 속에 우리는 서구적 사고나, 상업성에 쫓겨 마치 악마가 만들 듯이 도시를 만들어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최근 환경생태적인 측면에 대한 고려로 도시조성에서 자연요소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도 너무 인간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자연을 도구로 취급하고 아전인수식으로 자연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냥 자연을 자연으로, 자연의 요구로부터 생각하는 방법이나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자연과 관련하여 도시조성에서 큰 역할이 기대되는 조경분야의 최근 설계나 시공을 보면 매우 우려된다고 할 수 있다. 과도하게 피상적이고 어지 러운 바닥패턴을 보이는 외부공간이나 광장 등의 설계, 시공은 말 그대로‘오버디 자인’이며 사용자나 관리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다. 결국 좋은 디자 인이란 최소한의 간섭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더구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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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공공간의 질이 높은 도시

우리들 도시체험의 많은 부분은 사실 도시 내 공 공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집에서 살고, 직장에서 도 지내지만, 이런 집이나 직장에서의 삶이라는 것 자체가 도시의 공공공간에 의해 큰 영향을 받 게 마련이다. 결국, 주민이 사랑하고 소속감을 느끼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여기에는 공공공간의 질이 매우 중요하다. 공공공간은 편 리함과 쾌적함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매 우 상징적이고 정감을 느끼도록 하여 주민들이 그 공간, 장소를 기억하고 그리고 애착을 느끼게 되는 곳이다.

아주 쉽게 말해서‘걷고 싶은 도시’, ‘걸으면 서 생각할 수 있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걸음의 중간에는 당연히 만남의 장 소가 있을 것이며 그곳이 커뮤니티 생활의 중요 한 부분이 될 것이다. 단순한 실내의 커피숍이 아니라 그 앞의 마당과 연계되거나, 그 앞의 광 장과 시각적, 기능적으로 연계되는 장소가 훨씬 더 기억에 남고, 장소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무언가의 구매가 강요되는 쇼핑공간이나 몰보 다, 자연스러운 만남이나 걸음이 있으면서 쇼핑 행위가 연결될 수 있는 연출이 더욱 필요하다. 선 진국의 쇼핑몰(자연발생적이거나, 계획적 조성 이거나)과 우리나라 상업공간의 큰 차이는 바로 이러한 특성에 있다. 우리는 그저 들어가기만 하 면 구매가 강요되는 구조를 갖는데 반해 선진국 의 쇼핑몰은 일단 좀 쉬기도 하고, 걷기도 하면서

간들이 제법 쾌적하고 널찍하게 배치되어 있다.

구매를 하지 않아도 구 도심부의 골목처럼, 그 냥 왔다 갔다 하다가 돌아가도 좋다는 방식이다.

즉, 다음에 와서 사도 좋다는 말이다. 충분한 공 공공간, 쉴 곳, 매력 있는 곳을 제공하는 것이 그 저 상점들만 채워 넣고 구매를 강요하는 것보다 더 나은 전략이 아니겠는가? 즉 장소의 매력을, 그 장소의 이미지를 마케팅하는 것이지, 물건 자 체를 마케팅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요즘 도시 속 공공공간은 꼭 공공만이 제공하 는 것이 아니라, 민간에서도 제공하게 된다. 민 간의 경제력 증가와 사회적 역할이 증대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질 높은 공공공간의 제공을 위해 단순히 공공의 역할만을 강화하는 것에서 그칠 것은 아닌 것으 로 생각한다. 공공이건, 민간이건 도시조성과 관 계되는 행위가 있을 때 그 행위의 공공성을 강화 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결국 도시는 시민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커뮤 니티 의식을 갖게 되고 나아가 전체적으로 사회 적 융합을 이루어낼 수 있는 경관, 공간, 장소를 가질 때 하나의 건전한 실체가 될 것이다.

3. 일상생활 속에 역사적 환경을 느낄 수 있는 도시

사람들은 역사적 환경하면 대단하고 굉장한 것 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요즘의 경향 은 그와는 오히려 반대라고 할 정도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역사란 지배층의 역사, 엘리트 역 사 중심이었다. 그에 따라 왕조나 정치사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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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을 이루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더불어 일반 시민들의 삶, 사회, 경제활동 등이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등장하고 있다. 즉 역사를 만들어 가는 주체로서 일반 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화재나 역사적 유물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있다. 경복궁이나 고려 청자만이 문화재이고 일반사람들의 집(예를 들어 한옥)이나 그들이 사용하던 생 활용품들은 문화재나 역사유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즉, 우 품(優品) 위주의 문화재관에서 일상생활용품까지를 포함하는 문화재관으로 바뀌 고 있다.

우리들 주위를 잘 살피고 돌아보면 얼마나 많은 역사적 유적, 유품들이 있는지 를 곧 깨닫게 된다. 단지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것들이 마 치 아무 쓸모가 없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을 따름이다. 도시 속 작은 동네의 역사, 그 동네 사람들의 생활역사 등은 다른 사람들은 혹시 모르더라도 거기서 계속 살 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거창한 국가적 모뉴먼트보다 오히려 더 중요하고 애착이 갈 것이다.

어떻게 하면 유목민과 같은 도시민들을 좀 더 차분한 정착민으로 만들 것인가?

여러 가지 이유로 이동성이 높거나, 높을 수밖에 없는 도시민들에게 좀 더 정감이 가고 눌러 앉고 싶은 도시경관을 창출하고 제공할 것인가? 답은 너무도 자명하지 않은가? 각 동네와 도시가 가지고 있는 역사가 생활 속에서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다. 이러한 역사환경의 보호유지는 거주민들에게 소속감과 일체감 그리고 나아가 자부심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좋은 길이 되는 것이다.

개별필지로 보면,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건물이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어 보존 해야 한다면 자기의 개발권이 제한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건물 이 있는 동네 전체가 한 지구로서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어 보호, 보존된다면 자기만 개발권을 제한당하는 것이 아니고, 더 나아가 도시의 여러 부분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면 이미 재산권 제한의 문제는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동네의 특성보존이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자원이 된다면 더 말할 것이 없다.

좀 더 크게 도시차원에서 본다면 이런 논의는 너무나 자명해진다. 만일 그 도 시의 미래를 위한 특정한 용도의 개발이 요구된다면(예를 들어 업무공간) 이를 역 사성이 있는 기성시가지를 철거하고 건설할 것인가, 아니면 신규개발지나 역사적 으로 민감하지 않은 곳에서 처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너무 자명하다. 누가 기왕에 있는 자원을 헐어 버리고 별로 우수하지도 않은 새로운 것을 그 자리에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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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니더라도 하나의 자원으로 보는 것이 합당 하다. 더구나 오늘날과 같이 환경친화적인 접근 이 중요하고, 또한 도시산업이 대규모 제조 등으 로부터 소규모의 다양한 서비스(업무, 특히 관광 이나 여가)산업으로 변하고 있는 시점에서는 더 욱 그러하다.

4. 조망경관을 나누어 가지는 도시

앞에서는 공공공간의 질이 높은 도시의 가로경 관에 대하여 주로 설명하였다. 다음에서는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산에 둘러싸여 도시가 형성되 는 경우 중요하게 등장하는 조망경관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 많은 아파트나 주상복합단지를 건설하면서 개별주거로부터 주변으로의 조망은 이제 매우 중요한 설계요소가 되고 있다. 실제로 조망의 여부에 따라 주택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 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요즘 주거용 건축물의 과도한 높이경쟁은 바 로 이런 조망가능성을 차지하려는 민간의 쟁탈 전과 같다. 이제는 타워형의 높은 건물이 아파트 나 주상복합건물의 유일한 정답인양 치부되며 초고층 건축에 대한 열기가 드높다.

그러나 이런 조망쟁탈을 위한 초고층 타워열 풍 속에서 우리 도시는 죽어가고 있다. 민간의 조 망쟁탈전이 치열해질수록 공공공간에서의 조망 가능성은 점점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제로 섬(zero sum) 게임과 같아서 결국 민간은 공공공간의 조망가능성을 가로채는 것이 된다.

다른 한 가지 문제는, 대체로 타워형 초고층 건축의 도시블록은 건축물이 가로공간으로부터

가로경관까지도 망가지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 가 공공의 조망경관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우 리 도시는 결국 민간개발로 앞뒤가 꽉 막힌 답답 한 도시가 될 것이 너무도 자명하다. 벤쿠버, 덴 버 등 많은 도시들이 주변 산으로의 조망을 보호 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리의 도시도 이에 자극받아 근년에 계획수립에 열을 올렸지 만 구속력 있는 조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공익과 사익이 조화를 이루는, 조망의 즐거움을 나누는 도시를 만들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5. 누구에게나 열린 도시

앞에서 좋은 경관을 가꾸어 가는 여러 가지 생각 들에 대하여 논의하여 보았다. 그러나 이렇게 아 름답게 가꾸어진 경관은 과연 누구를 위해서인 가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편파적으로 자동차 중심 의 도시를 만들어 왔다. 왜 이럴까? 주로 자동차 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정책결정의 주체가 되어 왔기 때문이지 아닐까? 그러나 이제는 자동차가 자유로운 움직임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어도 우리나라의 대도시에서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자동차는 오히려 구속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자동차 중심으로 생각하다보니, 자동 차는 가능하면 빨리, 곧게 가도록 만들면서 보행 자는 이리 구불, 저리 구불, 그리고 지하도를 통 해서 땅속으로, 육교를 통해서 하늘로 복잡하게 가게 만들었다.

참으로 부당하고 편파적인 태도다. 도시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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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고속도로가 아닌데 너무 자동차 중심이다. 그나마 팔다리가 성한 사람은 불편 하지만 견디어낼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냥 집에 있으란 말인가? 이 사회에서 사라져 버리란 말인가? 참으로 반사회적 인 일들이 우리 도시에서 대낮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보행자 사이의 부당한 차별대우 말고도 우리 도시에는 공간의 이용을 둘러싸고 매우 많은 차별이 있고 이런 것들이 바로 편견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 이 우리를 더욱 놀랍게 한다. 양로원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장애인 교육시설의 입지를 막고 있다. 특별히 무슨 공해를 일으켜서가 아니라 대체로 막연한 편견에 따라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불합리한 일인가? 편견 없는 도시, 누구에게나 열린 도시가 바로 사랑받는 도시다. 흔히 이야기하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도시는 단순히 장애물이 없는 도시가 아니라 바로 편견 없는 마음으로 도시를 바 라보고 그에 따라 도시경관을 조성해 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경관이 경제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세상

1. 환경보존이 사업이 되더라

독일의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Freiburg in Breisgau)는 인구 20만 명의 작은 도시 이지만 환경보호 차원에서는 독일에서, 나아가 유럽에서 으뜸가는 도시다. 그렇 다고 이 도시가 마냥 환경보호를 위하여 돈을 퍼붓고 있는 도시라고 생각하면 오 해다. 결국 환경보호는 돈을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인내심 있는 참여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참여는 환경을 사업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 다. 프라이부르크는 특히 솔라에너지의 이용이 돋보이는 도시인데, 다년간의 연 구와 실무적용으로 솔라에너지에 관한 연구, 기술과 재료생산이라는 환경산업분 야가 발전하며 도시경제 발전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것이 연구의 결과다.

오늘날 우리의 휴대전화를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가 좋아하고 열심히, 유용하 게 쓰는 것이 결국 세계적인 상품도 되는 것이 아니던가? 우리가 환경을 생각하 고, 보호하고, 열심히 실천한다면 그것이 왜 세계적인 상품이 되지 않겠는가?

2. 소위 관광산업을 생각하기에 앞서

사람들은 아마도 특히 지역의 공무원들은 역사환경보존 운운하면, 또는 자연경관 의 보호 운운하면 관광산업을 떠올리면서 좋은 관광상품이 되는 꿈을 꾸곤 한다.

그런 식으로 역사환경이나 자연경관보존을 도구적이고 결과적으로 생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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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

그러나 역사나 자연은 그리 짧은 시간에 만들 어지지도 않고, 짧은 시간에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역사환경이나 자연환경을 즐기고, 자부심을 가지고 사랑한다면, 그를 통하 여 그곳 시민들의 삶의 질은 더 한층 고양될 것 이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역사환경이나 자연환경은 보존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관광이나 산업 은 사실 부차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어떤 관광객 이 그 도시사람들조차 거들떠보지 않는 역사환 경이나 자연경관을 구경하러 오겠는가? 속이 빈 껍데기를 보여주는 관광은 그 생명이 길지 못할 것을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3. 좋은 경관을 가꾸는 도시에 결국은 좋은 사람이 모인다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그들의 지점을 설치하는 기준의 첫 번째는 물론 접근성일 것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그 지역이 갖고 있는 역사적∙문화적 자원과 자연 적 자원의 풍부성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공공기 관의 이전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우선 수도권에 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을 원했던 것은 사실이 지만, 그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아이들 을 충분히 교육시킬 만한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도시인가라는 점이었다고 한다.

결국 그 도시의 사람들이 살 만한 경관을 충 실히 가꾸는 것이, 그리고 그것을 시민들이 충분

아가 그 도시에 한번 살아 보고 싶은 마음을 일 으키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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