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대한 기독교적 반성1
최 용 준 7. 세속문화의 변혁
기독교적 세계관의 영향을 받은 문화활동은 그렇지 않은 이 세상의 문화와 불가피하게 갈등 또는 긴장관계를 가지게 된다. 하나님의 나라와 이 세상의 나라간의 영적이며 종말론적 투쟁이 문화활동 내에도 당연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 된 그리스도인들은 죄의 권세아래에 있는 세속문화를 변혁해야 할 사명을 받았다. 성령을 받은 신령한 그리스도인은 영적인 분별력이 있기 때문에(고전 2:10-16) 이것으로 세속문화 내에 있는 배교적 동인을 예리하게 지적, 비판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기독교적 문화라고 해서 무조건 완벽한 것이 아니며,
비기독교적 문화라고 해서 모두 배척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종말론적 긴장관계에 있는 그리스도인의 실존적 상황 및 하나님의 ‘보편은총’을 기억하면 납득이 간다. 하나님의 나라와 이 세상의 나라간에는 분명한 영적인 대립(antithesis)이 있지만, 현실적인 문화활동 내에 이 원리를 분명한 선으로 그어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믿지 않는 사람들의 문화활동 중에도 비록 그 방향은 잘못되었지만 매우 훌륭하고 통찰력 있는 문화적 산물이 많이 있고, 그리스도인의 문화적 노력도 때로는 아주 잘못된 경우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르네상스나 계몽주의는 분명히 인본주의적 문화운동이었으나 긍정적인
열매들(자연과학 및 기술의 발전 등)도 많이 맺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반면에 19 세기에 서구열강들이 식민정책과 선교를 병행한 것은 명백한 실수임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결국 그리스도인으로 하여금 보다 신중하고 겸손하게 그 문화적 사명을 감당할 것을 요구한다. 기독교적 문화변혁은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하되
‘열린 마음’으로 감당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세속문화도 그 방향은 다르나, 문화활동의 근본구조는 창조원리에 기초해 있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은 그 구조자체를 인정하면서 그 방향을 비판, 변혁할 수 있다. 우리한국의 전통문화도
1 본 논문은 1993 년 ‘목회와 신학’ 12 월호에 실렸던 것을 다시 다듬은 것입니다.
이러한 입장에서 변혁적으로 수용, 계승할 수 있겠다. 가령 국악이 전통적으로는 기독교와 전혀 관계가 없었지만 그 음악적 구조를 그대로 존중하면서 그 내용 및 의미를 기독교적으로 변화시켰을 때 그것이 주는 감동은 놀라운 것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전통 건축양식을 살리면서 그것을 이용하여 예배당을
건축한다면 이것 또한 훌륭한 문화의 변혁이 아닐까? 현재 개신교의 교회당이 거의 서양식을 모방한 것은 한번 반성해보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타 미술이나 다른 모든 학문 및 문화영역도 아브라함 카이퍼가 말한 것처럼 왕 되신 그리스도께 복종시켜야 할 책임과 사명이 그리스도인에게 있는 것이다(고후 10:5).
8. 결론
현대문화는 다원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 다양한 종류의 문화들이 각 민족, 국가, 지형, 언어 등의 구분을 따라 생성, 변화, 발전하고 있다. 현대의 사회적, 문화적 다원화 그 자체를 기독교적 입장에서 배척할 필요는 전혀 없다. 오히려
창조원리의 풍요한 실현으로 환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문화를
무분별하게 인정, 수용하는 것 또한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각 문화 내에는 가치체계, 세계관 그리고 신앙적 표현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회 문화적
다원주의와 신앙적 다원주의는 구분되어야 한다. 신앙적 다원주의는 결국 종교의 상대주의를 낳고 그것은 결국 인식론적 회의주의를 초래할 뿐 아니라 복음의 근본내용을 희석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복잡하고 다원화된 현대문화 속에서 하나님의 주권과 그리스도의 왕 되심을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들은 더욱더 치밀한 영적 분별력을 가지고 세속문화 모든 영역의 변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화란의 예를 몇 가지 드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화란은 19 세기말부터 흐룬 반 프린스터러(Groen van Prinsterer)와 그의 후계자 카이퍼를 통해 기독교 정당인 반혁명당(ARP)을 조직하여 그리스도인들이 정치영역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도록 노력해왔다. 이 정당이 나중에 천주교 정당 및 기독교
역사연맹(CHU)과 연합하여 현재의 기독교민주당(CDA)으로 확대되자 이를 반대한 몇몇 다른 군소 기독교정당들(GVP, RPF 등)도 생겨났다. 여러
사회단체들도 기독교인들이 단결하여 결성된 것이 많은데 예를 들면 기독교 농민조합, 기독교 노동조합 등이 있다. 이들은 기독교적 관점에서 자신들의 사명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화란의 한 개혁교단(Vrijgemaakt)은 기독교학교를 운영하여, 교회, 가정, 학교가 삼위일체를 이루어 후손들에게 신앙을 계승하고 기독교적 인재를 키워 현재 유일하게 숫자가 감소하지 않고 성장하고 있다. 화란의 방송체제 또한 아주 특이하다. 한마디로 다원주의 사회의 전형을 보여준다. 즉 세 개의 공영 TV 방송 채널 및 다섯 개의 라디오방송채널을 놓고 여러 방송회사들이 자유경쟁을 통해 자신들의 시간을 확보한다. 각
회사들은 나름대로의 세계관과 방송철학을 가지고 시청자들에게 호소, 회원을 확보하는데 그 회원 수에 비례하여 방송시간을 정부로부터 배정받게 된다. 물론 그 중에는 기독교적 방송회사들도 있는데, 그 중에 가장 복음적인 방송국(EO:
Evangelische Omroep)이 대대적인 캠페인을 통해 B 급에서 A 급으로 승격, 훨씬 더 많은 방송시간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점점 교회를 떠나는 세속화된 화란사회 내에 보기 드문 신선한 충격이었다.
선교 이세기를 맞이한 한국교회도 이제는 질적인 변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것은 기독교 문화건설로 나타나야 한다. 정치영역도 더 이상 그리스도인이 소극적 내지 무관심하게 방치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연구, 활동 및 참여를 통해 기독교 정당을 조직하는 데까지 나아갈 비전을 가져야 한다. 여러 사회단체, 기업내의 그리스도인들도 ‘신우회’정도의 활동에서 벗어나 보다 조직적인 단체를 결성, 한국사회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야 한다. 수많은 미션스쿨들이 기독교적 아이덴티티를 상실한 현 상태에서 다시금 기독교적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개혁운동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또한 대중문화를 좌우하는 TV/Radio 매체 및 기타 언론매체를 통해 한국문화를 변혁하고 하나님 나라를 건설해 나가는 것이야 말로 그리스도인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는 개인적 사명과 더불어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Groen van Prinsterer (1801-1876) C.A. van Peursen 교수(1920-1996)
* 참고: 영문 초록(English abstract)
A Christian Reflection on Culture is something typically human. Human life is characterized by culture. Culture can be defined as the totality of human activities. It is not static but a dynamic process throughout history, a process which is meant to improve and enrich human life. When we think of the
diversity of culture, a question arises whether it necessarily implies a cultural
relativism and ethnocentrism. This issue is closely related to that of cultural development. How do we have to understand the notion of so-called
"primitive" over against "modern" culture? Is the former inferior to the latter?
If not, what is the meaning of “development”?
This discussion then leads us to the following questions: why, in the eyes of many, has western culture been considered the most dominant one in the world? In what sense is this notion of dominance connected with the Christian tradition of the West? What are the characteristics and deepest religious roots of contemporary western culture? In the development of western
culture, both Christianity and Humanism have played an important role. What constitutes then the Christian view of culture? In other words, what is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Christian faith (creation, the fall into sin, redemption, and consummation) and culture?
If a culture is strongly influenced by its religiously determined worldview, a confrontation is bound to ensue between those who rely on divine
inscripturated revelation and those who do not. How, then, can this
unavoidable tension be resolved? Are Christians required to change, reform, or transform secular or non-Christian cultures into a Christian one? And if so, how should it be done?
This article deals with the above issues from a reformed Christian
philosophical perspective, especially focusing on the philosophical reflections of two Dutch Christian philosophers, namely, C.A. Van Peursen and H.
Dooyeweerd, and their implications in the Korean con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