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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지역공동체 중심의 도시재생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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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지역공동체 중심의 도시재생 전략

박학룡|장수마을 마을기업 ‘동네목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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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망으로서의 마을을 파괴한 재개발

마을은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집주인과 세입자, 몸이 불편한 사 람과 건강한 사람, 나이 든 사람과 어린 사람, 직장인과 실직자 등이 서로 갈등하 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공간이었다. 설령 몇몇 개인의 생존력이 부족하더라도 마을 의 이런 관계망에 의지해서 살아갈 수 있었다. 오래된 마을일수록 이런 관계망이 끈끈했고, 이는 부족한 행정력을 보완하면서 다양한 계층이 공존하며 살 만한 동 네로 유지해온 힘이 되었다.

그러나 재개발에 대한 기대나 불안감은 이런 공생관계를 깨뜨리고 관계망으로 서의 마을을 해체해버렸다. 투기였든 투자 목적이었든 집을 사고팔고, 세입자를 들이고 내보내는 과정에서 이웃 관계는 깨져갔다. 정작 개발의 진척이 지지부진해 지면서 이번에는 애물단지가 돼버린 주택을 처분하기 위한 사기와 덤터기가 판을 쳤다. 이 과정에서 애꿎은 세입자가 피해를 입는 사례가 속출했다. 시간이 흐를수 록 살던 집에서 정이 떨어지고 동네는 불안해졌다. 더 좋은 집, 더 좋은 마을에서 살려고 재개발을 추진했는데, 오히려 더 관리가 안 되고 망가지는 역설적인 상황 이 벌어졌다. 이러한 상황은 성북구 장수마을(삼선4구역)과 삼선3구역 등의 지역 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재개발은 일단 추진하기 시작하면 계속 진행해도 문제고, 진행되지 않고 멈춰 있어도 문제다. 재개발이 진행되면 부담 능력이 없는 주민들은 쫓겨나게 되고, 대 책 없이 멈춰 있으면 집은 점점 더 낡고 불편해져 위험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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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마을의 경우 2004년 재개발예정구역으 로 지정되면서 몇 년 사이에 외지가옥주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투자자 에게 집을 팔았지만, 개발될 때까지 계속 살기로 하고 살던 집에서 세입자로 살고 있다. 물론 원래 부터 살던 세입자도 있고, 최근 몇 년 사이에 이 사 온 세입자도 있다. 문제는 투자목적으로 집을 구입한 외지가옥주들이 자기들끼리 몇 차례씩 손 바꿈(매매)을 하여 세입자들은 집주인이 누군지 도 모르고 집주인과 연락조차 안 되는 경우가 많 다는 것이다. 비가 새거나 보일러가 고장 나도 집 주인에게 고쳐달라고 연락조차 할 수가 없다. 이 사를 가고 싶어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그냥 계속 살고 있다. 설사 집주인 과 연락이 된다고 해도 집주인은 세입자가 있는 지도 몰랐고, 회사(기획부동산)에서 세입자가 없 다고 해서 샀으니 자기도 억울하고 책임질 수 없 다는 태도다.

세입자 황씨 부부의 사연은 재개발 바람 이후 에 얽히고설킨 장수마을 주민들의 관계를 적나 라하게 보여준다. 봉제일로 생계를 꾸려가는 황 씨 부부는 2009년 말에 장수마을로 이사를 왔다.

비록 집은 낡고 불편했지만 봉제일을 할 수 있는 단독주택을 전세 1천만 원에 얻을 수 있어서 행 복했다. 그런데 2011년 말 집주인이 갑자기 집을 비워달라고 했다. 자기 집을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부랴부랴 등기부를 확인해보 니 집주인은 황씨와 전세계약을 한 구씨가 아니 었다. 전 주인 구씨는 황씨와 전세계약을 하기 몇 달 전에 이미 집을 지금 주인인 김씨에게 팔고 등

세로 살던 집이라 아무 의심 없이 전세계약을 했 다며 등기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을 후회 했다. 졸지에 전세금 1천만 원을 떼이게 된 황씨 는 구씨를 사기죄로 고소했지만 구씨는 이미 다 른 사건으로 구속수감 중이었다. 집주인 김씨도 곧 개발된다는 친구 구씨의 말에 속아 이 집을 샀 다고 한다. 구씨는 무허가주택을 10여 채 넘게 소 유한 무허가전문 투자자라고 자기를 소개할 정도 였으니 피해자가 여럿 더 있는 모양이다.

유사한 사례를 더 들어보자. 몇 년 전 이사를 온 세입자 성씨는 개발이 되면 세입자 보상을 받 을 줄 알고 장수마을로 이사를 왔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도 개발은 감감무소식이라 전세금을 빼 달라고 했는데, 집주인은 전세계약을 한 적이 없 다고 나온다. 성씨는 부동산을 통해 계약했는데, 집주인 정씨는 부동산 업자가 자기 인감을 도용 해서 사기계약을 했다고 주장한다. 집주인도 사 기를 당했다는 것인데, 부동산업자는 연락이 두 절된 상태다.

집주인이 같이 살고 있어도 사정이 다르지 않 은 경우가 많다. K씨 사례는 장수마을에서 볼 수 있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관계와 갈등을 보여 주는 종합선물세트다. 먼저 세입자 Y씨는 병든 노모를 모시고 K씨 소유 주택의 반지하방에 살 고 있다. 전세금은 1,200만 원이다. 보일러가 고 장 나서 난방을 못 한 지 벌써 몇 년째다. 그러나 집주인 K씨는 돈이 없다고 보일러를 고쳐주지도 않고, 전세금을 빼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Y씨는 몇 년째 전기장판으로 버티며 살고 있다.

다음으로 세입자 L씨는 장애가 있는 남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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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중독인 아들을 데리고 산다. 전세금은 1,200만 원이다. 몸이 불편한 남편 을 간호하느라 일은 나가지 못하고, 기초생활수급비가 유일한 수입이다. 다행히 보일러는 고장 나지 않았다. 그러나 기름값이 너무 많이 들어 연탄보일러로 바꾸 려고 했는데, 집주인 K씨가 반대해서 못 바꿨다. 보일러 교체는 복지관에서 지원 해주기 때문에 집주인이 돈을 내는 것도 아닌데, 연탄보일러는 절대로 안 된다고 반대한다.

마지막으로 세입자 J씨는 전세 1,500만 원에 살고 있다. 천장에서 비가 새는데, 집주인 K씨가 고쳐줄 생각을 않는다. 전세금을 빼줄 리도 없다. 얼마 전 다른 세입 자 한 명이 전세금도 못 받고 이사를 갔다. J씨는 어쩔 수 없이 자기 돈 100만 원을 들여 지붕에 천막을 씌우려고 한다.

집주인 K씨는 세입자들의 항의에 대해 언제나 돈이 없는데 어쩌란 말이냐라 고 말한다. 사실 거짓말은 아니다. K씨는 원래 건축업을 했으나 10년 전 고관절 장애를 입어 일을 그만두었고 지금은 별다른 소득이 없다. 집은 꽤 커서 7가구를 세놓고 있다. 전세금은 1,200만 원에서 1,800만 원까지다. 집을 소유하고는 있지 만, 국공유지에 지은 집이라서 1년에 600만 원이나 되는 변상금이 부과되고 있 다. 형편상 변상금은 내지 않고 있고, 지금까지 연체된 변상금이 1억 원이 넘는다.

어떤 세입자는 집주인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는 K씨를 고소하려고도 해봤지 만, 소득이 없고 고령인 K씨를 상대로 얻어낼 게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집주인 K 씨는 오히려 세입자들이 떳떳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재개발이나 공원사업으로 철 거하게 되면 보상(주거이전비)을 받으려고 이사를 왔거나 계속 거주한다는 것이 다. 보상을 목적으로 거주하기 때문에 세입자도 항변할 자격이 없고, 전세금 대신 세입자 보상을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집주인이지만 세입자보다 못 한 처지라고 항변한다. 밀려 있는 변상금이 1억 원이 넘고, 전세금까지 합치면 2억 원 가까이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니 틀린 말은 아니다.

다행히 K씨는 지금 마을기업에 참여하면서 약간의 소득이 생겼고, 조금씩이나 마 집주인으로서의 책임을 지고 있다.

무엇을 위한 재개발인가?

장수마을 사례를 보면 재개발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장수마을은 주택이 대부분 40~50년이 지난 노후주택이며, 도로는 주로 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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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고 안전사고의 우려가 심각하여 도로정비 및 기반시설 확충을 포함한 주거환경 개선이 절실해 2004년 재개발예정구역으로 지정되었다. 그러 나 재개발사업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현 거주민들 이 주거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 다. 토지의 64%가 국공유지이며, 국공유지에 세 워진 건물은 대부분 노후도가 심한 무허가주택 이다. 국공유지 거주자 중 상당수는 보상금은커 녕 그동안 체납된 토지사용료(변상금)를 변상해 야 하는 처지여서 재개발 이후 자력으로 재정착 하거나 현재의 주거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별 로 없다. 통상적인 재개발사업에서 조합원 분담 금이 수억 원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토지 소유 주라 할지라도 조합원 분양을 받기 위해 억대의 빚을 지거나 약간의 보상금을 받고 임대주택이나 전월세를 찾아 멀리 떠나는 수밖에 없다.

세입자들은 가구당 전세보증금이 대개 500만 원에서 2천만 원 사이인데, 이사를 해야 하는 경 우에도 현재의 보증금으로는 인근에서 집을 구 할 수 없어 결국 장수마을을 벗어나지 못하고 눌 러앉게 된다. 이들에게는 좋은 집이 아니라 싼 집 이 더 절실하다.

2011년 한국도시연구소가 진행한 장수마을 주민조사 결과는 이런 현실을 잘 드러낸다. 장수 마을 주거환경 전반에 대해서 불만족하는 경우가 72.3%로, 만족하는 경우인 27.7%보다 훨씬 높았 다. 주거환경과 관련하여 가장 심각하다고 느끼 는 문제점으로는 상하수도 도시가스 등이 미비 하다가 45.0%로 가장 많고, 도로가 좁고, 경사 가 심하다가 29.3%로 나타났다.

상 거주하고 있고, 전체 주민들의 평균 거주기 간은 23년에 이른다. 장수마을 안에서 이사하면 서 거주한 기간은 평균 28년으로, 68.7%가 장수 마을에서 거주한 지 20년이 넘었다. 이들이 장 수마을에 거주하는 이유는 주거비가 저렴해서 가 40.7%로 가장 많았고, 오랫동안 살아와서가 27.9%, 이사할 여건이 되지 않아서가 18.6%였 다. 집주인이든 세입자든 저렴한 주거비가 장수 마을에서 계속 거주하는 가장 큰 이유이자 장수 마을에서 계속 살기를 원하는 이유였다.

이러한 결과는 물리적인 환경 개선만을 추구 하는 재개발사업은 현재 거주하는 사람들의 처 지나 욕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수마을 주민들은 자신의 지불 능력을 벗어나 는 좋은 집은 소용없기 때문에 불편과 위험을 감 수하며 살고 있다. 지불 능력이 약하면 집이 좋게 고쳐지는 것보다 임대료가 저렴하게 유지되는 것 을 더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재개발사 업은 물리적 환경이 좋은 아파트를 짓지만, 막상 주민들이 접근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 절실히 원 하는 저렴한 주택은 일거에 멸실해버리고 있다.

관계망을 해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존할 수 있 는 공간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재개발 아파트가 중대형 평형 위주로 공급되 면서 소형평형이 부족해지자 소형평형 공급을 위 해 다양한 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소형평 형 아파트에 접근할 수 없는 더 절박한 처지에 있 는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이 자신의 지불 능력에 맞게 거주할 수 있는 저렴주택에 대해서는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는 계층 간 공존·공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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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이 부족했고,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이 폭력적으로 배제돼 왔음을 의미한다. 명백한 정책 불균형이다.

마을기업 방식을 통한 주택개량과 지역재생 실험

장수마을에서는 2010년 가을부터 저렴하면서 편리하고 튼튼하게 집을 고치는 방 법, 걷기 편하고 아름다운 골목을 만드는 방법, 주민들의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 는 방법을 찾고 주민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마을학교를 진행했다.

집수리 교실은 난방비 부담이 큰 주민들이 단열성능이 떨어지는 원인을 파악하고 저렴하고 쉽게 단열성능을 보완하는 방법을 배우고, 손쉽게 설치 가능한 단열재로 시공실습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2011년 마을학교에서도 방수공사와 방충망 설 치를 주제로 집수리교실을 진행했다. 노후주택을 스스로 관리하고 개선하도록 유 도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러나 주민 다수가 노인이어서 스스로 관리할 여력이 없 고, 주택이 한두 가지만 고쳐서 해결될 상태가 아니라는 점에서 마을기업의 필요 성을 고민하게 되었다.

마을기업은 장수마을의 핵심문제인 주거환경 개선을 주민역량을 활용해 직접 진행하기 위한 시도였다.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 공모에 당선되어 초기 사업자 금으로 5천만 원을 지원받아 2011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였다. 오 래 방치된 빈집을 리모델링하여 세입자가 거주하게 하거나, 마을 공동 이용시설 로 활용하는 일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1년 10월에는 빈집 295-4번 지를 가옥주와 협의하여 전세임대용 주택으로 리모델링해, 현재 세입자가 입주하 여 거주하고 있다. 마을기업 동네목수가 세입자를 소개하여 시공하고, 집주인은 세입자한테 받은 전세보증금으로 공사비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12월부터는 빈집 294-2번지를 주민카페와 할머니쉼터로 만드는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 가옥 주와 마을기업 동네목수 사이에 공사계약과 전세계약을 동시에 체결하고, 공사 비는 현금으로 지불하지 않고 전세보증금에 얹는 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현금부담 없이 주택을 개량하여 활용할 수 있고, 마을기업 동네목수 는 지불의지가 약한 가옥주에게 주택개량 동기를 부여할 수 있으므로 서로에게 밑 질 것 없는 거래인 셈이다.

마을기업 동네목수가 본격적으로 집수리를 시작하면서 마을기업을 통한 주택 개량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공사 현장을 찾아와 진행상황을 둘러 보고, 공사 내용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한다. 빈집 주인과 세입자를 연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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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요구도 받고 있다.

빈집 295-4번지는 두 가구가 거주할 수 있도 록 리모델링했으며, 실내 화장실과 욕실을 새로 설치하고, 도시가스가 안 들어오는 점을 고려해 서 단열을 대폭 보강했다. 각각 방 2개와 화장실 겸 욕실, 주방을 갖췄고, 수리비는 총 1,500만 원, 임대료는 가구당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10 만 원으로 합의를 보았다. 임대 기간도 3년으로 하였다. 임대료 수준이 서울 시내에서는 찾아보 기 힘들 정도로 저렴한 편이지만, 장수마을에서 는 이 정도면 꽤 비싼 편이다.

그래서 전세보증금 1천만 원 이하에 거주하는 세입자 몇 명은 이러한 주택개량사업이 혹시라도 마을의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경계하

무상임대도 더러 있다. 그런데 이번에 빈집을 고 치면서 가옥주와 합의한 임대료가 가이드라인이 되어 이미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에도 영 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주거환경 개선에 따라 임대료가 상승하는 것을 근본적으 로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택개량과 임대료 상 승이 기존 세입자들의 주거안정을 해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일이 무거운 과제로 다가 온 것이다. 현재는 주택개량 과정에서 저소득 세 입자 주거안정을 위한 대책으로 마을협정과 빈집 을 활용한 저렴임대주택 확보를 계획하고 있다.

장수마을 주민들의 처지를 보면 주택개량과 같은 물리적인 환경 개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주 민들 간의 관계회복과 일자리 같은 사회·경제적

<그림 1> 빈집 295-4번지 리모델링 공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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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이다. 물리적 환경이 아무리 개선된다고 해도 할 일과 소득이 없으면 물리적 환경조차 지속될 수 없다. 마을기업은 물리적 환경 개선과 사회·경제적 재생을 동시에 추구하는 초보적인 모델이다. 주민 대다수가 안정적인 직업 없이 주로 건 설일용직에 종사하는 사정을 고려할 때 주택개량에 참여할 인력자원은 충분한 편 이다. 실제로 장수마을 마을기업 동네목수는 주택개량사업에 대부분 마을 주민 을 고용하고 있다. 주로 고령자나 경력단절자이기에 시중보다 노임이 약간 저렴한 편이지만, 공사현장이 집 근처라 출퇴근 시간이 소요되지 않고, 수수료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인력소개소보다 좋은 조건일 수 있다. 더군다나 자신이 거 주하는 마을의 주거환경 개선에 참여하는 일이니 나름의 보람도 있다.

처음에는 마을기업의 활동에 시큰둥하던 주민들도 노임을 받으며 일하는 이웃 들을 보며 이제는 자신에게도 일을 달라고 조르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집주인으 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던 가옥주는 일자리를 얻으면서 생긴 소득으로 집을 고칠 수 있게 되었고, 집주인과 연락마저 끊긴 세입자는 우선 자기 돈으로 고쳐서 살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일자리와 소득이 생기면 주택개량에 대한 지불의지와 욕구가 커지고, 점차 주거환경 개선으로 이어진다. 사회·경제적 재생이 물리적 환경 개 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시작되는 것이다.

과제

마을기업 방식의 재생전략은 초보적인 단계의 가능성을 겨우 엿보는 정도이지, 아 직 이렇다 할 성과를 이야기하기에는 부족하다. 주택노후도가 워낙 심해서 개·보 수를 한다고 해도 언제까지 유지될지 장담하기 어렵고, 정비기반시설 등 마을기업 으로는 풀기 어려운 한계도 많다.

주택개량에 있어서는 여전히 전면철거 후 신축의 유혹을 떨치기가 쉽지 않지

<그림 2> 주민쉼터 조성 공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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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유지·관리하기 위한 기술과 시스템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이것이 은평구 두꺼 비하우징이나 성북구 장수마을 동네목수의 실 험을 응원하는 이유다.

도로나 도시가스와 같은 정비기반시설은 주 거환경의 질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영세한 마을기업 수준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이는 결국 행정의 몫일 수밖에 없 다. 주거환경 개선사업이니 주거환경관리사업이 니 하는 정비사업으로 풀 수도 있고, 도시계획시 설사업으로 풀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

경제적 재생프로그램과 결합하지 않는다면, 물 리적 환경 개선에만 치중했던 기존의 정비사업에 서 노정했던 문제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공공에 의한 물리적 정비사업과 민간에 의한 사 회·경제적 재생프로그램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 의 도시재생 프로그램을 시도할 때가 되었다. 행 정체계도 정비사업 분야와 일자리·복지 분야의 협력 또는 통합시스템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마을기업 동네목수는 주택개량과 사회·경 제적 재생을 결합하기 위한 새로운 실험이다. 집 수리사업은 주로 남성들이 참여하는 일이다 보니 여성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빈집을 카페나 음 식점, 공방 등으로 리모델링하는 계획을 추진하 고 있다. 집수리로 시작한 마을기업이기 때문에 빈집 리모델링을 통해 주택개량과 일자리 확산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지속가 능하기 위해서는 수익창출 모델이 있어야 하는 데, 장수마을에서는 가옥주와 세입자의 공생전략 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빈집을 고쳐서 저렴한 임

주택개량과 임대소득을 보장하고, 주민들에게는 일자리와 소득을 제공하는 공생전략이다. 장수마 을 마을기업 동네목수의 실험이 성공할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시도할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 다.

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