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보고서는 「R&D분야 재원배분 방식 및 성과분석」에 대한 국회예산정책처의 정책연구 용역사업에 의한 것임
2014. 6.
R&D 분야 재원배분 방식 및 성과 분석
-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
R&D 분야 재원배분 방식 및 성과 분석
-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
2014. 6.
연 구 책 임 자 노 환 진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기초학부 교수) 연 구 원 이 장 재 (과학기술자총연합회 정책연구소장) 연 구 보 조 원 우 새 미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연구원)
보 조 원 박 이 슬 (과학기술자총연합회 정책연구소 연구원)
이 연구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연구 용역사업으로 수행된 것으로서, 본 연구에서 제시된 의견이나 대안 등은
국회예산정책처의 공식의견이 아니라 본 연구진의 개인 의견임.
제 출 문
국회예산정책처장 귀하
본 보고서를 귀 국회예산정책처의 연구과제
「R&D 분야 재원배분 방식 및 성과 분석」의 최종 보고서로 제출합니다.
2014. 6.
한국기술혁신학회 노환진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기초학부 교수)
요약문
본 연구는 우리나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대책을 모색 하고자하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요구에 의해 착수되었다. 그동안 이러한 주제에 관한 연구가 수없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구가 다시 요청된 것은, 한편으로 그동안의 연구를 집대성하여 요약해 달라는 의미가 있다고 보며,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의 연구에서 누락된 점이 없었는지 되짚어 달라는 요 구로 해석된다.
본 연구의 목표는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문제점을 분석 하고 발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예산배분 방법과 성과관리체계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를 극복하는 효율적 정책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그리고 내심으로는 그동안 수없이 출연(연)을 흔들어 온 여러 권력자들의 ‘무지함’을 지적하는 것도 본 연구의 보이지 않는 한 목적이다. 즉, 국가 연구관리에 관한 행정관료의 인식의 틀을 바꾸어 보겠 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다.
제1장에서는 연구의 배경과 목적, 연구방법 및 본 연구의 한계를 설명하였다.
연구의 배경과 목적은 앞 문단에서 설명한대로 이다. 연구방법으로는 기존의 연구보고서(정부발표 또는 정책연구기관의 보고서)를 많이 인용하고 정리하 였으며, 본 연구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해석과 비판을 많이 제시하였다.
연구의 한계는 연구기간이 짧았다는 점(3개월)과 그 과정에 발생한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참여자들(연구자, 인터뷰, 자문 등)의 정부에 대한 시각이 다소 부정적으로 흘렀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제2장에서 정부연구기관의 개념과 중요성을 설명하고 선진국이 보유한 정부 연구기관의 규모에 대해도 비교하였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공공연구기관의 기능은 국력을 키우고, 국가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미션 연구를 수행하며,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기초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OECD자료를 인용하며, 대학과 기업의 연구기능을 도와주는 선진국의 공공연구기관의 기능적 변천을 소개하였다. 최근에 와서 선진국의 공공연구기관이 추구하는 방향은 :
•과학적 영향력 확대
•국제화 정도의 확대
•최고급 과학자 보유
•공개와 연계의 확대
•계약연구의 확대(우리와 반대 상황)
이다. 그리고 여기서 대학 연구와 전문연구기관 연구의 차이를 설명하였다.
대학은 교수 1인 중심의 소형 연구단위이다. 교수가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을 중심으로 단편적 연구를 개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대학은 학생을 양성하는 기능이 우선이므로 폐쇄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것이다. 대학부설연구소(대학이 계약으로 운영하는 정부의 전문연구기관은 제외)에서 조차도 몇몇 교수가 모여 있고, 전문 연구요원을 두었지만 수십명 이내의 규모일 뿐이다.
반면에 전문연구기관은 조직적, 영속적, 대형 연구체계이다. 연구책임자가 이 직하면 다른 전문가가 이어받아 연구를 계속한다. 폐쇄적 비밀연구도 많이 수행한다. 전문연구기관은 연구원을 수천, 수만 명까지 보유하고 융복합적 연구를 한다. 연구원들이 제공하는 Mod 1형 연구도 가능하지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Mod 2형 연구가 유리한 곳이다. 즉 사회적 문제는 단일 학문분야 에서 다루기 어려운 융복합적 성격을 가지므로, 대학보다는 전문연구기관에서 연구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미이다. 참고로 미국은 정부소유 전문연구기관 (National Lab.)을 연구중심대학이 관리하도록 기회를 주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학의 교수가 겸직으로 연구에 참여하며, 대학원생에게도 학위논문 연구 또는 post doc의 기회가 많아진다. 그렇지만 대학과 National Lab.의 경영은 엄격히 구분된다. 그러므로 대학과 National Lab.을 혼돈해서는 안된다.
제3장에서 미국, 독일, 일본의 정부연구기관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알아보고 우리나라의 출연(연)과 비교하며 설명하였다. 주로 예산배분을 위한 투자우선 순위 결정부터 예산의 배분, 성과평가를 다루었다. 여기서 배울 점은, 3개국 모두 연구기관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과 연구기관의 평가에서 매우 신중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연구기관의 안정을 해칠까봐 아주 조금씩 경쟁성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급격하게 경쟁적 예산구조(PBS)를
만들었으므로 출연(연)의 많은 부분(협력, 창의, 안정)이 망가졌다고 본다. 이 장에서 미국, 독일, 일본의 주요 연구기관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모두들 우리의 출연(연)보다 10배 이상 규모가 크다는 사실, 내부 인적구성에 지원인력의 수가 연구원 수보다 많다는 사실, 독자적 예산배분(묶음예산)과 자율적 평가체계를 가진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
제4장에서는 우리나라 출연(연)의 역사와 현황을 정리하면서 체제상의 문제 점을 지적하였다. 여기서 예산배분체계와 평가체계를 자세히 설명하였다. 특히, 우리 출연(연)의 역사에서 정권 주기마다 따라오는 구조개혁을 비판하였다.
2014년도 정부 R&D 예산은 17.7조원이다. 부처별로 예산구조를 보면 미래부 34.3%, 산업부 18.3%, 교육부 9.1%의 순이다. 이 중 출연(연)이 사용하는 정부 R&D 예산은 기관예산(출연금)으로 1.7조원, 경쟁성 사업으로 1.88조원이다.
출연(연)의 평가에서의 문제점은 기본철학을 정하지 않고 무턱대고 실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업무평가기본법」에 기본적 평가근거를 두고는 있지만 연구활동의 불확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생사람 잡는 평가’라고 말할 수 있다.
선진국에 이런 평가방식을 얘기하면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오렌지, 사과, 배를 평가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달콤한 것을 원 하는지 부드러운 것을 원하는지 예쁜 것을 원하는지 미리 정했는가? 달콤 하기로 순서를 매겨서 오렌지가 꼴지가 되면 오렌지는 불필요한가?
•육군, 해군, 공군을 평가해서 성적이 나쁜 군은 폐지할 것인가? 아니면 예산을 더 주어 강력하게 변하도록 기회를 줄 것인가? 자녀가 공부를 못하면 교육투자를 줄일 것인가 늘일 것인가?
•항공우주, 생명과학, 에너지를 평가한 뒤 그 결과를 무슨 기준으로 동일 선상에 놓을 것인가? 소위 ‘줄 세우기’에 대한 질문이다.
•정부가 원하는 출연(연)의 성과는 논문과 특허인가? 아니면 창업인가?
왜 평가기준이 매년 변하는가? 다른 나라도 이렇게 하는가?
•평가위원이 전문성을 제대로 가졌는지, 공정하게 평가하는지에 대해 어 떻게 담보하고 있는가? 즉, 평가위원을 변경하면 평가결과가 달라지지는 않는가? 평가위원 구성에 왜 정부가 영향을 미치는가?
•연구과제에 실패가 생기면 risk가 큰 연구를 시도한 것으로 봐야하는가
연구자가 무능한 것으로 봐야 하나? 성실실패에서 성실성은 어떻게 측정 하는가? 그냥 느낌으로 판단하는가?
문제는 정부가 이렇게 해서 국가의 중요한 혁신체계의 한 기둥을 망가트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제5장부터 본 연구가 의도하는 출연(연)의 문제분석에 들어간다. 그동안 있어온 다른 조사연구를 언급하면서 공통적 지적내용을 살펴보고, ADL의 보고서를 소개하였다. 특히 「과학기술 출연(연) 발전 민간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도 소개하였다. 아무리 훌륭한 연구결과가 있어도 정부의 필요에 의해 의뢰받은 연구가 아닌 이상, 정부정책에 반영되기가 무척 어렵다. 왜 그럴까? 그것은 공무원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관료주의가 강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분명히 우리는 진화되는 연구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환경에 적응해가는 체계도 아니다. 갈등 속에서 시행착오만 반복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민간위원회 보고서의 중요한 내용으로는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 소속 출연(연)을 「(가칭)국가연구개발원」으로 통합하여 단일 법인화하고, 이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소관으로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연구의 자율성과 안정성을 보장하도록 다음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적용에서 제외
• 묶음예산(Block-funding) 방식의 도입
• 처우개선 : T/O제 폐지, 정년 환원, 교수 수준
• 출연(연) 기관장의 임기 5년
그러나 정부입장에서 헤게머니 장악에 지장을 주는 이러한 건의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출연(연)에 자율권을 주지 않아야 정부에는 주도권이 생긴다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출연(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정부가 그 해결을 원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출연(연)을 둘러싸고, 정부의 관료주의, 출연(연) 지도부의 관료주의, 대학 교수의 출연(연)에 대한 의도적 폄하가 모든 어려움의 근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제6장에서는 그동안의 망가진 출연(연)을 회복하고 발전시켜 국가발전의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위한 출연(연) 발전방안을 제시하였다. 현재수준의 재정지원(매년 5%의 증액)만 보장된다면 실현 가능한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므로 터무니없는 계획은 아닐 것이다. 다만, 몇 가지는 파격적 제안이지만 우리의 국력과 미래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본 것이므로 소개한다면 :
•출연(연)은 장기적으로 3가지 유형으로 가자. : 원자력, 항공우주, 표준, 생명의료는 독립된 국립연구기관; 건축, 철도, 식품, 김치, 국가보안, 안전, 생산기술, 핵융합, 천문은 부처에 소속되어 think-tank가 되는 National Lab.; 나머지는 통폐합하여 기초연구를 수행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정부는 박사급 연구원을 매년 1천 명씩(자연 200명, 공학 200명, 생명의료 200명, 인문사회 200명, 외국인 200명) 그리고 전문행정직 5백 명씩 공개 선발하여 모든 출연(연), 국공립(연) 및 National Lab.에 배치해야 한다.
이렇게 해도 이들이 30년을 근무한다면, 4만 5천명 정도의 연구인력을 보유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규모에 비해 많은 숫자는 아니다. 이정도 해야 우리는 든든한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대학원의 교육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출연(연)의 연구자는 공개적으로 선발되고, 7년 이내에 tenure심사를 거쳐 Scientific Member(SM)가 되는 인력관리체계를 가져야 한다. SM의 수와 능력은 국가의 자산이며 출연(연)은 이들 개별 연구자를 육성하는 기관 이다. SM에 대해서는 정년(65세)보장, 개인 기본연구의 보장, 인력관리 프로그램의 지원, 총회 투표권, 박사과정 학생 지도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
•출연(연)의 처우는 국립대학교수와 동등하게 해야 한다. 정년 65세, 사학 연금 가입(공무원 아닌 연구원), 동일한 연봉을 적용하며 더 이상 처우에 관한 논란을 중단해야 한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는 출연(연) 소속 연구원의 개인 및 집단연구역량을 제고하고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원(처우, 승급) 및 평가제도를 전문적 으로 연구하는 HRD연구실이 있어야 한다.
•「(가칭)출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묶음예산을 허용해야 한다.
•공공연구기관에 대한 기관평가에 정부는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연구 기관이 스스로 평가하여 그 결과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 하도록 법률개정이 필요하다. 선진국은 이미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출연(연)에 ‘학문의 자유(Academic Freedom)’가 보장되어야 한다.(정부간섭 축소, 연구원의 개인 기본연구 보장, 기관의 자율예산 block funding)
이렇게 하여 출연(연)이 스스로 진화하는 체계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출연(연)을 발전시키겠다고 하면 안된다.
제7장의 결론에서는 우리나라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출연(연)의 일류화 계획이 포함되도록 「과학기술기본법」 제7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집행하기 위해 제도설치, 법률제정 등 필요한 일을 제시하였다.
끝으로 부록에서 「일본 과학기술기본정책 보고서」를 번역하여 수록하였다.
이것은 일본의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요약한 것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기본계획과 비교해보기를 바라는 의도이다. 여기서의 메시지는, 일본의 과학 기술정책은 국가운영의 전반을 과학기술이 리딩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와 유사한 지경학적 여건을 가진 일본은 과학기술의 연구에 국가의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다. 다음의 표현이 그것을 함축한다.
일본은 제한된 천연자원과 고령화 및 출산율 감소에 따른 인구감소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S&T와 S&T 기반의 혁신은 미래 경쟁력의 유일한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S&T는 일본의 생명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정부는 기본계획에 R&D 투자를 증가하기 위해 목표 액수(target amounts)를 설정 하여 S&T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활동을 산업․경제적 측면 일변도로 몰아 가는 것은 지극히 편협한 시각이라고 봐야 한다. 국방, 외교, 법무, 교육, 보건, 안전 등 많은 부문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과학기술적 수요가 있다. 정부의 연구 개발은 이러한 사회적 수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국민적 호응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국민적 호응이 높아야 정부 R&D의 예산도 확대가 가능한 것이다.
끝으로 본 연구 보고서가 목하 진행 중인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설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목 차
요약문
제 1장 서론
1. 연구배경
2. 연구목표 및 내용 3. 연구방법
4. 연구의 한계
제 2장 정부출연연구기관이란?
1. 정부연구기관의 개념
2. 선진국 정부연구기관의 규모 3. 시사점
제 3장 선진국의 정부연구기관 운영
1. 미국의 과학기술 연구기관 지원 및 평가체계 2. 독일의 과학기술 연구기관 지원 및 평가체계 3. 일본의 과학기술 연구기관 지원 및 평가체계
제 4장 우리나라 출연(연)의 연혁과 현황
1. 우리나라 공공연구기관의 역사 2. 우리나라 예산배분과 평가체계 3. 출연(연)의 현황
4. 출연(연)의 실적과 문제
제 5장 출연(연)에 관한 연구
1. 선행 연구 2. ADL 보고서
3. 민간위원회 보고서 4. 내재된 문제
제 6장 예산배분과 평가방식
1. 출연(연) 정책의 이론 2. 출연(연)의 새로운 설계 3. 예산배분체계
4. 평가체계
제 7장 결론
첨부 : 일본 과학기술기본정책 보고서
제 1장 서론
1. 연구배경
본 연구는 우리나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대책을 모색 하고자하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요구에 의해 착수되었다. 그동안 이러한 주제에 관한 연구가 수없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구가 다시 요청된 것은, 한편으로 그동안의 연구를 집대성하여 요약해 달라는 의미가 있다고 보며,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의 연구에서 누락된 점이 없었는지 되짚어 달라는 요 구로 해석된다. 특히, 이러한 요구가 중앙행정기관이 아닌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있었다는 사실은, 본 연구자에게 너무나 크게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다. 왜냐 하면, 본 연구자가 공직에 근무할 당시 대부분의 기간을 출연(연) 관련 업무에 종사하였는데, 이 업무에 대한 너무나 많은 정치적(?) 개입을 보면서 행정부의 한계를 느끼며 안타까워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과거의 수많은 연구보고서들이 이 점은 지적하지 않고 있어 이번 기회에 인과 관계를 제대로 정리해두는 것이 국가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본 연구에 들어가기 전에 ‘국가발전’에 관하여 잠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국가 간에 노예나 영토를 얻기 위해 전쟁을 하였다. 한 국가가 부강해지고 국민의 요구가 더욱 풍족해지는 방향으로 변하면 국가지도자는 노예나 영토를 국민에게 공급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다음 산업사회로 가면서 통상을 요구하고 식민지를 얻기 위한 전쟁이 일어난다. 물건을 팔고 원료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노예나 영토가 아니라 돈을 벌면 되는 것이다.
이제 현대에 와서의 상황은 다시 변했다. ‘국가의 부’를 목적으로 한 국가 간의 경쟁에서 직접적인 전쟁의 형식은 서로 피한다. 종종 어느 국가에서 정치적 갈등으로 내전이 일어날 경우, 강대국이 그 국가의 한 지도자를 지지한 후, 전쟁에서 이기고 나면 이권을 챙기는 유형은 간접전쟁은 아직도 있다고 본다. 심지어 이권을 위해 유력한 정치가를 앞세워 타국에서 내전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글로벌화 되고 국제분업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오늘날, 파괴적 전쟁은 서로 피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국가의 부’를 얻는 방법은 전쟁이 아닌 방법 으로 얼마든지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기술전쟁’이다. 금융, 관광, 교육 등 국제시장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많지만, 기술로써 상대국을 종속시키고 세계 시장에서 돈을 버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이것이 몇 년 전 서울 대학교 김태유 교수가 발표한 저술 「국부의 조건」이 던지는 메시지이다.
기술이 종속된 국가의 국민은 평생 열심히 일해도 집 한 칸 장만하기 어려 워지고 노후가 불안하지만, 기술의 선진국은 1년에 휴가를 6주씩 가고 가정 생활에 충실하게 살아도 은퇴하면 바로 크루즈를 타고 세계일주를 즐길 수 있다. 우리가 뻔히 알고 있는 이런 빈부차이에 대해 일반인들은, 기업경쟁력을 우선 생각하게 되겠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국가의 기술력이다. 특히 자원이 부족 하고 영토가 좁은 우리나라가 강대국 틈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높이는 일’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단시간에 국가 기술력을 높인 우리나라의 전략은 ‘모방’이었다. 1960년대부터 1995년까지 우리나라의 정부, 기업, 정부연구기관이 어떻게 노력하여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는지는 고려대학교 故 김인수 교수가 발표한 저술 「Imitation to Innovation」에 잘 설명되어있다. 읽어보면 우리 국민의 끈기와 지혜가 보인다. 개도국의 많은 공무원들이 우리를 배우겠다고 나서게 한 저술이다.
그러나 1996년 이후부터 우리 정부는 과학기술정책의 방향을 잃었다고 본 연구자는 평가하고 있다. 본 연구자는 본 연구를 통해서 그 이유를 밝히고자 하며 그 대책도 함께 제시해보고자 한다.
1995. 1월 WTO체제가 출범하면서 지적재산권의 보호가 강화되었다. 즉 모방 연구가 어려워지고, 기업연구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그리고 1996. 12월에 우리가 OECD에 정식으로 가입하면서 여러 가지 무역특혜가 사라졌다. 그때부터 우리는 국가적으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데, 주변에서 우리를 그냥두지 않는다. 1997년 말의 IMF는 몇몇 강대국의 계략 이었다는 설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 당시 공공연구기관과 기업에서 많은
연구부서가 없어지고, 연구원이 직장을 떠나며, 정년이 단축되었다. 이공계 위기가 이때부터 표면화되었다. 그리고 출연(연)의 모든 문제도 이 시점에서 출발한다. 오늘 2014년까지 우리의 경제가 유지되어오는 것은 과거 우리의 선배들이 국가 기술혁신의 틀을 잘 잡아두었기 때문에 그 관성의 덕분이라고 보지만, 이제 몇 년 후 부터는 어려움이 많은 곳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측한다.
우리 기업이 억척스럽게 노력하기 때문에 국가 전체적으로 큰 덕을 보고 있는 것이지, 공공부문에서는 20년 정도 정체상태에 있기 때문에 이런 예측을 하는 것이다. 왜 공공부문은 20년 정도 정체상태에 있는가?
그래서 본 연구자의 경험과 이론으로 국가 R&D를 담당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 (이하 ‘출연(연)’으로 약칭) 문제를 근본적으로 파헤쳐 보려 한다.
2. 연구목표 및 내용
본 연구의 목표는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출연(연)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발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예산배분방법과 성과 관리체계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를 극복하는 효율적 정책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출연(연)이 PBS를 극복하고 대학과 대등한 차원에서 원활하게 교류(특히 인력교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기존 제도의 어느 부분이 어 떻게 변경되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성과관리체계에 대해서도 분석 하고 문제점을 도출하며 정책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러나 가장 궁극적 바램은 출연(연)이 국가발전에 효율적으로 기여하게 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출연(연)이 갈수록 격화되는 국가 간의 ‘기술전쟁’을 이길 수 있는 기술을 창출하고 戰士를 키우는 곳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수없이 출연(연)을 흔들어 온 여러 권력자들의 ‘무지 함’을 지적하는 것도 본 연구의 보이지 않는 한 목적이다. 즉, 국가 연구관리에 관한 행정관료의 인식의 틀을 바꾸어 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다.
연구내용으로는 제2장에서 정부연구기관의 개념과 중요성을 설명하고 출연 (연)의 본질을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선진국이 보유한 정부연구기관의 규모에 대해도 알아볼 것이다. 여기서 연구체계에 관한 약간의 이론적 제시가 있을 것이다. 제3장에서 미국, 독일, 일본의 정부연구기관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알 아보고 우리나라의 출연(연)과 비교할 것이다. 예산배분을 위한 투자우선순위 결정부터 예산의 배분, 성과평가에 관하여 설명할 것이다. 제4장에서는 우리 나라 출연(연)에 대해 파악할 것이다. 출연(연)의 역사와 현황을 정리하면서 체제상의 문제점을 지적할 것이다. 여기서 예산배분체계와 평가체계가 자세히 설명될 것이다. 내용의 많은 부분이 기존의 보고서(정부발표 또는 정책연구 기관의 보고서)를 정리한 것이다.
제5장부터 본 연구가 의도하는 출연(연)의 문제분석에 들어간다. 그동안 있어온 다른 조사연구를 언급하면서 공통적 지적내용을 살펴보고, ADL의 보고서도 소개할 것이다. 특히 「과학기술 출연(연) 발전 민간위원회」가 발표한 보고 서도 소개할 것이다. 제6장에서는 그동안의 망가진 출연(연)을 회복하고 발전 시켜 국가발전의 핵심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위한 출연(연) 발전방안을 제 시할 것이다. 현재수준(년 5%의 증액)의 재정지원만 보장된다면 실현 가능한 방법을 제시할 것이므로 터무니없는 계획은 아닐 것이다.
끝으로 부록에서 「일본 과학기술기본정책 보고서」를 번역하여 수록하였다.
이것은 일본의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요약한 것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기본계획과 비교해보기를 바라는 의도이다.
3. 연구방법
본 연구는 과거의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본 연구자의 경험을 통한 이론(경험법칙)을 내세우고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작성되었다. 그래서 개인적 의견을 제시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 일부 선진국 연구기관에 관한 자료는 인터넷을 통해 직접 조사하거나 OECD 보고서를 번역 하여 참고하였다.
한국기술혁신학회의 많은 과학자분들이 자문에 응하여주시고 소중한 자료를 제시하여주었으므로 본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연구기관의 운영에서 발생하는 정부의 지나친 간섭에 대해 많은 의견을 제시하였으므로 본 연구 보고서에 다 수록하지 못함을 아쉽게 생각한다. 출연(연)의 많은 분들이 인터 뷰에 응해주셔서 좀 더 실감나는 보고서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4. 연구의 한계
본 연구과제의 제목은 「R&D분야 재원배분 방식 및 성과 분석」이지만 그 내용을 추적하면 국가의 투자우선순위 결정에서 출연(연)의 예산배분, 평가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내용이 직접 간접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내용을 다루기에 3개월의 연구기간은 좀 짧은듯하다. 많은 선행연구를 좀 더 깊이 분석하고 정부의 입장도 들어보고 싶었으나 그만큼의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때마침 ‘세월호’ 사건이 터져 정부에 대한 불신의 시각이 매우 높은 시점이라, 출연(연)의 인터뷰 내용도 더 정부 비판적 시각으로 흘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내용이 감정적으로 흐르지 않고 인과관계로써 설명된다면, 정부도 이 러한 비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므로 최대한 반영하려고 했다. 이것이 과학기술 행정기관과 담당자들에게 좋은 ‘소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출연(연)에게는, 현재 두 개 연구회의 통합작업이 분주히 진행되고 있는 시점이다. 여기에 본 연구내용이 도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본 연구에서 강조하는 ‘학문의 자유’의 개념은 선진국에서 보편화되어 모든 관리행정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에 비해, 우리 행정관료들은 그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면, 본 연구는 ‘현실의 벽’에 분명히 부딪힐 것이다. 그러나 안 될 줄 알면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어야, 훗날 어느 후배가 ‘학문의 자유’를 다시 외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 많은 사람들이 동조한다면, 우리의 학술연구 풍토는 선진국형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제 2장 정부출연연구기관이란?
1. 정부연구기관의 개념
가 . 공공연구기관의 탄생
세계 모든 국가는 국가의 존속(전쟁의 승리)과 국민의 안위(질병과 재난의 극복) 및 국민경제의 발전(산업경쟁력 확보)을 위해 정부가 연구활동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추진해 왔다. 그리고 그 국가들은 이러한 일(연구활동)을 효율적 으로 추진하기 위해 전담기관을 설립하고 전문가 집단을 고용하였다. 초기에는 국왕이 직접 재정을 지원하는 왕립기관 형태였으므로 왕의 통치에 필요한 수단의 하나로 역할을 했지만, 점차 공공성을 확대하였다.
공공연구기관(Public Research Institution, PRI)으로 부를 수 있는 수준의 전 문연구기관은 근세에 와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OECD 보고서1)에 따르면, 16세기 말 설립된 덴마크의 우라니보르(Uraniborg)천문대, 프랑스의 자연사 박물관(1626), 미국의 연안조사국(1807) 등이 초기에 설립된 공공연구기관이라 할 수 있다. 공공연구기관은 주로 1835년부터 1945년 사이에 국가적 전략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광물자원의 탐사, 농업, 공업발달, 보건 및 국방R&D 등과 같은 산업적 요구의 변화에 따라 우선순위가 변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은 NIH를 1887년, NIST를 1901년에 설립하여 보건 문제와 산업표준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게 하였으며,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 시키기 위해 Los Alamos를 1943년에 설치하여 핵무기를 개발했고, 소련의 우주개발을 추월하기 위해 1958년 NASA를 설립하였다. 민간연구기관에 속 하는 대부분의 National Lab.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설립되었으며, 오늘에 와서 대부분 대학이 위탁관리하게 하였다. National Lab.에 대한 이러한 관 리형태를 GOCO(government-owned contractor-operated)라고 한다. 반면에, NIH, NIST, NASA는 국가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1) OECD, 2011, "Public Research Institutes - Mapping Sector Trends -"
일본의 연구기관도 역사가 깊다. 2001년 통합된 AIST는 거슬러 올라가면 1882년에 설립된 산업기술연구소가 효시이다. RIKEN은 1917년 민간연구소로 시작되어 1958년 공립화 되었고, 2003년 독립행정법인이 되었다.
독일의 MPS는 1948년 설립되었지만, 그 전신인 Kaiser Wilhelm Society가 1911년 설립되어 제1, 2차 세계대전을 지원한 죄로 1946년 해체되자 Max Planck가 서방을 설득해 살려낸 것이다. 프랑스는 독일에 대한 위기의식 속 에서 1939년 CNRS를 설치하고, 핵개발을 위해 1945년 CEA를 설립하게 된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대학이 강점을 가지면서 대학 주도형 공공연구시스템을 형성해 왔으며, 1980년대에 와서 공공연구기관을 책임운영기관화, 민영화를 추진하였다2).
선진국에서 공공연구기관은 이렇게 국방, 보건 또는 산업경쟁력을 위해 탄생 하여 오늘까지 존립해오고 있다. 그 대부분은 국가적 미션을 수행하거나 대 학이 수행하지 못하는 연구(대형장비사용 연구, 대규모 조직적 연구 등)를 수 행하며, 경제․사회 문제해결과 지식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그리고 정부의 think-tank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나 . 공공연구기관의 활용
□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
정부가 현재 발생하는 경제․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대비하여 새로운 지식의 지평을 넓혀나가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꾸준히 연구활동을 지원하면서 국가의 독자적 강점을 보유하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 비록 모든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는 없을지라도, 몇 개의 강점기술을 확보하여 경쟁국가와 거래(deal, bargaining)가 가능한 것이다. 우리의 강점기술이 아무 것도 없다면, 우리는 항상 다른 나라에 종속될 뿐이다.
자동차, 휴대폰, 의약품 등 산업기술 부문에서는 국제시장에서 기업이 서로 경쟁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뒤에 기술과 인력을 공급하는 국가가 버티고
2) 노환진, 2011, “선진국의 국가연구체계에 관한 조사연구”, 서울대학교
있는 것이다. 국방, 보건, 환경, 에너지 등 공공기술 부문에서는 주로 공기업 들이 나서서 국제경쟁을 하고 있다. 원자로, 고속전철, 항공기들이 주로 이러 한 유형의 경쟁을 하고 있는데, 그 뒤에도 국가차원의 기술력이 뒷받침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요즈음은 국가 최고지도가가 외국을 순방할 때, 자국의 상품(항공기, 원자로, 고속전철 등)을 세일즈하기도 한다.
결국, 국가적 위상을 높이거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나,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공통핵심기술의 개발 등은 모두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으로 해결할 문제들이다. 2010년 발표된 「일본 과학기술기본정책 보고서(제 4차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일본의 이러한 정책적 표현을 읽을 수 있다.
일본은 제한된 천연자원과 고령화 및 출산율 감소에 따른 인구감소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S&T와 S&T 기반의 혁신은 미래 경쟁력의 유일한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S&T는 일본의 생명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정부는 기본계획에 R&D 투자를 증가하기 위해 목표 액수(target amounts)를 설정 하여 S&T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활동을 산업․경제적 측면 일변도로 몰아 가는 것은 지극히 편협한 시각이라고 봐야 한다. 국방, 외교, 법무, 교육, 보건, 안전 등 많은 부문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과학기술적 수요가 있다. 정부의 연구 개발은 이러한 사회적 수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국민적 호응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국민적 호응이 높아야 정부 R&D의 예산도 확대가 가능한 것이다.
정부가 이러한 사회적 수요에 대응하는 연구개발을 지원하거나, 미래를 대비 하는 연구개발을 수행할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전문연구기관의 운영이며, 전문연구기관을 통한 탁월한 인력의 보유와 기술의 축적이 효율적으로 이루어 지도록 연구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가 설립하여 정부의 목적을 위해 연구하게 하는 전문연구기관을 공공연구기관이라고 부른다.
□ 공공연구기관의 기능
공공연구기관은 국가마다 상황과 역사적 배경이 다르므로 공공연구기관의 형태, 운영체계, 규모 및 기능이 국가마다 다르지만, 그 기능은 국력을 키우고,
국가적 위기를 타개하며,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방향으로 미션을 수행한다.
정부가 세금으로 공공연구기관을 운영하는 이유는 먼저 정부가 국가를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이냐의 방법에서 출발한다. 구체적으로 보자.
•국가 내에서 경제․사회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예측하고, 예방 할 것인가? 만약 문제가 발생한 이후라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매번 선진국에 의존할 것인가 아니면 독자적 해결책을 갖출 것인가?
•기후변화, 환경문제 등 글로벌한 문제는 여러 국가가 협력하여 대응하는 것이 효율적인데, 여기에 어떻게 참여하여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필요한 국제적 리더십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국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우주를 개발하고 해양을 탐사한다면 상당히 높은 기술력과 조직력이 필요한데 이런 전략적 연구개발 활동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수행할 것인가?
•국내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정부가 책임 있는 기술적 자문을 구해야 한다면 누구에게 요청할 수 있을까? 자주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전담 전문 대응조직을 둔다면 어디에 설치하면 좋을까? 등등
해답은 전문연구기관의 운영이다. 정부가 수요자이고 정부가 투자하기 때문에 공공적 목적을 위한 것이고 공공연구기관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각 국가 에서 경쟁적으로 설립된 공공연구기관이 최근에 와서 기능상의 변화가 오고 있다. 당초 공공연구기관은 국방, 보건을 위해 역할을 하다가, 산업경쟁력 확보 및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를 추가해 갔다. 나중에는 모든 공공기술영역을 연구대상으로 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 대학의 연구능력이 높아지자 공공연구 기관의 연구영역은 조직적, 영속적, 대형의 기초 및 응용연구로 이동하였다.
소형 기초연구는 교수 1인 중심의 대학연구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 후, 1990년대에 와서 민간기업의 연구능력이 향상되자 공공연구기관은 장 기적 연구, 불확실성이 큰 연구, 공통적 기반기술연구로 방향을 잡았다. 단기 연구는 기업을 당할 수 없기 때문이며, 제품에 직결되는 연구는 기업이 직접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투자하는 공공연구기관은 시대적 여건에 맞게 변화하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을 가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나라도 예외는 아니지만 OECD 국가들 사이에 일반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 여기서 “계약연구의 확대”는 우리와 반대 상황이다.(아래 주석 참고 요망)
최근에 와서, 글로벌화가 가속되고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공공연구 기관은 새로운 사회적 기능을 찾아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의 공공연구기관들이 추구하는 방향은 다음과 같다.
•과학적 영향력 확대
•국제화 정도의 확대
•최고급 과학자 보유
•공개와 연계의 확대
•계약연구의 확대3)
3) 선진국의 “계약연구의 확대”는 우리나라와 반대적 상황에서 벌어진 변화의 방향이다. 우리나라는 과격하게 PBS를 실시하여 70%를 경쟁을 통한 계약으로 연구비로 지원하였지만, 선진국은 아직도 안정적 연구비를 대부분 지원하면서 조심스럽게 경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뒤에서 정리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행정논리가 조심성 없이 너무 앞서감으로 인해, 연구경쟁, 기관 평가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나고 있으며, 연구체계를 망가뜨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활동은 불확실성이 크며, 연구자의 재량과 동기부여로 격려할 대상이지 채찍으로 끌고갈 대상이 아님에도, 우리의 행정방식은 연구활동을 지나치게 과격하게 끌고 가려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 대학과 전문연구기관의 차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대학과 전문연구기관의 기능을 혼돈하고 있다. 즉, 전문 연구기관이 하는 일은 대학에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대학과 전문연구기관은 비교할 수 없는 큰 차이가 있다.
대학은 교수 1인 중심의 소형 연구단위이다. 교수가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을 중심으로 단편적 연구를 개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대학은 학생을 양성하는 기능이 우선이므로 폐쇄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것이다. 대학부설연구소(대학이 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정부의 전문연구기관은 제외)에서 조차도 몇몇 교수가 모여 있고, 전문 연구요원을 두었지만 수십명 이내의 규모일 뿐이다.
반면에 전문연구기관은 조직적, 영속적, 대형 연구체계이다. 연구책임자가 이 직하면 다른 전문가가 이어받아 연구는 계속된다. 폐쇄적 비밀연구도 수행 가능하다. 전문연구기관은 연구원을 수천, 수만 명까지 보유하고 융복합적 연구를 한다. 연구원들이 제공하는 Mod 1형 연구도 가능하지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Mod 2형 연구가 가능한 곳이다4). 즉 사회적 문제는 단일 학문분야 에서 다루기 어려운 융복합적 성격을 가지므로, 대학보다는 전문연구기관에서 연구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미이다. 참고로 미국은 정부소유 전문연구기관 (National Lab.)을 연구중심대학이 관리하도록 기회를 주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학의 교수가 겸직으로 연구에 참여하며, 대학원생에게도 학위논문 연구 또는 postdoc의 기회가 많아진다. 그렇지만 대학과 National Lab.의 경영은 엄격히 구분된다. 그러므로 대학과 National Lab.을 혼돈해서는 안된다.
4) 지식 생산의 방법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학술적, 연구자 주도적, 학문에 근거를 둔 (academic, investigator-initiated and discipline-based) 전통적 연구로부터 지식을 얻는 형식(Mode 1)과 현실에서 실제적 문제해결을 위한 interdisciplinary 연구로부터 지식을 얻는 형식(Mode 2)이 그것 이다. 1994년 Michael Gibbons 등이 「The new production of knowledge: the dynamics of science and research in contemporary societies」에서 소개한 개념이다.
참고로 ‘Jeffersonian science’란 용어는 사용을 염두에 둔 과학연구에 사용되며, 반면에 ‘Newtonian science’은 호기심에 이끌린 과학(curiosity-driven science) 그리고 ‘Baconian science’는 응용과학 (applied science)에 사용한다. 기초과학의 2가지 유형(Jeffersonian과 Newtonian)에 대한 이 구분은 연구자 의 의도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옹호론자들은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수행되어진 결과적 연구는 매우 유사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구분은 연구가 수행되어지는 절차에 초점을 둔 Gibbons에 의해 구분된 Mode 1과 Mode 2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Gibbons, 1997). 그러나 Jeffersonian research는 많은 부분이 Mode 2유형에 해 당된다. 즉 이것들은 문제해결형(problem-focused) 이면서 대부분 interdisciplinary이다.
다 . 우리나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개념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운영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어떠한 개념인가?
출연(연)이란 정부기관이 아니지만 정부의 재정(출연금)으로 운영하는 연구기관 이라는 의미이다. 출연(연)은 정부기관이 아니므로 민간기관이며, 소속 연구원의 신분은 공무원이 아니고 민간인이다. 이 재정지원 방식은 ‘출연금의 지급’이 라고 하지만 기관예산(institutional funding)과 사업예산(project funding)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국립연구기관과 다를 바 없다. 즉, 국립연구기관이 가지는 경직성을 극복하고자 출연금으로 운영하는 민간기관의 방식을 선택하였지만 자율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출연(연)의 개념은 KIST를 설계할 때 생겨났다. 당시 미국 Battelle 연구소5)가 자문을 하게 되었는데, KIST의 운영 원리는 Battelle 연구소의 운영원리를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KIST 초대 소장(제2대 과학기술처 장관)을 맡았던 최형섭 박사님을 본 연구자가 유학시절 만나서 인터뷰한 결과, 그분은 “우리가 출연(연) 체제를 채택한 것은 우수한 과학자를 유치하여 유연하게 일하게 하고 처우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공무원 신분의 연구기관(국공립연구기관)은 승급체계․처우체 계가 법률로 명시되고 조직문화가 수직적이라 유연성이 부족하며, 해외유치 우수과학자의 중간진입이 불가능하였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우리 후배들은 출연(연)에 대해 이러한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출연금으로 출연(연)의 재정을 지원한다는 의미는 재정을 묶음예산 (block funding)으로 지급하고 연구기관이 내부적으로 자율적으로 세부 용처를 결정하도록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우리의 출연금은 보조금이나 다를 바 없이 정부에서 세부항목까지 심사를 하고 있다. 이 부분이 선진국의 공공연구 기관과 많이 다르다. 이것이 출연(연)의 자율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출연(연)은 법률에 근거를 두지 않고는 설립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5) 미국의 바텔연구소(Battelle Memorial Institute)는 1929년 고든 바텔(Gordon Battelle)의 유산(170만 달 러)을 기금으로 설립된 민간연구기관이다. 주요 연구주제는 에너지, 건강 및 생명과학, 국가 안보와 국방, 실험실 관리기술,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교육사업 등이다. 바텔연구소는 설립 초기에는 주로 민간기업으로부터 위탁을 받아서 연구개발을 하였으나,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미국 정부와 군(軍)으로부터 연구개발 위탁이 많아지면서 연구소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현재에도 주로 국가적 수요에 의한 연구를 많이 수행하고 있다. 2011년 현재 2만2천명의 직원을 둔 초대형 민간연 구기관이며 세계 130개 국가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출연(연)은 설립되면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ㆍ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따라야 한다. 동법 제3조에서 “이 법에 따르지 아니하 고는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설립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16개의 출연(연)이 생기고 1980년 말까지 총 19개의 출연(연)이 설립되면서, KIST의 운영원칙(계약연구체제와 책임회계제도)은 약화되고 대부분 정부의 일반예산에 의존하는 운영체계로 변화되었다. 그러다가 인사관리가 방만하다는 평가와 함께 경쟁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1996년 PBS가 시행되었다. 이 때 ‘출연기관’이라는 의미를 크게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1996년 출연(연) 전체에 PBS(인건비를 프로젝트에서 얻는 체계)를 적용할 때 에도 당시 과학기술부는 Battelle 연구소의 운영체계를 예시로 들었다. 국가 혁신체제의 근간이 되는 출연(연)에 미국의 민간연구소의 운영체계를 도입한 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PBS의 도입은 강행되었다. 그리고 IMF를 맞으면서 정년도 65세에서 61세로 단축되었다. 연 금은 처음부터 없었는데, 2008년 과학기술인공제회를 중심으로 적립식으로 설치되었다. 본 연구자가 현직에 있을 때 법률을 개정하여 설치한 연금이다.
결과적으로 출연(연)의 처우는 국립대학의 처우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게 되고 많은 우수 인재가 출연(연)을 떠났다. 특정연구기관을 육성하겠다고
「특정연구기관육성법」을 제정․운영하던 과기부의 업무는 어디로 간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세한 분석은 뒤에서 논한다.
라 . 공공연구기관의 중요성
앞서 언급되었지만, 공공연구기관은 국가의 유지 및 발전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 국력을 키우고, 국가적 위기를 타개하며,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공공 연구기관의 역할은 지식기반사회에 와서 더욱 중요해졌다.
공공연구기관의 기능은 앞의 세션에서도 설명되었지만 다음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연구개발 활동은 이러한 기능을 잘 수행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인 것이다.
•지식을 창출하여 국력을 키운다. : 연구개발 활동
•지식을 활용하여 정부를 지원한다. : 정부의 think-tank 역할
•국가의 미래를 준비한다. : 탁월한 인력의 양성 및 보유, 기술 및 자료의 축적
종종 대학의 기능과 중첩되지 않느냐의 질문이 생기지만, 연구영역이 완전히 서로 다르다. 독일 MPG의 경우, MPG가 먼저 연구를 시작하였더라도 대학이 착수한 주제는 연구를 중단하도록 하고 있다. 인력양성에서도 대학과는 완전히 다르다. 공공연구기관에서의 인력양성은 석․박사과정 양성과 postdoc 양성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대학이 제공하지 못하는(예 : 대형 연구장비를 사용하는) 현장중심의 교육과정을 제공하겠다는 의도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스라엘 Weizmann 연구소는 일찌기 1958년 FGS(Feinberg Graduate School)을 설립 하였고, 독일 MPG는 1999년 IMPRS(International Max Planck Research Schools)을 출범하였고 일본 RIKEN은 2006년에 IPA(International Program Associate)를 출범하였다. 우리나라도 출연(연) 공동으로 「연합대학원대학」을 설립하였다.
공공연구기관은 대학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차원이 다른 연구기능을 수행하며,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보유하는 기능까지 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그 자체가 국제 경쟁의 한 축이 되고 있다. 독일의 과학기술정책에서는 이러한 말이 있다.
국제화는 독일이 고품질의 연구자를 유치할 뿐만 아니라 보유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볼 수 있다. 학술훈련 시장(academic training market)에서 독일의 중요성을 높이기 위해, 영어로 진행하는 교육과정과 국제 캠퍼스를 늘리는 것을 포함하여, 더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독일 대학에서 공부하도록 장려하는 공동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독일 연구자들의 해외 연구기회를 만드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MPG는 젊은 학자를 육성하기 위해 25개 막스 플랑크 연구소와 30개 이상의 대학을 포함하여 19개의 막스플랑크 국제연구학교(Max Planck International Research Schools)를 설립하였다. 이 학교들은 선별된 획기적인 학제간 분야에 초 점을 두고 있다(예를 들어, bounded plasmas, earth system modelling, structure and function of biological membranes, polymer materials science). 박사과정 장 학금의 절반은 외국인 학생에게 제공되고, 참여하는 대학의 학위를 수여하며, 수업 도 많은 부분 영어로 진행될 것이다. 학교는 파트너들에 의해 재정 지원을 받으며, 초기에 6년 기한으로 설립되나 평가에 따라 6년 연장할 수 있다.
독일의 MPG에서 IMPRS를 설립하고 국제적 인재(박사과정 학생)를 유치하기 위한 정책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간 인재유치 경쟁인 것이다.
공공연구기관의 또 하나 중요한 기능은 정부 정책결정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즉 정부의 think-tank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다. 이 기능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사회가 점점 다양화, 전문화, 글로벌화 됨에 따라 국가 내에 발생하는 문제도 많이 변했다. 정부 공무원이 담당하기에는 지식과 전문성이 부족하므로 전문연구기관을 곁에 두고 물어보면서 대응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자문기능을 잘 하도록 공공연구기관을 키우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와 공공연구기관과의 자문과정에서 다소 더 연구를 필요로 하는 주제는 국가 아젠다로 승격시켜 공공연구기관에서 연구를 주도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top-down형 미션연구인 것이다. 이러한 연구내용 중에서 일부는 대학에 기초연구과제로 의뢰하며 전문인력도 키우는데, 이것을 ‘목적 기초연구’라 한다.
공공연구기관은 국제시장에서 벌어지는 기술전쟁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록 전면에는 기업이 나서서 시장경쟁을 치르지만, 정부와 공공연구기관이 뒤 에서 공통기반기술의 공급과 전문인력(이때 대학의 인력양성도 매우 중요)을 공급하는 것이다. 독일과 일본은 공공연구기관과 기업과의 협력관계가 매우 돈독하다. 독일과 일본은 국가 차원의 거대한 기업으로 보기도 한다.
동양에서도 지식인(책사, 또는 유세객)을 대접하는 군주가 천하를 얻었다. 춘추 전국시대(BC 8세기〜BC 3세기)를 생각해 보자. 춘추 5패의 제환공은 포숙의 건의를 받아들여 원수에 해당하는 관중을 재상으로 삼은 덕분에 첫 번째 패 자가 되었다. 진 문공의 개자추, 오왕 부차의 오자서, 월왕 구천의 범려 등 모두 지식인을 잘 대접하고 활용한 사례이다. 유방의 한신, 유비의 제갈량 등 고전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오늘도 유효하다고 본다. 다만, 이제 특정한 인물보다는 막강한 데이터와 지식인 집단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공공연구기관의 중요한 기능인 것이다.
서론에서 설명하였지만 공공연구기관은 국가의 유지․발전에 필수적 기관이 므로 정부는 이를 잘 키워야 할 의무를 가진다. 이것은 유사시를 대비하여 군대를 잘 키우는 일과 같은 것이다. 이것을 소홀히 하는 정부는 퇴장해야 한다.
명칭 인원(명) 예산 비고
NIH 18,500 301억 USD
NIST 3,000 10억 USD
NASA 18,000 187억 USD
NOAA 12,247 -
NTIS 150 -
NRC 3,931 -
NSF 2,100 50억 USD
NTIA 154 -
2. 선진국 정부연구기관의 규모
선진국이 공공연구기관을 어느 정도 규모로 보유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뒤에서 전개될 여러 가지 논의의 기초자료를 미리 파악해보자는 의미가 있다. 미리 설명하는 것은 각 선진국은 막대한 공공연구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단위기관의 규모 또한 막대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출연(연)을 어느 방 향으로 발전시켜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될 것이다. 주로 도표로 처리 하겠다. 여기서 데이터의 기준 연도가 서로 다르지만 무시하기로 한다. 연도와 상관없이 데이터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며,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은 연구 기관의 수치적 규모이기 때문이다. 기관별 자세한 설명은 제3장에서 다룬다.
가 . 미국
□ 국립연구기관
미국은 일반 시민이나 국제사회에 유익한 연구를 하는 연구기관은 국립으로 두고, 국방 및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범죄 및 테러를 연구하거나 일반 시민과 관련이 없는 연구기관(가속기)은 민간연구기관으로 만들어 대학 또는 전문관리 기관이 관리하게 하였다. 후자가 바로 National Lab이며 바로 뒤에서 다룬다.
미국의 국립연구기관의 규모는 다음과 같다. 파악되지 않은 통계는 추후 보완 하기로 하자(본 연구에서는 기간이 짧아 불가능하였다.) 국립연구기관에 근무 하는 직원은 총 58,000명 정도 된다.
명칭 인원 (명)
예산
(M) 명칭 인원
(명)
예산 (M) Aerospace Federally Funded
Research and Development Center
3,450 868.6 Pacific Northwest National Lab. 4,600 1,100
Arroyo Center 1,700 263.1 Princeton Plasma Physics Lab. 433 328 Center for Communications
and Computing 759 173.5 Sandia National Laboratories 8,400 2,400 Center for Naval Analyses 341 - Savannah River National Lab. 700 157 Lincoln Lab. 3,782 - SLAC National Accelerator Lab. 1,000 - National Defense Research
Institute - - Thomas Jefferson National
Accelerator Facility 675 72 National Security Engineering
Center 1,200 231 Centers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 1,200 231 Project Air Force - - Frederick National Lab. for
Cancer Research 1,800 17 Software Engineering Institute 694 - Homeland Security Studies and
Analysis Institute 115 -
Systems and Analyses Center - -
Homeland Security Systems Engineering and Development Institute
1,200 231
Ames Lab. 745 33.5 National Biodefense Analysis
and Countermeasures Center 120 - Argonne National Lab. 3,350 722 Center for Advanced Aviation
System Development 1,200 231 Brookhaven National Lab. 3,100 696 Center for Enterprise
Modernization 1,200 231
Fermi National Accelerator
Lab. 1,750 350 Center for Nuclear Waste
Regulatory Analyses 2,845 591.7 Idaho National Lab. 4,100 1,000 Judiciary Engineering and
Modernization Center 1,200 231 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 4,200 819 National Center for
Atmospheric Research - - 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 6,800 1,700 National Optical Astronomy
Observatory 138 41
Los Alamos National Lab. 12,500 2,200 National Radio Astronomy
Observatory - -
National Renewable Energy
Lab. 1,700 328 Science and Technology Policy
Institute - -
Oak Ridge National Lab. 3,000 1,650 Jet Propulsion Lab. 5,000 1,500
□ 출연연구기관(FFRDC)
미국에는 국립연구기관 외 정부가 투자하는 민간연구기관(출연(연)과 대등함)이 각 부처소속으로 총 40개 있다. FFRDC(Federally Funded R&D Center)라고 부르는 이 기관들이 바로 우리가 National Lab. 이라고 하는 연구기관이다.
종사하는 연구원 수는 일부(국방성 소속의 NL은 비공개가 많음) 파악하기 어려우나, 파악된 것만 총 73,000명이 넘는다.
<미국의 National Lab.>
명칭 인원(명) 예산 비고
MPG 16,918 18,2억 유로
FhG 17,150 16.2억 유로
HGF 27,913 28억 유로
WGL 16,000 13.1억 유로
명칭 인원(명) 예산 비고
CNRS 33,300 31.1억 유로
CNES 2,400 19.8억 유로 항공
INSERM 8,000 9억 유로 의료
INRA 8,000 - 농업
INRIA 4,471 2.7억 유로 전산
명칭 인원(명) 예산 비고
IFREMER 1,500 9억 유로 해양
CEA 1,578 39억 유로 원자력
IFSTTAR - - 교통
INRAP - - 고고학
…
나 . 독일
독일은 4개 연구회에 연방연구기능이 집중되어 있다. 직원 총수는 78,000명 정도이다. 그 외 국방부와 경제기술부도 연구기관을 보유하고 있으나 파악이 잘 안된다. 국방, 의료 및 산업분야를 합치면 독일의 공공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직원은 적어도 82,000명은 될 것으로 본다.
다 . 프랑스
□ 국립연구기관
□ 출연연구기관
명칭 인원(명) 예산 비고
RIKEN 3,363 960억 엔 기초연구
AIST 4,667 808억 엔 산업기술
JAXA 1,700 2,500억 엔 항공우주
JAMSTEC 1,059 380억 엔 해양지구
JAEA - - 원자력
NIMS 1,517 250억 엔 나노재료
NIED 190 256억 엔 재난
NIRS 800 129억 엔 방사능
NIHS - - 식품위생
프랑스의 국립연구기관에 근무하는 직원의 총수는 56,000명이 넘으며, 출연 연구기관에 근무하는 직원 총수는 3,000명이 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아직도 IFSTTAR, INRAP이 누락되어 있고, 국방, 산업기술 분야가 누락되어 있으므로 프랑스 공공연구기관에는 적어도 65,000명의 직원이 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라 . 일본의 공공연구기관 규모
일본의 공공연구기관은 임무지향적 연구기관은 국립으로 두고, 나머지 연구 기관은 독립행정법인으로 민영화하였다.
국립연구기관으로는 NIMS(재료), NIED(재난), NIRS(방사능), NIHS(식품위 생), NIES(환경), 등이 있으며 독립행정법인으로는 AIST(산업기술), RIKEN(기 초과학), JAMSTEC(해양 및 지구), JAXA(항공우주), JAEA6)(원자력)이 있다.
일본은 2003년도 OECD보고서에서 중앙 연구기관에 약 16,000명의 연구자가 있다고 하니 직원 수는 32,000명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에 서는 연구원 수와 지원인력의 수가 대등하다고 보면 된다. 그 외 15,000명의 연구원이 농업, 수산업 분야에 종사하며 지방정부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아직 의료․국방분야의 연구인력이 누락되어 있으니, 짐작하건대 10만 명 정도의 인원이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것으로 보인다.
6) 2005. 10. 1일 부로 Japan Atomic Energy Research Institute (JAERI)와 Japan Nuclear Cycle Development Institute (JNC)가 통합되어 Japan Atomic Energy Agency (JAEA)가 됨
3. 시사점
뒤에 우리나라의 현황을 보겠지만,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공공 연구기관 하나는 우리나라 연구기관 하나의 10배가 넘는다. 이렇게 방대한 정부연구기관을 설치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효율성과 융복합 연구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사회적으로 연구에 대한 신뢰가 있다는 증거 (즉, 연구비를 투입하면 사회에 유익하다는 신뢰)이며, 연구기관을 국가발전에 잘 활용(국력신장, 사회문제해결, 지식의 확장)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연구활동은 서로 다른 여러분야가 가깝게 모여 있어야 효율성이 올라가며, 융합연구도 가능하다. 선진국에서는 미션 또는 주제(항공우주, 해양, 원자력, 교통, 재난 등)별 연구기관은 있어도 기계, 전자, 화학, 생물 등 학문분야별 연구기관은 찾아볼 수 없다. 일본에서도 2001년에 학문분야별 연구기관을 통합 하여 대형화 하였다.
우리는 KIST를 대형화하지 못하였음을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KIST에서 중 요한 연구기능을 분리․독립시키지 않았다면 3천명 이상의 연구기관으로 키울 수 있었으며, 일본의 RIKEN, 이스라엘의 Weizmann 연구소 못지않은 명성 (reputation)을 얻을 수 있었다고 본다. 아직까지 KIST가 연구원 천명이 안되는 소형 연구기관으로 머무르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국가가 세계적 명성이 있는 연구기관을 보유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기관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국가경쟁력으로 직결된다. 명성이 없는 곳에서 우수한 인재를 모으려면 돈을 많이 지불해야 하는 방법 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이제 모방형 연구에서 창조형, 융복합형 연구를 수행하려면 출연 (연)이 대형화되어야 한다. 하나의 사례를 보자.
생명연구원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 전자전문가를 채용하려 한다면 우수한 전자 전문가는 생명(연)에 오지 않는다. 우수한 전문가는 ETRI로 갈 것이다.
따라서 생명(연)은 2류, 3류 전문가와 일할 수밖에 없다. 연구기관이 서로 분리되어 있으며, 겸직제도도 없는 상황에서 생면(연)이 ETRI의 연구원을 활용할 수 없기 때 문이다. 앞으로는 융복합적 접근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모방시대에 적합했던 체제 (학술분야별 연구기관)로는 융복합시대에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에 새로 설계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이점을 깊이 생각하여 겸직제도 (dual position 또는 joint position)를 설치해야 할 것이며, 대학교수(적어도 국립대학 교수)와의 인력교류가 가능하게 해야 하며, 외국인 연구자(postdoc이 아닌 그 이상의 연구원)의 채용이 활발해야 개방형 혁신이 가능할 것이다.
공공연구기관의 내부 인적구조도 관찰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연구원 수보다는 지원인력(엔지니어, 테크니션, 행정인력을 합쳐서 ‘ETA’라고 부른다.)의 수가 더 많은 법이다. 그래야 연구원이 행정잡무에 벗어나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
특히, 선진국의 연구기관에는 정책, 기획, 홍보, 복지조직이 큼을 볼 수 있다.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구체적 비교는 뒤에 미룬다.
공공연구기관의 기능은 정부에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이에 따라 자율성(연구주제의 선택과 예산배분), 지배구조, 평가방식이 달라 진다. 이 부분의 논의도 제4장에서 다룬다.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연구기관과 그 소속 연구원을 군대와 군인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시에는 실제로 군이 전쟁에 임하겠지만, 평시에는 연구원이 기술전쟁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은 파격적 규모의 연구기관과 우수한 연구원을 보유하려고 정부차원 에서 애쓰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가 망할 때(임진왜란, 병자호란, 한일합방, 6.25 등)를 보면, 항상 외부에서는 병력을 키우는데 우리는 내분이 있었다. ‘10만 양병설(근거 없다는 설도 있음)’을 외쳐봤자 아무도 듣지 않았다.
본 연구자의 견해는 지금(5만 명의 연구원을 양성해야 할)이 그런 상황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태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기술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의 일자리가 충분하지 못함을 보면서 안타 까운 점은, 정부에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창업을 촉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본적 해결책에는 관심이 없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이 효율적인지 아닌지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일자리만 만들어 내라고 요구하고 있으니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는다. 근본을 모르고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