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편 전문직 과 직업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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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역할 성명 소속 전공 집필분담 연구책임자 박 순성 동국대 교수 경제학 제 장

공동연구원

정 원섭 서울대 연구원 철학 황 경식 서울대학교 교수 철학 이 홍균 이화여대 강사 사회학 김 종걸 한양대 부교수 경제학 이 근식 서울시립대 교수 경제학

제 장 제 장 제 장 제 장 제 장 제 장 제 장

이 연구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용역비로 수행되었으나 본 연구에 서 제시된 정책대안이나 의견 등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공식의견이 아 니며 본 연구진들의 개인적 견해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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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역할 성명 소속 전공 집필분담 연구책임자 박 순성 동국대 교수 경제학 제 장

공동연구원

정 원섭 서울대 연구원 철학 황 경식 서울대학교 교수 철학 이 홍균 이화여대 강사 사회학 김 종걸 한양대 부교수 경제학 이 근식 서울시립대 교수 경제학

제 장 제 장 제 장 제 장 제 장 제 장 제 장

이 연구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용역비로 수행되었으나 본 연구에 서 제시된 정책대안이나 의견 등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공식의견이 아 니며 본 연구진들의 개인적 견해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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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 리 말

이 연구의 목적은 변화하는 한국사회의 직업윤리를 파악하고 세기 한국 사회에 알맞은 새로운 직업윤리를 모색하려는 데 있다

한국사회는 지난 년대 이래 심각한 변화를 겪으면서 사태 이후 더욱 심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국내적으로 저임금에 기초하였던 고도성장기가 끝나면서 투자기회가 과거보다 감소하였다 정보통신과 생명공학으로 대표되 는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산업구조가 급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 의 세계화로 인하여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고 동시에 경제의 불안정성과 불 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세계화와 함께 자유방임시장과 주주자본주의 를 신봉하는 신자유주의가 전세계적으로 풍미함에 따라 빈부격차와 계급갈등 의 심화 인간소외 기업도산과 실업증대 전쟁과 약소국 침략과 같은 자본주 의의 실패 사례가 범람하고 있다 이러한 전세계적인 변화의 물결 속에서 한국 사회는 지금 전환기에 처해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가 가졌던 집단우선주의 성장중심적인 가치관 내지 윤리는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새로운 윤리는 제시되지 못하고 있고 계급갈등과 이념갈등이 가열되고 있다 그리고 건전한 직업윤리의 부재가 우 리 사회경제에 현재의 혼란과 침체를 초래하는 한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듯 하다

이 연구는 이러한 우리 사회의 전환기에 요구되는 직업윤리에 대해 철학적 경제학적 사회학적 배경과 관점을 분석하고 가까운 일본의 직업윤리를 벤치 마킹한 후 우리 나라 주 유한킴벌리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새로운 직업윤리를 모색하기 위한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단순히 효용 비효용의 분석틀에서만 파악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며 지 극히 도덕적 제도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이 연구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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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기본연구 번으로 진행되었으며 동국대학교 박순성 교수가 책임자 로서 정원섭 황경식 이홍균 김종걸 이근식과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하였다 경제학 사회학 철학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의 공동작업을 통하여 완성되었는 데 연구책임을 맡아 애쓰신 동국대 박순성 교수 경제학 와 연구결과의 마무리 작업으로 고생하신 김종걸 교수 한양대 경제학 외 공동연구진의 노고에 감사 를 드린다

이 연구가 전환기 한국사회의 새로운 직업윤리를 제시하는 데 기여할 수 있 기를 바란다 본 보고서에서 제시한 의견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공식 입장 이 아닌 연구자의 의견임을 밝혀두는 바이다

년 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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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제 편 본서의 목적과 범위

제 절 전환기 한국사회 제 절 전환기 직업윤리

제 편 직업윤리의 철학적 기초

제 절 윤리와 직업

제 절 직업과 윤리간의 긴장

제 절 직위와 역할 제 절 직업과 역할 도덕

제 절 직업윤리에서 역할 도덕의 한계

제 편 전문직 과 직업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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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절 의료 전문직의 직업윤리 제 절 법조 전문직의 직업윤리 제 절 기업 전문직의 직업윤리 제 절 공인 전문직의 직업윤리

제 편 한국 경제발전과 직업윤리

제 편 한국 사회 발전과 직업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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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편 아시아적 가치와 일본의 경제성장

제 절 아시아적 가치담론의 다의성 多義性 제 절 아시아적 가치논쟁의 분류법

제 절 일본경제시스템과 일본의 문화 제 절 일본경제 시스템 그 변화와 지속성

제 편 자유와 상생

제 절 신자유주의의 역사적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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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절 신자유주의의 내용

제 절 신자유주의의 장점 국가의 실패의 교정 제 절 신자유주의의 폐단 자본주의의 실패의 심화

제 절 자유주의의 원리 제 절 상생의 원리

제 절 상생의 갈등과 적대적 갈등

제 절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

제 절 인간소외의 극복 제 절 윤리 회복 제 절 환경보호

제 절 기업의 탈공동체화

제 절 기업의 공동체 역할 회복과 기업의 생산성 증대 효과

제 편 요약과 결론

제 절 윤리와 직업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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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절 현대사회의 윤리 상실 제 절 전문직 윤리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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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그림목차ㆍ

표목차

표 국민소득의 변화 년

표 총인구 및 경제활동인구 단위 천명 표 산업별 취업자 비율

표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

표 노동조합조직률 노사분규건수 근로손실일수 표 종사자규모별 사업체 및 종업원 비율 표 종사자규모별 월급여총액 원

표 사회변동에 따른 한국 사회의 직업의식 변화 표 직업의식 윤리의 구성요소 비교

표 임금근로자의 근로여건에 대한 만족도

표 직업에 대한 태도 점 척도 평가 년 년 비교 표 직업선택요인

그림목차

그림 직업의식 윤리의 가치체계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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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편 본서의 목적과 범위1 3

제 1 장

문제의식 전환기 한국사회와 직업윤리

제 절 전환기 한국사회 1

한국사회는 하나의 거대한 전환기에 돌입하고 있다 년대 중반까지 상 대적으로 고속성장을 유지해 오던 한국경제는 년 경제위기를 겪으 면서 년 이제 겨우 년의 국민소득을 넘어설 정도로 정체가 심각하 다 경제적 성장 동력을 정비하기 위해 취해졌던 각종 개혁조치들도 그것이 성 공했건 아니건 간에 한국사회를 각종 사회적 이슈에 대한 백가쟁명 百家爭鳴 의 토론장으로 만들어 버렸으며 이러한 토론들이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고 이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긴 역사적 시간을 통해 정리되어 일정한 범위 내에서 논의구조가 수렴되어 있는 선진국의 경험과는 달리 한국 사회의 급속한 변화과정은 상당히 넓은 이데올로기의 스텍트럼 속에서 논의를 분출시키고 있다 여기에 사회적 논의를 정규분포의 일정한 범위 내로 집약시 켜 가는 것은 세기 한국사회의 진로모색에 있어서 필수적인 작업이 된다

그러면 세기 후반부와 대별되는 지금의 국제적 국내적 상황변화는 우리 에게 어떠한 문제를 노정시키고 있는가 지금의 한국사회는 왜 전환기 라 일 컬어지는가 전환기 로 만들어 가는 국제적 국내적 상황변화는 어떻게 정리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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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전환기 한국사회의 새로운 직업윤리 모색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개별국가의 방어능력을 크게 뛰어넘는 세계화의 급 속한 확대이다 년대 이후 경제적 이슈의 중요한 부분은 주로 국제 경제적 문제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통신과 교통시설의 발달 등에 의해 증가된 물류 서비스 자본의 국제적 이동은 국내경제를 국제경제의 동향과 띨 수 없게 만들 었으며 국제경쟁력의 강화가 없이는 안정적 경제성장이 불가능해진다 거대한 국제 투기자본에 의해 국가의 경제적 안정성은 크게 손상 받기도 한다 이렇듯 지금의 세계화 과정은 과거의 국민국가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갈등의 양상 과 이에 대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화의 흐름과 함께 지금 우리를 규정 하는 또 다른 큰 흐름은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진행되는 과학기술혁명이다 각 분야의 과학기술의 범위는 넓어지고 있으며 그 기술간의 융합도 활발하다 새로운 과학기술이 가져올 사회적 충격도 불확실하며 기술선점을 위한 다양 한 기업간의 합종연횡合從連橫으로 인해 국제적 국내적 산업조직의 유동성 도 상당히 커 나간다 현대사회의 유동적 성격은 기업 내의 자본과 노동의 관 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적노동의 개별성 창조성이 중요시되는 사회에서 개별노동자들은 집단화된 힘 즉 노동조합의 보호막에서 벗어나는 경향이 강 해지며 이것은 필연적으로 노동자 사회의 분화 즉 노동시장에서의 승리자와 패배자와의 간극을 확대시켜 가고 있다 이 모든 움직임을 이데올로기 측면에 서 정당화시켜 간 것이 바로 지금의 신자유주의 담론이다 년대 초 등장

한 레이거노믹스 대처리즘 의 유포는 구소련 및

동구권 몰락 등과 연계됨으로서 더욱 힘을 받고 있으며 자본주의는 자본주의 발생 초기의 순수한 형태 즉 자본의 이윤추구와 개개인의 자기책임 그리고 경쟁의 끝없는 압박 속으로 역류逆流 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작금의 상황 속에서 우리사회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극렬한 이데올로기의 대 립점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경제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지금 이 사회에서 벌어 지고 있는 경제적 대립점을 크게 개념화시켜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 다

첫째는 자유적 가치와 평등적 가치와의 갈등이다 개개인이 시장이라는 틀 속에서 자신의 자애自愛에 충실한 것이 결국 사회적 공동선共同善을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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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켜 간다는 아담 스미스의 명제가 전혀 틀린 것은 아니나 국내적 국제적 빈 부격차의 확대를 생각해 보면 시장이 평등적 가치에 그리 친화적이지 않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둘째는 시장중심주의와 개발 국가주의의 갈등이다 경제운영의 기본방식을 시장 중심적으로 하는가 아니면 세세한 부문까지의 정부의 정책적 유도에 맡 기는가 하는 것에는 기본적인 경제운영의 차이점이 있기 마련이며 이것은 세 계화를 바라보는 시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셋째는 국민국가와 세계국가 혹은 지역 국가 간의 갈등이다 자유와 평등간 의 갈등 그리고 시장중심주의와 개발 국가주의와의 갈등을 국제적으로 적용 시켜 보면 현실적으로는 국민국가와 세계국가 등 혹은 지역 국가 지역 통합 와의 갈등으로 비화된다 세계화를 강력 추진하려는 세계경제포럼 과 이에 반발하는 시민단체 등의 공방 속에는 크게 자유 시장중심주의 세계 국가 지향의 사고방식과 평등 개발국가주의 국민국가 지향의 사고방식 간의 심각한 대립이 잠복하고 있는 것이다

제 절 전환기 직업윤리 2

한국사회의 전환기적 특성과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의 격화는 기본적으로는 본서의 직접적인 대상으로 하고 있는 직업윤리를 바라보는데 있어서도 마찬가 지이다 지난 년대에는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이 자본주의의 근대적 공장제에 걸맞게 전화됨으로서 고도성장의 발판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년 대 중반 이후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함께 권위주의적 사회질서에 순응하던 인 간형은 사라지고 있으며 국민경제의 성장 회사의 성장과 자신의 가치체계를 일체화시키는 모습은 약해지고 있다 경제위기 이후의 구조조정 평생직 장 개념의 붕괴 청년 실업의 증가로 말미암아 과거의 직업윤리는 사라지고 있 지만 새로운 세대의 직업윤리는 아직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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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하나 확인해야 할 것은 경제성장이란 것이 단순한 양적인 성장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결과로서 나타나게 되는 양적인 성장은 바로 사 회 전체 시스템의 정비의 결과이며 그것은 제도적 가치적 체계의 정비를 요 구한다 일반적으로 현대경제학의 주류를 이루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경우 경 제성장과정을 인적자원 자본 그리고 기술에 의해서 규정된 생산함수의 형태 즉   로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노동과 자본 그리고 기술을 결 합시키면 당연히 생산 활동이 이루어지며 또한 이들 세 요소의 성장이 바로 경제성장이라는 논리는 경제성장과정이 가지는 복잡한 과정을 결과론적으로 단순화시켜 버린 것에 불과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정된 돈과 사람 그리고 기술을 조직화하는 능력이며 그것이 생산력의 발전으로 효율적으로 재배치시 켜 가는 사회적 능력인 것이다 또한 사회적 능력 속에는 제도적 능력과 함께 당연히 가치체계의 능력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다양한 가치체계 속에서 특히 새로운 직업윤리의 형성이 우리사회에서 필요 한 이유는 그것이 바로 개인 기업 사회 각각의 차원에서 경제활동을 안정화 시켜 주는 매우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개인 차원에서 직업윤리는 변화 된 직업 환경에 적응력을 높여줄 뿐 아니라 개개인의 자기실현의 중요한 요소 로 된다 기업 차원에서 적절한 직업윤리의 형성은 생산성을 보장하고 기술발 전에 기여함으로서 사회적 공동체의 기본단위인 직장의 안정성을 확보해 준다 사회 차원에서 일반화된 직업윤리의 형성은 사회전체의 효율성의 전제를 이루 며 그 사회가 일정한 룰에 의해서 안정되게 운영되게 하는 근간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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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본서의 과제와 범위

본서의 목적은 변화하는 한국 사회의 직업윤리를 파악하고 세기 한국 사 회에 알맞은 새로운 직업윤리를 모색하려고 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 한편으로 는 새로운 직업윤리의 철학적 기초를 검토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직업 윤리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사회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직업윤리란 단순히 효 용 비효용의 분석틀에 의해서만 파악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니며 지극히 도덕적 제도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노동에 대한 효용 보수 과 비효용 고통 의 비교 분석을 통해 합리적인 직업선택을 해 나간다는 주류경제학적인 분석틀은 노동 속에 내포된 심리적 측면 및 가치적 성격을 배제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사회의 새로운 직업윤리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노동계층을 지배하고 있는 도 덕적 가치관 윤리 과 그러한 가치관을 지탱해 주는 노동과 관련한 사회 경제 적 관습 및 규율 제도 을 동시에 고찰함으로써 그것의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성격을 규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본서는 크게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제 부의 제 편 김종걸 은 본서 전체의 문제의식 분석과제와 범위를 설명한 다 제 편 정원섭 은 근대적 직업윤리의 철학적 배경을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 로 직업윤리와 관련된 일반 이론을 도출하는 것에 할애된다 또한 직업윤리와 현실간의 갈등을 설명하고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해 철 학적 개념틀을 제공한다 제 편 황경식 은 전문직의 직업유형 별 직업윤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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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기초에 대해 분석한다 현대적 산업구조의 변화는 이러한 전문직 종사 자들의 범위를 점차 확대시켜 가고 있다 따라서 전문직 종사자들의 기술이 가 지는 복잡성 사회에서의 중요성 등을 전제로 할 경우 전문직 종사자들이 어떤 종류의 윤리적 지식을 가져야 할지를 탐구해보는 것은 지극히 중대한 일이다 구체적으로는 의료 법조 기업 공인 전문직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 문제의 유형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논의한다

제 부는 현재 한국사회의 변화와 직업윤리의 변화를 경제학적 관점과 사회 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 편 박순성 은 한국의 경제발전과정 속에서 직업윤리가 어떻게 변화해 왔 는가를 분석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도출하고 있다 특히 년대 후반 이후의 한국은 직업윤리의 혼란기 에 돌입했다고 보고 이의 해결을 위한 과제를 도 출하고 있다 해결을 위한 방향설정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국가가 주도하여 시 민들의 직업의식을 형성하려고 한다거나 경제중심주의에 맞추어 직업윤리를 세우려고 하는 일은 부작용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점이 강조하고 있다 제 편 이홍균 에서는 한국사회의 직업윤리의 과제를 사회학적 분석틀 속에서 검 토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직업윤리를 성과에 따른 보상 과 효용의 상호의존 성 으로 개념규정하고 있다 기업이나 작업장에서 얻은 이익을 직접 생산자에 게 배분하는 규칙이 한국사회에서 확립되어 있지 않는 현실은 성과에 대한 보 상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음을 의미한다 또한 만두파동과 같이 효용이 부족하거나 효용이 들어있지 않은 이윤의 생산과 유통 소비는 효용의 상호의 존성 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했음을 나타낸다

제 부는 직업윤리에 대한 국제비교의 성격으로서 한국의 벤치마킹 대상으 로 일본에서의 직업윤리를 분석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제 편 김종걸 에서는 아시아적 담론체계가 가지는 현대적 의미를 살펴보며 아시아적 가치의 중요 한 구성요소 공동체 자기절제 상호협력 등이 새로운 경제성장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일본경제의 분석 속에서 확인하고 있다 지금의 일본경제 의 회복과정은 그것이 단순한 경쟁원리의 전면화 규제완화 민영화 등이 아니 라 바로 일본의 가치체계에 입각하여 그것을 기반으로 하여 새로운 시스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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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축시켜 간 것에 기인하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제 부는 앞에서의 논의를 총괄하는 의미에서 종합적 검토를 하고 있다 제 편 이근식 은 우리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유와 상생을 제안하고 이러 한 패러다임에 입각하여 공동체로서의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고 자유와 상생의 원리에 입각한 새로운 직업윤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을 위해서 자 유의 원리와 상생의 원리의 구체적 내용을 설명하며 공동체로서의 기업의 경 제적 순기능과 그 사례로서의 주 유한킴벌리의 성공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마 지막으로 제 편 이근식 에서는 본서 전체의 논의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도출하고 있다

경제학 사회학 철학분야의 다양한 전공자들의 공동작업으로서의 본서가 각자의 학문적 배경 등에 따라 개념설정 및 논증방법의 차이가 보이는 것은 어 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그러한 논의 속에서도 전체를 크게 관통하고 있는 공통 의 몇 가지의 논점은 존재한다

첫째는 향후 우리가 지향해 나가야 할 가치체계의 근저에는 개개인의 창조 성과 자립성은 충분히 보장하면서도 공생하고 있는 모든 존재들이 함께 서로 돕고 살아갈 수 있는 상생의 원칙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런 상생의 원리에서 우리는 개인주의에서 풀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고 보고 있다 즉 자유와 상생의 조화이다

둘째는 우리의 유전적 형질 속에 각인되어 있는 전통적 가치체계 및 문화가 단절된 형태가 아니라 창조적으로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재조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변화 속에서 연속을 발견하며 연속 속에서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과 도한 조정비용을 수반하지 않고 지속적인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가능하게 하 는 원동력이 된다 즉 전통과 현대의 조화이다

셋째는 직업을 생업生業이라는 말로 왜소화시키지 않는 것이다 먹고살기 위해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와 함께 하면서 동시에 자이를 실현 하는 활동으로서의 직업 사회적 참여와 사회적 기여를 함축한 개념으로 부활 시켜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즉 개인과 전체와의 상생과 조화이다

각각의 논점에 대한 설명 한국사회에 속에서의 함의 등과 같은 세세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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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본문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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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편 직업윤리의 철학적 기초2 13

제 1 장

전환기 한국사회와 새로운 직업윤리

흔히 업종이라 일컬어지는 업종들은 막노동이나 청소용역과 같이 그 일 이 고되고 노동환경이 지저분하거나 위험하여 노동자들이 기피한 결과 급속하 게 사양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에 비하여 신 업종은 컴퓨터 및 전자통신 유전공학 혹은 디자인 기획 등 현대의 첨단 과학기 술을 활용하여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분야로 우리 사회에서 폭발적으로 팽창 하면서 엄청난 노동인력을 흡입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 업종의 급속한 사양 화와 신흥 업종의 폭발적 팽창에서 보듯 우리 한국 사회의 직업 구조가 근 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직업 구조상의 이러한 변화는 멀리 본다면 자급자족적 중세 장원 경제가 교 역을 중시하는 부르주아지 계급의 자유 교역과 더불어 무너지면서 이미 예견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자급자족적 경제는 안정을 중시하여 그 사회구성원들의 이동을 극도로 제한하면서 기존의 상황 을 유지하고자 하지만 자본주의 발전 동력의 주요한 원천인 자유 교역은 언제나 기존 사회의 각종 규범적 질서를 교란하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 는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본주의적 임 금노동이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노동조건은 인격적 예속에 기초한 중세의 주 인과 종의 지배종속관계에서 금전적 거래에 바탕을 두는 합리적 자유 계약 관 계로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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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게 된 더욱 직접적인 계기는 과학기술 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사회구조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라 해야 할 것이다 사 계절의 변화가 인간의 의지와 독립적으로 전개되듯이 과학 기술의 발전 역시 그 방아쇠가 당겨진 이상 그 발전 속도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

박한 사회결정론자 들의 바람과는

달리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다시 말해 과학 기술의 발 전 속도를 조절하여 기존의 문화적 가치 혹은 규범들을 유지하거나 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보수적 시도는 불행히도 성공적이지 못하였다 오 히려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은 상대적으로 정체해 있는 문화적 규 범과 가치들을 한 편으로는 더욱 극심하게 교란시키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 간 격의 골을 깊게 하여 언제나 문화 지체 를 심화시켜 왔다

한국 사회 역시 이런 변화의 큰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사회에서 첨단 생명공학 기술이 단순히 시험관 아기나 인공수정에 활용되는 정도를 넘어선 것은 이미 오래 전이며 동물 복제에서 치료용 인간 배아줄기세 포 복제 분야 등 유전공학 분야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년 말 이후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급팽창하게 된 인터넷 벤처 사업 덕분에 각종 정보화 지수를 놓고 본다면 어떤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 색이 없다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 사회는 격동의 전환기를 살아가고 있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적어도 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조국의 근 대화 라는 미명 아래 자신에 대한 정직한 내적 자기 성찰의 기회를 갖지 못하 였다 더욱이 우리는 오직 자신의 생존 만을 절체절명의 과제로 여기던 식민 지의 억압과 타자에 대한 배려 가 자칫 자신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전쟁 의 고통을 잊기도 전에 유신시대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조국의 근대화라는 미 명아래 진행된 유신시대의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는 진정한 자기 성찰 의 기회

기술발전과 사회적 변화간의 상관관계를 바라보는 입장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기술발전 이 사회적 변화를 선도한다는 입장 기술결정론 둘째 사회적 규범을 통하여 기술적 발전을 조 절할 수 있다는 입장 기술에 대한 사회결정론 셋째 기술발전과 사회적 변화가 상호 유기적으 로 맞물려 전개된다는 입장 상호결정론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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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윤리의 기준을 나 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 혹 은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나를 기꺼이 희생하는 것 이라는 식으로 관념적인 비현실적 명령으로 이상화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몫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국가와 민족의 공영에 어긋나는 어리석고 못된 이기주의자 들의 파렴치한 소행으로 비난받게 되었다

그 결과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윤리는 도저히 지킬 수 없는 것 혹은 지킬 필요도 없는 것 아니면 기껏해야 잘난 척 하는 인간들의 사치품 정도로 간주 되기조차 하였다 심지어 극단적으로는 윤리란 피지배자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억압하는 지배자들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한 것처럼 여겨졌다 윤리에 대한 우 리 사회의 이런 부정적 인식은 사회적 허위의식을 양산하였으며 특히 성인들 의 윤리의식을 치명적으로 훼손하면서 직업윤리를 완전히 피폐하게 만들었다 즉 직업은 직업이고 윤리는 윤리일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평생 내가 먹고 살아야 하는 나의 직장을 위해 나는 설령 비윤리적 행위라고 해도 서슴지 않고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하게 되었다 만일 내가 속한 회사가 대규모 부정을 저지더라도 이를 외부에 알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팽배하게 되었 다 회사의 명령에 불응하거나 내부고발 행위는 단순한 배 신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자기 파괴적 행위가 간주되었 다 왜냐하면 직장은 밥을 먹여 주지만 윤리가 밥 먹여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 인 것이다

이런 윤리 부재의 상황은 사용자들이 노동자에 대하여 비윤리적 행위를 적 극적으로 요구한 결과라기보다는 윤리와 도덕이 허위의식에 지나지 않는 사회 에서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모종의 공범의식을 공유하면서 도달한 암묵적인 합의의 결과라 해도 크게 과장된 것 은 아닐 것이다 이런 의식 구조는 기업의 경영자나 그 노동자처럼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에게는 당장의 이익을 주지만 사회 전체에 더욱 큰 비용을 전가

이것은 그 이전에 우리 사회에서 공동체 전체를 고려하는 건전한 노사 관계에 대한 고민이나 노동 운동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윤리를 허위의식으로 냉소하는 일반적인 사회에서는 일견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끼리도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비윤리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지적해두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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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비윤리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년 체제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그 불투명으로 인해 가 려져 있던 비효율적 구조가 한계에 부딪히며 기존의 사회적 관계들이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들다는 점을 잘 보여 주었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을 들자면 노 사관계를 포함하여 사회도처에서 경제적인 합리성 즉 효율성의 요구가 전면 으로 부각되었다는 점이다 즉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노동자는 언제든 지 해고될 수 있어야 한다는 자본의 논리가 현실을 압도하면서 사용자들은 경 영의 합리성을 위한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명분으로 대규모 감원을 시도하면 서 고용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였다 이것은 노동자들에게는 평 생직장 개념의 붕괴와 더불어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야기하면서 일시적으로는 심리적 공황까지 초래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노동자들 역시 지금까 지 자신의 직장에 대하여 막연히 품어 왔던 우리 회사를 위하여 라는 맹목적 충성심을 버리고 스스로가 독자적 존재로 정립하여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 결과 체제는 노 사 모두에게 고용 관계 즉 직업을 대하는 태 도 자체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재고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하였던 것이 다

이것은 전환기 한국사회에서 직업윤리의 위기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 하는 서막일 뿐이다 농업에 기반을 둔 중세 장원 경제에서 대규모 생산 설비 에 의존하는 근대 산업경제로 전환되면서 노동의 장과 삶의 장이 근본적으로 분리되었다 그 결과 소수의 사람들끼리 깊고 끈끈한 유대관계에 기초하던 기

가령 오염물질 배출업체에서 큰 비용이 소요되는 정화시설을 설치하는 대신 그 비용을 업체의 노동자와 경영자가 서로 나누어 갖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것은 해당업체에서 부담하여야 할 비용을 사회 전체에 전가한다는 점에서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 보자면 비윤리적이며 결국 차후 에 분명 더 큰 유발할 것이라는 점에서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개별 업체의 단기 손익의 차원 에서 보자면 상황은 다를 수 있다 가령 업체에서 당장 큰 비용이 드는 정화시설을 설치하는 대신 노동자들을 포함하여 직접적 이해당사자들을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설득하는 것이 분명 비윤리적이기는 하지만 당장은 더 이익이 될 수 있다 노동자들 역시 만일 자신의 회사에서 엄 청난 정화시설을 설치하여 다른 경쟁업체에게 낙오당하는 것보다는 어쨌든 회사 자체가 유지되 는 것이 당장은 더 큰 이익을 줄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와 사용자는 자 신들의 단기적인 이해관계를 증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비윤리적 행위를 용인하는 암묵적 동의 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싹트게 되는 공범의식은 기업의 비윤리적 행위를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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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의 삶의 방식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으며 이와 더불어 사회적 관계의 그물망 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팽창하였다 그러나 사회적 관계가 양적으 로 팽창하면 할수록 그 질적인 깊이는 옅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첨단 과학 기술은 한편으로는 삶의 편익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한 편 고도 위 험사회라는 지적처럼 사회적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사회 적 다원성과 불안성성이 심화될수록 새로운 긴장과 갈등의 상황이 끊임없이 등장하며 결국 이것은 기존의 윤리 체계의 근간을 흔들며 새로운 윤리를 모색 할 것을 요구하게 된다

직업윤리 분야는 이런 긴장과 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등장하는 부분이다 왜 냐 하면 이 분야는 첨단 과학 기술이 상업적으로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논리와 만나는 곳이자 자율적 인격체로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 시민이 사회적 역동적 변화 가운데서 타자와 올바른 관계 맺음의 과정을 거쳐 비로소 자아실 현의 기회를 얻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는 전환기 한국사회에 적합한 직 업윤리를 모색하기 위한 일환으로 직업윤리의 특성에 대하여 철학적 입장에서 다루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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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현실과 당위의 만남 직업윤리

제 절 윤리와 직업 1

윤리 라는 말에서 윤倫 은 사람人들의 뭉치侖 즉 사회 내지 모듬살 이를 의미한다 리理 란 나뭇결 이라 할 때 결 즉 기본 이치를 말한다 따 라서 윤리는 사람들이 모여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가장 기본적인 이치를 말한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이미 누군가의 딸 혹은 아들로서 거대한 관계의 그물망 안에 운명적으로 놓이게 된다 자라면서 우리는 자발적 선택이라는 날 줄과 우연이라는 씨줄을 통해 어떤 이들과는 이웃이나 친구가 되고 다른 어떤 이와는 어쩔 수 없이 적이나 원수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윤리의 구체적 내용 은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계기를 통하여 어떤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고 이를 어떻게 발전시켜 왔는가에 따라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런 연유로 많은 사람들은 윤리를 생각할 때면 으레 상대주의를 연상 하게 된다 자연 은 어디나 다 같지만 규범 은 가는 곳마다 다 르며 결국 인간이 만물의 척도 라는 희랍의 소피스트들의 주장처럼 윤리는 상대주의를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생각된다 물론 윤리적 상대주의를 넘어서기 위해 전통적으로 많은 철학자들과 종교 지도자들은 보편적인 윤리규범을 찾고 자 하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황금률 즉 네가 대우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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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 는 성서의 가르침이나 은백률 네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 라 는 논어의 말씀조차 그 형식적 보편성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상황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윤리적 행위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직접적인 대답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현대 정치철학자이자 도덕철학자인 왈쩌 교수에 따르면 도 덕 철학을 하는 세 가지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그 첫째는 도덕 법칙을 십계명과 같은 종교적 명령이나 만유인력과 같은 자연법칙처럼 발견하 는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 새롭게 발견된 도덕 법칙들이 현재의 도덕 생활을 비판하는 하나의 준거점은 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외부에서 주어진 것 이기 때문에 내가 그 도덕법칙을 나의 도덕 법칙으로 받아들이고 또한 따라야 만 하는 이유 역시 새롭게 제시되어야 한다 더욱이 이런 방법은 도덕 법칙이 외부의 타자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타율적 도덕을 양산하게 되며 그 결과 도덕적 주체로서 인간의 존엄성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두 번째 방법 은 우리 사회에 요구되는 도덕 법칙을 우리 스스로 창조하는 하는 것이다 그 러나 이런 경우 현대와 같은 다원주의 사회에서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은 서 로 단순히 윤리적 입장을 달리 하는 것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사실에 대 해서조차 서로 다른 정보를 가지고 서로 다른 가중치를 부여하며 자신의 입장 에 유리한 도덕 법칙을 창조하고자 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것 또한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다른 사람이 임의로 창조한 도덕 법칙을 내가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무수한 도덕 법칙들이 존재하겠지만 그 어느 것도 사회 구성원들의 행위를 구속할 수 있는 힘을 지니지는 못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왈쩌 교수는 한 사회에서 소중하게 간주하고 있는 다양한 가치들의 구조적 특성을 존중하면서 이들에 대한 내재적 비판을 통해 기존의 윤리 규범을 새로운 상황에 적절하도록 시정해나가고자 하는 사회비평의 방법 을 제시한다

왈쩌 교수의 이런 지적은 근대 사회에 대한 기든스의 분석과도 일치한다 기

己所不慾勿施於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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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스에 따르면 이제 근대 사회는 이제 더 이상 외부의 종교적 가르침이나 형이 상학적 법칙에 의존하여 공동체의 유대와 통일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으며 따라서 해당 사회는 자신들의 고유한 특수한 가치들에 입각하여 스스로를 윤 리적으로 정당화하고자 하는 자기준거적 사회 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직업윤리 역시 모든 직업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도덕법칙을 발견하거 나 창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구체적인 직업과 관련된 우리 사회의 독특한 상황 을 분석하고 이를 기초로 내재적 성찰을 전개할 때 비로소 우리 사회에 적실한 직업윤리의 기초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직업윤리란 아주 간단히 말한 다면 직업이라는 사회적 역할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람들과의 윤리적 관계들의 총체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직업이라고 간단히 말하지만 현대와 같이 하루에도 무수한 새로운 직종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복잡다단 한 사회에서 모든 직업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정의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일 뿐만 아니라 쓸모도 없는 무망한 시도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매우 완화된 의미의 직업 개념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직업 이라는 우리말은 관직 내지 직분을 의미하는 직職 과 생업을 의 미하는 업業 이라는 말이 합하여 이루어진 한자어이다 이 말의 뜻을 글자 그대로 풀면 맡은 일 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하다면 이 일을 맡긴 것은 누구 인가 아주 일반화하며 대답하자면 국가 또는 사회 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 고 종교적 신념에 따라서는 다른 답도 가능할 것이다 기독교적 전통이 지배적 인 서양어 권에서 직업을

등 신의 부름 이나 천직 혹은 소명이라 하는 것 역시 이와 상통한다 할 것이다

그런데 직업이라는 말은 생업生業 이라는 말과 혼돈되는 경우가 많다 생 업이란 말 그대로 살기 위해 그야말로 밥벌이를 위해 하는 일 이다 생활의

김태길

바로 이런 점에서 베버는 자본주의 발전과정과 프로테스탄트들의 생활 자세를 연결시키고 있 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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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이 매우 열악하다면 나와 나의 가족의 생명을 근근이 유지하며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이 가장 다급한 일이 될 것이다 사정이 이런 형편이라면 매우 무 례하거나 일견 예의범절에 어긋난 행동처럼 보이는 행위조차도 상황윤리라는 명목으로 어느 정도 용인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직업윤리를 논하는 상황 은 이와 같은 극단적 경우와는 상당한 정도의 차이가 있으며 이점에서 오늘 우 리가 살펴보고자 하는 직업윤리는 단순한 상황윤리를 넘어서는 것일 수밖에 없다 즉 직업은 나와 나의 처자식만을 위한 것을 넘어서 공동체와 함께 하고 자 하는 활동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직업이란 말은 단순한 밥벌이와는 달리 이미 사회적 참여 와 사회적 기여 라는 의미를 함축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직업은 자선 활동이나 봉사활동과는 달리 직업종사자의 일방적 봉사 가 아니라 독특한 보상 기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상호 이익

을 추구한다 직업에서 제공되는 일차적인 보상 유형은 돈 즉 경제적 보상이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경제적 보상을 목표로 하지 않는 봉사 활동들은 설령 그것이 아무리 고결하고 대부분의 시간과 노력을 그 일에 바친 다 해도 직업이라 일컬어질 수는 없다 돈 이 직업에 수반되는 유형의 직접적 보상이라고 한다면 인격의 성장 은 무형의 간접적 보상이라 할 것이다 우리 는 사회적 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관계들을 형성하고 발전시켜 나가며 이 런 사회적 관계는 나의 정체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 신분 제 사회에서 경우 직업은 그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는 징표였다는 점에서 그 사 람의 정체성을 결정함에 있어서 핵심적 역할을 하였다고 할 것이다 복잡다단 한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표피적인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에서 한 사 람의 인격의 전모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 사람의 직업은 그 사 람의 정체성을 외부로 표현하는 하나의 중요한 계기임에는 분명하다 따라서 직업의 현장 즉 직장은 자신을 표현하는 장이자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 고 이를 통해 자신을 발전시키는 장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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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절 직업과 윤리간의 긴장 2

직업이 지닌 이런 긍정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직장 생활에서 우리는 즐거움 못지않게 심각한 고민을 접하게 된다 가장 일차적인 이유는 직업을 통하여 다 른 생각과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과 만날 수밖에 없으며 또한 이들과 불가 피하게 협력하고 서로 경쟁하며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갈등과 마주하기 때문 이다 흄의 지적처럼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타주의자들로 가득 차있거나 설령 사람들이 모두 이기주의자들이라 할지라도 이 세상이 인간의 욕심을 모두 채 워줄 수 있을만큼 풍요롭다면 경쟁이나 갈등은 아예 나타나지 아니할 것이다 그러나 충분히 이타적이지 못한 인간들이 빈곤한 세상에 살아갈 때 이해관계 가 서로 상충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다

이런 점에서 흄 은 정의를 논의할 수 있는 상황

을 객관적 여건 과 주관적 여건

으로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정의의 주관적 여건이란 인간의 심성이 지나치게 이타적이거나 이기적이지 않다는 의미에서 제한된 이기심 으로 규정된다 반면 객관적 여건이란 해 당 사회가 지나치게 풍요하거나 극빈하지 않다는 점에서 적절한 빈곤 으로 규정된다 직업윤리를 논의하는 맥락에서 직업인들 의 상황 역시 이와 다르지 아니하다 즉 경제적 필요 때문에 구애를 받지 사람 의 경우 설령 규칙적인 출퇴근을 하더라도 그것은 직업이라기보다는 취미활동 이나 자선행위가 가까운 것이 될 것이다 이런 사람이라면 직장이 자신의 기대 와 다를 때 쉽게 아무 거리낌 없이 그 직장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다른 사람의 이해관계를 전혀 배려하지 않으면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라 면 직장 생활에 충실하기보다는 절도나 사기 등 타인에 피해를 줄 수 있지만 일시에 거액을 얻을 수 있는 방법에 더 많은 관심을 쏟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심각한 고용 불안정을 겪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직장 내에서의 경

참고 황경식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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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직업 그 자체가 이미 경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 사회에서 바람직한 직업윤리를 모색하기 위한 일환으로 다음 사례를 그 분석의 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

사례1. 첫 직장

대학 졸업 후 어렵게 중견 시계 공장에 취직을 하여 자재구매부서에서 일하 게 된 철수를 가정해 보자 이 회사는 시계 패션을 선도하는 회사로서 철수는 최신 유행 시계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여섯 개 부품에 대하여 재량껏 구매계약 을 체결하는 일을 맡게 된다 그리고 이 업무에 대하여 이 회사에서 년 가까 이 일해 온 이 과장에게 보고를 한다 이 회사는 기존의 거래 업체에 대하여 계약에서 우선권을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명확히 숙지하고 철 수는 일년 동안의 소요 물품에 대한 계약협상에 임한다

하루는 알파 스프링 회사의 판매부 대표가 이 과장과 함께 철수를 점심 식 사에 초대하였다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은 만일 알파 스프링 회사에서 장차 수 주할 경우 그 대가로 철수는 원의 사례금을 이 과장은 원의 사례금을 각각 받게 된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이 과장은 만일 이러한 협조가 실패할 경우 철수는 험악한 평을 듣게 되고 결국 해고될 것이 라는 점까지도 알려 준다 게다가 이 과장은 과거 철수 자리에 있었던 인물들 에 관한 서류도 보여준다 그 서류에는 그들에 대한 나쁜 평가와 해고 사실이 기록되어 있었다

철수는 이 과장을 그의 상급자인 황 차장에게 고발할 것을 고려해 본다 그 러나 하나하나 따져볼 때 황 차장은 최근의 시계 디자인 유행을 파악하느라 고 여념이 없다 왜냐하면 최고 경영층에서는 소비자들의 불평을 무마하는 데 에는 시계 제품의 하자를 고치는 것보다 디자인을 바꾸는 것이 저렴하다고 결 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또 적어도 올해는 알파 스프링 회사의 부품을 사용한 모델이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례는 황경식 정원섭 역 의 사례를 변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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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철수가 이런 직장을 단호하게 그만 둘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 한 번이라도 취업 전선에 나서 본 사람이라면 직장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 든 것인지 잘 알 것이다 설령 철수가 그만 둔다고 할지라도 철수 다음으로 그 자리에 근무하게 될 사람은 다른 상황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똑같은 종류의 딜레마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 개인이 자신 앞에 다가온 불의에 항거하여 단호히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설령 그의 도덕적 기개를 높이 평가한다 할지라도 개인이 당면할 크나큰 희생에도 불구 하고 직업윤리 문제에 접근하는데 있어서 생산적 기여를 하기 힘들 수 있다 따라서 직업윤리는 철수라는 한 개인이 실존적으로 당면하는 윤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그 개인이 처하게 된 독특한 사회 구조의 윤리 문제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이점에서 직업윤리의 문제는 개인윤리적 특성뿐만 아니라 사회윤리적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 문제를 역할 도덕이라는 구조적 견지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런 논의는 직업윤리를 다루는 기초가 될 것이다

대체로 개인윤리가 윤리적 주체인 인간의 이기심이나 이타심 혹은 동정심 등에 대하여 일차적 으로 주목하고자 한다면 사회 윤리는 윤리적 주체인 인간이 처해진 사회구조의 합리성에 주 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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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장

직업윤리와 역할 도덕

제 절 직위와 역할 1

직장 내에서 모든 사람은 노동자 판매원 경리 경영진 임원 등 고유한 직 위 를 갖는다 이 직위는 일련의 규칙이나 관행에 의해 규정된다 직 장에서 직위를 얻게 되면 그는 일련의 복잡한 규칙들 원칙들 그리고 그 나름 의 관행들이 지배하고 있는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직장 생활을 성공적으로 하는데 필요한 조건은 물론 직업 자체의 성격을 잘 이해하는 것이 다 사회학적 용어로 말한다면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특정 역할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에밋 은 역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역할이라는 개념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사회학적으로 고찰할 때 나타나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단순한 물리적 사실이 아니라 해당 사회에서 수용 가능한 행위 규칙들에 의해 어느 정도 구조화되고 또 반복 가능한 사회적 관계의 유 형을 기술할 때 필요한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 현대 철학자 다우니 는 역할을 다음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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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한다 적실한 의미에서 역할이란 어떤 종류의 사회적 기능과 관련된 제반 권리와 의무의 집합체이다 따라서 역할은 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의 행위 를 규제하는 규칙을 통해 구체화된다 흔히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라 고 말할 때 우리는 바람직한 부모가 의당 해야 할 바에 대한 일반적인 사회적 기대치를 상정하게 된다 이것은 어린 자식을 추위에 떨게 방치하지 않는 아주 소극적 수준에서부터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는 것과 같은 적극적 인 노력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될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을 우리는 흔히 역할과 관련된 관행적 요소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행이란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었다는 것을 의미할 뿐 앞 으로 반드시 그런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역할과 관련된 관행적 기대치들은 많은 경우 특정되어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구체 적 상황에 따라 때로는 상충하기조차 하며 그 결과 해당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 었는지에 대하여 끊임없는 논쟁이 이어질 수도 있다

이와는 달리 역할을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는 공식적인 규칙들이 있는 데 이 를 역할의 법률적 요소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 령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처럼 그들의 역할수행이 많은 사람들에게 심각한 영향 을 직접 줄 수 있는 경우라면 그 역할에 따른 권력의 남용이나 오용 혹은 직무 의 유기를 막기 위한 명시적인 규정을 법률을 밝혀 둘 필요가 절박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역할을 규제하는 또 다른 규칙들이 도덕적 강제력을 담고 있을 수 도 있는데 이를 역할의 도덕적 요소 라고 할 수 있 을 것이다 대부분의 역할은 많은 규칙에 의해 규제되고 있기에 관행적 요소 법률적 요소 도덕적 요소를 명백하게 구별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직업상의 역할은 관행적 요소 법률적 요소 그리고 도덕적 요소를 모두 담 고 있다 법률적 요소는 그 직업을 계속하고자 한다면 의당 준수해야만 하는 직무 명세서 혹은 직위의 책임에 수반되는 명시적 규칙과 규제 사항이다 이 를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이들 규칙에 따라 행동하지 않을 경우 이는 해고 의 합법적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직업과 관련된 법률적 요소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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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작업의 시작 및 종료 시각 그가 해야만 하는 중요업무의 목표 등이 있다 노조가 결성되어 있는 사업체에서는 단체협상을 통해 이러한 법률적 요 소가 통해 명시된다 자동차 생산 공장의 노동자는 시간 당 스무 대의 완제품 자동차를 출고하는 생산 라인에서 일주일에 시간씩 자동차 차체에 문짝을 달면서 연봉액을 결정한다 그러나 직업윤리는 직무 명세서 상에 명시된 법률 적 요소만을 다루고자 하는 것이 분명 아니다 자동차 생산 라인에 새로 온 사 람은 어떻게 일을 해야 하며 또 동료들과는 서로 어떻게 서로 행동해야 하는 지를 규제하고 있는 모종의 관행들이 있다는 것을 곧 알게 된다 새로이 채용 된 사람은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일종의 불문율과 같은 에티켓을 익히게 된다 물론 직업 에티켓을 어겼을 경우 그의 동료들은 그에게 다양한 압박을 가하거 나 심지어는 몰아낼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특히 우리 나라처럼 자신의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기 보다는 서로 눈치껏 챙겨주고 받는 사회의 경우 직업과 관 련된 관행적 요소가 법률적 요소보다도 훨씬 많은 규제사항을 담고 있을 수도 있다

직업의 도덕적 요소는 조금 복잡해진다 누가 훌륭한 기사인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의 업무 능력뿐만 아니라 다른 인격적 요소까지 포함될 뿐만 아니 라 보는 관점에서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가령 목수라는 직업의 경우 훌륭한 목 수가 되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 이상의 건축 기술뿐만 아니라 건축물과 주변 환 경 및 날씨와 풍토에서부터 건축주의 경제적 형편까지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할 경우 건축 자체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 뿐만 아니라 설령 이루어졌다 해도 좋은 평을 받기는 힘들 것이다 이러한 도덕적 요소는 관행적 요소와 법률적 요소 중간에 위치하며 직업윤리의 중요한 부분이 된다 사실 직업을 갖게 된다는 것은 어떤 사회 제도로 편입되는 것이고 그에 따 라 직업 생활을 적절히 하기 위해 필요한 일련의 규범의 규제를 받게 되는 것 이다 이 점은 부모가 되는 것과 견주어 보면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아이를 낳 거나 혹은 양자를 들임으로써 부모가 된다 하지만 부모가 된다고 하는 것은 생물학적 사실이나 법률적 관계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부모로서 자녀를 잘 돌보고 있는 지는 그가 의무와 책임을 온전하게 수행하고 있는가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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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받는다 어떤 부모는 다른 부모보다 더 훌륭하다 부모로서 자신의 의무를 공공연히 그리고 의도적으로 소홀히 하는 것은 보통 비도덕적인 것으로 간주 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삶에서 어떤 지위를 갖는 것이요 이 지위와 더불어 여러 의무가 나타나게 된다

부모가 되는 것이 이러하듯 직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어떤 역할을 맡 게 되면 그 역할은 그 역할 담당자에게 해야 할 의무와 하지 말아야 할 의무 를 요구하게 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사람들은 직업의 일부로서 의무를 갖게 되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는 어느 정도 그의 직업이 무엇인가에 달려있다 이것은 전문직의 경우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제 절 직업과 역할 도덕 2

우리는 직업을 갖게 되면서 자신이 받아들인 직업의 역할에 부과되어 있는 의무 책임 그리고 규제 사항을 수용하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는 직업인일 뿐만 아니라 가정이나 지역 등 다양한 사회에서 직업과 무관한 여 러 역할 역시 맡고 있다 직업이라는 역할에서 결과하는 의무뿐만 다른 사회적 역할에서 비롯되는 의무들이 서로 갈등할 수 있다 이를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역할에 부과된 의무 다시 말하면 자신의 직업적 역할에 부과된 의무들은 어떤 것이 있으며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특수한 역할에 부과되는 특수한 의무를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가 이 문제는 전문직 윤리에서 특히 중요하게 된다

다양한 역할로 인해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의무가 서로 상충할 때 무엇 을 해야 하는가

역할 도덕을 넘어서는 상위 도덕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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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의 질문은 역할에 합당한 의무가 부과될 수 있는지 여부를 문제 삼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안을 모색하기 위해 윤리학 전통에서 두 가지 주요한 이론인 의무론과 공리주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의무론적 윤리설 1.

윤리설의 주요한 전통 중의 하나는 흔히 칸트주의로 대변되고 있는 이른 바

의무론적 윤리설 이다 이 말 은 의무를 의미하

는 희랍어 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의무론적 윤리설의 핵심적인 입론은 이해관계를 우선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어떤 행동이 설령 나에게 손해되는 결과를 낳더라도 그럴만한 어떤 이유가 있 다면 손해가 되는 행동 역시 나의 의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이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는 자신이 과거 행한 약속이나 계약 혹은 합의와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으며 자신의 행동으로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관 계도 포함된다

가령 회사 최고 경영자가 회사를 대표하여 대학으로부터 상당한 정도의 발 전 기금을 기부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생각해보자 회사 경영자가 의무론자 라면 그는 그 대학이 자신의 회사에 앞으로 어떤 유익함을 줄 것인가를 생각 하기 이전에 과거 그 회사가 대학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있는지 그리 고 지금까지 그 대학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즉 종업원 중 그 대학 출신이 많은가 그 회사는 그 대학의 연구 자료로부터 도움을 받았는가 등 를 중요하게 고려하고자 할 것이다

직업윤리를 논의하면서 상위 도덕의 문제를 놓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직업윤리는 그 직업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더 큰 규모의 공동체 전반에 적용 가능한 도덕적 규범을 언제나 전제 하게 된다 이런 이유에서 와 같은 학자는 직업윤리에 요구되는 상위의 규범적 가 치를 법치 자유 피해의 배제 기회의 평등 사생활보호 복지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본 연구 에서는 상위 도덕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검토는 유보한다 참고 최준영 역

김태길 년 증보판 김태길은 여기서 의무론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법칙론 이라 하 고 이를 결과주의 윤리설과 대비하여 설명하였다 그러나 공리주의자들을 포함하여 결과주의 자들 역시 법칙에 호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를 의무론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프랑 캐나 황경식 역 칸트 최재희역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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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의무론적 윤리설에 따르자면 자신의 행동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사 람들에 대한 관계는 그 자신 무엇을 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중요한 고려 사항 이 된다 직업 역할 을 갖는다는 것은 자신의 사용자 및 동료와 특수한 관계를 받아들이는 것이고 그 결과 비록 모든 노동자와 종업원에 대해서는 아니라 할 지라도 자신의 사용자와 동료에 대한 의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 자면 의무론자는 무엇을 해야 하며 또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 지를 고려하는 데 있어서 자신의 역할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주장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윤리학에서의 정당화의 출발점으로 소위 도덕 현상 사람들 이 흔히 사용하는 도덕 언어와 여러 가지 도덕 관행 을 내세우고자 한다 윤 리 이론은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있어야만 한다 더욱 실천윤리를 지향하는 직업윤리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도덕 언어와 도덕 관행을 통해 적어도 일부의 도덕적 의무는 자신의 역할이나 지위의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는 주장을 펼 수 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부모에게 부과되는 의무를 받 아들이는 것이다 의무론적 윤리설에 따르자면 역할이나 지위의 중요성을 사 회적으로 고찰하는 것 역시 어떤 사람의 실제의 의무를 결정하는 한 요소로 간 주된다 의무론적 견지에서 보자면 직업윤리는 직업이라는 구체적 역할을 받 아들이면서 그 역할에 부과되는 각종 의무를 받아들이는 것인 셈이다

공리주의 윤리설 2.

역할 도덕을 정당화할 수 있는 다른 주요한 윤리설은 벤담과 밀로 대변되는 공리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공리주의자에게 있어서는 그가 무엇을 해 야 할 것인지는 오로지 그 결과에 의해서 결정된다 즉 공리주의자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행위 중 최선의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는 행위를 선택하여야 한 다 공리주의자라면 역할을 가지고 있는 개인이 어떤 역할 의무를 수용하게 된 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꺼이 주장할 것이다

벤담 의 공리주의와 밀 의 공리주의는 매우 다르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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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경우를 다시 살펴보자 세계의 모든 어린이에게 똑같이 관심을 기울 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부모에게 일차적으로는 자신의 자녀에 대한 양육의 책임이 주어진다면 어린이들 전체의 상황은 보다 호전될 것이다 따라 서 부모의 역할은 자신의 자녀에 대한 특수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는 입장 이 공리주의적 근거에서 정당화된다 아마 이런 식의 논법은 유교에서 이웃을 사랑하는 실천적 전략으로서 차별 없는 보편적 사랑보다 자신에 더 가까운 사 람을 더 가까이 대하라는 이른 바 친친親親 의 윤리와도 일맥상통한다 할 것 이다

어떤 역할에 따라 나름의 도덕적 의무가 부과된다는 입장을 정당화했다고 해서 모든 역할 특히 직업인의 역할에 부과된 도덕적 의무가 있다는 점이 증 명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론적 문제점들이 일단 논의되고 나면 이와 같은 정당화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직업과 관련된 역할 도덕에 대한 정당화 역시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공리주의자는 또한 좋은 결과를 옹 호할 것이다 공리주의자이건 공리주의자가 아니건 직업과 관련된 도덕이 있 다는 견해를 지지할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해서 난처한 입장에 놓이는 것은 오히려 그 반대론자들이 될 것이다 즉 공리주의를 반대하는 자들은 다른 모든 역할은 그와 관련된 도덕적 의무를 갖지만 직업상의 역할의 경우 이러한 도덕적 의무가 면제될 수 있는 어 떤 특별한 것이 있음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이러한 작업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직업윤리가 적어도 자신의 지위와 그에 수반되는 의무에서 시작하게 된다는 주장은 정당화 된다 적어도 훌륭한 사업가라는 말의 의미 중 일부는 자신의 직업상의 책임을 잘 수행한다는 것도 포함된다

직업과 관련된 특수한 의무는 그 의무가 직업 자체의 특성 및 기능 그리고 보편적인 도덕규범과 정합적일 때에만 합당한 의무이다 더욱이 기업의 기능 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최고 경영자가 회사의 이윤을 통째로 자선 성 금으로 희사하는 것을 직업과 관련된 도덕적 의무라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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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절 직업윤리에서 역할 도덕의 한계 3

역할 도덕을 정당화하는 것과 관련하여 여전히 두 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첫째 문제는 다양한 역할에서 비롯되는 서로 다른 의무가 서로 상충하게 될 때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다 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역할 도덕의 중심 문제란 역할과 관련된 자신의 다양한 의무가 서로 상충하고 있다는 점임 을 이해하고 있다 다양한 역할에서 비롯되는 서로 다른 의무들끼리 상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수히 많다 심지어는 매우 명시적으로 서술된 직무 명세서 자 체 내에 이런 갈등의 가능성이 이미 내재해 있는 경우도 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직무명세서에는 어떤 직종이건 관행적 요소 법률적 요소 그리고 도덕적 요소가 공존하고 있다 게다가 직무를 수행하는 것과 관련하여 사용자가 밝힌 공식적인 기대뿐만 아니라 비공식적이지만 관행에 근거하 여 동료나 협력자들의 기대도 있다 때때로 사용자의 공식적인 기대와 동료 의 비공식적인 기대가 상충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경영진에서는 언제나 생산성 의 극대화를 도모하기 마련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가장 훌륭한 종업원이 란 가장 효율적으로 일을 많이 하는 종업원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초과 생산 활동을 하는 다른 동료 노동자를 칭찬하는 일은 거의 없다 보통 사람들보다 월등히 일을 잘 하는 사람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심각한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경영진에서는 곧 다른 이들은 왜 그만큼 생산 할 수 없을 까 의아해 할 것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수준의 업무 수행능력을 가진 노동자들 은 일을 월등히 잘하는 노동자들에게 암묵적이지만 어떤 압력을 가하게 될 것 이다 이때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던 노동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이러한 압력에 굴복하게 될 것이고 그들의 생산성은 곧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갈등은 어떻 게 해결되어야 하는가

나아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책임과 자신의 다른 역할 가령 가족이나 교회 혹은 국가에 대한 책임으로 인해서 또 다른 종류의 갈등도 발생한다 이러한 갈등은 특히 젊은 간부 임원이나 의사 변호사 그리고 연구원과 같이 직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