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R I H S 서 평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고 이 세상이 바로 낙원’ 이라는 가르침을 담은
법화경 해설서
김영표|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서평)
네팔에 가까운 인도 북부지역에‘라즈기르’라는 곳이 있다. 그곳에 영취산이 솟아 있고, 2,500여 년 전 영취산 꼭대기에서 열렸던 불법강좌모임, 즉 영산회(�山會)에서 석가모니 부처는 8년 동 안 묘법연화경(妙法�華經), 즉 법화경(法華經) 을 설했다. 묘법(妙法)은 기묘하고 절묘한 진리, 즉 절대적이며 궁극적인 진리를 뜻하는 말이다.
연화(�華)란 흰 연꽃을 말하며, 흰 연꽃은 순백 색으로 깨끗함을 나타내어 깨침을 상징한다. 그리 고 경(經)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뜻한다.
계속된 설법에도 제자들이 깨치지 못하자, 어 느 날 부처는 강의를 하기에 앞서 침묵으로 한참 뜸을 들인 후, 모두 긴장과 기대로 숨죽이고 있을 때 말없이 미리 준비해둔 연꽃 한 송이를 하늘 높
이 들어 올려 대중에게 보였다. 모여 있던 사람들 이 모두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마하가섭만이 그 뜻을 알아차리고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이렇게‘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가 태어났 다. 부처는 제자 가섭존자에게 이심전심(以心傳 心), 즉 말없이 마음에서 마음으로 불법을 전했던 것이다. 이로써 가섭존자는 선종(禪宗)을 연 개 조(開祖)가 되었고, 달마대사가 그 법통을 중국 으로 전했다. 중국 선종의 초대조인 달마의 법통 은 혜가, 승찬, 도신, 홍인으로 이어지다가 제6조 였던 혜능선사 때 크게 융성하였다.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불교에도 선풍의 바람이 일어나 오늘에 이르고 있다.
법화경은 석가모니 부처께서 깨친 궁극적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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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송이 연꽃의 말없는 가르침
황명찬 지음 | 지혜의 나무 | 239쪽 | 값 12,000원
‘
를 모두 정리하여 말년에 제자들에게 가르친 내용 으로 구성된 경전이다. 모든 강이 종국에는 하나 되어 바다로 모이듯이, 법화경 이전에 부처께서 말씀한 가르침은 모두 법화경이라는 큰 가르침의 바다로 하나 되어 있다. 그래서 흔히 금강경이 불 법의 씨앗이고 화엄경이 김매고 가꾸는 것이라면 법화경은 불법을 추수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 다. 부처는 영취산에서 바로 이 법화경을 설하면 서, 비로소 사람들은 누구나 다 부처가 될 수 있는 지혜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본래 부처이고, 이 세 상은 사람들이 시비분별의 마음과 모든 허상을 버 리고 나면 고통의 세상이 아니라 바로 행복의 세 상이라고 선언하였다. 이처럼 법화경은 사람이 어 떻게 사람답게 살아가고, 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 그 지혜를 두루 가르쳐주는 경전이다.
국토연구원장을 지낸 황명찬 전 건국대학교 교 수가 새로운 수필집「한 송이 연꽃의 말없는 가르 침」을 펴냈다. 이 책은 묘법연화경, 즉 법화경에 대한 해설서다.
법화경은 총 28품의 설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론인 서품에는, 석가모니 부처가 열반하기 전에 이르러 제법실상(諸法實相)을 설했는데, 그 말씀 들을 모두 정리한 것이 법화경이며, 이 경을 듣고 통달하면 성불한다고 되어 있다. 제법이란 이 세 상의 모든 차별적 사물과 현상을 뜻한다. 부처는 제자 사리불에게 제법은 있는 그대로 모두 실상, 즉 진리라고 말했다. 모든 것은 있는 모습 그대로, 있는 성질 그대로, 있는 몸체 그대로, 있는 힘 그 대로, 있는 작용 그대로, 있는 원인 그대로, 있는 조건 그대로, 있는 결과 그대로, 있는 과보 그대로
모두 실상이요 진리이며, 이 현실 그대로가 낙원 이라는 가르침이다.
사람은 누구나 본래부터 부처가 될 수 있는 씨 앗인 불성(佛性)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부처의 씨앗은 인연이 따라야 꽃을 피우게 된다. 삼라만 상은 인연 따라 생겨나서 인연 따라 사라지기 때 문이다. 저자는 꽃씨가 시절인연과 장소인연을 만 나야 싹이 돋고 자라서 예쁜 꽃을 피우듯이, 사람 들이 법화경을 만나서 그것을 수지 독송하는 인연 을 맺지 못하면 성불(成佛)이라는 열매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왜냐하면 법화경이 곧 부처님이요, 법화경을 수지 독송하는 것은 부처님 으로부터 직접 설법을 듣고 가르침을 받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법화경은 마지막 부분에서 깨침을 얻기 위해서 는 깊숙이 숨어 있는 마음의 바닥을 바꾸어 대행 (大行), 즉 실천을 첫째로 두어야 한다는 가르침 으로 끝을 맺고 있다. 모든 수행은 실천으로 결실 을 맺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음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오고 있다. 깨침을 얻고 성불하려면, 고통받는 다른 사람들을 구하고 제도 하겠다는 큰 자비심을 내어, 현실세계에서 끊임없 이 실천하는 수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 짐의 경전 읽기보다 마음으로 우러난 한 번의 보시 실 천이 성불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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