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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차마고도>의 이항대립 구조

KBS <차마고도>는 즉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서장(티베트)고원의 새와 쥐만이 다 닐 수 있다는 조로서도(鳥路鼠道)라는 험한 길을 주기적으로 오르내리며 현대문명과 동떨어진 곳에서 물물교역으로 생활하고 있는 마방들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한 민족 지영화이다.

KBS <차마고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독특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마방들의 삶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추하고 왜곡된 환경에서조차 살아 있다는 신성함’(윤여일, 2009,136쪽)을 보여주고 ‘잃어버린 삶의 원형’(이상기,2008,104쪽)을 제시한다.

(1)전통문화 유지와 현대문명 침투의 대립

구제인류학(salvation anthropology)이 추구하는 바는 다른 세계와 격리되어 유지 돼 오다가 급속한 문명화의 충격으로 맥없이 사라져가는 전통을 여실하게 기록하여 집단적 기억으로서의 인류문화 유산으로 남겨두는 것이다(이기중,2005a,84쪽).

천년 넘게 이어져온 마방문화는 느림의 문화이고 신앙의 문화이다.초원을 기세높 이 질주하는 야성이 넘치는 기마문화가 아니라 말 잔등에 짐을 가득 싣고 험한 산 과 절벽들로 이뤄진 계곡에 뻗은 조로서도를 도보로 오르내리며 호구지책을 마련하 는 원시적인 무역문화이다.제1편 ‘마지막 마방’에서 마방의 출발지인 서장(티베트) 꺼부촌은 높은 설산과 깊은 협곡을 넘으면서 나흘을 나와야 자동차가 달리는 큰길 을 만날 수 있는 산간벽촌으로 보리와 옥수수를 재배하지만 자급자족하기에는 턱없 이 부족하다.그리하여 마을 남자들은 마궈토 잠바노버(51세)가 이끄는 마방을 조직 하여 봄철에는 동충하초와 패모를 캐고 마을의 특산인 송이를 채취하여 절인 후,가 을에 그것들을 말에 싣고 멀고도 먼 남쪽의 운남성 더친현(德欽縣)으로 가서 다른 곳보다 비싸게 팔고 그 돈으로 다시 차와 곡식을 사서 서장으로 가서 파는 일을 한 다.이들은 금사강,란창강,노강이 가로막는 횡단산맥의 매리설산과 같은 험산들과 가파른 산길을 넘나들며 생사가 교차하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고된 무역인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에서 2001년부터 ‘서부 대개발 전략(西部大開發戰略)’32)을 실시하 면서 도로부설 공사를 대대적으로 펼쳐 꺼부촌 마방은 사라질 위기를 맞게 되었다.

후일담이지만 제4편 ‘천년 염정’의 배경이 된 염정촌(鹽井村)과 맞은편 마을인 자다 촌(加達村)도 지금은 영화 속의 상황과 많이 달라졌다.여자들이 등짐으로 소금물을 하루에도 몇 십씩 져 나르며 소금을 만들었으나 전기가 들어와 양수기로 소금물을 뽑아 올리고,남자들이 마방을 조직하여 소금을 팔러 외지로 나갔으나 이제는 동력 차로 실어내다 팔고 있다.정부지원을 받아 주거환경도 많이 바뀌었고 외부와 통하 는 길이 활짝 열리자 조상대대로 살아온 삶의 방식에서 탈피하여 외지로 나가 살려

32) ‘서부 대개발’은 중국 중앙정부에서 실시하는 중요한 경제발전전략으로서 그 목적은 동부 연 해지구의 남아도는 경제발전 능력을 이용하여 서부지구의 경제와 사회 발전 수준을 높이고 국 방을 공고하게 하는 것이다.서부지역은 특별히 섬서(陝西),감숙(甘肃),영하(宁夏),청해(青海), 신강(新疆),사천(四川),중경(重庆),운남(云南),귀주(贵州),서장(西藏-티베트),광서(广西),내 몽골(内蒙古)등 12개 성(省),자치구(自治区)와 직할시(直辖市)를 가리키지만 서부 대개발 정책 의 영향을 받는 지역은 여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예를 들면 연변조선족자치주(延邊朝鮮 族自治州)는 동북부의 길림성에 속해있지만 ‘서부 대 개발’정책의 영향을 받고 있다.

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KBS <차마고도>의 제작진이 의도한 것는,지금의 우리와는 다르지만 과거 어딘 가에는 있던 우리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것이었다(이상기,2008,105쪽).결국 제작진 은 현대문명의 침투로 꺼부촌 마방이 맞은 위기에 대해 “수십 필의 말들이 대 행렬 을 이룬 마방.그 행렬은 가장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수천 년 세월의 흔 적입니다.그러나 그들의 여정은 이것을 마지막으로 인간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갈 것입니다”라며 깊은 아쉬움을 토로하였다.

사실상 전통문화의 유지와 현대문명의 침투로 구성된 이 대립항은 <차마고도>의 주제를 이루는 밑바탕이고 골조라 할 수 있다.

(2)아름다운 풍광과 열악한 환경의 대립

차마고도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길이다.거대한 계곡을 넘어 또 다른 계곡으로, 촌락을 지나 또 다른 촌락으로,설산을 넘고 거대한 강을 건너 운남,사천,서장(티 베트)를 연결하고 멀리 인도,네팔,서남아시아로 이어지는 대동맥이다(윤영수,2007, 19쪽).한마디로 말하여 차마고도는 지상에서 가장 높고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험한 길이다.

노강은 미국의 콜로라도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협곡으로서 웅장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지니고 있다.배로 건널 수 없는 거센 강물을 마방들은 예로부터 류숴(溜索)라고 하는 외줄로 타고 건넜으며 그러다가 떨어져 죽은 사람도 말도 많았 다.새들도 날아 넘기 힘든 노강 양안에는 옛사람들이 벼랑을 쪼아서 만든 좁은 길 과 가파른 비탈을 파헤쳐 만든 구불구불 오솔길들이 있는데 조로서도라 부르는 이 길이 차마고도이다.강안의 경치는 수려하여도 마방이 다니는 조로서도는 자칫하다 간 천길 아래로 떨어져 물에 빠져죽는 험로이다.

해발 6,740미터인 매리설산은 서장에서 8대 신산의 하나로 불리는 명산이다.롱숏 과 익스트림 롱숏으로 보는 구름 속에 잠긴 매리설산의 주봉은 신성하게 느껴지는 웅장한 산이다.그러나 마방들에게는 단 하루 만에 해발 2천 미터에서 5천 미터로

275

룽다가 휘날리는 사원의 첨탑 너머 로 멀리 설산이 보인다

(LS,EA,FX)

6˝

[자막]매리설산

[해설]마방들은 차마고도에 서 가장 힘든 길-매리설산 으로 향합니다.

276 매리설산의 풍경

(ELS,LA,FX) 5˝

277 백탑을 한 바퀴 도는 마방

(LS,HA,FX) 11˝

올라가야 하는 차마고도에서 가장 넘기 힘든 고개이다.제1편 ‘마지막 마방’의 <시퀀 스 14>의 <숏 275~277>에서 아름다운 경관과 열악한 환경의 대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퀀스 14:숏 275~277>

이 힘든 매리설산을 안전하게 넘기 위해 말몰이꾼들은 산기슭의 사원에서 기도를 하고 길을 가면서도 염불을 한다.아름다움 경관은 마방에게 낭만을 주지 않는다.

대신 그들의 낭만은 산 너머에 있으며 돌아오는 길에 있다.

<차마고도>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면서도 가장 척박한 곳에서 열악한 환경에 순응하면서 부유와 거리가 먼 힘든 삶을 대를 이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억척 스런 삶의 의지와 순결한 삶의 태도를 노강과 매리설산을 배경으로 이들의 말과 행 동을 빌어 사실적으로 기록하고 있다.이들의 삶의 방식은 흥밋거리나 조소의 대상 이 아니라 존중되어야 할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제시된다(윤영수,2007,9쪽).

(3)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해탈의 대립

KBS <차마고도>의 제2편 ‘순례의 길’은 사천성 더거현(德格縣)의 까링사원을 떠 나 2,100km 떨어진 라싸로 오체투지(五體投地)하며 떠난 5명의 순례자 이야기를 기 록한다.

이들 중 연장자인 부사(66세)는 폐병을 오래 앓은 환자로 오히려 순례의 길에서 죽는 것이 영광이라고 생각하면서 일생의 마지막 소원으로 오체투지의 순례를 갈망 하고,라빠(34세)는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다시 태어날 다음 생을 준비하기 위해 순 례에 나선다.부사의 친구인 루루(62세)와 젊은이들인 처자(28세),다와(22세)는 부사 나 라빠와 비슷한 이유로 오체투지를 실천하려고 한다.

서장 사람들에게 순례는 평생의 소원이다.그러나 순례의 길은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멀고도 험한 길로서 오체투지로 하루에 겨우 6km밖에 못가는 지루한 고행의 연속이다.부사 일행은 2006년 10월 20일 더거를 떠나 2007년 4월 21일 라싸에 도착 하고 목적지인 조킹사원(大昭寺)에 와서 10만 배의 절을 하고는 2007년 6월 14일에 라싸를 떠난다.한마을에서 목동으로 살아온 이들의 삶은 순례를 끝내고 바뀐다.부 사와 루루는 고향으로 가고,모든 생명의 평안을 위해 10만 배의 절을 했던 라빠는 처자와 같이 라마가 되려고 사원으로 가며,다와만이 돈을 벌려고 동충하초를 캐러 간다.

이들은 순례를 떠나기 전 나름대로의 번뇌를 갖고 있었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생하지 않으며 모든 욕망을 멀리하는 순례의 규칙을 엄수하면서,지나온 삶에 대 해 성찰하고 모든 생명들의 평안과 행복을 빌며 풍찬노숙의 오체투지 길에서 진정 한 행복을 만난다.그것은 해탈의 기쁨이다(윤영수,2007,282쪽).

실상 차마고도를 오가는 마방의 삶도 고행으로 엮어지는 순례의 길이다.노숙을 하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불경을 외우면서 하루의 평안을 빌고 <시퀀스 15>의 <숏 335>처럼 설산을 넘을 때에는 룽다를 걸고 향을 피우며 무사히 산을 넘어가기를 빌 며 짜부예차카 소금밭에 이르러서는 소금 상인들과 야크를 지켜주고 모든 일이 순 조롭게 되도록 도와달라고 제를 올린다.

제1편의 <시퀀스 15>의 <숏 324~329>에서 보듯이 이들이 올리는 제를 보면 모 두 그들의 삶처럼 소박하고 경건하다.마방의 말몰이꾼들이나 오체투지를 하는 순례 자들이나 모두들 경건한 기도에 의한 정신적 해탈로 고생에 찌든 삶의 고단함을 잊 고 미래의 평안을 기원하면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삶의 방식을 고스란히 지키는 것으로 묘사함으로써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해탈을 대립시켰다.

[자막]잠바노버(51)

[인터뷰]“카와거보(매리설산의 주봉)는 신 산(神山)중에서도 높은 위치에 있는 산입니 다.그래서 수많은 순례자들이 보름에 걸쳐 그 둘레를 돕니다.우리도 매리츠까지 마을 사람들과 말들이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빌었습니다.모든 떠도는 영혼들 의 안녕도 빌었습니다.그리고 송이를 다 팔게 해달라는 기원도 함께 했습니다.

335 현장인터뷰

(CU,EA,FX) 35˝

[자막]잠바노버(51)

[인터뷰]“우리가 지나온 길에서 예전에 돌 에 맞아 죽은 사람이 두 사람이나 있었습 니다.말들이 죽거나 다치는 경우는 헤아릴 수조차 없습니다.길은 좁고 험한데 비와 함께 굴러 떨어진 돌에 맞아서 다치기 때 문입니다.어떤 때는 놀란 말들이 발을 헛 디뎌서 협곡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274 현장 인터뷰

(WS,EA,FX) 30˝

<시퀀스 15:숏 335>

(4)생과 사의 대립

마방의 원행은 생과 사의 고비를 수시로 넘어야 하는 고난의 노정이다.급류가 굽 이치는 큰 강들과 깎아지른 협곡,눈사태가 터지는 설산은 모두 마방의 생명안전을 위협하는 애로이다.그러나 최저의 생존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일한 통로인 차 마고도를 따라 운명의 길인 듯 주기적으로 이 애로들을 넘어야 한다.

<시퀀스 13>의 <숏 274>은 란창강협곡에 있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 짐 들이 굴러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마방이 일시 혼란에 빠졌던 장면에서 생과 사가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퀀스 13:숏 274>

<시퀀스 15>의 <숏 326~327>에 보듯이 산기슭의 사원에서 평화롭게 펄럭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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