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流落과 孤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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西河 林椿은 武臣亂을 겪은 후 겨우 목숨을 보전하여 7년간 예천, 상주, 개령, 묘광 등지에서 流落하였다. 이때 儒家的인 浩然之氣를 기르고자 洛州城과 嶺南寺 등을 자주 遊覽하였고,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 가운데 나그네의 처량한 신세, 고 독, 향수 등의 정서를 담고 있는 작품을 살펴보고자 한다.

凌晨獨出洛州城 꼭두새벽에 낙주성을 나와서 幾里長亭與短亭 크고 작은 역참 몇 리를 달렸을까.

跨馬行衝微雪白 달린 말굽 땅에 부딪쳐 흰 눈 치솟고 擧鞭吟數亂峯靑 채찍 소리 몇 마디에 뭇 봉우리 푸르네.

天邊日落歸心促 하늘가 해 지고 돌아갈 마음 급한데 野外風寒醉面醒 들 건너 찬바람에 취한 얼굴 깨누나.

寂寞孤村投宿處 적막한 고촌에서 투숙하려 했더니 人家門戶早常扃 인가의 문호는 일찍 빗장 걸었도다.

<冬日途中 三首(겨울철 길 가운데서 3수)>102) 위의 詩는 西河集 에 전하고 있는 <冬日途中> 세 수 중 첫 번째 시이다. 林椿

101) 西河集 第3卷.

102) 西河集 第1卷.

의 <冬日途中>은 홀로 길을 가는 나그네의 孤獨感과 처량한 身世가 초겨울의 季 節的 雰圍氣와 잘 調和를 이뤄 유락과 고독의 정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품의 내용을 보면 林椿의 ‘어느 겨울날 하루’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작품 속 의 시간은 아무런 역진 없이 ‘새벽-낮-저녁-밤’ 이렇게 순차적으로 흐르고 있다.

어떠한 장식도 가미되지 않고 일상 자체가 화자의 눈에 보이는 순서대로 시화되 고 있는 것이다. 화자의 시정 자체가 절대적 고독 속에 파묻혀 있다고 볼 수 있 다.

林椿은 이른 새벽부터 밤늦도록 하루 종일 길 위에 있지만, 그가 만날 수 있는 것은 오직 雪白, 峯靑, 風寒 등이다. 길 위에 사람이 없다. 景을 통한 情의 표출로 볼 수 있겠다. 화자의 시정이 이토록 고독하기에 그가 찾은 마을은 ‘寂寞孤村’일 수밖에 없으며, 尾聯의 後句처럼 ‘人家門戶早常扃’ 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冬 日途中>은 절대적 고독감이 승화된 작품이다.

策馬行行趁夕陽 말 몰아 달리다가 석양이 가까워져 聊尋田舍解歸裝 겨우 농삿집 찾아 여장을 풀어보네.

浮生浪迹身如寄 부생은 흐르는 물결에 몸을 맡긴 것 같고 旅枕無眠夜更長 나그네 베갠 잠잘 수 없어 밤은 길고 길구나.

雪灑園林花盡發 눈 뿌린 원림엔 꽃 활짝 피었고 年豐村落酒猶香 풍년든 촌락엔 술 오리려 향기롭다.

主人莫問何爲客 주인은 묻지 마오 왜 나그네 가 됐느냐고 面色皆黎語亦鄕 얼굴빛 다 검고 말 역시 촌스럽거니.

<冬日途中 三首(겨울철 길 가운데서 3수)>103)

위의 詩는 <冬日途中> 세 수 중 세 번째 시이다. 눈꽃이 가득 핀 화려한 원림 에서 여유롭게 좋은 술을 마시는 주인과 객의 모습이 눈에 떠오른다. 장식된 과거 에 대한 향수가 짙게 드러나고 있다. 시가 논리적일 수 없지만, 그래야 尾聯 역시 해석이 자연스럽다. 미련에서 임춘은 “주인에게 왜 나그네가 됐냐고 묻지 마라.”

하고 있다. 여기서 주인은 임춘 자신 일수도 있고, 세상일 수도 있다. 미련의 후구 에서 ‘보이는 대로 인정하면 된다.’는 말에 깊은 회한이 보이고 있다.

103) 西河集 第1卷.

임춘의 <冬日途中>은 살펴본 바와 같이 유락의 정서가 잘 시화된 작품이다. 다 음은 동일한 정서로 영남사를 제영한 작품을 살펴보고자 한다.

曾聞圓嶠臨蒼濤 원교산은 푸른 물결에 임했다고 하는데 樓閣玲瓏駕巨鼇 영롱한 누각은 큰 자라 위에 있다지.

鼇傾海動群仙駭 자라가 기울고 해파가 움직이면 군선들은 놀라서 茫茫失去一峯高 망연자실 떠난 뒤 이 한 봉만 우뚝이 남았지.

飛來怳惚移於斯 그것이 황홀히 이곳으로 옮긴 이후부터는 磅礴千古當古壕 천고에 웅장한 저 모습 옛 구덩이에 맞추었네.

突起連空如疊玉 돌연히 일어나서 허공과 연한 것은 옥 겹친 듯하고 百丈淸潭橫鴨綠 백 길 맑은 못은 압록을 비꼈구나.

水泛桃花出洞中 물에 뜬 도화는 동중에서 나오고 居人宛是秦餘俗 주민들은 완연히 진나라 풍속 남아있네.

靑山影裏兩三家 청산의 그늘 속에 두세 집이 보이는데 垂柳陰中千萬屋 버드나무 그늘 속엔 천만가옥이로다.

<題嶺南寺(嶺南寺를 題함)>104)

<題嶺南寺>를 嶺南寺의 경치를 仙境으로 比喩하고 別天地를 노래한 작품으로 볼 수도 있다. ‘蒼濤’, ‘玲瓏’, ‘疊玉’, ‘桃花’, ‘秦餘俗’, ‘靑山’ 등 도교적 색채가 강 하고, 제영시의 일반적 특징인 景에 대한 묘사가 작품 전체에 걸쳐 있기 때문이 다.

하지만 화자인 임춘의 개인적 역사를 고려하면, 작품 속에서 유락의 한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임춘에게 영남사는 1구에서 10구까지 보이는 단순한 선경일 수 만은 없다. 그러기에 ‘靑山影裏兩三家 垂柳陰中千萬屋’라고 작품을 마무리 하고 있 다. 곧 이 작품에 묘사된 영남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천지가 아니라 세상 과 유리된 별천지인 것이다. 세상과 유리된 공간에 대한 동경이 유락과 고독의 정 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104) 西河集 第2卷.

疏慵多是泥春天 게으른 이 몸 흔히 봄날에 취하는데 頻到香閨玉枕前 꿈이 자주 규방의 베개 앞을 찾는구려.

詩榻夜涼風斷送 시 짓는 자리 서늘한 밤 이 따끔 바람 불 때 倡樓日晏酒拘牽 노래하는 누각에 해 저물어 술이 거나 했도다.

一場曾把浮生比 깨고 나면 한바탕 바로 인생에 비할까 千里長將別恨傳 멀리 천년 밖에 이별의 한도 전 하누나.

更爲等閑拋世慮 세상일 던져두고 시름을 잊었으리 近來還繞舊林泉 이즘에 늘 감도는 곳은 옛 고향.

<詠夢(꿈을 읊다)>105)

임춘이 동경하는 것은 시어 그 자체인 고향으로 보인다. 이 작품의 尾聯에는 나 그네살이의 설움과 고독에 지친 한 시인이 보일뿐이다. 경련에 드러나 있듯이 세 상살이는 한바탕의 꿈이기에 천년의 이별도 감내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유락과 고독의 정서가 잘 드러나 있다.

이상의 몇몇 작품에 드러나 있듯이 임춘의 작품 세계에는 유락과 고독의 정서 가 승화되어 있다. 특히 그가 몸으로 체득한 이 정서는 작품 속에서 은유와 함축 으로 장식되어 시적 아름다움을 구가하고 있다.

105) 西河集 第1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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