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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지명어의 후부요소 및 형태‧음운론적 분석을 하였다. 각 장에서 다루어진 지명어의 후부요소 분석, 형태‧음운론적 고찰을 통하여 밝혀진 제 주 지명어의 후부요소, 형태‧음운론적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지명어의 후부요소 중에서 가장 많이 분포된 것부터 보면 1) 밧/왓/팟[田]

1376곳 2) 동산[丘] 839곳 3) 물[水] 501곳 4) 여[礁] 381곳 5) 루/르[宗]

288곳 등의 순이었다. 이 사실은 제주 지역이 후부요소 분포는 사람들의 생 활 환경 및 자연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육지 지명어와 비교하여 후부요소의 형태가 차이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제주 지역이 고어형태의 후부요소를 많이 간직하고 있으며, 생활 환경과 풍토가 육지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후부요소의 형태적 특성 중 하나는 다양한 이형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다. 이형태는 ‘밧/팟/왓’과 같은 ‘첨가, 교체, 탈락’으로 인한 이형태가 많다. 또 한 ‘슬(실)/을/마을’처럼 고어형과 신어 형태가 공존하고 있는 것도 제 주 지명어의 특징 중 하나이다.

형태론적 측면에 보면 제주 지명어의 단어 형태 구조는 ‘체언 + 체언 (N+N)’의 결합 구조가 64개나 나타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관형어 + 체언(D+N)’의 결합 구조에는 ‘관형사 + 명사(d+n)’의 구조가 3개,

‘형용사의 관형형 어미 + 명사(ar+e+n)’의 구조가 12개, ‘동사의 관형형 어미 + 명사(vr+e+n)’의 구조가 15개가 나타났다.

‘용언의 어근 + 명사(Vr+n)’의 구조에는 ‘형용사 어근 + 명사(ar+n)’의 구조 가 2개, ‘동사 어근 + 명사(vr+n)’의 구조가 2개, ‘부사 어근 + 명사(adr+n)’의 구조가 1개 나타났다.

그리고 접사와 결합하는 형태로는 ‘접두사 + 체언(p+N)’의 결합 구조가 2

개, ‘체언 + 접미사(N+s)’ 구조가 5개, ‘용언의 어간 + 접미사(Vr+s)’ 구조가 2 개, ‘용언의 관형형 + 접미사(Vr+e+s)’의 구조가 2개 나타났다.

그리고 제주 지명어의 형태 구조적 특성으로 구형 합성어가 많다는 것이다.

지명어가 형태소의 첨가로 점점 확장되어 간다는 점에서 볼 때, 구형 합성어 가 나타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제주 지명어의 겅우 [ap+n] 구조형 중에서 형태소의 수가 4개 이상인 경우에는 전부 구형 합성어이다.

서귀 대포의 ‘쉐멍는물’은 ‘소가 마시는 물’이란 의미의 구형 합성이다. 서귀 강정의 ‘고냉이머들아즌밧’은 ‘고양이 모양의 큰 돌이 앉아 있는 밭’이라는 의 미의 구형 합성어이고, 서귀 월평의 ‘상순이봉근여’는 ‘상순[人名]이 찾아낸(주 운) 여(암초)’라는 뜻이다.

형태소의 수와 이들의 결합 관계, 각 형태소의 품사 등이 제주 지명어 형성 과정에서 복잡하게 작용하여 제주 지명어의 단어 구조는 일반 어휘의 명사 형성에서 볼 수 없는 구조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음운론적 측면에서의 특징 중 자음에 의한 음운 변동 현상으로 제주 지명 에서는 중부 지역어의 경음이 유기음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일어의 어두 유 기음화 현상이나 중세 국어의 합용병서가 중부 지역어와는 달리 유기음화로 나타난 것은 제주 지역어의 특이한 현상이라 하겠다. 이는 유기음의 음성적 특징인 [+aspirate]와 [+tense]의 성질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ㅎ말음 체언의 유기음화 현상은 ‘콰’, ‘돌코’와 같은 예문과 현재 ‘조팝’,

‘수탉’ 들의 어예를 통해 연음의 관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15세기 중세 국어의 모습이 ‘돌히’, ‘뒤헤’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돌ㅎ’으로 사용됨은 주지의 사실이 다. 우리는 이 같이 15세기에 사용되었던 ㅎ말음 체언의 어휘들이 제주 지역 어에서는 100여 개 이상 사용되고 있음을 본다. 이는 유기음화를 나타낼 수 있는 중세 국어와 고대 국어의 형태를 기저형으로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 고 있다.

제주 지명어의 k-계의 구개음화는 어두에서 아주 활발함을 보여주고 있다.

‘기슭’이 ‘지슭’, ‘귤’이 ‘줄’, ‘겨레’가 ‘저레’, ‘겨우’가 ‘제우’, ‘기쁨’이 ‘지쁨’ 등에 서 보듯이 중부 방언군, 남부 방언군보다 훨씬 발전적임을 볼 수 있다. 도 순 정모음 /i/가 아니더라도 표층구조에서 구개음화로 생성되는 것은 h-계 구개

음화의 확대로 보이며, 제주 지명어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 지역의 지명어에 나타난 자음군단순화는 두 가지이다. /lk/의 경우 체언 에서 /k/로 단순화되고 있으며, /lp/도 /p/로 단순화 과정을 보이고 있다. 즉 자음군 중에서 뒷자음이 [-cor]이면 체언 경우 앞 자음이 탈락되고 있음을 본 다. 자연 음운론에서는(Shane 1976:11) 자음이 겹칠 경우 좀더 자음다운 자음 이 남고, 자음성이 약한 자음이 탈락한다고 하여 가장 자음다운 자음은 파열 음이고 그 다음이 마찰음, 파찰음 순이며 비음과 유음은 모음에 가까운, 즉 자음성이 약한 음이라 말하고 있다. 이 같은 관점은 제주 지역어에서도 타당 한 이론으로 작용하고 있다.

변자음화 현상을 들 수 있는데, 변자음화란 ‘VC1 C2V’의 결합에서 ‘C2’가 [-cor]인 자음일 경우 유음을 제외한 [+cor]의 ‘C1’이 [-cor]에 의하여 변자음 으로 동화되는 현상으로 순음이 동화주이면 순음으로, 연구개음이 동화주이 면 연구개음으로 동화함을 이른다. 즉 청각적 효력이 약한 위치의 C1이 강한 위치의 C2에 동화됨을 말한다. 조음 위치 강도(청각적 효력의 강도)는 연구개 음 5도, 양순음 4도, 경구개음 3도, 설단음 2도이다. 그러므로 양순음, 경구개 음, 설단음이 연구개음 앞에서 연구개음으로 동화되는 것이 연구개음화 현상 이며 경구개음과 설단음이 양순음 앞에서 양순음화로 교체되어 나타나는 것 이 양순음화 현상일 것이다. 이 현상 또한 제주 지명어에서도 그대로 적용되 고 있음을 볼 수 있다.

‘ㅂ’ 약화 현상으로 /p/ 변칙과 직접 관련이 되지 않지만 /p/가 /w/로 변하는 형태소의 결합을 복합어나 파생어에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변 화는 다른 방언군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양상이다. 여기에서 보듯이 복 합어나 파생어를 이룰 때 중부 방언과는 달리 /p/가 /w/로 변하고 있다.

이 때 나타나는 음성 환경은 [+son]이란 음성 자질 아래에서 /p/가 /w/화 하고 있다.

탈락 현상 중에서 /h/의 탈락은 다른 약화, 탈락 현상과는 달리 매우 활 발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음성학적으로 보더라도 /h/는 간극도 (aperture)가 낮고, 마찰성이 분명하지 않아서 유성음이나 모음 사이에서 그 유기성이 거의 식별되지 않은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므로 낱말

의 통시적 변천을 보더라도 체언이나 용언에서 두 음절 사이에 있던 /h/

가 탈락되어 한 음절로 축약될 수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제주 지명어의 어두 경음화 현상은 타지역어에 비하여 특이하며 타방어군 보다 많은 어사들의 어두 자음이 경음화되고 있음을 본다. 이들의 어두 경음 화의 발생은 단순한 음운론적인 측면에서 해결될 것이 아니고 형태론 또는 의미론적 측면과도 관련이 있어 일률적으로 규칙화하고 고찰하기는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역사적 변천을 거쳐 표면상으로 정착된 것이고 제주 지명어의 특이한 음운 현상이라 하겠다.

중부 방언에서의 유음 탈락은 체언과 용언에 나타나는데 체언의 경우에는 복합어나 파생어의 경우가 활발하며 용언의 경우에는 종래의 ‘ㄹ’불규칙 용언 이라 불리던 어사들에게 나타난 현상이다. 용언의 경우 제주 지명어의 유음 탈락은 중부 방언과 거의 동일한 환경에서 실현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모음에 의한 음운 현상으로 첫째, 국어의 음운 현상에서 전설고모음 화란 형태소 내부에서나 형태소 치찰음 /s, sʼ, č, čʼ, čʰ/ 아래서 /ɨ/가 /i/로 되 는 현상이 있다. 이는 역사적 변천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현재에도 방 언군에 따라 그 양상이 서로 다르게 표출되고 있다. 제주도의 상당한 지역에 서 어간 말음 /ɨ/가 마찰음 /s/, /sʼ/ 다음에서 /ɨ/가 /i/로 바뀌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 전설모음화 현상이 이 지역의 지명에서는 활발히 실현되고 있음을 본다. 이를 순행동화에 의한 전설모음화로 보아도 될 것이다. 이 때의 동화주 는 /a, ə, o, u, ɨ/ 5개의 단모음임을 알 수 있다. 둘째, 제주 지명어의 움라우 트 현상 가운데 두드러진 특징은 여러 층위의 조건 중에서도 어휘 형태소 (lexical morpheme) 내부에서 가장 강렬하게 실현되고 있다. 또 형태소 결합 시 /-i/, /-ki/는 자음이 [-cor]인 경우 자유롭게 실현되고 있다.

제주 지명어에서도 전설 모음화가 아닌 고모음화가 존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들 가운데 두드러진 것은 /ə/가 /ɨ/로 변동되는 현상과 /e/가 /i/로 변 동되는 현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모음 ‘으’ 탈락이 나타나고 있는데, 두 개의 모음이 결합하여 연속체를 이 룰 때에 어느 한 모음이 탈락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모음 충돌(hiatus)을 회 피하고자 하는 하나의 과정이라 여겨진다. 이때 탈락되는 모음은 탈락되지 않고 남게된 모음보다 모음의 강도가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두 개

의 요소가 결합될 때 한 방향으로 변동될 뿐 그 역은 거의 성립되지 않기 때 문이다. 제주 지명어에서도 모음 강도 이론에 따라 반모음 /ɨ̯/가 탈락되고 있 음을 볼 수 있다.

한 낱말 안에 같은 또는 비슷한 음운이 둘 이상 있을 때 그 말에 생신(生 新)한 맛을 더하게 하기 위하여 또 표현을 명료하게 하려는 작용으로 그 중 한 음운을 다른 소리로 바꾸는 일이 있다. 이것은 동화에 반대되는 현상이다.

제주 지명어에서는 모음의 이화가 주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제주 지명어의 후부요소 분류 및 형태소 분석을 통하여 국어학적 연구로서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적용하여 지명어를 일반 언어와 비교하여 나타나는 특징을 살펴봄으로써 국어학적 특징들이 지명어에서도 어 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살펴 보았다.

지명어에서도 일반 언어에서와 같은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었지만, 현존하는 지명어 중에 고어 형태가 아직까지 오래 보존되고 있다는 특징과 신어가 발 생하더라고 고어형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공존하고 있다는 특징이 밝혀졌 다.

그리고 지명어의 합성과 파생 구조를 보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단순한 형 태에서 앞뒤로 덧붙여 나가는 합성 및 파생어의 형태가 일반 언어보다 매우 많다는 것이다. 특히 구형 합성 지명이 매우 많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었다.

따라서 지명어의 어휘, 형태․음운론적 연구는 국어학의 공시적 연구와 통시 적 연구를 병행하여 할 수 있어 국어학을 총체적으로 연구 하는데 중요한 일 익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제주 지명어 형성의 구조가 밝혀져 그 형태와 이론이 정립된다면 국어의 단어 형성의 전모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음은 물론이며, 제주 지명어가 여러 대에 걸쳐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고 사용되어 온 만큼 제주 지명어 형성에 나타나는 구조를 이용하여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지명어 자료나 잘못된 지명어 자료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틀 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일반 언어를 위주로 다루어져 왔던 일반 언어학 및 국어학 연구

문서에서 제주 지명어의 형태·음운론적 연구 (페이지 157-200)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