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통항방해의 의미
좁은 수로에서 길이 20미터 미만의 선박이나 범선, 그리고 어로에 종사 하고 있는 선박은 다른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방해하지 말아야 할(shall not impede the passage of the vessel) 의무를 부담한다. 그런데 어떠한 상황 이면 상대선박의 통항이 방해되는 것인지가 먼저 문제된다.
먼저 통항방해금지의무선박이 상대 선박이 진행하려고 하는 방향의 수역을 폐색하여 상대선박의 통항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통항방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또한 상대선박이 통항의 일반적인 흐름에 따라 진행함에 있어 통항방해 금지의무선박으로 인하여 그 침로를 변경함이 없이 그대로 지키고 항행할 수 있는 여유수역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통항방해에 해당한다는 견해도 있다.26)
살피건대, 어느 상황이 통항방해에 해당하는지는 통항방해금지의무 내용과 표리에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인바, COLREG 제8조 (f)항 (i) 및 (ii))27)호 그리고 해사안전법 제66조 제6항28)은 통항방해금지의무선박이 취할 행동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근거로 통항방해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할 것 이다.
위 조문들을 살펴보면, 통항방해금지의무선박은 ‘다른 선박이 안전하게 26) 김인현, ‘통항불방해의무선박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석’,『한국항해학회지』제
25권 제1호, 한국항해항만학회(2001), 9쪽.
27) COLREG 제8조 (f)항 (i) A vessel which, by any of these Rules, is required not to impede the passage or safe passage of another vessel shall, when required by the circumstances of the case, take early action to allow sufficient sea room for the safe passage of the other vessel.
[이 규칙의 어느 규정에 의하여 다른 선박의 통항 또는 안전한 통항을 방해하지 아니하도록 요구된 선박은 그 당시의 사정이 요구된다면, 다른 선박이 안전하게 통항할 수 있는 충분하게 넓은 수역을 허용하기 위하여 빨리 동작을 취하여야 한다.]
(ii) A vessel required not to impede the passage or safe passage of another vessel is not relieved of this obligation if approaching the other vessel so as to involve risk of collision and shall, when taking action, have full regard to the action which may be required by the Rules of this part.
[다른 선박의 통항 또는 안전통항을 방해하지 아니하도록 요구된 선박은 다른 선박에 접근하여 충돌의 위험성이 생긴 경우에도 이 의무를 면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만일에 피항동작을 취하는 경우, 이 장의 규정에서 요구된 동작에 충분하게 주의하여야 한다.]
28) 해사안전법 제66조 ⑥ 이 법에 따라 다른 선박의 통항이나 통항의 안전을 방해하여 서는 아니 되는 선박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준수하고 유의하여야 한다.
1. 다른 선박이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는 여유수역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도록 조기에 동작을 취할 것
2. 다른 선박에 접근하여 충돌할 위험이 생긴 경우에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으며, 피항동작을 취할 때에는 이 장에서 요구하는 동작에 대하여 충분히 고려할 것.
지나갈 수 있는 여유 수역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도록 조기에 동작을 취하 여야(take early action to allow sufficient sea room for the safe passage of the other vessel)’ 하므로 위와 같은 상황이 되지 못하게 하는 경우는 상대 선박의 통항을 방해하는 것이 된다고 할 것이다. 즉 ‘상대선박에게 안전 하게 지나갈 수 있는 충분한 여유 수역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라면 통항을 방해하는 경우가 된다고 할 것이다.
2. 통항방해의 정도
상대선박의 통항을 어느 정도 방해하여야 통항방해에 해당하는가와 관련 하여 중해심 2013-007호 유조선 96신현호․어선 한진호 충돌사건에서 『한 진호는 길이 20미터 미만의 소형선일 뿐만 아니라 좁은 수로를 횡단하여 항행하여야 하는 선박이므로 ‘통항방해금지의무’를 가진 선박이기는 하나 96신현호가 수로의 중앙을 따라 항행하는 바람에 수로를 횡단하던 한진호와 충돌할 위험이 있는 상태로 접근하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한진호의 진로를 피하기 위하여 96신현호의 진로를 오른쪽으로 변경할 수 있는 여유 수역이 있는 상태였으므로 한진호가 96신현호의 통항을 완전하게 방해하는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는 여지도 있을 것이다』라고 재결하였다.
통항방해의 의미에 대한 첫 번째 견해에 의하면 상대선박의 진로가 폐색 되지 아니하였으므로 통항방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나, 두 번째 견해에 의하면 상대선박이 침로를 변경하여야 비로소 안전하게 항행할 수 있으므로 통항방해에 해당된다고 해석하게 될 것이다.
살피건대, COLREG 제8조 (f)항 (i)호 및 해사안전법 제66조 제6항은 상대 선박에게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는 여유 수역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는데 그런 상황을 만들어야 할 주체를 상대선박 자신이 아닌 통항방해금지의무 선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선박이 좌․우측의 여유 수역 으로 변침하여 통항할 수 있다는 것을 통항방해판단요소로 보는 것은 COLREG 제8조 (f)항 (i)호 그리고 해사안전법 제66조 제6항과 일치되는 해석 이라고 할 수 없다.29) 상대선박이 좌측이나 우측으로 변침하여 통항할 수
있다는 것은 충돌의 위험이 발생한 후에 비로소 고려할 사항이라고 할 것 이기 때문이다.30)
위와 같은 문제는 통항방해금지의무의 성질과도 연관되어 있다고 할 것 이다. 즉 상대선박이 변침을 하면 충분한 여유 수역이 있는 경우 통항방해 금지의무선박은 추가적인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적극적 으로 진로를 피하여 주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논란이 있을 수 있으 므로 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