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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민주주의 논리를 견강부회(牽强附會)한 경제민주화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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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리인 이론(agency theory)의 등장과 무비판적·일방적 적용

3. 정치 민주주의 논리를 견강부회(牽强附會)한 경제민주화 논리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인 ‘1주1의결권’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국내 경제민주화론 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정치민주주의에서의 ‘1인1의결권’ 원칙을 억지로 재벌개혁에 갖다 붙 여 왔다. 이 견해는 현재 국내의 상당히 많은 식자(識者)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져 있고, 공정거 래위원회 등에서 재벌 규제를 할 때에도 논리적 기반으로 사용되어 온 것 같다.

대표적 재벌개혁론자인 장하성 교수가 ‘재벌개혁과 소액주주 운동’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내 놓은 주장을 살펴보자: “총수개인의 지분은 소량에 불과하고 절대지분을 일반소액주주들이 소 유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총수들은 계열사간의 상호출자를 이용하여 ‘소유하지 않고 지배하 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으나 절대다수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 는 소액주주들이 바로 기업의 주인인 것이다.”29)

이 시각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거의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그러니까 재벌들의 지분을 발표 하면서 오너가족의 지분이 5%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항상 강조한다. 강철규(2004) 전 공정거 래위원장의 발언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집단의 경쟁제한적 문제는 계열사간 출자 를 이용하여 적은 지분을 가진 총수 1인이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왜곡된 소유지배구조에 있습니다.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의 왜곡현상은 시장감시가 미흡한 현실에서 지배주주의 전횡을 가능하게 하며 기업 내 외부 감시장치의 효과적인 작동을 저해하고 과도한 대리인비 용을 유발하여 소수주주 등 기업의 이해관계자의 권리를 침해하며 중소 중견기업과의 불공정 거래를 유발하고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체제 확립을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29) 장하성(1999).

그러나 이것은 정치 민주주의의 ‘1인1의결권’ 원칙을 상법에 견강부회(牽强附會)한 것이다.

각해서 기업행태를 분석한 연구들이 꽤 많다.30) 그러나 경제민주화론은 이를 무시하고 전문경 영과 개별기업경영이 바람직하다는 이상향적 기업관을 적용하려고 한다. 미국에서 전문경영체 제에 대해 주주행동주의자들의 비판이 강했고 지배구조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에 대 해서도 눈감는다. 또 앞서 지적했듯이 외국에서 복수의결권을 인정하는 나라들이 많이 있다. 일본에서는 순환출자만이 아니라 상호출자까지도 허용된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론은 순환출자 를 한국 재벌의 고유한 문제로 취급했다. 규범을 벗어난 ‘일탈(逸脫)’로 취급하니 이를 불법으 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쉬웠다.

4. ‘돈 빨아가는 주식시장’과 투자와 소비의 동시 둔화, 그리고 분배 의 악화

그러면 한국경제 ‘구조조정’의 결과는 무엇인가? 아직까지 한국정부나 IMF의 공식입장은 한국이 “IMF 구제금융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한국을 구조 조정시키고자 했던 외국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 을런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경제 입장에서는 ‘성공’이라고 할 만한 것을 찾기가 어렵다. ‘실패’ 라고 할 만한 것들만 보인다. 미국이 ‘주식시장 중심 구조조정’ 결과 ‘1%대99%’의 구도가 만 들어지면서 실패한 것처럼, 한국의 실패도 ‘주식시장 중심 구조조정’이 당연히 가져온 실패라 고 할 수 있다.

‘차입경영’ 비판론자들은 1997년 외환위기 전에 한국의 주식시장이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 는 순기능을 상당 부분 담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눈감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전의 한국경제는 기업투자에 방점이 두어지고 은행과 주식시장이 함께 이를 지원하는 시스 템이었다. 1972년부터 1991년까지 투자자금에서 신주발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13.4%로 선진 국들과 비교할 때에 현격하게 높았다(<표 7> 참조).

30) 기업집단과 가족경영의 보편성에 관해서는 신장섭(2008) 참조.

<표 7> 주요국의 투자자금 출처 비교(1970~1989)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Total Inflow 41,123 14,367 12,169 9,250 11,265 8,276 6,758 6,499 17,259 5,080 11,616 2,939 1,359 147,958 Outflow 3,427 9,823 9,823 7,812 15,317 13,498 12,538 14,985 15,191 11,151 22,529 28,254 11,161 174,969

stock purchase dividends

453 5,380 5,975 1,925 8,090 3,319 2,650 5,458 4,620 3,680 13,912 18,731 2,324 76,517

2,974 3,903 3,848 5,887 7,227 10,179 9,888 9,527 10,571 7,471 8,617 9,523 8,837 98,452 Net

inflow 37,696 5,084 2,346 1,438 -4,052 -5,222 -5,780 -8,485 2,066 -6,071 -10,913 -25,315 9,802 -27,011 출처: Shin(2014)

정부의 부채비율 감축정책과 공정거래법 강화, 주주들의 이익분배요구 등이 겹치면서 기업 들의 투자는 위축됐다. 앞서 지적했듯 1999년 이후 한국경제의 빠른 회복은 이미 투자해놓았 던 설비를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오히려 줄었고 2005년이나 되 어서야 1997년 수준을 회복했다.31)

국내의 경제민주화론은 기업투자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가 재벌들이 경영권 방어 등을 위

와 내수를 촉진한다는 명분으로 모기지 제도를 도입했다. 가계대출 확대는 상업은행들의 필요 와도 맞아 떨어지는 것이었다. 기업대출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가계대출을 늘려야 은행의 영업 이 유지될 수 있었다. 결국 기업대출이 비정상적으로 억제된 가운데 가계대출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예금은행들의 금융자산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금융위기 직전 15% 가량에서 2004년에는 28% 수준까지 높아졌다. 반면 예금은행 금융자산에서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금융위기 직전 40% 수준에서 금융위기 이후 2000년대 전반기 31% 가량의 수준으로 떨어졌다(<그림 17> 참조).

<그림 17> 예금은행 금융자산의 구성 변화

가계대출이 이렇게 빠르게 늘어났어도 민간지출 증가속도는 금융위기 전보다 오히려 줄어 들었다. 민간지출은 1999~2005년 평균 4.9%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정부가 소비억제 및 투자 촉진책을 쓰던 1991~97년 기간에는 민간지출이 연평균 7.0% 늘어났던 것과 많은 차이를 보 인다. 소비위주 성장정책을 사용했는데 소비증가율이 오히려 떨어지는 이 역설적인 현상을 어 떻게 설명해야 하나? 해답은 다시 투자에 있다.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져야지만 기업들이 제공 하는 일자리가 늘어나고 고용되어 있는 근로자들의 임금도 상승해 소비가 늘어난다. 이것이 정상적인 소비확대 경로이다. 투자가 위축되고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태에서는 임금소득이 정체되거나 줄어드는 데다가 근로자들이 장래에 대해 불안하게 느끼기 때문에 소비를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 가계대출이 아무리 늘어난다 하더라도 고용창출 및 임금상승 없이는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없다. 대출을 받아 당장 소비를 늘릴 수 있을지 몰라도 이자 및 원금 상환부담이 곧바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사태는 이런 상환부담 사이클이 빨리 찾아온 경우이다. 신용카드는 이자율도 높 고 원금상환도 빨리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400만 명에 가까운 신용불량자가 양산

됐고 소비도 위축됐다. 모기지는 이러한 상환부담 사이클이 더 길다. 이자율도 상대적으로 낮

부채가 단순히 이전된 것이라면 그 부채는 가계보다 기업이 떠안고 있는 것이 국민경제 의 관점에서 훨씬 나았다. 기업이 원리금 상환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는 것은 상대 적으로 쉽다. 그렇지만 가계가 부채를 많이 늘린 뒤 원리금상환을 쉽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소 득이 성장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경제민주화론은 이러한 투자와 소비의 동시 위축과정 에 대해 눈감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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