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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문자도(濟州文字圖)의 상징과 의미

문서에서 제주 문자도 연구 (페이지 26-51)

효제문자도가 제주 문자도에 나타나 널리 보급되었다는 기록은 진성기의 󰡔제주말로 캐 낸 올레집 옛말(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각 지역별로 내려오는 제주도의 이야기 들을 직접 마을 주민을 취재원으로 하여 채록한 책이다. 강 화공에 대한 이야기는 채록 당시 1967년 5월 20일로 남원읍 위미리에 살았던 김만권[59세(남)]의 구술을 중심으로 채록한 것이다.

강 화공(畵工)

……<전략>……

그딧 집라 마를 길 거기의 집사 보고 말을 하기를

“이제부떠랑 “이제부터랑 강화공을 강화공을

행랑 제일실로 모시라.” 행랑 제일실로 모셔라.”

연, 하여서,

그제부떤 강화공은 그때부터는 강화공은 행랑 제일실로 드러간 행랑 제일실로 들어가서

그림샐 그리멍 사랏젱 네다. 그림을 그리면서 살았다고 합니다.

강화공은 그디서 잘 살멍 강화공은 거기서 잘 살면서 그림샐 그렷는디 그림을 그렸는데

특히 그림새 중에도 특히 그림중에서도

“소충신예의염치” 옝 는 “효제충신예의염치”(효제문자도)라고 하는

게만 다루어지던 제주도는 중앙정부의 다스림이 그대로 미치는 일개 지역으로 탈바꿈해

기제사를 모시는 경우”31)도 있었다. 대부분의 제주 유배인들이 당대 왕족, 문무관, 사대

1910년까지만 해도 도내 민가에는 낡은 민화 병풍이 없는 집이 없을 만큼 적어도 한

제주 문자도는 그림 구성면이나 3단으로 나누는 면의 배분 등에서 효제문자도와는 확 연히 다른 차이를 보인다. 정형의 효제문자도인 경우, 글자를 중심으로 1단과 2단 구성으 로 그림이 그려졌다. 화폭에 유교 덕목의 여덟 글자를 중심에 두고 나머지 화면은 화조

도, 산수도, 책가도(冊架圖) 등과 함께 화려하게 그려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림 2>는 2단으로 구성된 강원도 관동지방의 일반적인 효제문자도이다. ‘효제충신예 의염치’를 8폭으로 구성한 뒤, 위에는 화제(畵題)를 쓰고 아래는 중국의 고사 내용을 담은 문자도로 유려한 필치로 한껏 멋을 부린 효제문자도다.

반면 제주 문자도는 1단과 2단 구성 형식을 갖춘 효제문자도와는 다르게 대체로 3단 구성이 많이 남아 있고, 가장 보편적인 모델이라 하겠다. 물론 1단과 2단 구성이 없는 것 은 아니다. 1단 구성은 효제문자도와 마찬가지로 한 글자씩 배치하거나 두 글자를 한 화 폭에 배치한다. 그리고 2단 구성은 화면의 상단에 새, 나무, 사당을 그리고 중단 글자의 끝부분과 삐침이 새나 물고기의 머리로 장식하고 있다. 특히 3단 문자도의 경우 감모여재 도가 그려진 ‘신(信)’자와 ‘예(禮)’자 화폭에서 2단 형식을 빌리기도 한다. 즉 2〜3단의 혼 합된 문자도(<그림 3> 참조)가 나타나기도 하고, 4단 구성의 문자도 역시 가끔 보여지기 도 한다. 하지만 이들 구성들은 모두 3단 구성의 한 변형일 뿐 제주 문자도의 중심이라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제주 문자도는 3단 구성을 기본으로 하되, 1단과 2단 구성으로도 변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에 정병모는 “제주 문자도의 구성 형식에 대해 2단과 1단 구성으로 되어 있는 것도 있지만, 대체로 보편적인 형식은 3단 구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2단 구성이나 1단 구성은 3단 구성에서 파생된 변형이다. 그렇지만 반드시 3단 구성이 2단 구성보다 시대가 앞서 고 3단 구성이 1단 구성보다 앞서 제작되었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3단 구성이 주류를 이루면서 다른 구성보다 앞섰지만 2단 구성과 1단 구성으로 간략화 되었

을 때에도 3단 구성이 함께 제작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3단 구성에서, 2단 구성, 1단 구 성으로 다양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추론”37)이라고 결론내리고 있다. 제주 문자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형식 및 조형적 특성을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① 화면을 수평선으로 2단 혹은 3단으로 나누어 중단에 문자를 배치한다.

② 상단과 하단에는 제주도의 자연을 중심으로 건물과 기물 등이 그려진다.

③ 문자는 비백서를 단청의 휘로 장식하며, 문자의 획 자체가 새나 물고기의 형상을 띤 다.

즉 3단 구성이란 문자를 중심에 배치하고 상단과 하단은 중앙 화면보다 1/3정도의 크 기로 분할하여 구성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러므로 제주 문자도는 1단과 2단 구성, 또는 2

〜3단의 혼합된 문자도, 간혹 4단 구성의 문자도가 확인되기는 하나 제주 문자도의 기본 적인 형식은 3단 구성이라 하겠다. 이는 1702년 화공 김남길에 의해 그려진 ≪탐라순력 도≫의 3단 형식과도 유사하다. 따라서 “제주 문자도의 3단 구성은 제주 화공들이 이미 그렸던 고형(古形)이면서 제주 문자도의 연원”38)이라 할 수 있다.

제주 문자도에 대한 관심은 1980년대 일본인 사이에서 일었다.39) 문자도 애호가나 수 집가들 사이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주된 이유는 제주 문자도가 보여주는 독특한 3단

37) 정병모(2005), 앞의 논문, p. 198.

윤열수(앞의 논문, p. 150.)도 이에 대하여 “제주 문자도는 대체로 3단 구성이 가장 보편적이지만 2단과 1단 구성으로 된 것도 가끔씩 확인된다.”고 정병모와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38) 전은자, 앞의 논문, p. 250.

39) 정병모(2010), 앞의 책, p. 188.

구성 형식뿐만 아니라 상 하단에 표현된 제주 자연과 관련된 상징성 및 도상에 깃들여 진 현대적인 감각 때문이다. 제주 문자도 상단에는 꽃과 나무, 사당을 상징하는 감실과 새, 오름 등이 주로 그려져 있고, 하단에는 해조류와 물고기, 오리 등을 단순하면서도 해 학적이고 고졸하게 표현하고 있어 독특한 제주 자연의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그림 4 5> 참조) 일본인 수집가들로부터 시작된 제주 문자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자 서울의 화상(畵商)들도 합세하여 수집 반출했기 때문에 현재는 제주에서도 문자도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3단으로 분리된 화면 구성은 제주 문자도에서 가장 많이 전해지는 구성 방식임을 확인 하였다. 유교 덕목을 뜻하는 여덟 문자를 중심으로 상단과 하단에 제주의 자연물을 그려 넣은 독창성 때문에 제주 문자도를 대표하는 양식이 되었다.

3단 구성은 제주의 자연환경과 제주인의 생활습관과도 무관하지 않다. 제주인에게 한라 산과 바다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대상이고, 신앙이며 삶의 원천이라 믿어 왔으며 하늘 과 땅과 바다를 구분 짓는 상징물이었다.40)

40) 김병언, 앞의 논문, p. 39.

다른 지역에서 제작된 효제문자도는 글자 안이나 주변에 문자와 관련된 고사인물도나

루고 있고, 색채 하나하나에 액을 막고 복받기를 바라는 마음인 벽사 수복을 기원하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 또한 글자 내부에는 끊임없는 반복으로 메워지고 있는 기하학적이고 도식적인 다양한 물결문양으로 장식하고 있는데, 이는 바람이 많은 제주의 모습이라든지 파도를 의미하는 제주의 자연환경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제주 문자도는 6폭과 8폭 화면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가끔 10폭 화면의 문자도도 만날 수 있다. <그림 7>은 10폭 화면의 문자도로 단 구성없이 첫폭과 끝폭에 감모여재도와 향 상을 독립적으로 그려넣고 있다. 문자도의 표현 역시 전체적으로 글자의 먹색과 면색을 강약 조절하고 있고, 글자의 두께감 또한 다르게 표현하면서 문자의 조형미를 강조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중단의 글자 내부의 문양인 경우 마치 독립적으로 그려진 산수화를 보 는 듯 회화적인 느낌이 강하다. 이는 중국의 신선사상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신선사상이 유행하기 시작한 기원전 4〜5세기경부터 신선세계에서 유유자적하는 삶은 많은 사람들의 꿈이었다. 자연과 같은 탈속적인 세계로 숨는 ‘은일(隱逸)’의 관념은 신선 세계를 지향하는 지식인들 사이에 퍼져 갔다. 조선시대 문인들은 심산유곡의 명승지를 신 선세계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백제 때의 산수무늬를 표현한 ‘산수무늬전돌(山水文樣

44) 김병언, 앞의 논문, p. 49.

塼)’을 보면 “아랫부분에는 수면을, 중간의 넓은 부분에는 신산(神山)을, 윗부분에는 구름 이 떠 있는 하늘을 표현”하고 있다.45) <그림 7>의 여덟 글자 안에 채워진 문양들, 특히

‘효(孝)’자도와 ‘충(忠)’자도를 보면 아랫부분에는 물결모양인 파도문양이, 윗부분에는 바 위라든지 구름모양의 무늬들로 채워져 마치 ‘산수무늬전돌’에서 보여지는 문양들처럼 신 선세계를 그려놓은 듯하다. 현대적 추상기법이 더해진 듯한 이 문자도는 색깔의 명암까지 추가하면서 여느 제주 문자도보다 더 멋스럽고 아름답게 표현하면서 장식적인 면이 두드

45) 박경희, 「백제 문양전에 나타난 도교 도가적 요소에 관한 연구」, 󰡔디지털디자인학연구󰡕 11, 디지털디자 인학연구회, 2006, p. 74.

러지다 하겠다.

관장하는 것이었다. 국가에서는 성리학적 이념을 세우기 위해 유교식 제사를 강화하게 된다.

집안에 사당이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하여 제사를 지내지 못할 경우, 그림으로라 도 사당을 그려서 대신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족자로 제작되어 있 어 평상시 돌돌 말아서 보관하기도 하고 먼길 떠날 때 접어서 가지고 가서 제사 때 펼쳐 놓기만 하면 된다. 매우 경제적이고 이동이 간편한 휴대용 사당이라 하겠다. 그런데 제주 에는 사당이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라 하겠다. 이에 대해 송성대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집안에 사당이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하여 제사를 지내지 못할 경우, 그림으로라 도 사당을 그려서 대신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족자로 제작되어 있 어 평상시 돌돌 말아서 보관하기도 하고 먼길 떠날 때 접어서 가지고 가서 제사 때 펼쳐 놓기만 하면 된다. 매우 경제적이고 이동이 간편한 휴대용 사당이라 하겠다. 그런데 제주 에는 사당이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라 하겠다. 이에 대해 송성대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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