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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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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녜요. 아저씨는 몸이 아프다고요.” 그녀는 난로 쪽으로 기울여 유목 한 조각을 석탄들 위에 던졌다. 불꽃들이 튀기면서 방을 밝혔다.

그는 그녀의 얼굴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들어라 얘야! 너는… 내 얘길 들어야 된다.”

“무슨 얘기요?”

“네가 전에 나한테 말해 달라고 했던 거.” 그는 목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결국 네가… 내가 널 어떻게 발견했는지 말할 때가 됐어. 오래 전 숲에서였지.”

안나의 눈썹이 쓱 하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제발 말해주세요.” 그녀는 낮게 쪼 그리고 앉았고 참새는 옆으로 뛰었다.

노인은 옆으로 몸을 돌렸다. 불빛이 그의 머리 뒤에서 깜박거렸다. 그는 거칠게 깎은 식탁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마치 오두막 벽도 아닌 다른 무언가를 보는 듯했 다. 저 벽 너머, 장소와 시간을 초월한 멀리 있는 무언가를 보는 듯했다.

“몇 년 전, 알다시피, 난… 여기서 먼 곳에 살고 있었다. 저 능선 반대편에. 난 쓸모 있는 연장을 벼리는 마을 대장장이였어. 그리고 로완나는…”

그는 오랫동안 그녀를 바라봤다. “난… 더 행복했었단다. 아내도 있었어.”

안나는 입을 열었다. “그분이-”

“아니, 아니, 들어봐! 내 아내와 우리 딸, 우리 어린 딸도 있었어. 딸아이는 어렸 어. 아기였지… 하지만 쪼그만 게 벌써 가수였어. 게다가 어느 날은 댄서였지. 그 아인 댄서의 영혼으로 축복받았었지.”

그는 혀를 움직였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진...”

“그 일, 그게 뭐에요?”

“전염병 말이다!” 그가 말을 내뱉었다. “죽일 놈의 전염병. 예고도 없이 그 두 사람을 데려갔어.”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래서 난 도망쳤어. 전염병으로부터, 어쩜, 그보단 기억을 잊으려고. 들판과 언덕을 가로질러 멀어지려고 도망쳤다.”

그는 오래된 오크나무 껍질처럼 구깃구깃한 그의 이마를 만졌다.

그는 약간은 흐느끼는, 약간은 한숨짓는 듯 소리를 냈다. “그 아인 내 하나뿐인 딸 로완나였어! 내가 가진 전부였다. 난 그 애가 죽기 직전까지도 팔에 꼭 안았다.

하지만 딸을 구할 수는 없었어. 연약한 숨소리조차 다시 구할 수 없었지.”

그녀의 눈은 노인과 같이, 흐려졌다. 난로 석탄들은 안개를 통과한 햇빛처럼 어

슴푸레 빛났다.

“그래서… 저기 저 능선을 올랐다. 내가 찾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장소였어. 난 바로 그 절벽에서 몸을 던질 생각이었고. 정말로, 그 저주받은 기억을 끝낼 생각을 했다.”

그의 목소리는 갑자기 잠잠해졌다. “하지만 거기서 난… 나무를 발견했어. 네 그 소중한 버드나무 말이다. 그리고 뿌리들 사이에서 밝게 미소를 지으며 누워있는 아 기가 있었다. 그건 여자아이였어! 정말 기적이었지.”

안나는 침을 삼키려고 애썼다.

“게다가 더 큰 기적이 있었다, 로완나! 고개를 들어 네 얼굴을 쳐다봤을 때, 넌…” 그는 그녀를 유심히 보며 말을 끌었다. “내 딸처럼 보였어! 이 세상에서 가 장 보고 싶던 얼굴.”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가장 보고 싶었던 그 얼굴이라. 그 말은 어디서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뭐였지?

“그래서 그때,” 그녀가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그의 이마에 주름이 졌다. “그게… 난 너를 품에 안았지. 한번만 너를 안아 보려 고 했던 거야, 무슨 말인지 아니? 그게…” 그는 침을 삼켰다. “그때 갑자기 그 버 드나무 가지들이 내 얼굴과 팔을 할퀴려고 하면서 나를 잡아채려고 했어! 살아있는 듯 말이야. 화가 난 듯 말이야! 난 정말, 한 얼굴을 봤어. 무서운 얼굴이 바로 그 가지들 틈에 있었다. 나무껍질을 당기고 있는 듯했다!”

그는 겁에 질린 눈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그 유령은 아기였던 너 그리고 나도 원했어. 하지만 난 너를 잃지 않을 셈이었지! 두 번 다시는! 그래서 너를 꽉 안고 달렸다. 그 무시무시한 숲을 내달렸고 나무들은 나를 잡아채려 하고 얼굴을 할퀴고 내 머리 위에서 부서졌었지. 그래, 난 바로 이 모래사장에 다다를 때까지 줄곧 멈 추지 않고 달려왔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살 집을 지었단다.”

노인은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내가 너를 구했다고, 알겠니? 그 유령들로부터 말이야! 그런데… 왠지 그런 것 같지 않았다. 마치…”

그녀가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뭐요?”

“내가 누군가의 아이를 훔친 것 같았지.”

누군가의…

갑자기, 안나는 이해했다. 가슴 속에서 심장이 뛰었다. “내가 그 버드나무의 아 이군요!” 그녀는 크게 외쳤다. “그리고 그 버드나무가… 내 엄마고요.”

노인은 그녀를 올려다봤다. “그래서,” 마침내 그가 말했다, “넌 진짜로-”

“나무 정령이야.”

부드럽게, 그녀는 그와 손깍지를 꼈다. 그가 그렇게 보고 싶었던 그 손가락. 사 람의 아이의 손가락들.

그때 안나는 처음으로 자신의 손을 들여다봤다. 손은 버드나무의 순처럼 가늘어 보였다. 게다가 정말 부드럽게 구부려졌다! 손마디는 가지의 옹이처럼 툭 나와 있 었다. 그리고 그녀의 피부는 정말 놀랍게도 초록 얼룩이 있는 갈색이었다.

“너… 이제 날 떠날 테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하지만 아저씨는 내가 있는 곳을 항상 알잖아 요. 그리고 가끔, 바람이 세게 불면, 바람에 내 노래를 들을 거예요.”

다음 날 아침, 안나는 마지막으로 붕대를 갈고, 그가 의자에 앉도록 도왔다. 그 녀는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어깨 위에 이글을 올려놓고, 문으로 걸어갔다. 하 지만 그녀가 걸쇠를 들어올리기 전, 멈췄다.

잠시, 그녀는 오두막을 둘러봤다. 머리 위의 짚 천장, 난로의 돌들, 아주 많은 밤을 보냈던 짚으로 된 요. 그리고 그녀가 떠나는 걸 보며 앉아 있는 노인을 바라 봤다.

그리고 그때 그녀는 문을 열었다. 안나는 기다리고 있는 나무들 품으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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