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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형 [ 도판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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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많은 조각보들의 구성 형태로 규칙성을 배제하고 각기 다른 크기,모양,색 상이나 재질감의 천들이 조화를 이루고 산만하거나 무질서한 느낌을 주지 않고 계산된 균형 감각이 주는 아름다움보다는 자연스러운 조화의 아름다움을 갖는다.이 점이 자 유형 조각보의 특징이며 기하학적인 면 구성과 모시의 무채색,단색의 사용에도 불구 하고 한국적인 정서를 보이며 면의 분할이 다른 구성보다 현대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 다.

[도판 17]자유형 면구성과 조각보 [도판 16]수직·수평형 면구성과 조각보

4.전통 한지를 이용한 조각보 표현

한지는 내구성(耐久性)이 강하고 특유의 질감,형태,채색의 종합적 표현이 가능한 재료로써 독특한 표현 질감,습기를 흡수하는 특성,자연스러운 색감으로 다양하게 사 용되며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한지는 그 재질적 특성 때문에 오래 도록 회화나 서예,공예 등의 재료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우리 민족의 일상생활에서도 창호지와 공예품에 이르기까지 사용되었는데,한겨울 밤에 찬바람을 막고 아침에 햇살 의 온기를 고스란히 끌어들이는 창호지는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 아름다움을 갖는 동시 에 기능성을 가져 생활의 윤기를 더해 주었다.

한지는 지질(紙質)이 부드럽고 가벼우며 통풍이 잘되면서 보온성이 탁월하다.그래서 솜 대신 옷에 넣어 방한용으로 쓰이기도 했으며,옛 군인들은 갑옷으로 만들어 입기도 하였다.일반인들도 옷감 대신에 한지에 옷을 만들어 입기도 하였다고 한다.32)한지가 수공예적 예술품의 성격을 지닐 뿐 아니라 한지의 자체가 고유한 성질을 갖고 있기 때 문이거니와 뛰어난 잠재성을 지니고 있어 얼마든지 다양한 양상으로 변모 할 수 있다 는 성질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33)

한지가 예술영역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위에서 서술한 특유의 질감,형태,채 색의 종합적 표현이 가능한 재료이기 때문이다.독특한 표현 질감,습기를 흡수하는 특 성,자연스러운 색감,그리고 외곽선은 인간적·자연적 의미이며 이러한 특성과 장점으 로 본인 역시 작업의 조각보 조형성과 일체화 될 수 있는 소재가 되었다.실제로 식지 보(밥상보)의 제작방법은 두꺼운 한지에 식물성 기름을 칠해서 음식을 덮으면 습기가 차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름종이를 재료로 쓰였다.

한지는 붓이나 물감을 사용하지 않고도 공간감,질감적 특징의 표현이 가능케 하는 재료의 확장을 가져왔다.현대 회화에 있어서 새로운 매개체로 인식되는 한지는 새로 운 질감과 다양한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폭넓은 작품을 이끌어 낼 수 있다.한지는 주로 드로잉이나 어떤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한 재료로 쓰였으나,한지 자체가 조형의

32) 전철, 『한지제조 이론과 실제』, 원광대학교 출판국, 1996, p.85.

33) 서성록, 『한국의 현대미술』, 문예출판사, 1994, p.212.

중요한 부분으로 직접적인 표현 매체가 된다는 사실은 회화에 새로운 인식을 가져왔 다.이것은 한지에 재료 이상의 의미가 부여된 것이다.

특히 제작방법이 자유로워 순수하게 이용하거나 다른 물질과의 혼합 등 다양한 기법으 로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응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한지가 갖고 있는 가변 성(可變性)과 흡수성(吸收性)또한 독특한 질감과 색채 등 뛰어난 재료적 특성을 조각 보의 조형미와 직물의 특성을 적절히 응용하여 본인의 작업에 차용하고 있다.그렇다 면 조각보에 쓰이는 직물의 종류인 모시,삼베,무명 등 살펴보자.견직물은 누에가 만 든 고치에서 풀어낸 견사(絹絲)로 짠 직물이다.견섬유는 길이가 길고 섬세한 섬유로, 촉감이 부드럽고 광택이 좋으며 보온성이 크다.대표적인 것으로 명주(明紬),항라(亢 羅),순인,갑사(甲紗),생고사(生庫紗),숙고사(熟庫紗),진주사(眞珠紗),자미사(紫薇紗) ,공단(貢緞),양단(洋緞)등이 있다.모시는 모시풀의 줄기 부분에서 얻은 섬유를 이용 하여 짠 직물로서 습기의 흡수와 발산이 빠르며 빛깔이 희어 여름철 옷감으로 애용되 고 있다.베는 삼베라고도 부르며 삼 껍질의 안쪽에 있는 인피섬유(靭皮I纖維)사용하 였다.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의복의 재료로 많이 사용하였으며 직물은 질기며 감촉이 시원하고 통기성이 좋아 여름철 생활용품으로 많이 사용하였다.

면은 목화씨에 붙어있는 솜에서 뽑은 실로 흡수성과 착용감이 좋고 오염을 잘 흡수하 여 위생적이며 세탁하기가 편리하다.종류는 광목(廣木),옥양목(玉洋木),무명,융(絨), 소창(小氅)등이 있다.34)조각보의 직물은 남은 천들의 재활용인 만큼 조각의 종류와 직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다름을 알 수 있다.부드럽고,질기고,얇고,두터운 각각의 직물들은 조선 여인들의 손끝으로 조화를 이루고 잘 짜여진 공예품이 되었다.

우리의 전통 한지를 이용하여 조각보를 표현함에 있어 한지와 조각보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제조과정에 있어서 한지는 닥나무와 뽕나무를 베어,찌고,껍질을 벗기고,삶고,씻고,두들기고,고르게 섞고,뜨고 말리고,다듬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 진다.99번의 손질을 거친 후 마지막 사용하는 사람이 100번째로 만진다 하여 닥종이를 백지(百紙)라고도 한다.35)

34) 국립민속박물관, 『생활 속에 담긴 우리 옷의 발자취』, 국립민속박물관, 2003, p.62.

35) 이승철, 『종이만들기』, 학고재, 2001, p.24.

조각보 직물의 제조과정에서 필요한 재료들은 자연에서 얻은 누에,모시풀,삼,목화씨 와 같이 전통 한지 또한 1년생 닥나무를 채취하여 사용 하였다.

한지의 제조 과정은 위에서 서술한 여러 과정을 거친 방법으로 한지를 생산한다.장 인들의 땀과 공으로 만들어진 한지는 화려한 장식과 창작은 없지만 추운 겨울에 나무 를 베어서부터 600번 정도의 두들기는 도침과정으로 끝이 난다.이것이 장인들의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모습은 곧 조각보를 만들었던 조선 여인들의 폐천을 조형적으로 구성함과 폐쇄된 사회에서 한정된 활동만이 허용되었던 여성들의 규방의 모습과 함께 볼 수 있을 것이 다.여인들은 장인이 아닌 보통 여인들이 비전문적으로 만든 공예품 일지라도 그들의 한 땀 한 땀 정성과 공을 담아 지어낸 조선 여인들의 소박하고 투박함을 한지 장인들 의 모습과 함께 볼 수 있다.

한지라는 소재는 분명 한국적 삶의 한 표상으로서 자연스러움을 배어나게 한다는 장 점이외에도 닥이라는 물성과 다양한 물감을 깊숙이 흡수하고 자연스럽게 번지는 효과 를 낼 수 있다.한지위에 채색은 서양화에서 표현할 수 없는 한지 본 재료 특성에서 볼 수 있는 은은함과 담백함을 느낄 수 있다.이는 직물의 쪽,오미자(五味子),자초(紫 草),황벽(黃蘗),오리나무 등 자연에서 얻은 천연재료(天然材料)로 물들인 자연을 닮은 색채와 같다.

한지와 직물은 아무런 가공 없이 본래의 무채색에서 오는 백색의 미,무(無)장식에서 오는 자연미는 전통 색채의 아름다움에서 빠질 수 없지만 채색과 염색의 후 한지와 직 물은 또 다른 색채의 조화 속에서 오는 밝고 맑음,온화함 속의 자유분방과 세련미를 더할 수 있다.비단과 면 조각보는 색채가 강하여 화려함과 장식적인 느낌이 강하고 한지를 2~3장 배접한 장지(壯紙)의 단단함,짙은 채색이 가능함이 비단조각보와 유사 하다.모시와 명주 조각보는 직물의 느낌이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며 면과 면사이의 이 어지는 선들은 조각보의 조형미를 극대화 하고 색감이 은은하며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이는 순지의 얇고 부드러운 재질과 그 위에 채색을 했을 때 맑고 투명한 색감을 연결 지어 볼 수 있다.사(紗)로 만든 조각보는 가장 얇고 속이 훤히 비치는 재질로 박 순지36)(薄純紙)와 닮아 있다.

이처럼 작품의 소재로 전통 조각보의 조형과 직물을 표현함에 있어 한지는 우리 민족 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선조들의 지혜가 집약되어 있는 한지는 질기고 가 볍고 비단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찢어지지 않아 여성들이 사용하는 생활 용구로 많이 쓰 여졌다.이는 내구성,재료적 특성,자연 그대로의 빛깔 그리고 염색으로 느껴지는 다 양한 색상의 조화가 여성들의 정서에 부합되었기 때문이다.한지는 한국인의 미적 감 성과 조형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한지만이 가지고 있는 자연스런 아름다움이 있 고,여러 겹으로 겹칠 때 외곽선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변화로 표현 하고자하는 바가 잘 나타날 수 있는 훌륭한 재료가 될 수 있다.본인의 작품에 동양적 정서와 현대적 감각의 조화를 표현하기에 알맞은 재료라 할 수 있다.

36) (薄紙)가장 얇은 순지

Ⅲ.전통 조형미의 현대적 활용과 작가연구

전통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사라지고 또 되살아나 오늘을 거쳐 미래에 이르게 되는 것이므로,전통의 변화와 지속성 ·고유성은 과거의 유산으로만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 를 잇는 정신문화 전통의 연속성의 요소로 자각된다.따라서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 까지 고전적인 것들의 현대적 활용을 통해 고전의 동시적 체험을 이루면서 현대에도 아직 전개,발전되는 생명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전통미의 현대적 활용에 있어서 한국의 전통적인 특성은 독창적이고 차 별화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국제성 ·보편성이 결여될 우려가 있다.그러므로 전통의 현대적 활용에 있어서 내용과 구조를 이해하고 전통의 기반 위에 재창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이러한 노력은,1960년대에 이르러 전통의 기반 위에 다양한 개성을 미적 감각에 의해 재창조하려는 시도가 많아져,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 는 생각으로 미적 특성을 반영해 오고 있다.

본 장에서는 한국 전통 조각보의 이미지를 응용한 작품의 사례를 제시하고,현대 회 화에서의 색면 추상과 조각보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한국의 전통미를 활용한다는 것은 전통의 재현을 의미한다는 것이 아니라,한국인의 감각 속에 녹아있는 원형에 대한 이미지의 표현이며,한국적인 조형 감각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근 현대회화에 나타난 전통미와 오방색을 응용한 추상회화 대표작가 김환 기,유영국,박래현 등을 선정하게 된 것은 고전적 소재를 차용하여 고유성을 부여하고 현대적 미의식과 더불어 한국의 고유적 미의식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었다.그들의 표 현기법 선,색,형,소재,구도 등 한국적인 이미지와 그 속에 담겨진 전통적인 미감과 조형을 살펴 봄 으로써 오늘날 현대회화에 수용될 수 있는 전통미를 연구한 작가들이 라 할 수 있다.

김환기는(1913~1974)우리나라 현대 회화사에서 추상 미술의 선구자였다.한국의 미와 자연주의적 관념을 독창적인 조형양식으로 승화시킨 작가이다.회화가 객관적인 사실 을 묘사하는 차원에서 본질적인 조형의 요소로 다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이 시기의 특징은 자연형태를 거부하지 않고 시각으로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고

자 한다는 것이다.37)해방 이후 한국적인 정서의 조형화가 가장 고조되었던 시기로 김 환기는 우리나라 고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한국적 미를 추구해 나가기 시작한 다.그는 한국적 미를 상징하는 대상을 자신의 회화에 주요한 모티브로 도입하여 작업 을 하게 된다.38)

김환기의 작품들을 보면 그가 추구한 것은 서양적 기법을 사용하면서 동양적 정체성을 어떻게 그리는가 하는 문제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누구보다 앞서가는 선구적 추상화 가로 시작한 김환기는 서양미술의 경험이 풍부하였으나 마지막에는 자연의 교감이 바 탕이 되는 동양적 추상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39)

김환기 초기작품에는 고향이미지인 신안군 기좌도의 문화 등이 매개체로 등장하였으나 이 시기는 한국의 자아를 실현하는 한국전 전통 속에 투입된 자연으로 등장된다.그의 고향인 기좌도를 그리워하는 망향정신이 그 배경이 되고 그의 작품을 형상화하는 원천 이 되어 구체적인 대상의 묘사나 추상 구성에서나 상관없이 밑바닥에 깔려있다.그의 고향 추억을 조형해주는 바다와 섬,새,나무 등은 그의 평생의 소재가 되었으며 초기 부터 부단히 선호해 왔다.김환기가 고향에서 얻은 새,달,구름,바다의 이미지는 그의 작품세계를 자연의 이미지로 확대 시켰다.

김환기의 초기작품을 통하여 조각보의 미적 특성과의 연관성을 볼 수 있다.작품〈론도〉

[도판 18]는 평면적인 색면 처리는 조각보의 일 정한 규칙 없이 자유롭게 배열된 오방색의 조 각보의 형태와 비슷하며 직선과 곡선의 반복은 자유형 조각보의 율동감을 볼 수 있다.곡선과 원의 형태 간의 겹침 효과,색채의 대비,형태 간의 대비를 통해 음악성을 표현하고 있다.이 는 제목에서도 보여주고 있으며 우리나라 추상

37) 오광수, 서성록, 『우리 미술 100년』, 서울 현암사, 2001, pp.143~147.

38) 이경성,『한국의 멋과 전통과 창조-수화 김환기의 예술』, 공간103호, 1976, pp.16~17.

39) 김영나,『김환기 25주기 추모전』, 갤러리현대, 1999, pp.5~6.

[도판 18]

<론도>김환기,유채,193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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