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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시대적 요청입니다

김진훈(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서울 숭의여고 교사)

1. 들어가며

발제를 통해 고교서열화의 폐해와 교육부의 정책 추진 상황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은 국민적 기대에 따라 고교서열화의 중심인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 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잇달아 취소판결을 내리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발제자 가 지적한 대로 법원 판결은 시대정신을 반영한 공익적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 법원의 자사고 지정취소 취소판결의 근거가 되는 ‘평가 기준의 강화’와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은 일방적으로 자사고의 입장을 따른 것이다. 발제자의 논거대로 평가 기준을 강화한 것은 상식적이고 합리적 수준에서 이루어졌으며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향후 법정에서 일 방적인 자사고의 입장에서 벗어나 균형 있는 시각으로 본 사안이 다루어지기를 소망하면서 몇 가지 이야기를 덧붙이고자 한다.

2. 분리 교육의 폐해

한국 사회는 점점 사회적 갈등의 양상이 다양해지고 있다. 세대 간, 계층 간, 성별, 지역별 갈등이 심화되면서 극단적인 투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갈등의 요인이 다양하겠지만, 다른 집단을 공감하며 소통하려는 노력이 부족해서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

어린 시절부터 계층별로, 지역별로 분리된 채 서로를 만나고 이야기하는 경험이 부족하 기만 하다. 소위 엘리트 코스라고 불리는 사립유치원, 사립초등학교, 국제중, 자사고, 명문 대학으로 이어지는 이들에게 대중과 공감하는 경험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권의식

에 사로잡히거나, 서민과 함께 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택배 노동자의 고통에 무감각한 채 먼 길을 돌아서 배송하게 하거나 부유한 동네에 임대아파트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기도 한다. 끼리끼리만 어울리게 하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위험을 가중한다. 집단 간 갈등이 심화하고, 외부의 변화를 수용하기 어렵게 한다. 생태 다양성이 있는 공간에서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생산되고, 상호 협력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다. 기성세대의 왜곡된 계층, 지역, 성별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서라도 교육이 통합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 시 작은 어린 시절부터 지역적, 계층적으로 함께 공부하며 연대 의식을 쌓아갈 때 가능해진다.

일반고에서 학업 수준과 계층이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 서로를 알아가야 한다.

자사고를 그대로 두고 이제까지의 문제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문제가 더 가속화 된다. 자사고에서 비슷한 소득과 특권을 가진 집단이 만들어지고, 그렇지 못한 일반고 아이 들의 소외감. 나아가 대입에서, 취업에서 벌어지는 격차를 이제는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3. 교육과정의 자율권은 고교학점제로 일반고에서도 가능

자사고가 시작될 때 내세웠던 교육과정의 자율화는 현재의 고교학점제가 정착되면서 일 반고에서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 일반고, 자율고, 특목고는 모두 2015 개정 교육과정 상 의 필수 이수 단위 94단위로 같다.

< 2015 개정 교육과정 단위배당기준 : 일반 고등학교(자율 고등학교 포함)와 특수 목적

은광여고, 수도여고가 학생수가 더 적은데도 자사고인 세화여고보다 더 많은 과목을 개

학생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학교는 요즘 공교육 쪽에서도 관심을 보일 정도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학생의 선택으로 300개가 넘는 과목이 개설되고, 교과 교사가 과목 내용을 재구 성하여 공교육에 선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일반고의 학생 배정방식 속에서도 종교계 학교의 설립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 더 일반적 이고 대중적인 방식으로 종교적 내용을 재구성하여 많은 아이에게 다가갈 수 있다.

5. 법원 판결에 대한 유감

법원은 사건의 본질을 알고 있는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시대적 요청에 따라 교육청 이 평가한 것이다. 발제자의 주장대로 기존의 평가 기준이 이제는 유효하지 않으니,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여 평가하는 것이 당연하다. 평가 기준을 미리 알리지 않은 것은 얼마나 미리 알려야 한단 말인가?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중심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라도 평가 기준의 공 개는 수개월 전이면 충분하다.

법원은 자사고의 입장에만 귀를 기울이며 지엽적인 절차에 집착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 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한국 사회 전체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고려하여 형식적법치 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자사고 측에서도 일반고 전환이 큰 피해를 받는 것처럼 호도하지 말고 이제라도 교육의 의미를 회복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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