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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을 한 연구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엄마만 혹은 엄마를 더 좋아하던 아이가 자기와 단 둘이 지내는 것도 괜찮아지고, 자기를 좋아하고, 자기에게 의지하기 시작하게 된 것을 가장 큰 변화로 이야기 하는 것이 전형적이었다. 영아기 자녀의 아빠가 참여자 중에서 많았던 만큼, 아이가 깊은 애착을 보이고 아빠를 의지하기 시작한 신호로 아이가 울 때 아빠를 찾기 시작했다든지, 잘 때 아빠를 찾기 시작했음을 들었다.

“(육아휴직을 하니까) 둘째가 주 양육자를 저로 인식을 하는 거죠. [연구자: 둘째가 나를 주 양육자로 인식하는구나는 어떻게 알게 되신 거에요?] 잘 때 저를 찾습니다! 자다 깨서 저를 찾고, 잘 때 저를 찾아요.”(C, 건설부서 대리, 1년 휴직)

“놀아주고 이럴 때는 좋아하고 이런데, 사실 그때뿐이거든요. 서러울 땐 오히려 엄마를 찾는데 지금은, 뭐하다 깨서 울거나 이럴 때 저한테 매달리거나 그렇게 되는 거 같습니다.

예전에는 (아빠가) 나갈 때는 별로 관심이 없었거든요, 엄마가 있으니까. 근데 지금은 나가 려고 옷을 입거나 그러면 반응하고 울려고 하거나, 이런 것들. 와서 붙들고 이런 것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저에게 조금 더 의지를 많이 한다고 느껴지고.” (D, 금융사 차장, 6개월 예정 중 3개월 휴직 중)

“밀착관계라 해야 하나? 그 어떤 신뢰? 아이들이 저를 믿고 따르는 거는 이전보다는 훨씬 깊어진 것 같아요. 이전에는 이제 아이들이 슬픈 일 있거나 울거나 아프거나 하면 엄마만 찾았거든요. 거의. 한 열의 아홉은. 근데 이제는 반반.” (L, 건설사 과장, 6개월 휴직)

“제가 이제 계속 아이를 돌보게 되니까, 어... 아이가 저를 많이 찾아요. 특히 울 때는 막 안기고... 그런 적이 없었어요... 그전에는 그렇게 저한테 와서 막 안기고 그런 게 없었거 든요. 시간을 좀 보내고 나니까 이제 그러더라고요, 저한테.”(F, 공기업, 1개월째 휴직 중)

이러한 변화가 가능한 것은 육아휴직 경험의 가장 큰 핵심이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

이 확보되었다는 점이다. 많은 연구참여자들은 육아휴직 기간 동안의 가장 값진 부분,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아이와 만든 추억, 아이와의 시간, 아이와 온전하게 상호작용을 해본 경험이라고 입을 모았다.

“저는 아무래도 추억이라는 게 있어 가지고 아무래도 첫째를 바라보는 눈이 좀 더 따뜻하 고 그래요. 그냥 저도 생각하면, 첫째랑 했던 시간들이 너무 행복하고, 지금 다시 과거를 추억하니까 행복하잖아요. 정말 내 손으로 키운 아이? 그런 거에 대한 좀 뭔가 KS 마크 같은 그런 도장이 찍혀 있는 그런 느낌이어가지고 좀 더 정이 가고 그래요.” (A, 프로그래머, 10개월 휴직)

“애랑 관계도 좋은 것 같아요. 애랑 보면 말은 안 듣지만 예쁘거든요... 확실히 같이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정도 더 쌓이는 것 같아요.”(H, 대기업 프로그래머, 7개월째 휴직중)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진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여러 가지 추억도 생겼을 거고 우리만의 놀이들도 많이 생겼고. 그러니까 대화할 거리도 더 많고 그렇죠. 좀 더 이제 막 많은 것들을 공유해서 더 관계가 가까워지거나 단단해지거나 그런 느낌이 있죠.”(I, 대기업 과장, 1년 휴직)

이렇게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 아빠는 그냥 그 나이의 아이들은 그렇다고 알거나, 아내나 아이를 보는 조부모님이 전해주는 이야기만으로 아이가 어떤 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직접 보고 듣고 주고받는 활동 등 여러 가지 채널을 확보하게 되면 서 아이에 대한 구체적 지식이 늘어나고 이는 아이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 다. 예를 들어 누구에게나 좋은 직업, 미래, 행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아이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주고, 관심을 보일만한 일을 나누고 보다 ‘깊게’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육아휴직을 통해 아빠들은 보다 입체적이며 깊이 있게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고 아이의 고유성을 이해하는 경험을 하였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어린이집에 등원 하원 하면 다른 애들도 보고 어린이집 친구들도 초대해서 같이 놀면 아무래도 우리 애 개인적인 성향도 많이 느끼고... 몰랐던 거 알게 되고... 아무래도 와이프나 부모님들은 (아이에 대해) 늘상 좋은 얘기만 해가지고 그냥 그런가보다. 다른 애들도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직접 아이를 보니까 아직 제가 모르는 것도 많지만 직접 보니까, 아, 우리 애는 다른 애에 비해서 어떤 성향이고 어떤 거 좋아하고..알게됐던 거 같아요.” (M, 건설사 대리, 10개월 휴직)

“얘가 뭐를 잘하고 좋아하는지 더 자세히 알게 되었어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손재주가 있구나’ 이런 건 조금 알았는데 굉장히 많이 있고, 이렇게 쓰는 거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익히는게 빠르네. 한번 익히면 잘 안 잊어먹고. 그리고 뭔가를 기억하는 게 되게 뛰어나네.

얘가 어떤 성향의 놀이를 좋아하네? 이런 것들.” (I, 대기업 과장, 1년 휴직)

“(예전에는 조언을 해주면서) 좀 추상적으로... 그러니까 맞춤형 조언이 불가능했죠. 다른 애들하고 비교해서 어떤 성격인지를 몰랐으니까. 단지 아주 추상적인 거죠.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옳은 것, 좋은 것? 아주 FM대로만 얘기하는 거죠. 그게 사실상 효과는 없는 것 같고. 저도 어렸을 때 그랬지만. 케이스 별로 그냥 얘기해 주는게 좋은 것 같아요.

(육아휴직을 해서) 그렇게 말을 할 수 있게 된 게 저는 좋은 것 같아요.”(L, 건설사 과장, 6개월 휴직)

육아휴직을 통해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확보되면서 연구참여자들은 아이를 좀 더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졌고, 이는 아이를 고유한 특성이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강혜경(2013)의 연구에서처럼 어린 자녀를 돌보는 일은 세심한 관찰과 관심, 집중하고 반응하는 것이 필수적인만큼 이러한 행동들을 통해 아빠들의

젠더감수성을 높이게 된다는 결과와 맥이 닿는다. 특히 아빠와 자녀가 엄마를 통해서만 연결된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관계의 끈을 많이 만든다는 것은 지속가능한 관계의 초석 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아빠들에게 육아휴직의 가장 큰 수확이고 기쁨으로 이해되고 있 음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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