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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론에서 본 일본의 법인격부인론

법인론에 관한한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법인본질론의 실익에 대해서 별로 무게중심을 두지 않았기에 법인이 되려면 법률상의 조직체이어야 한다는 실재설이 정당한 이론으 로 받아들여졌고 의제설 내지 부인설은 부당한 것으로 여겨졌다.220) 그런데 최근에는 법인이론의 실제설과 의제설을 동일한 평면에 두고서 그 우열을 비교하는 것은 무가치 하며, 각 학설의 역사적․ 경제적 조건이나 사회적 배경 등을 고려하여 접근 할 때만이 각 학설들의 독특한 가치가 발휘될 것이라는 것이 유력한 학설이다.221) 이로 인해 법 기술적인 특성을 지닌 의제설이나 부인설이 무시할 수 없는 이론으로 새롭게 조명 받

219) 손성, “법인격부인의 법리에 관한 연구”, 동국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85, 146-148면.

220) 곽윤직 외, 「민법주석(Ⅰ)」, 박영사, 1996, 459면.

221) 곽윤직 외, 위의 책, 460면.

으면서 실재설과 연계하여 다루어지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법인은 재산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 기술인데 이러한 재산의 독립성의 정도는 입법정책의 문제로 본다.222)

법인격부인론에 관한 역사를 보면 2차 대전 후인 1950년에 영미법상의 법인격부인 론의 도입가능성이 처음으로 논의되었고 차츰 미국의 법리를 번역하고 소개하면서 하 급심 판례에서부터 이 법리에 기초한 판례들이 나오다가 최고재판소에서 정면으로 법 인격부인론을 인정한 판례를 내놓았는데 처음 도입가능성이 논의되었던 때로부터 19 년이 지난 후인 1969년 2월 27일이었다.223) 당시 최고재판소의 판결내용에 비쳐진 법인론은 “…무릇 법인격의 부여는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단체에 대해서 그 가치를 평 가하여 행해지는 입법정책에 의한 것이므로, 이것을 권리주체로 표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 법적 기술에 기해서 행해지는 것… 생각건대 주식회사는 준칙주의 에 의해 용이하게 설립될 수 있고…”라고 한 것을 볼 때 法人實在說을 따르며, 그 중 에서도 我妻榮의 社會的價値說에 기반하고 있으며, 입법정책의 측면에서는 準則主義였 다. 즉 일본에서 법인격부인론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던 시대는 사실 세계적으로 법인 본질론에 대한 논의가 쇠퇴하고 법기술주의가 지배하던 시대였고 일본이 도입했던 영 미의 법인격부인론은 이러한 시대의 영향을 반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법인격부인론은 법인론과 연관시켜보면 실재설에 기반하고 있는데 그 적용범위와 요건 이 아직도 미비한 것은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그것이 검토되고 계수되었기 때문이 다. 실재설이라는 법인론의 입장에 서 있으면서도 법인격부인론이 서구에서 형성되고 발전될 당시의 법기술주의적인 특성들을 함유한 상태의 그것을 받아들였기에 그 적용 범위와 요건 면에서 미비했던 것이다.

일본에서는 법인 본질론에 대한 연구와224) 함께 법인격부인론에 관한 연구가225) 있 어왔는데 특히 上柳克郞 敎授는 재산법에 있어서 법인격부여의 목적은 법인자체의 재 산과 그 구성원의 재산을 分離하고 법인이라는 독자의 재산의 주체를 창출하는 것으로 222) 野性英一, “法人論(權利能力ねき社團財團論議を兼れこ)”, 「民法論集 4」, 133-137면.

223) 千葉地方裁判所, 1960(昭35) 1월 30일 판결은 債權者詐害行爲에 관해, 熊本地方裁判所八代支部, 1960(昭 35) 1월 12일 판결은 契約上의 義務回避에 관해, 日本最高裁判所, 1969(昭44) 2월 27일 판결은 1人會社 에 관해 법인격부인론을 적용한 것이다.

224) 上柳克郞, “法人論硏究序說”, 「京都大法學論叢」, 第 90卷, 第 1,2,3號, 21-34面; 喜多천篤川典, “法人論 の問題性”, 「株式會社の法理」, 中央經濟社, 1966, 3-33面.

225) 上柳克郞, 前揭論文, 21面 以下.

보았다. 이러한 이해 위해서 독자성이란, 첫째로 법인의 능력으로 권리능력을 행하고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되며 그 명의의 채무에 대해서만 그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재산적 통일체로 되는 속성, 둘째로 법인재산이란 오로지 법인의 채권자에 대 한 재산으로서 그 외의 사람으로부터의 강제집행을 배척하는 속성, 셋째로 주주의 유 한책임 속성을 들었다. 그런데 이것들 중 첫 번째를 최소한의 속성으로 보았다. 이처 럼 일본에서는 처음에는 법인격부인론이 법인론(실재설)과 연계되어 논의되어 왔지만 한동안 법인론 무용론으로 인해 논의되지 못하다가226)요즘에는 법인 기술성의 특성을 강조하는 법인격부인론을 좀 더 통합적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법인 의제설의 관점과 연 계하여 논의되고 있다.

226) 江頭憲治郞, 「會社法人格否認の法理」, 東京大學出版會, 1982, 6面.

제4장 우리나라의 법인격부인론

제1절 연혁

법인격부인론이 우리나라의 회사법 분야에서 그것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 논의가 되었던 것은 1960년대부터였다. 그 후로 논의가 계속되어 오고 있지만 그것의 법적근 거나 적용범위나 적용요건 등에서 아직까지 정설은 없고 다만 법인격부인론의 적용에 대해서 긍정설과 부정설이 있다. 긍정설은 법인격부인론을 인정하게 되면 법이 인정한 회사의 독립성(회사와 주주의 분리원칙)과 주주의 유한책임이라는 주식회사제도 자체 를 위협하여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도리어 법인격의 남용을 방지하여 법인의 본래 목적에 접합하도록 구체적인 사안에서 정의와 형평을 이 루는 矯正의 역할을 하기에 다른 私法이론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는 보충적 차원에서 적용하면 법인격부인론을 적용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227) 부정설은 취하는 사람들은 법인격부인론에 관한 문제란 결국 실정법에도 근거가 없는 새로운 법리를 끌 어들임으로써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회사법 규정이나 기타 사법이론에 대한 해석의 문 제라고 보자는 것이다.228) 긍정설이 다수설이다.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가 고도성장을 하면서 회사가 그 규모면에서 엄청나게 발전하여 회사개념의 재정립 필요 성이 대두되었다. 대표적으로 정립되어야 할 것들로는 대주주와 소주주, 주주와 회사 채권자, 경영자와 투자자의 이해관계 대립을 어떻게 적절하게 조정할 것이냐는 것이 다. 그러던 중 1974년 서울고등법원이 법인격부인의 법리를 적용한 판결을 하였지 만229), 대법원은 법인격부인론 수용여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자세를 취한 채 법인격 부인론을 적용하지는 않았다.230) 그 후 대법원은 1988년과231) 1989년의232) 편의치적 과 관련된 판례에서 신의성실 위반과 법인격 남용의 이유를 들어 법인격부인론을 인정 227) 이철송, 「회사법강의」, 박영사, 2003, 51면; 최기원,「신 회사법론」, 박영사, 1999, 54면; 손주찬, 「상

법(상)」, 박영사, 2003, 54-55면; 정찬형,「상법강의(상)」, 박영사, 2003, 28-29면.

228) 정기남, “회사법인격무시의 법리”, 「현대법학의 제문제」, 법문사, 1981, 321면; 고평석, “법인격부인론 의 부인”, 「상사법의 현대적 과제」, 박영사, 1984, 73-79면.

229) 서울고법 1975.5.8선고 72나2582판결.

230) 대법원 1977.9.13선고 74다954판결.

231) 대법원1988.11.12선고 87다카1671판결.

232) 대법원1989.9.12선고 89다카678판결.

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다가 2001년의 대법원 판례는233) 민법 제 2조와 상법 제 171조 1항을 근거로 법인격부인론을 명백히 채택하였다.

제2절 근거

법인격부인의 실정법적 근거에 대해서는 민법 제 2조 1항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두 는 견해234), 민법 제 2조 2항의 권리남용금지에 두는 견해235), 상법 제 171조 1항의 회사의 법인성의 내재적 한계에 두는 견해236)가 있다. 우리의 판례를 살펴보면 1974 년의 판례는 법인격부인론이 유보되었지만 거기서 다루고 있었던 것은 법인격의 形骸 에 관한 것이었으며, 1988년 이후의 판례는 신의성실․ 권리남용금지․ 법인의 내재적 한 계를 다 근거로 다루었는데, 신의성실은 권리남용금지의 또다른 면이라 할 수 있기에, 크게 보아 권리남용금지․ 법인의 내재적 한계를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 판 례 2003.4.22선고 2003다카 2390에서는 신의성실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신의성 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 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 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대법원 판례 2003.2.14선고 2002다 623129에서는 권리남용금지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권리행사 가 권리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려면, 주관적으로 그 권리행사의 목적이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행사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익 이 없는 경우이어야 하고, 객관적으로는 그 권리행사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며, 이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비록 그 권리의 행사에 의하 여 권리행사자가 얻는 이익보다 상대방이 잃을 손해가 현저히 크다 하여도 그러한 사 정만으로는 이를 권리남용이라 할 수 없고, 어느 권리행사가 권리남용이 되는가의 여 부는 각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233) 대법원2001.1.19선고 97다21604판결 234) 이철송, 앞의 책, 51면.

235) 정동윤, 앞의 책, 33면.

236) 정찬형, “법인격부인론”, 「고려법학」, 제 37집, 고려대학교법학연구원, 2001, 302면.

생각건대 법인격부인의 근거를 민법 2조의 신의성실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보다는 상법 171조 1항에 기초한 법인의 내재적 한계에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는 법인격부인론은 민법의 특별법에 해당하는 회사법에 적용되는 법리인데 그것을 민법에서 그것도 민법의 포괄적인 일반원리에서 구한다는 것은 법인 격부인론을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이 아니냐는 점이다. 둘째로는 민법의 신의성실과 권 리남용금지는 민법상 규정된 자연인과 법인에 동시적으로 해당하는 권리행사의 일반원 칙에 대해 말한 것일 뿐 자연인과 같은 권리주체로 의제된 법인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은 것인데 그것을 근거로 삼아 법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법인격을 부인하는 것은 논리의 모순이라는 점이다. 셋째로는 상법 171조 1항은 회사를 법인으 로 하는 입법정책의 반영이며 그 속에는 이미 회사법인의 권리행사에 있어서 민법 2 조의 신의성실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다. 그러므로 민법의 일반원칙을 규정하는 신의성실과 권리남용금지에서 근거를 찾는 것보다 상법 171조 1항의 법인의 내재적 한계에서 찾되 그 속에 법인의 권리행사에 있어서 신의성실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하여 이것에 위배되었 을 때 그 사안에 한해서 법인격부인의 법리를 적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즉 법인격 부인의 근거는 상법 171조 1항에 나오는 법인의 내재적 한계에 두고 내용적으로는 민 법 2조의 신의성실과 권리남용금지에 두는 것이 좋겠는데 신의성실은 권리남용금지의 또다른 표현이기에 법인격부인의 근거는 상법 171조 1항의 법인의 내재적 한계에 두 고 그 내용은 민법 2조의 권리남용금지에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제3절 적용범위

우리나라의 경우 판례가 법인격부인론의 실정법적 근거로서 민법 2조의 신의성실위 반과 권리남용, 그리고 상법 171조에 있는 법인의 내재적 한계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근거가 내용적으로 볼 때는 너무나 빈약하여 그 적용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해야할지 어려움이 있다. 그렇지만 법인격부인론의 적용범위를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크게 4가 지, 즉 다른 사법이론에 대한 보충성 문제, 계약책임과 불법행위 책임의 문제, 회사와 주주의 유형의 문제, 법인격부인론의 역적용 문제로 나누어 검토해보자.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