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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주배경 청소년 정책에의 시사점

미국의 사례를 통해 국경통제 정책과 이주민 및 이주배경 청소년 정책, 다 문화주의에 기반을 둔 정책들 간의 상관관계를 밝히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의 국경통제 정책은 이주배경 청소년 지원 정책과 분리된다. 미국의 국 경통제 정책은 미국 내 노동 수요의 변화와 이주민에 대한 국민 정서의 변화 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 왔다. 그리고 사면 조치 등으로 미등록 이주민의 정 체 현상을 해소하려고 노력한 바 있다. 하지만 9.11 사태 이후, 특히, 세계화 가 심화되어 국가의 국경통제 능력이 의심받고 있는 오늘날 미국의 국경통 제 정책은 기본적으로 강력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달리 이주배경 청 소년 정책은 중앙과 지역/민간에 따라 상이한 방향성을 띄고 있는데, 중앙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지원되는 이주배경 청소년 정책은 난민이나 계 절 농업, 어업 노동자 자녀와 같이 미국 정부의 필요에 의해 국경을 넘은 청 소년에 한정되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미국의 모든 국민들에 게 적용되는 복지 서비스 가운데 특별한 몇 가지를 난민 가족 및 청소년에 적용되도록 하거나, 문맹률 퇴치나 의무교육 이수 정도의 가장 기본적인 교 육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전반적인 복지, 교육 정책 지원에서 크 게 벗어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난민이나 계절 농업, 어업 노동 자 자녀와 같이 미국 정부의 필요에 의해 국경을 넘은 청소년 이외의 경우라 도 지방 정부 및 민간단체, 개별 학교의 지원으로 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역/

민간의 지원이 상당히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즉, 흔히 말하는 미등록 이 주 청소년의 경우라도 중앙에서 지원되는 정책이 없어도 기본적인 교육 및 생활권은 보장될 수 있도록 지원된다.

둘째, 이주배경 청소년 지원 정책은 다문화주의에 기반을 둔 다문화 교육 의 하나로 이해된다. 미국의 다문화주의는 1960년대 일어난 일련의 민권 운 동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어 어떠한 인종적, 민족적, 문화적 배경에도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더 나아가 다문화주의에 기반 을 둔 다문화 교육은 이주배경 청소년지원 정책뿐 아니라 다수를 위한 의식

제고 교육, 이중 언어교육 등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그러므로, 다문 화주의는 미국의 교육 전반을 아우르는 철학적 기조 가운데 하나이며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정책 중 하나로 이주배경 청소년 지원 정책이 놓이므로 이 또한 국경통제의 정책과는 완전히 다른 맥락에서 이해되어야만 하는 것이 다.

이에 반해, 한국의 이주배경 지원 정책은 국경통제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만 이해가능하다. 한국 국경으로의 진입이 허용된 북에서 온 청소년이나 국 제결혼 가정의 자녀(특히, 중도입국 자녀)만이 지원의 대상이 되고 국경을 넘는 순간 부여받은 새로운 호칭(주로 법률 명칭)에 따라 각기 상이하고 특 별한 지원들이 중앙 정부를 중심으로 편성되기 때문이다. 지역/민간 차원에 서의 지원의 경우 좀 더 느슨하고 포괄적으로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경우들 도 물론 있지만, 미등록 청소년이 고등 교육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네트워크가 마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한국의 경우 다문화 교육은 이 주배경 청소년, 그 중에서도 국경을 넘을 수 있도록 허용된 청소년을 대상으 로 하는 시혜적 지원 사업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광의의 개념인 다 문화주의에 대한 이해 없이, 대상자 각각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사업들을 다 문화 교육이라 지칭함으로써 흡사한 어려움을 지녔더라도 대상자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배제되는 딜레마를 낳는 것이다. 더 나아가 다문화 교육이 사회 전반의 의식을 바꾸는 교육으로까지 실행되지 못해 시혜적 다문화 교육에 대한 일반 대중의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다.

끝으로, 미국의 사례가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이와 같은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미국 내에도 보수 강경 노선을 걷는 주정부의 경우 에는 미등록 외국인 청소년에 대해 상당히 강력한 제재 정책을 사용하고 있 다. 게다가 미국이 다문화주의를 발전시키고 다양한 다문화 교육 커리큘럼 을 개발하는 데 까지 상당한 역사와 노하우가 필요하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다만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 혹은 돈을 벌어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피고용인이라는 사실이 미등록 외국인이라는 사실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

어야 한다는 믿음, 어떤 문화적 배경에도 상관없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공통의 아이디어가 미국식 이주배경 청소년 지원 정책 및 다문화 교육을 만 들어낸다는 점은 주목해 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6. 결론

한국의 이주배경 청소년 지원 정책은 소위 다문화가 사회적 화두로 등장 하기 시작한 2000년대 중후반 이후 중앙정부 차원의 중요한 사업 과제가 되 었다. 이후 한국은 국경의 정치가 이주민의 생활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기 준점이 되었으며 다문화 교육은 입국 및 거주 상태에 따라 분류된 특정 청소 년들에게만 해당되는 지원 사업과 동의어가 되어 버렸다. 이 때문에 시혜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을 ‘한정’하기 위해 사용된 정책 용어 혹은 법률 용어가 이들 청소년을 지칭하는 일반 대명사로 자리 잡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이 러한 접근법은 배제와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미국의 경우 국경의 정치와 이주배경 청소년은 다른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적법한 문서를 가지고 국경을 넘어 거주하고 있는 청소년의 경우 물론 중앙/지역 정부 차원에서 제공되는 여러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므로 유리한 지점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특별히 다른 이름으로 (예를 들어 ‘합법 이주민’) 불리며 특별한 지원정책을 제공받고 있다고 보기 는 어렵다. 오히려 기존의 다문화 교육 및 경제적 약자, 사회적 소수자 지원 정책의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제한적으로 운영된다고 볼 수 있겠다. 또한, 다문화주의 혹은 다문화 교육은 이주배경 청소년 지원 정책보 다 상위-광의의 개념으로 이해된다.

‘국경의 정치‹이주자의 생활’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국식의 가족 규 범성에 비추어 이에 벗어나는 가족 및 그 구성원들에 대해 새로운 호칭(관련 법)을 만들고 이 법적 용어로 이들의 신분을 한정지어서는 안 된다. 즉, 탈 북 혹은 다문화가정 청소년이라 분류되는 청소년들을 정적(static)인 집단으

로 보거나 상호 배타적인 경험을 하는 집단들이라 가정하는 오류를 범해서 는 안 되는 것이다. 오히려 카테고리에 상관없이 이주의 배경을 가지고 있 는 청소년들이 함께 겪을만한 어려움을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위해 민간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느슨한’ 거버넌스 체제가 갖추어져야 한다. 또한, 다문화 교육의 수 혜자를 전 국민으로 확산시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도 차별 없이 지낼 수 있는 한국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문화 교육정책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들 교육 이 담아내야 할 한국 사회의 비전은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해 보아야 한다.

끝으로, 한국은 이제 막 이주민 인구의 증가로 서로 다른 문화적 가치들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문제에 대해 사회적 성찰이 시작되었 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미국의 사례를 그대로 한국 사회에 적용하는 것 은 손쉬운 방법일 수는 있으나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앞에서 살펴본 대 로 미국은 오랜 이주 역사와 민권 운동의 역사에 기반을 두어 그에 맞는 이 주 정책과 다문화 정책을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다. 다만, 법률적인 용어로 이 주배경 청소년의 삶이 제한되지 않도록 중앙-민간의 역할분담이 이루어진 다는 점, 다문화 교육의 대상자가 합법적 이주배경 청소년에 한정되지 않고, 전 국민으로 확대되어 있다는 점 등은 눈여겨 볼만 하다. 이를 본보기 삼아 한국의 다문화 교육이 국경통제의 논리를 벗어날 수 있을 때에야 말로 다양 한 이주민의 전반적인 생활권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2012.10.29 접수, 2012.12.05 수정, 2012.12.28 게재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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