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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Feminism)6)은 성차별주의(Sexism)와 반대되는 것으로서, 성 평등을 지향하는 이념이자 운동을 총칭하는 말이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페미니즘은 성 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종식시키려는 운동으로써(벨훅 스, 2002), 이러한 착취와 억압의 폐지를 통해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사회를 이룩 해나가도록 이끌어주는 실천적 의지를 담은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1) 페미니즘의 관점

(1)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적 성(gender)의 구분

페미니즘은 당연시되는 관념과 상식에 도전한다. 우리 사회는 여성과 남성의 구분을 자연적이며 당연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여·남의 구분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며, 오히려 성별의 구분 과정은 한 사회 내 에서 권력과 기회를 차등 분배하는 과정이다(한국여성연구소, 2005).

프랑스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는 그의 유명한 저서

「제2의 성」에서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라고 말했다(이희 영 역, 2009). 이는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된 성, 즉 젠더(gender)에 대한 인식을 포함한 표현이다. 페미니즘에서는 ‘생물학적 성’인 섹스(sex)와 ‘사회적 성’인 젠 더(gender)를 구별하여 사용한다. 여기서 젠더(gender)란 무엇이 ‘여성적’이고 무엇이 ‘남성적’인지에 대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규범과 역할, 기대를 의미한다.

페미니즘 이전의 논의에서 ‘여성과 남성은 생물학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성 별(sex)로 적합한 역할이 따로 있고, 따라서 권력과 역할이 차등으로 분배 될

6) 페미니즘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여러 가지 용어로 번역, 사용되어 왔다. 1970년대 중반 페미니즘의 도 입기에는 ‘여권론’, 1980년대에는 ‘여성 해방론’ 그리고 19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는 ‘여성주의’ 또는 페미니즘이라는 원문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여권론’, ‘여성 해방론’, ‘여성주의’ 어떤 용어로 사용되든, 그 개념에는 기본적으로 모든 성차별과 억압에 반대하고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기본 정신이 관통하고 있다.

단지 각 용어가 사용되는 시대적 상황과 배경에 따라 페미니즘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것 또는 주안점이 달라지면서 용어가 달라졌다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다면, 페미니즘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사회적·

문화적·역사적으로 형성된 산물’이라는 입장을 취한다. 즉, 사회에서 ‘여성’ 또는

‘남성’으로 키워지는 젠더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차이가 만들어지는 것이며, 이때 그 차이는 위계적인 방식으로 가치가 매겨져서, 여성성과 관련된 특징들은 남성 성과 관련된 특징보다 부정적으로 평가된다.

(2) 가부장제 비판

가부장제는 영어로 ‘patriarchy’라고 하는데 어원으로 그 뜻을 살펴보면, ‘아버 지의’라는 뜻의 ‘patri’와 ‘지배’라는 뜻의 ‘archy’가 합쳐져 생긴 단어다. 즉 ‘가 족의 대표자인 아버지가 가족 성원에게 행사하는 일방적인 권위 혹은 지배’를 의 미한다(조옥라, 1986: 54). 그러나 페미니즘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가부장제 의 개념은 단순히 한 가족 안에서 행해지는 아버지의 지배라는 의미를 넘어서 서, 남성들이 더 우월한 위치에서 지배하고 여성들은 종속적인 상태에 놓여 있 는 체계를 지칭한다. 이러한 가부장제가 가족 안에서 사적 가부장제로 작동하는 것을 넘어 사회, 정치, 경제 전반의 성 불평등을 생산하는 공적 가부장제로 확 장되고 있다는 것이 페미니즘의 입장이다. 아울러 가부장제는 사람들의 습관·문 화·성 등의 일상적인 영역에까지 깊게 침윤되어 있는 관습이며 이데올로기7)이고 사회 체계라고 할 수 있다(한국여성연구소, 2005).

가부장제는 사적인 영역을 넘어 공적인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집사람’으로 불리는 아내는, ‘바깥양반’으로 불리는 남편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내조’를 잘 해야하기 때문에 끼니마다 따뜻한 밥을 차려줘야 하고, 속옷 빨래를 해줘야하며, 입고 나갈 옷을 미리 다려놓아야 한다. 가부장 제가 작동하는 가정에서 아내는 남편에게 종속된 존재일 뿐이며, 이것은 ‘가정’

의 영역에서 작동하는 사적 가부장제의 한 단면이다.

한편, 공적 가부장제의 예로는 취업시장에서의 차별을 들 수 있다. 같은 능력 을 가진 경우라도 여성보다는 남성이 우선적으로 채용되며, 승진 및 임금 협상

7) Mannheim에 의하면, 이데올로기란 현실의 왜곡뿐만 아니라 현 상태를 정당화시키는 데에 동원되는 일련 의 세계관적 믿음체계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체계는 우리의 의식구조나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형태가 되어 확산된다고 한다(Andersen, 1983; 최정윤, 2006 재인용).

의 과정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불리하다. 남성이 ‘부양해야할 가족이 있는, 한

https://gsis.kwdi.re.kr/gsis/kr/stat/StatDetail.html?stat_seq=34&menuId=2003102&rootId=2003000

같이 여·남 간의 불균형한 관계가 일반적이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체계 를 바로 가부장제적 사회관습 또는 사회체계라고 한다.

(3) 인식론적 특성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에 의하면, 이성적 지식이란 지식자의 사회적 위치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며, 감정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하고 몸과 분리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야말로 역사적으로 남성에 의해 생산된 남성중심적(masculinist) 위치다.

진리는 맥락과 가치로부터 중립적이어야 하며 객관적이고 보편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남성은 자연과 분리된 반면 여성은 자연과 분리되지 않고, 오히려 자연 과 감정 그리고 몸과 연결된 존재로 규정되던 시절에 탄생했다. 이처럼 과학과 합리성의 대두라는 역사적 맥락은 남성성을 몸과 거리를 두는 것으로 규정하였 고, 여성은 이성적이고 중요한 지식 생산자로서 부적합하다는 논리를 낳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남성에 의해 생산된 지식은 진리이며 객관적이고 보편 적이라고 간주되었는데, 이런 생각은 여성과 여성적이라고 간주되는 분야를 배 제하고 이루어진 것이다. 이와 같은 지식의 젠더화는 두 가지 중요한 결과를 가 져왔다. 여성이 능동적으로 지식 생산에 참여하는 것을 배제했고, 동시에 이성 적이고 실증적인 과학적 방법에 의거하여 중요하거나 알 수 있는 주제가 아닌 것은 배제하게 되었다. 지식의 젠더화는 무엇이 지식이라고 간주되는지와 누가 그것을 알 수 있는 주체인지를 구조화했다(박경환 외 역, 2015).

남성 중심적인 학문 세계에 도전하는 페미니즘의 인식론적 관점은 크게 입장 론과 경험론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여성주의 입장론은 연구자가 자신의 주관 을 연구에 개입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기존 학문의 객관성 개념이 기초하고 있는 가정에 회의적이다.

‘객관성’, ‘이성’, ‘합리성’으로 정의되는 기존의 남성중심적 지식들은 사실 연 구자의 주관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연구자의 사회적 위치와 분리된 지식을 뜻 한다. 하지만 페미니즘에서는 모든 연구는 사회적으로 주어진 특정한 위치의 영 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모든 지식은 부분적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9). 페미니스트 입장론에서는 이렇게 입장의 상대성을 인정할 때, 기

9) 샌드라 하딩(Sandra Harding 1986)은 ‘외부 어디에선가로부터 보는 입장’, 곧 과학자의 주관성에 의해 오

존의 전통적이거나 남성 중심적인 입장보다는 주변화된 집단 또는 억압 받는 집 단의 입장에 있던 여성들이 사회와 세계를 더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인식론 적 특권을 갖는다고 주장한다(한국여성연구소, 2005).

한편, 여성주의 경험론의 입장에서는 기존 학문이 남성의 경험을 인간 전체의 경험을 대표하는 것인 양 여김으로써 사실상 여성의 경험을 배제한 남성 중심적 인 것이었다고 비판한다. 즉 여성의 일상적인 경험을 학문적으로 무가치한 것으 로 보거나 배제함으로써 사회적 지식이 여성에 대한 편견과 왜곡을 낳게 되었다 는 것이다. 이에 기존 과학의 남성 중심적 편견을 극복하려면 여성의 경험을 포 함하는 쪽으로 확대되어야 하며, 이것이 참다운 객관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라고 보는 것이다(한국여성연구소, 2005).

페미니스트 지리학(feminist geography)은 크게 지리학의 남성중심성 비판과 공간의 젠더화에 대한 이론적·경험적 연구 흐름을 만들고 있다. 우선 지리학의 남성중심성 비판은 지리학에서 여성 지리학자의 부족, 그리고 남성의 시각과 경 험을 보편화한 지리학 지식, 따라서 지리지식의 생산자이자 대상으로서의 여성 배제를 다룸으로써 지리학계와 지리학 지식의 남성중심성을 문제 제기하고 한편 으로는 여성을 복원하고 가시화하고자 했다. 학문 대상으로서 공간과 젠더의 관 계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공간이 젠더화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젠더 관계가 공간 을 통해 구축되고 강화되어 왔는지를 중심으로 지리학의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로 진행되었다. 몸이라는 미시적인 스케일의 공간에서부터 가정, 커뮤니티, 근린지구, 도시, 지역, 국가 그리고 전 지구적인 거시 스케일의 공간까지 어떻 게 다양한 스케일의 공간들이 젠더화되고 또 젠더 관계가 이러한 공간(들)을 통

염되지 않은 입장을 통해 습득된 지식이 객관성을 담보한다는 전통적인 사고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입장이론(standpoint theory)’을 내세웠다. 그녀는 모든 지식은 그 지식을 생산하는 사람의

염되지 않은 입장을 통해 습득된 지식이 객관성을 담보한다는 전통적인 사고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입장이론(standpoint theory)’을 내세웠다. 그녀는 모든 지식은 그 지식을 생산하는 사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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