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1. 다문화주의의 재 고찰

가. 다문화주의: 반다문화주의를 넘어서

⧠ 다문화주의에 대한 논의는 주요 이민국가들의 동화주의에 대한 반성 에서 시작됐다. 다문화주의는 동화주의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

10

기 위한 노력이다. 다문화주의에 대한 논의는 주로 자유주의 전통을 이어받아 분배적 정의를 강조하는 윌 킴리카와 실존철학에 기초해 인정의 정치학을 중시하는 찰스 테일러로 대표되고, 양측의 입장은 오늘날까지도 서구 다문화주의 이론적 논의의 중심에 있다.

⧠ 하지만, 이러한 다문화주의는 2000년대 들면서 미국의 9.11테러와 2009년 세계 경제위기 등을 거치며 반다문화주의적 현상이 나타나 면서 다문화사회의 실현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반 다문화주의 분위기는 일자리감소와 복지축소라는 현실적이고 구체적 인 문제와 맞물려 어려운 문제가 되고 있다. 앞으로 세계는 인적 물 적 교류가 강화될 수밖에 없는 만큼 다문화주의와 반다문화주의의 대립이 아니라 이러한 현상을 하나의 통합된 시각으로 보는 접근이 절실하다.

나. 다문화현상의 배태성

⧠ 인류역사상 단일민족은 존재하기가 어렵다. 전쟁·정복·이주·교류·이산 이 반복된 역사 속에서 어느 민족도 순수혈통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 다. 백의민족 혹은 배달민족으로 일컬어진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 다. 모든 민족이 다문화성을 갖고 있어 이를 다문화의 배태성으로 표현할 수 있다.

다. 다문화주의: 에스니시티(ethnicity)

⧠ 다문화주의의 관심은 무엇보다 주류사회가 중심이 돼 어떻게 이민자 나 이주자와 관계를 어떻게 맺는가이다. 여기에서 베리의 이주민이 나 이민자의 정체성 지향·태도적 차원, 테일러와 킴리카의 인정-재분 배의 관점, 공간을 기초로 한 상호문화적 관점을 수용해 다문화주의

11

를 접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바로 이러한 관점을 포괄하는 것이

‘ethnicity theory’이다.

⧠‘ethnicity theory’은 주류사회의 사회구조와 관계방식에 이민자와 이주민의 정체성과 지향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것이다. 에스니시티 (ethnicity)이론은 소수자(minority)가 어떻게 자신을 위치 지으며, 어떤 정체성과 지향성을 갖고 주류사회와의 관계를 정립해 가는가를 역동적으로 파악하는 관점이다.

⧠ 에스니시티는 다른 집단과 객관적으로 구분되는 공통의 요소를 갖고 있으면서 주관적으로 동일시된 집단을 의미하며, 특히 지배집단이나 주류사회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종속화되고 단편화된 사회적 관계 에 주목한다.

⧠ 에스니시티의 이론적 관점이 갖는 장점은 인종이 가지는 차별주의의 정치적 색채를 극복하고 정치적·도덕적 가치를 공유하는 구성원으로 서 이뤄지는 시민적 민족형성의 가능성을 열어주며, 인종·종족·민족 을 포괄하는 정치적 정체성 형성을 위한 기초개념도 제공한다.

⧠ 이러한 인식은 결혼을 계기로 이주한 뒤 문화적 적응을 거쳐 지역사 회에 뿌리내리는 국내의 결혼이주여성을 연구하는데도 유용성을 갖 는다. 특히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차원에서 유입된 결혼이주여성은 농촌이라는 공간에서 주류사회와 관계를 가지며 어떤 문화적 정체성 과 개인적 지향성을 갖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정착형태가 결정된다.

⧠ 에스니시티의 이론적 관점에 근거해 다문화사회를 보다 일관되게 설 명하는 방안으로 유형화가 있다. 에스니시티에 기초한 유형화는 정 치나 법, 제도 등의 요소를 포괄하는 사회구조적 측면과 지역사회·공 동체에서의 개인적 정체성과 지향성을 포함하는 사회관계적 측면을 교차해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즉, ‘평등-동화형’, ‘평등-이화 형’, ‘계층-동화형’, ‘계층-이화형’이다. 이를 통해 에스닉 그룹으로서 결혼이주여성의 정착과정을 한층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다.

12

2. 농촌 다문화가족과 지속가능성 가. 성공적인 적응에서 성공적인 정착으로

⧠1980년대 말부터 시작돼 1990년대 초 본격화된 다문화사회에 대한 그간의 논의와 대책은 이질적인 타자를 어떻게 하면 보다 빨리 생소 한 국내의 문화적 조건에 적응시킬 것인가, 즉 최소한의 시간을 투 입해서 결혼이주여성들이 국내의 일반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담당토록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다문화사회를 염두에 둔 각종 정책도 어떻게 하면 결혼이주여성들이 우리나라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느냐에 초점을 둔다. 실질적인 다문화사회를 겨냥한 노력이라기보다 동화주의의 연장선상이다. 이 관점은 결혼이주여성들의 정체성과 지향성, 즉 에스닉 집단으로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우리 문화의 일방적인 전파과정에 불과하다.

⧠ 그러나 이들이 실제 발을 딛고 살고 있는 공간, 그 공간이 도시이든 농촌이든 지역적 공간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살아가느냐에 대한 관심이 더 요구되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적 공간에 대한 관심은 문 화적 적응에서 더 나아가 뿌리내리는 과정, 즉 정착에 대한 이해와 접근을 요망한다.

⧠ 본 연구에서는 ‘적응’과 ‘정착’을 구분할 뿐 아니라 적응을 ‘시간적 속성’으로 놓고, 정착을 ‘시간+공간적 속성’으로 파악함으로써 다문 화현상으로서 정착을 적응보다 한 단계 진척된 개념으로 보고 설명 을 시도코자 한다. 먼저, 사전적인 의미에서의 ‘적응(適應)’은 두 차 원으로 구분된다. 즉 ‘개체가 환경에 대해 적합한 행동이나 태도를 취하는 적응(adjustment)’과 ‘개체가 환경적 조건에 점차 익숙해져 가는 적응(adaptation)’이다.

⧠ 그러나 문화적 적응을 넘어 결혼이주여성들과 다문화가족들이 지역

13

이라는 특정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뿌리를 내리는 것을 주목할 필요 가 있다. 이는 적응과정에서 더 나아가 정착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결 혼이주여성들이 적극적이며 주체적인 노력에 주목하는 것이다. ‘정착 (定着, settlement)’은 ‘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아 붙박이로 있거나 머 물러 삶’으로 정의된다.

⧠ 결혼이주여성들의 삶의 공간으로서 지역사회는 적응과정에서 사회적 연결망을 통해 자조집단의 형성과 지지망의 확대를 체험하는 곳이며, 또한 문화적 차이와 편견으로 인한 갈등의 장이기도 하다. 지역사회 는 가까이에서는 개인과 가족, 이웃과 공동체, 조직과 단체는 물론 본국 가족과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모색되는 곳이기도 하다.

나. 다문화가족과 저출산·고령화

⧠2010년 발표된 전국 다문화가족실태조사 연구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출산에 대한 자세를 통계적으로 보여준다. 이 통계에 따르면 현재 결혼이주여성들의 출산율은 평균 0.9명으로, 농촌에 해당하는 읍면지 역은 1.1명이고 도시로 분류되는 동지역에서는 0.8명 수준으로 나타 났다. 전체자녀수는 현존 자녀수와 추가희망자녀수를 더한 기대자녀 수를 통해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다. 현 배우자와의 전체 기대자녀수 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면 읍면지역의 경우 1.7명이고 동 지역은 1.3 명이다.

⧠ 이는 본국에서 비슷한 나이의 여성들이 출산하는 것과 비교하면 현 격히 낮다. 당초 저 발전국에서 유입된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출산율 이 본국의 비슷한 연령대의 정도는 아니지만 현 수준보다는 훨씬 높 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예상과는 다른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14

다. 다문화가족과 사회자본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논의는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실 최근에는 경제에 초점을 맞춘 ‘지속가능한 발전’ 보다 종합적이고 합목적적인 미래구현 방안으로 ‘지속가능한 사회(sustainable society)’에 대한 관심이 높다. 결국 다문화사회도 저출산·고령화 등 으로 각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심각하게 도전받기 때문에 도래한 것 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속가능성과 다문화사회’는 그 자체로 관련성 이 높다.

⧠ 지속가능한 다문화사회는 결혼이주여성들을 사회자본(social capital) 에 기초해 방안을 모색할 때 보다 현실성 있는 대안을 찾을 수 있 다. 즉 사회자본의 관점에서 다문화주의를 접근할 경우 구조·체계를 논하면서 배제됐던 개인을 부각시킬 수 있고, 제로섬-게임(zero sum-game)으로 인식되는 에스닉 그룹으로서의 결혼이주여성 혹은 다문화가족과 주류사회가 보다 적극적인 관계와 협력, 참여로 실질 적인 다문화사회를 구축하도록 관점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 실제로 농촌의 결혼이주여성들은 상당수가 시부모를 부양하면서 효 라는 전통적 가치를 존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가족은 어느 사회에서 나 기본적인 단위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공동체 구성의 단위로 서의 가족을 지탱한다는 것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출발점이다.

⧠ 결혼이주여성은 마을단위에서도 지도자로서, 혹은 마을의 일꾼으로서 역할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한 결혼이주여성은 지역차원에서 새로운 형태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주여성을 중심으로 한 소모임은 농촌의 자발적 결사체의 새로운 축이 될 수 있다.

⧠ 사회자본 관점에서 다문화사회를 접근하는 것은 기존의 저출산·고령 화 문제해결에 국한된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가족에 대한 시각을 가

⧠ 사회자본 관점에서 다문화사회를 접근하는 것은 기존의 저출산·고령 화 문제해결에 국한된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가족에 대한 시각을 가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