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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정․시행중인 공동행위 심사기준은 미국과 유럽의 가이드라 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심사기준은 공동행위의 성격상 경쟁을 직접 제한하는 경성카르텔(가격이나 산출량 제한 및 시장분할 등)에 대해서는 공동행위 사실만 확인되면 추가적인 심사 없이 위법성을 인정하며 공동연구개발․공동구매 등 연성카르텔에 대해서는 경쟁제한효과 및 경쟁촉진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위 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

(1) 주요 내용

1) 합의의 의의 및 합의추정

부당한 공동행위의 핵심적인 요소인 합의는 계약, 협정 등과 같은 명시적인 합의 뿐만 아니라, 학설․판례․심결 등에 의해 인정되어 온 묵시적 합의까지 포함됨을 심 사기준에서 명시하고 있다. 또한 사업자간에 가격이나 생산량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 거나 정기적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모임을 갖는 경우 등을 정황증거로 예시하여, 합의 추정을 더욱 보강할 수 있도록 하였다.

2) 공동행위의 위법성 판단

먼저, 공동행위의 성격을 분석하여 ① 경쟁제한성이 없는 경우, ② 경쟁제한성이 있는 경우, ③ 경쟁제한성이 있을 수 있는 경우로 구분하여 위법성 여부를 판단한다.

이 경우 EU 가이드라인과 마찬가지로, 비경쟁사업자간의 공동행위 등은 원칙적으로 경쟁제한성이 없는 것으로 보며, 가격, 생산량 및 시장․고객 분할 등에 관한 공동행 위는 원칙적으로 경쟁제한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를 금지한다. 그리고 기타 공동연 구개발 등에 대해서는 당사자의 시장지배력, 시장구조 등에 관한 추가적인 분석을 통 해 경쟁제한성 등을 판단한다.

그리고 경쟁제한효과를 검토한다.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 존재 여부를 쉽게 판단 할 수 없는 위 ③에 해당되는 경우 공동행위 참여사업자의 시장점유율, 시장집중도, 해외경쟁의 도입수준, 신규진입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시장지배력을 심사

한다. 또한 공동행위의 존속기간, 자산에 대한 공동사용․통제 수준 등을 고려하여 공동행위 참여사업자간의 결속력의 정도도 심사한다. 그러나 연성카르텔의 경우, 공 동행위 참여사업자들의 시장점유율의 합이 20% 이하이면 경쟁제한효과가 없는 것으 로 판단하여 더 이상의 위법성 검토를 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공동행위를 통한 규모의 경제, 지식․경험의 공동 활용에 의한 혁신의 가속화 정도, 중복비용 감소 등의 경쟁촉진효과를 분석한다. 만일 당해 공동행위가 경쟁제한효과와 경쟁촉진효과를 동시에 발생시키는 경우에는 양 효과의 비교형량을 통해 위법성을 판단한다.

(2) 공동행위 심사기준의 특징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한 공동행위 심사기준은 시기적으로 최근에 제정되었으며 외국의 가인드라인과 비교하면 단순․명확하다는 장점이 있다.26) 이밖에도 공동행위 심사기준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몇 가지 특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공동행위 심사기준은 주로 미국의 가이드라인을 공정거래법의 체계에 맞도 록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령 합의 성격을 분석함에 있어서 합의를 유형화하지 않 고 있거나, 안전지대에 있어서 그 상한선을 일률적으로 정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경 우와 유사하다. 또한 EU의 경우 EU조약 제81조 제3항에 규정된 일괄예외 조항에 따 라 경쟁사업자간의 협력행위에 대해서도 적용제외를 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우리의 경우에는 이러한 조항이 없기 때문에 안전지대 이외의 별도의 적용제외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둘째, 다른 가이드라인과는 달리, 현행 공동행위 심사기준은 협력행위에 있어서 합 의의 추정과 관련하여 많은 설명을 하고 있으며, 합의가 추정되는 정황증거에 대해 예시를 포함하여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공정거래법 제19조 제5 항에서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추정을 하고 있는데, 그 의미가 구체적으로 무엇인 지에 대해 해석론․입법론적으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공동행위 심사기준에

26) 일본의 경우 사업자간의 공동연구개발과 관련하여 1993년「공동연구개발에 관한 독점금지법상의 지침」을 제정한 바 있다. 공동연구개발의 원활한 실시를 위해 합리적으로 필요한 범위 내의 비밀 유지, 기술유통에 관한 제한이나 연구개발에 수반하는 비용․작업분담 등은 위법성이 적은 반면, 공동연구개발의 성과인 기술을 이용한 추가적인 연구개발 활동을 제한하거나 성과의 개발발명을 일부 참가사업자에게만 허용하는 것은 위법성의 우려가 높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서 합의의 추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도 합의가 추정되는 요건을 명확 히 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이른바 안전지대를 위한 상한선이 우리 경제의 현실과 부합하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현행 공동행위 심사기준에는 공동행위에 참여한 사업자(공동행위를 수행하기 위한 회사가 설립되는 경우 이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포함)들의 시장점유율 의 합계가 20% 이하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연성 공동행위가 경쟁 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에 당해 공동행위는 경쟁제한 효과를 발생시키지 않 는 것으로 판단한다. 즉, 연성 공동행위(공동생산, 공동연구․개발, 공동마케팅, 공동 구매 등)는 참여사업자들의 시장점유율의 합계가 20%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다음 단 계의 심사절차를 거쳐 경쟁제한 효과를 판단하게 된다. 이러한 안전지대제도를 통하 여 경쟁당국은 업무의 부담을 덜 수 있고, 사업자들은 자신들의 협력행위가 적법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예측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행 심사기준상 안전지대의 한계인 시장점유율 20%는 미국가이드라인상의 그것과 동일하다. 이는 카 르텔규범의 국제화라는 측면에서 이해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장규모가 다른 상황에 서 이를 그대로 도입하는 것이 국내의 현실과 부합하는지,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주 요 산업 분야는 과점에 가까운 시장이거나 사업자의 수가 많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 문에, 2~3 사업자가 협력행위를 하는 경우 이들의 시장점유율의 합은 20%를 쉽게 초과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동행위 심사기준에 안전지대제도를 두는 의미가 감소 될 것이므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 한도를 어느 정도 현실화하는 것 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