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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는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물론 복지국가의 기원으로 흔히 지 목되는 빈민법(Poor Law)은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전환기적 산물이 며, 사회보험은 19세기 말 비스마르크 시대의 창작품이지만, 복지국가의 황금기를 여는 직접적 계기는 대공황의 경험과, 양차대전 이후 보수와 진 보의 이념적 컨센서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즉, 자유방임경제와 전쟁(warfare)의 파국적 결과에 대한 반성이

‘케인즈-베버리지 복지자본주의’의 서막을 여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후 복지국가는 황금기와 은혼기(Silver Age)를 거쳐 지속적으로 변모되고 수정되어 왔으며, 1990년대 이후에는 침식되어 왔다고 표현되기도 하지 만, 그것은 여전히 시장경제와 함께 선진 자본주의 국가를 지탱해주는 양 대 버팀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서구 선진국에 비하면 매우 뒤늦은 시기에 비로 소 ‘복지국가’의 승선국(乘船國)으로 이름을 올렸다. 여전히 복지지출 수 준에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국가군에 속하지만, 그 추격의 속도만은 최상위 수준이다. 그러나 몇 가지 점에서 한국 복지국가의 미래는 불명확 하고 불투명하다.

첫째, 한국의 복지제도는 어느 정도 합의된 복지국가의 가치와 원칙을 공유하지 못한 채, 매우 급격하게 확대된 결과 혼종적(hybrid) 성격과 제 도 간 연계의 부족이라는 만성적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1960년대에 도

서 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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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되기 시작했지만 1980년대 후반에야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사 회보험 제도들(도입 순서대로 산재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외환위기 이후 시혜적 공공부조를 탈피해 권리성이 강화되면서 본격적으 로 발전해온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그리고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사회투 자국가론이 대두되면서 도입되기 시작한 각종 사회서비스(무상보육, 장 기요양보험제도 등)와 수당적 성격의 현금급여들(기초노령연금, 장애인 연금, 양육수당 등)이 불과 20~30년 내외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도입되었 다. 따라서 각 제도의 성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어떠한 방향으로 성숙해 갈 것인가와 관련하여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 결과 “한국 복 지국가는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가”에 대해 누구도 섣부른 판단과 예단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둘째, 한국 복지국가는 “썰물에 배 띄우는 격”, 즉 선진 복지자본주의 국가들이 장기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을 거쳐, 경제 세계화, 정보산업화, 고 령화사회에 직면하여 복지국가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시작한 시기에 비로소 닻을 올린 격이다. 복지국가를 — 비록 국가의 역사적 경로 와 사회․경제․문화적 배경에 따라 상이하기는 하지만 — “시민권과 연대의 가치에 기반을 두고 국가가 시민들에게 사회권적 기본권으로서 안정 (security)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때, 이러한 정의와 가치는 세계 화된 경제 속에서 더 이상 이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공유되기 어려운 측면 이 존재한다. 즉, 주지한 바와 같이 황금기 복지국가에서는 이러한 가치 에 대한 좌우의 컨센서스가 비교적 용이했던 반면, 현재와 같은 국경 없 는 무한경쟁의 상황에서는 컨센서스를 이끌어내기 더욱 어려운 상황이 다. 한국 복지국가의 뒤늦은 출발은 단지 ‘따라잡을 기간’의 문제 이전에, 그러할 필요성과 가치에 대한 기본적 공감대 결여의 문제를 제기한다.

셋째, 한국 복지국가는 매우 ‘수요 추동적’이면서 동시에 ‘악순환적 고

리’에 걸려 있다. 대부분의 선진 복지국가에서 복지국가의 가장 큰 내담 자(client)는 노인이다. 노인은 노동시장으로부터 퇴거한 이후의 소득보 장과 신체적 기능 저하에 따른 의료보장의 상당 부분을 복지국가에 의존 한다. 대부분의 선진 복지국가들은 이러한 노인인구의 소득보장과 의료 보장 체계를 구축하는 데 길게는 100년 이상, 짧게도 50여 년 이상을 골 몰해 왔다. 하지만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OECD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고령화라는 상황하에서 불과 20-30년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 제를 안고 있다. 더욱이 초저출산으로 인해 경제활동인구는 갈수록 줄어 들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즉, 저출산․고령화는 복지지출의 급증이라 는 수요 요인과 성장잠재력 감소로 인한 재정 여력의 한계라는 공급 요인 을 동시에 안고 있는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편에서는 현재의 제도 와 급여 수준으로서도 급격한 복지지출의 증가를 가져올 것이므로 복지 지출의 추가적인 증가를 유발하는 제도 개혁 혹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자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국가의 ‘재정적 지속 가 능성’론이라 칭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 일시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탈 상품화된 인구집단에 대한 최소한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현재의 복 지제도를 개혁하지 않는 한, 현재 노동력은 물론이고 미래 노동력의 확보 도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미래에 대한 불안정 성이 높아질수록 저출산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고, 그 결과가 성장잠재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지속 가능성’론으로 표현될 수 있다. 결국 이 두 가 지 지속 가능성론의 어느 지점에서 타협이 이루어지느냐가 미래 한국 복 지국가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복지국가가 어떤 복지국가를 지향해야 하는가 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필자의 능력 밖이다. 다만 본 연구에

서는 복지국가의 비교연구를 통해 두 가지 연구 목적에 접근하고자 한다.

첫째는 우리보다 먼저 출발한 복지국가들의 경로의존성이 어떠한 사회․경 제적 결과를 초래했으며, 그러한 결과를 우리가 얼마나 벤치마킹할 수 있 는가를 점검하는 것이다. 둘째는 현 수준에서 우리나라 복지국가는 어떠 한 복지레짐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 즉 2차원 혹은 3차원 설계도면상 어디쯤 위치해 있는가를 파악함으로써 그러한 좌표상의 위치가 가지는 함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