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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 이승편』의 서사무가 활용 양상

융의 주장처럼, 신화, 전설, 민담에 아키타입이 존재한다면 민중의 의식과 가 치관이 반영된 서사무가에서 우리는 그 가치관과 의식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 다. 그것은 다시 작가가 서사무가를 활용한 작품을 창작한 의도와 연결되므로, 작가가 <이승편>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삶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게 될 것 이다.

그러므로 Ⅳ장에서는 작가가 서사무가 요소들을 이야기의 창작 과정에 어떻 게 활용하였는지, 그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작품 이해의 폭을 넓힘과 동시에 작 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삶의 가치를 파악하고자 한다.

그레마스는 이항대립구조를 통해 작품 속 이야기 주체와 대립자간의 갈등 관 계를 대립, 모순, 내포의 관계로 드러내어 욕망과 갈등을 분석하였다. 본 논의 에서는 그레마스가 제시한 이항대립구조를 활용하여 <이승편>의 작중 인물들 의 욕망과 갈등 분석을 통한 서사무가의 활용 양상과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승편>에 제시된 현실에서 부모가 부재한 상황에 있는 동현이의 경우 가 정은 해체되었지만, 동현이와 할아버지가 지내는 가옥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 을 볼 수 있다. 가옥의 유지는 가택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그들의 등장에 대한 설명을 뒷받침 한다. 서사무가에서 성주신은 부인의 적극적인 행동에 의해 일 을 결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조왕신과 측신은 갈등을 형성하지만, <이승편>에 서는 동현이에게 아버지, 어머니의 역할을 하며 그들의 도움으로 동현이가 살 아가게 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상 세계 대립 현실 세계

내 포 모 순

내 포

현실 극복 대립 부정적 현실

<이승편>을 전체적으로 분석했을 때, 작가가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바는 부정적이고 모순된 현실의 상황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 상황에서 벗어난 이상 세계 도달에 있다. 아래 <그림9>에서처럼 <이승편>은 부정적인 현실의 상황을 드러내면 서 현실 세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 안에는 부조리한 현실에 부딪혀 절망 속 에서 살아가는 약자들이 존재하고, 신들은 부정적 현실을 극복하게 함으로써 독자 들이 바라는 이상 세계를 추측하게 한다.

<그림 9> <이승편>의 이항대립구조

예를 들어, 동현이는 부모가 부재한 상황에서 할아버지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 고 있는 인물이다. 동현이는 성주신, 조왕신, 측신의 등장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핵심 인물이다. 왜냐하면 동현이가 처한 부모의 부재상황은 세 가택신의 등장에 합 당한 이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즉 <이승편>에서 동현이는 부모가 없는(현실세 계), 할아버지의 보살핌을 받는 아이로 그려진다. 더욱이 할아버지에게 다가온 죽 음의 위기, 학교에 입학하고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자신이 다름을 인식하는 과정 (부정적 현실)은 어린 동현이가 처한 상황을 더 가혹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가택신 의 등장으로 실제로는 부재한 부모의 자리가 간접적으로나마 채워지게(현실극복) 된다. 즉 동현이는 부모의 부재라는 상황에 있지만, 가택신의 등장으로 부모의 빈 자리가 채워지고, 이는 동현이를 중심으로 한 가정의 성립(이상 세계)이 이루어지 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김천규 할아버지를 통해서도 유사하게 성립된다. 김천규 할아버지 역시 자식과 부인을 잃고, 홀로 손자를 키우며(현실세계) 살아가고 있다.

재개발 문제로 구청 직원, 용역업체 직원들과 갈등을 형성하고, 죽음의 위기(부정 적 현실)를 맞게 된다. 그러나 가택신의 등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그들의 도움으 로 갈등을 형성하는 세력과 맞서게(현실극복) 된다. 결국엔 집이 무너지고, 할아버

지는 죽게 되고, 모든 게 흩어져버리지만, 가택신의 등장으로 잠시나마 내 집을 지 킬 수 있다는 희망(이상세계)을 품음으로써 철거민이 가지고 있는 이상세계의 모습 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물뿐만 아니라 재개발 문제를 적용해서도 설명이 가능하다. 작품에서 배경이 되는 곳은 재개발 예정 지역(현실 세계)이다. 그러나 철거민들은 그 집을 떠날 수 없는 상황에 있고, 그들을 공격하는 대상으로 용역업체(부정적 현실)가 등장한다.

그러나 철거민들과 같은 위기 상황에 처한 가택신이 등장(현실 극복)하여 용역업체 로부터 고통 받는 철거민들을 돕는다. 결국 <이승편>은 용역업체와 철거민들의 극 에 달한 대립을 보여주고 철거민들의 희생을 암시하며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독 자들은 작품을 통해 더 이상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이 설 곳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 용산 참사와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기(이상 세계)를 바라게 되고, 그것 이 곧 이상 세계가 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작품의 서사 전개 양상은 부정적인 현실에 있지만, 작가는 그러한 현실을 벗어난 이상 세계의 모습을 독자들이 그려낼 수 있도록 하였고, 결국 그것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되는 것이다.

<이승편>은 그동안 사람들이 큰 관심을 두지 않던 소재를 바탕으로 현대적 요소들과의 조화를 이루어 독자들이 서사무가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창작된 작품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첫째로 사회적인 문제를 중심 소재로 삼고 사건 전개의 핵으로 활용하고 있다. 둘째로 급속한 변화와 개인주 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자립하고자 노력하는 소시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며,

‘신’이라는 존재를 익숙한 캐릭터로 나타내어 거리감을 좁혔다. 셋째로 ‘집’이 라는 친숙한 공간을 중심 배경으로 하여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고 있다. 첫 번째는 사회문제의 활용으로, 두 번째는 캐릭터의 입체화, 세 번째는 서사무가 의 갈등해결과 화해로 정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사회문제의 활용

<이승편>은 가택신에 초점을 맞추고 재개발이라는 상황을 엮어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비롯한 전통주택의 붕괴로 인해 벌어지는 비 윤리적・비인간적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창작하였다. 여기에 저승차사들까 지 등장시켜 삶의 공간을 뛰어 넘은, 죽음의 공간까지 제시하면서 죽음의 문제 도 함께 드러냈다.

약자에 대한 무관심이나 소외, 철거민 무력진압을 비롯하여 독거노인들의 고 독사 문제,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고자 용역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 대학생의 모습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들을 다양하게 제시하였다.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문제들은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발생하고, 뉴스와 신문을 통해 접하게 되 는 사건들이다. 이러한 사건들은 <이승편>이 서사무가 요소를 활용하여 창작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거부감 없이 작품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받아 들일 수 있게 한다. 자칫 서사무가가 갖고 있는 무속성으로 인해 독자들이 거 부감을 느낄 수도 있었으나, 오늘날의 사회문제와 엮어가면서 최대한 자연스럽 게 서사무가 요소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승편>에서 제시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은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고, 계속해서 되풀이 되고 있는 실제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작가가 독자들에 게 던지는 물음은 많은 것을 깨닫고 생각하게 한다. 결국 작가는 오늘날 사회 문제와 서사무가의 결합을 통해 현실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우리 사회의 이상적인 모습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할뿐만 아니라, 서사무가에 대한 흥미와 그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2) 캐릭터의 입체화

<이승편>의 주인공은 철거민들이지만, 가택신과 저승차사들이 철거민들의 생 사와 관련된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는 점에서, 철거민들 못지않게 큰 역 할을 차지하는 인물로 볼 수 있다. 신의 등장과 함께 입체적으로 드러나는 캐

릭터 양상은 작품을 더 흥미롭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신들의 복장과 성격 의 변화로 설명할 수 있다.

<이승편>에는 가택신과 저승차사들이 신으로 등장하고, 그 외의 인물들은 우 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소시민들이다. 저승차사는 그들이 중심이 되었 던 <저승편>에서와 마찬가지로 검은 양복을 입고 현대적으로 변모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상상이나 드라마,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저승차 사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검은 옷에 무서운 눈과 그에 대비되는 창백한 얼굴로 대표된다. 말 그대로 저승차사는 그 모습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는 존재다. 그러나 <이승편>에 등장하는 저승차사들은 우리의 상상, 드라마, 영화 속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들의 용모는 인간들과 크게 다를 바 없고, 그들의 복장은 하얀 셔츠에 검은색 넥타이와 양복을 갖춰 입은 모습이 다. 이러한 저승차사들의 모습은 작품을 접하는 독자들에게 나름의 반전을 제 공함과 동시에 저승차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전환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 한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무섭고, 거부감을 주는 용모가 아닌 평범한 인간의 얼굴

그 첫 번째 이유는 무섭고, 거부감을 주는 용모가 아닌 평범한 인간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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