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논 의
2. 시사점
분석 결과, 연구참여자들은 인신매매라는 인권침해의 사건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경험을 탈북의 기회로 인식하고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면서 새 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절에서는 이와 같은 분석 결과를 바 탕으로 하여, 이들의 안정적인 한국 사회 정착과 주체적인 여성으로서의 성장 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몇 가지 정책적 시사점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인신매매를 겪은 북한이탈여성에 대한 맞춤형 심리 상담이나 심리 치 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북한이탈여성이 인신매매를 탈북을 위한 합리적인 수 단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인신매매는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 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였다. 북한이탈여성의 정착과 성장을 위해서는 성적 인 착취와 학대의 경험을 통해 이들이 갖게 된 왜곡된 성의식과 인권 의식을 방치하지 않고, 적절한 심리 상담과 치료를 제공하여 수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 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북한이탈여성의 심리적 안정을 고려한 지원 정책은 매우 한정적이다.
통일부가 2018년 발표한 ‘제2차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기본계획(2018- 2020)’의 주요 추진과제를 살펴보면(<표 4>), 북한이탈주민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정책을 두 가지 확인할 수 있다. ‘탈북청소년 교육 및 건강한 가정 형성 지원’ 영역이 과제인 정서 안정을 위한 가족 단위 프로그램 확대와 ‘취약 탈북 민 보호체계 확충 및 생활안정 지원’ 영역의 과제인 생활보호 및 심리정서 안 정 지원이 바로 그것이다.
<표 4> 제2차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기본계획(2018-2020)의 비전・목표・추진과제
고 있는 북한이탈여성이 경험하는 폭력과 차별의 문제를 해소하고, 이들의 복
특수한 경험을 고려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양성평등 교육을 정책적으로 제공 해야 할 것이다.
셋째, 북한이탈여성의 정착에 초점을 둔 가족 지원 프로그램을 정책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표 4>와 <표 5>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현재의 가족 지 원 프로그램은 자녀의 교육과 돌봄 서비스 등 자녀에 대한 지원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북한이탈여성은 자녀의 어머니, 남편의 아내 등 누군가 와의 관계로만 정의되는 존재가 아니라, 한 명의 독립된 여성이기도 하다. 특 히 인신매매를 경험한 북한이탈여성은 중국인 남성과 결혼하고 자녀를 출산하 기 위한 대상, 즉 중국에서 가정을 이루기 위한 필요한 재화로 다뤄진 경험으 로 인해 가족 안에서의 자신의 가치를 ‘자녀의 출산과 양육’으로 판단할 수 있 다. 이러한 측면에서 아내로서의 북한이탈여성, 어머니로서의 북한이탈여성에 초점을 둔 지원 프로그램을 보다 확장하여,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이들이 겪은 경험을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이해하고 이들을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북한이 탈여성’의 안정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 가족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넷째, 북한이탈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뿐 아니라, 북한이탈여성에 대한 편견없이 함께 공존하기 위한 사회 운동이나 시민 교육을 정책적으로 실행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결혼 시장에서 북한이탈여성은 ‘순종적인 여성’, ‘강한 행 위주체성’, ‘정부로부터 보증받은 신원’의 이미지로 재현되어 소비되는 등(김수 경, 2018), 한국에서 북한이탈여성의 이미지는 다소 왜곡되어 생산되는 경향 이 있다. 북한이탈여성을 결혼 시장에서 가치 있는 재화로 바라보는 모습은 우 리 사회에 만연한 북한이탈여성에 대한 왜곡된 성의식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북한이탈여성이 양성 평등에 대한 인식과 주체적인 인권 의식을 형성하기는 쉽지 않다. 사회 전반적으로도 북한이탈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어 내지 않도록, 즉 ‘순종적인 여성’이라는 북한이탈여성의 고 정된 이미지의 재생산을 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연구는 인신매매를 통해 북한을 이탈하여,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온 북한이탈여성의 경험의 본질을 이해함으로써, 북한이탈여성이 여성으로서 안정적으로 자립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 는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한계점을 갖는다. 첫째, 면담을 통한 북한 연구의 한계이다. 김석향・이은 주(2012)는 북한이탈주민이 면담 과정에서 사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할 가능성 이 있으며, 이로 인해 면담 자료의 신뢰성과 타당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 을 지적한 바 있다(김석향・이은주, 2012 : 257).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면담 과정에서 논리적으로 의문이 있는 부분을 다시 질문하고 답을 들으며 서술의 일관성을 확인하였으며, 8명의 북한이탈여성의 각기 다른 면담 자료에서 이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한 ‘인신매매를 통한 탈북’의 의미를 도출하 고자 하는 등 신뢰성과 타당성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추후 면담에 참여 한 북한이탈여성에 대해 추적 관찰을 실시하거나 다수의 북한이탈여성을 대상 으로 인신매매 경험에 대해 조사하여 분석하는 연구를 통해 연구의 한계를 보 완해 나가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둘째, 연구참여자의 다양성에 대한 한계이다. 이 연구의 참여자는 40대 여 성 7명, 20대 여성 1명이며, 이들이 인신매매를 경험한 시점은 1990년대 후 반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로 다양하다. 질적 연구 방법 중 현상학적 연구는 연구참여자들이 특정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Creswell, 2010 : 91). 연구참여자들은 각자 다양한 맥락에서 동일한 현상을 경험하며, 현상학적 연구는 맥락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포착할 수 있는 경험 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탐구하고자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연구에서는 연구 참여자 각자가 놓인 맥락의 차이에 대한 논의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개인이 처한 맥락이 경험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인신매 매 경험 당시 북한이탈여성의 연령, 가정의 경제적 배경, 혼인 및 자녀 유무 등의 맥락을 포함하여 인신매매의 원인과 과정 등을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연 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는 북한이탈여성 중 ‘인신매매’라는 특수한 경험을 가진 여성들을 참여자로 하여 연구참여자 자신의 관점으로 인식한 경험에 관해 탐 구하였다. 이 연구과 같이 해당 경험을 한 주체의 인식을 이해하고 경험의 본 질적 파악하는 것은 북한이탈여성을 위한 정책 개발의 시작점이 될 뿐이다.
앞으로 북한이탈여성의 자립과 정착을 지원하는 정책이 더 발전적으로 수립되 기 위해서는, 이들이 전문가와의 상담 과정을 통해 변화하는 과정을 탐구하거 나, 인신매매를 경험한 북한이탈여성과 경험하지 않은 여성들의 삶의 차이를 분석하는 등 관련 연구를 지속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다양한 후속 연구를 통해 인신매매를 통한 북한이탈여성의 한국의 적응 및 자립을 위한 시 사점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 투고일:2018년 7월 27일 ■ 심사일:2018년 8월 27일 ■ 수정일:2018년 8월 29일 ■ 게재확정일:2018년 9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