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Rural Proofing 제도와 우리나라의 성별 영향 평가 제도의 공통점 중 하나는 공공기관 실무자가 특정한 대상을 중점적으로 고려하면서 정책을 분석하게 한다는 것 이다. 그런 분석의 실무 도구로서 Rural Proofing 제도에서는 ‘체크리스트’가, 성별 영향 평가 제도에서는 ‘성별 영향 평가 지침’이 유사한 구조로 제작되어 활용되고 있다. 그런 데 조금 더 자세히 비교하면 두 실무 도구 사이에는 차이점이 드러난다. 이로부터 ‘농 어촌 영향 관리’ 활동의 실무 도구를 준비하는 데 고려해야 할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체크리스트를 비롯한 농어촌 영향 관리 활동을 ‘최대한 단순하게 설계할 것인 가’ 아니면 ‘최대한 종합적으로 설계할 것인가’라는 선택 범위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 가 발생한다. 체크리스트 사용자(정책 담당자)에게 간략한 실무적 도구만을 제공할 것 인지 아니면 많은 정보와 조언을 제공해야 할 것인지, 그 범위를 결정해야 한다. 영국 의 Rural Proofing 사례에서 고찰할 수 있었던 많은 체크리스트 또는 가이드 등의 문헌 들은 대체로 그 중간 수준의 절충안을 선택하였다. 성별 영향 평가 사례에서는 가능한 한 상세하고 고정된 실무 절차와 검토 사항을 명시하는 방식으로 지침과 매뉴얼을 마 련하였다. 정부 부처나 광역 지방자치단체 정책 담당자에게 최대한 자세한 농어촌 영 향 평가 ‘체크리스트’와 ‘절차’를 부여한다면 업무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된다는 부정 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한편, 아주 간략한 실무 도구를 제공하는 선에서 그친다 면 농어촌 영향 평가 제도의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정책 담당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확보하기 용이한 여건이라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정책이 농어촌에 끼칠 영향을 검토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양적·질적 근거 자료 가 필요하다. 그런 자료 없이 수행되는 농어촌 영향 평가는 피상적이고 쓸모없는 절차 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풍부한 자료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영국의 Rural Proofing 제도 도입 과정에서도 중요하게 지적된 내용이었다(Brian Wilson Associates and Rural Innovation, 2008). 여러 해 동안의 성별 영향 평가 시행 경험을 토 대로 개선 방안을 도출한 연구에서도 ‘성별 통계가 핵심 요건’임을 밝히고 있다(김양희 등, 2006). ‘삶의 질 향상 위원회’가 광범위한 통계 기반을 확충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며, ‘체크리스트’ 등 농어촌 영향 평가를 지원하는 실무 도구에서도 근거 자료, 특히 통계 자료를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돕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1. 조사 및 분석의 개요
Rural Proofing과 성별 영향 평가 제도에서 활용한 체크리스트(또는 점검 포인트) 를 검토한 결과, 정책이 농어촌에 미칠 영향을 검토할 정책 실무자에게 일정한 지침 과 검토 항목을 사전에 제시할 필요가 있음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Rural Proofing의 경우처럼 정책 실무자가 중점적으로 검토할 내용만을 제시하는 체 크리스트는 불충분하므로 성별 영향 평가 지침에 제시된 항목을 절충하여 검토해야 할 내용과 검토 방법을 더불어 안내하는 체크리스트가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렇게 해서 5개 분야 17개 항목으로 구성된 체크리스트 시안을 만들었다.
이 시안의 적절성을 평가하고 세부적인 내용을 보완하려 3개의 정책 사례를 선정 하여 체크리스트 시안이 안내하는 바에 따라 해당 정책이 농어촌의 특성을 얼마나 고려하고 있는지를 검토하였다. 검토한 3개 정책 사례는 다음과 같다.
• 지역아동센터 운영 지원 사업 - 보건복지부 • 다문화가족 언어 및 교육 지원 사업 - 여성가족부
• 초·중등학교 교원 수급 정책 - 교육과학기술부, 각 지방교육청
이 사례들을 검토 대상으로 선정한 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다. ‘삶의 질 향상 위원
회’에 참여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국토해양부,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고 용노동부, 지식경제부 등 6개 정부 부처의 2010년 업무 계획 등에 명시된 정책 사업 들과 언론 등을 통해 정책의 효과가 농어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문제 제기된 정책 등 41건을 1차 선별하였다5. 1차 선별의 원칙은 면밀하게 고려하 지 않으면 정책의 효과가 농어촌에서 불리하게 나타날 수 있는 농어촌 지역 특성의 세 측면, 즉 ‘서비스 인프라에의 접근성’, ‘지역경제 구조’, ‘지역사회 특성’ 등으로 미루어볼 때 유의미한 사례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렇게 선별한 41개 사례 후보에서 전문가 토론을 거쳐 8개의 정책 사례를 2차 선 별하였다. 이때의 선별 기준은 1차 선별 때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되, 도시와 농어 촌 지역을 가리지 않고 동일하게 추진되어야 하며 정책의 내용이 이미 농어촌의 특 수한 여건이나 사정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것은 배제한다는 원칙을 추가로 적용하였 다6. 이후, 연구진이 현실적인 조사 분석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앞에 열거한 3개의 정책 사례에 관해 시험적인 차원에서 농어촌 영향 평가 과정을 진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