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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년 간의 독일 공적 건강보험 개혁은 1883년 도입이후 지속되는 다보험자방식과 공적/민간 건강보험의 구분을 유지하면서도 국가가 주도하여 공적/민간 건강보험 보험자들 간 경쟁 강화, 외래진료에서 의료서비스의 공급과 사용 억제, 병원 입원진료에서 진료비 지불 제도의 합리화를 통한 병원 진료비 지출증가 억제, 가입자의 보험자 선택의 자유 확대, 공적 건강보험조합간 재정분산의 전국화,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 향상 등 통합주의적 요소가 점차 도입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2007년에 실시된 보건의료개혁의 경우 모든 시민들에 게 공적 또는 민간 의료보험에의 가입강제의 규정, 공적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보조금의 증액, 건강보험기금 도입 등을 실시함으로써 국가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였다. 독일 공적 건강보 험제도 개혁의 또 다른 특성은 개혁을 실시한 연방정부의 집권세력에 따라 개혁의 강조점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1982년부터 1998년까지 집권한 보수정당과 시장자유주의자정당의 연방정부는 환자의 본인부담금 증가를 통한 수요억제로 지출증가를 억제하고자 하였을 뿐만 아니라 가입자의 보험자 선택 자유를 통하여 경쟁적 다보험자체계를 도입하였다. 반면에 1998년부터 2005까지 집권한 사민당과 환경주의·시민운동가정당의 연방정부는 국가경쟁 력강화라는 큰 틀 속에서 보험료율 인상을 억제하면서도 공급자에 대한 개혁을 통해 지출증

가를 억제하고자 하였다. 2005년부터 집권한 두 개의 거대 국민정당인 보수정당과 사민당의

혁은 정치적으로 위험한 선택이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해결을 연기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다음으로 조세가 투입되고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건강보험기금에 대한 비판은 계속 되고 있다. 고소득계층의 경우 공적 건강보험제도에서 자신들의 소득 전체를 대상으로 사회연 대성을 확대하려는 계획에 반대하고 있으며, 민간 의료보험 가입자들은 본인과 자녀를 위하여 보험료를 별도로 납부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에게는 급여가 제공되지 않는 건강보험기금에 조세 에 의한 국가보조금을 납부하는 것은 의료보장에서 평등을 위배한다고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2007년 개혁은 공적 건강보험제도의 재정구조를 개혁한 것이 아니라 단지 재정적자 를 예방하기 위한 수입증가 조치일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Kumpmann, 2006). 또한 시장자유주의자 정당인 자민당(FDP)은 건강보험기금의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10).

이러한 내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공적 건강보험 개혁들이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다양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첫 번째 시사점은 무엇보다도 공적 건 강보험제도의 역할과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가 공적 건강보험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강화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폐지하기로 하였던 국가보조금의 확대와 국가에 의한 건강 보험기금의 관리는 다보험자체계에서 통합주의 요소가 명시적 제도화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독일의 이러한 국가의 역할과 책임 강화는 국민건강보험을 기초보장으로 한정하고, 개 인이 선택하는 민간 의료보험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고자 하는 건강보험 재정안정화 전략 의 재검토를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2008).

두 번째 시사점은 공적 건강보험제도와 관련한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재정적 부담을 나누어 갖도록 했다는 것이다. 특정 년도에 실시된 개혁에서는 환자, 그 다음 개혁에서는 외래진료를 담당하는 보험계약의사, 다른 개혁에서는 병원, 그 다음에는 건강보험조합, 또 다른 개혁에서는 국가의 부담, 그 외에도 가입자 등 모든 이해당사자들 중 어느 일방에게 부담이 편중되도록 하는 개혁은 없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시사점은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주도적 정당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독일 공적 건강 보험제도가 가지는 기능과 역할 및 기본 구조는 보전시키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혁신적, 또는 점진적인 개혁이 실시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사회보장제도와 달리 의료보장은 성·연령·소 득·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그 영향이 즉각적인 사회보장제도이기 때문에 제도개혁의 방향성 과 연속성의 유지와 함께 현행 제도에 대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10) 2009년 9월에 실시된 연방하원 선거결과 보수당인 기민당(CDU)·기사당(CSU)과 시장자유주의정당인 자민당 (FDP)이 연방정부를 구성하게 되었다. 연방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에서 자민당은 건강보험기금의 폐지를 강력하 게 주장하고 있지만, 거대 국민정당인 기민당(CDU)·기사당(CSU)는 이러한 요구를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제도는 재정적 지속가능성과 보장성 강화뿐만 아니라 민간 의료보험활성화를 위한 기초보장제도로의 한정화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독일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민건강보험의 향후 개혁은 재정안정화와 효율화라는 관점과 함 께 공적 건강보험제도의 역할과 기능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 는 방향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용갑은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강대학교 공공정책 대학원에서 강의 중이다. 주요관심분야는 보건의료정책과 사회보장이다

(E-mail: lankwitzer@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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