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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창조 방식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며, 그 이야기의 실현 주체가 된다. 그러므로 소설의 이야기는 인물을 어떻게 설정하 느냐가 중시된다.

성격 창조(characterization)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인물에 이름이나 별명을 붙이는 일에서부터, 육체적인 외모와 행동, 습관, 말투, 자신에 대한 태도, 타인에 대한 행동이나 사고방식, 과거 생활 등을 직접 제시하거나 간접 제시하는 방식으로 구체화된다.71)

작가는 창작과정에서 등장인물을 통해 주제의식을 형상화시켜 나가면서 텍스 트를 구축한다. 작가가 자기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을 독자가 납득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진실성을 가진 인물로 창조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송 면은 지금까지 작가가 인물을 창조하기 위해 도입하는 전략을 몇 가지 유 형으로 정리하여 제시하였다. 첫째는 작가의 상상력에 의하여 전적으로 창조하는 경우, 둘째는 실재하는 인물에 의하여 다소 힌트를 얻어 창조하는 경우, 셋째는 실재하는 인물에 의존하여 거의 대부분을 창조하는 경우, 넷째는 실재하는 인물에 의하여 전적으로 창조하는 경우이다.72)

그런데 실제로 작가는 창작에 있어서 인물을 창조할 때 어느 한 유형에 한정 하지 않고, 네 개의 유형 중에서 일부 혹은 전부를 혼합, 절충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유형에서 전형으로 밀고 나가는 방식과 개별적인 것에서 상징으로 높여 나가는 길도 인물 창조의 두 가지 방법을 암시해 준다.

71) 권영민(2006), 「한국현대소설의 이해」, 태학사, p.134.

72) 송 면(1985), 「소설미학」, 문학과 지성사, pp.185-186.

E.M. 포스터는 소설의 인물을 평면적 인물(flat characters)과 입체적 인물 (round characters)로 구분한다. 이들 두 인물은 모두 관심을 객관화 하려고 하는 데, 이 때 관심을 객관화하는 과정에는 반드시 다른 많은 사람들에 대한 관심도 동시에 환기된다. 작가는 현실 생활에 있어서의 경험이건 다른 창작에 있어서의 경험이건 그것을 판단하고 그 배후에 숨겨져 있는 진실을 밝혀내며 거기에 객관 적인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따라서 단지 한 인물에 대한 특별한 관심만으로 등장 인물을 창조하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인물창조에 있어서 작가는 주인공이 아닌 부수적인 인물들은 현실에서 차용해 오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작가의 기억 속에 있는 이미지를 섞어 만든다. 그러나 주인공인 경우는 그렇지 않다. 주인공이 현실에서 차용해오는 것은 기껏 해서 그 용모라든가 그가 겪는 사건의 유인정도이다. 그 정도의 것은 단지 출발점의 구실 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 이상은 결코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창작에 있어서 등장인 물은 현실 생활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 만큼 소설속의 주 인공을 설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설의 허구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사건의 전개가 아니라 인물의 개성이기 때문에, 작가는 창작에 있어서 사건의 전개보다는 인물 창조에 더 역점 을 두기 마련이다. 말하자면 소설은 인물의 특이한 개성에 의한 인간․인생․세계 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하는 모습을 띠고 있기 때문에, 창작에 있어서 인물의 창조 와 인물의 전개는 그 핵심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은 궁극적인 인간의 탐 구와 새로운 인간형의 창조에 창조의 목표를 두기 때문에 소설의 구성요소 중에 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스페인 철학자이자 문학이론가인 오르테가 이 가제트(Ortega y Gasset)는 소 설의 재미는 사건의 개연성이나 복잡성에서 연원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이 가지는 마력, 그 인물의 가능성, 인물의 체취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현대소설에 있어서 는 성격창조와 인물묘사, 심리묘사 등이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시사 하는 견해이다.73)

73) 구인환(1996), 「소설론」, 삼지원, p.252.

따라서 작품의 성공 여부는 성격묘사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문학사에 남아 있는 고전적인 작품들도 모두 인간의 문제를 중시하여 인간성의 탐구에 치 중한 결과로서 각기 개성 있는 인물의 창조에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지금까지 살펴본 박완서의 네 편의 텍스트에 나타난 인물 창조 방식에 대하여 언급할 차례이다. 앞에서 언급한 송면의 논리에 따른다면, 박완서는 작중 인물의 창조 유형을 실재하는 인물에 의하여 다소 힌트를 얻어 창조한 경우와 실 재하는 인물을 모델로 하여 거의 대부분을 창조하는 경우로 추정할 수 있다. 실제 로 그녀의 여러 작품들을 살펴보면 어느 한 유형에 한정하지 않고, 네 개의 유형 중에서 일부 혹은 전부를 혼합, 절충하는 형식을 취하였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그녀의 작품 속에 등장한 이야기와 인물이 자전적 경험에 기대고 있다는 사실 은 그의 산문 곳곳에서 발견된다.

나의 초기의 작품, 그 중에서도 특히 6.25를 다룬 일련의 작품들은 오빠의 망령으로부터 벗 어나 보려는 몸부림 같은 작품들이다. 초기작품 「부처님 근처」의 주인공의 입을 통해 그런 사정을 술회하고 있다.74)

이상은 소설 속의 한 부분이지만 거의 소설적인 허구가 아닌, 나의 한 시절의 진솔한 부분 이기에 그대로 인용했다.75)

『나목』,「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아저씨의 훈장」,「엄 마의 말뚝」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작품들은 이른바 분단 문제를 다룬 작품이고, 그런 작품 들을 통해 나는 나의 비통한 가족사를 줄기차게 반복해 왔다76).

위의 인용문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박완서는 여러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비통한 가족사를 이야기 거리로 삼아 소설로 썼다고 밝히고 있어서 실재 인물에 다소 힌 트를 얻기도 하고, 실재 인물을 모델로 하기도 하는 등의 인물을 절충하여 창조해 74) 박완서(1992), 전게서, p,124.

75) 박완서(1992), 상게서, p,128.

76) 박완서(1992), 상게서, p,139.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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