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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계몽 지향의 대중소설론

1) 소설관의 변모

사회의 급격한 변화는 구성원들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의 변화를 필수적으로 수반 한다. 문학이라고 해서 이런 현상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사회 조류에 부응하여 색다 른 장르들이 생성‧소멸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초기 신소설 작가들은 계몽운동가들 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근대적 사상과 시대상을 작품에 반영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런

23) 「애국부인전」 광고, <대한매일신보>, 1907. 10. 9.

24) 「애국정신담」 광고, <대한매일신보>, 1908. 1. 30.

데 경술국치 이후 일제의 통제로 인해 계몽의식이나 사상을 표출하는 일이 이전처럼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계몽성이 후퇴하고 오락성이 자리를 잡으면서 소설의 대중적 기반이 광범위하게 형성되기 시작한다. 이와 함께 소설의 상업적 가치가 중시되고, 신소설 작가층이 점차 직업적 소설가로 변모되어 간다.

신소설론은 1907년 최영년의 「귀의 성」 ‘서’에서 시작하여 1912년 이해조의 논의 에 이르기까지 5∼6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전개된다. 이것은 일제의 침탈이 시작되면 서 역사‧전기소설이 퇴조하고 신소설이 성행하던 것과 때를 같이한다. 이에 따라 신 소설론은 계몽운동 등 소설 외적 상황에 집중하던 역사‧전기소설론자들의 관점에서 벗어나, 소설 자체의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다. 내용상으로는 과거의 답습에서 탈피 하여 풍속 개량이나 개화사상의 심화 등 현실 반영 이론에 충실한다. 그리고 소설의 본질적 성격 탐구 과정으로서 허구성에 주목한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역사‧전기소설론자들은 역사적 진실을 담고 있는 소설만이 국성(國性)을 배양하고 민지(民智)를 개도(開導)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비해 신 소설론자들은 허구적 내용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그것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신소설론의 출발을 알리는 최영년의 주장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此書의 型土鎔金의 楷範과 鏤玉雕花의 巧妙 錦心繡口 發露야 各種 稗官家 에 超出이 不翅라 精密細詳고 激切悲苦함이 足히 人情을 感發고 世道에 鑑 戒될만 寶箴이라25)

이전의 비평과 달리 신소설론의 서발은 작가가 직접 쓴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서문은 특이하게도 작가의 주변 인물이 집필한 경우이다. 이 글은 전체적으로 당 시 서사문학 전반의 상관 관계를 소상히 밝히고 있다. 그 가운데 위의 인용은 소설 의 특성과 표현 방식에 대한 견해를 피력한 부분이다.

소설의 특성 중 하나인 허구성에 대해 그는 ‘型土鎔金’이라는 비유적 표현으로 설 명하고 있다. 흙으로 거푸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다지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 생활에 필요한 철제 도구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틀에 쇠를 녹여 부어야 한 다. 흙이 곧 거푸집인 것이 아니듯, 무쇠 자체가 생활의 도구인 것도 아니다. 사실의 기록에만 충실한 작품은 흙과 무쇠에 불과하다. 거기에 작가의 창조적 의식이 반영 될 때 소설은 비로소 창작물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그는 소설의 허구성을 바르게 이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鏤玉雕花’하듯 정교하게 현실을 재현한 표현을 통해 ‘錦心繡口’하는 감화를 줄 수

25) 최영년, 「귀의 성」 序, 광학서포, 1907.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대의 역사‧전기소설론에서는 나타나지 않던 견해이다. 결국 소설의 서사양식적 요소에 대한 근대적 인식은 이 시기에 이르러 가능해졌다고 유추 할 수 있다. ‘精密細詳고 激切悲苦함이 足히 人情을 感發’한다는 것도 전대의 논의 와는 다른 양상이다. 역사적 진실만이 인정을 감발하고 세도에 감계가 될 만한 소설 의 제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대 논자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반면에 최영년은 삶의 현실적 체험과 희로애락의 표현을 통해서도 충분히 이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풍속 개량과 관련된 신소설론들은 대부분 사회적 관습이나 생활 양식의 변화를 강 조하고 있다. 이것은 곧 개화 사상의 심화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집단적 가치보다 개 인적 가치를 더욱 중시하는 논리이다.

본 긔가 풍속의 폐습을 탄는 즁 이상 몃 가지 죠건을 더욱 탄는 바인 고로 이 을 긔록야 일반 동포에게 젼파은 풍속량에 만분지일이라도 도움 이 잇슬가 바람이로라26)

교육이 세 가지가 있으니 가정교육과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이라 현금에 남부에 는 이상 세 가지 교육이 다 잇다 지라도 녀부에는 다만 학교교육만 잇고 (……) 가졍의 부 것도 먼져 부인이 신션케 고 학교의 령셩 것도 진흥케

고 사회가 문난 것도 뎡리여야 어시호 교육이 완젼지라27)

「광악산」 말미는 자유연애로 결혼한 며느리를 멸시하는 폐습을 개탄하면서, 이를 개량하기 위해 집필했다고 창작 동기를 밝히고 있다. 「천중가절」 서두는 문란한 사 회를 바로잡기 위해서 여성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이처럼 신소설 론자들은 현실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이 또한 전대와 다 른 양상이다. 역사‧전기소설론자들은 과거사의 답습을 통해 국민을 계몽시키고자 했 다. 반면 신소설론자들은 당대 현실에서 제기되는 개인과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함으 로써 풍속을 개량하고자 한 것이다. 유학에 근거를 둔 세계관으로부터 개인의 이성 을 중시하는 세계관으로 변모하는 양상을 보여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소설과 희대가 풍속에 유관」은 소설과 연극의 효용성을 인정하면서, 그것이 풍속 을 개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되기를 바라는 논설이다.

一國의 風俗을 改良코져 진 近世의 閱覽 小說과 近日에 演劇 戱臺 를 必先改良이니 何者오 小說과 戱臺가 不甚與世輕重이로 其源을 語면 街士坊

26) 박건병, 「광악산」 말미, 박문서관, 1912. 7. 30.

27) 이해조, 「천중가절」 서두, 유일서관, 1913. 1. 30.

客의 無聊不平 著述이오 倡夫舞女의 俳優嬉笑 資料ㅣ니 大人雅士의 掛齒煩 目  아니나 其流를 究면 個人의 腦髓에 浹洽고 社會의 風氣에 薰染야 心志를 蠱惑고 情性을 盪移야 不可思議의 效力이 有지라 (……)

小說與戱臺 尋常婦孺의 最所感覺고 最所貪嗜 者라 其原動力이 能使人情 으로 隨以變遷고 能使世俗으로 從以感化니28)

한 나라의 풍속을 개량하려고 한다면 우선 소설과 연극을 개량해야 한다고 주장하 고 있다. 그 까닭은 소설과 연극이 사람들을 쉽게 감동시킬 수 있으며, 사회의 풍속 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락적 요소와 효용적 기능을 중시한 발 언이다. 소설과 연극의 효용성이 높은 만큼 그 역기능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거기에 허황하고 음란한 내용을 담게 되면 풍속을 크게 해치게 된다는 것이다. 소설 과 연극이 성행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황음괴벽(荒淫怪癖)을 조장하여 인심 을 혼란시키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논지이다. 이는 소설의 대중적 파급력과 감화력 을 익히 알고 있음을 입증해 주는 단서가 된다.

소설의 줄거리에서 역사적 진실을 발견하려고 노력한 전대의 공리적 소설관과는 달리, 신소설론자들은 허구적 이야기 속에서 소설의 본질적 속성을 탐구하고자 했다.

그 대표적 논객으로 이해조를 꼽을 수 있다.

무릇 쇼셜은 톄가 여러 가지라 한 가지 젼례 들어 말 슈 업스니 혹 졍치

 언론  자도 잇고 혹 졍탐을 긔록 자도 잇고 혹 사회 비평 도 잇고 혹 가졍을 경계  자도 잇스며 기타 륜리 과학 교졔 등 인셩의 쳔만 중 관계 안이되 자이 업니 샹쾌고 슯흐고 즐겁고 위고 우슌 것이 모도다 됴흔

료가 되야 긔자의 붓을 라 미가 진진 쇼셜이 되나 그러나 그 료가  양 옛 의 지나간 쟈어나 가탁의 형질업 것이 열이면 팔구 되되 근일에 져술 박졍화 화세계 월화가인 등 슈삼죵쇼셜은 모다 현금의 잇 사의 실지 샤젹이라 독쟈 졔군의 신긔히 넉이 고평을 임의만히 엇엇거니와 이졔  흔 현 금 사의 실젹으로 화의 혈(花의 血)이라  쇼셜을 로 져슐 허언낭셜은 한 구졀도 긔록지 안이고 뎡녕히 잇 일동일졍을 일호 차착 업시 편즙노니 긔 쟈의 됴가 민쳡지 못으로 문쟝의 광 황홀치 못지언졍 실은 젹확야 눈 으로 그 사을 보고 귀로 그 졍을 듯 듯야 션악간 죡히 밝은 거울이 될만

가 노라29)

긔쟈왈 소설이라 는 것은 양 빙공착영(憑空捉影)으로 인졍에 맛도록 편즙야 풍쇽을 교정고 샤회 경셩 것이 뎨일 목뎍인 즁 그와 방불 사과 방불

사실이 잇고보면 독시 렬위부인 신의 진진 미가 일층 더 길 것이오 그 사이 회고 그 실을 경계 됴흔 영향도 업지 안이지라 고로 본 긔쟈 는 이 쇼셜을 긔록 스로 그 미와 그 영향이 잇슴을 바고  바노라30) 28) 「소설과 희대가 풍속에 유관」, <대한매일신보>, 1910. 7. 20.

29) 이해조, 「화의 혈」 序, <대한매일신보>, 1911. 4. 6.

인용문은 소설의 제재나 특성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소설의 체제는 다양하 기 때문에 작가의 취향에 따라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재를 선택 하는 것도 작가의 자유이지만, ‘옛 사람의 지나간 자취’나 ‘가탁의 형질 없는 것’은 부 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까닭은 현실의 이야기가 아니거나, 근거 없는 허황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설이 아무리 허구라 하여도 그것은 ‘있을 수도 있

인용문은 소설의 제재나 특성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소설의 체제는 다양하 기 때문에 작가의 취향에 따라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재를 선택 하는 것도 작가의 자유이지만, ‘옛 사람의 지나간 자취’나 ‘가탁의 형질 없는 것’은 부 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까닭은 현실의 이야기가 아니거나, 근거 없는 허황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설이 아무리 허구라 하여도 그것은 ‘있을 수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