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선원 원격의료에 대한 비교법적 고찰
3. 선원 원격의료에 대한 IMO와 WHO의 입장
1) IMO의 입장
IMO 해사안전위원회(The Maritime Safety Committee)는 2000. 5.경 개최
된 제72차 세션에서 해상에서의 적절한 의료지원이 ｢국제해상구조및수색협약
(The International Convention on Maritime Search and Rescue)｣의 이행에 관
69) 필자가 이 연구를 위해 영국 Britannia P&I Club의 관련자들과 면담한 결과, 선주책임상호보험조합의 입장에서는 원격의료를 통한 선원에 대한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료서비스의 제공은 선원의 상병관련 손해 배상청구액의 감소 및 관련 법률비용의 감소 등으로 연결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선원의 복지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산대학교병원과 한국 정부의 시도를 환영하면서, 향후 추진과정을 면밀히 주목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한 주요한 부분임을 인식하면서, 동 협약 회원국 간의 선박에 대한 적절한 의료 지원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해상의료지원(Medical Assistance at Sea)｣
에 관한 회람(Circular)70)에서 ｢Medical Assistance at Sea and Importance of the Role of Telemedical Assistance Services(Annex I)｣ 및 ｢Medical Assistance at Sea and Maritime Radiocommunications(Annex II)｣를 위 회람의 부칙 (Annex)으로 승인하였다.
특히 부칙 I 제6조는, 선박에 대한 의료조언(Medical advice)은 진찰 (diagnosis)과 처방(prescription of treatment)으로 구성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 부칙 부록(Appendix) Al.l은 선내에 의사가 승선하지 않은 경우에는 선장이 선내 의료에 관한 최고책임자로서, 선장은 의사의 원격의료조언 (Telemedical advice)을 통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선내에 제공할 수 있다고 규 정하고 있다. 또한 부칙 II 제1조는 의사와 선박 간의 통신이 원격의료의 핵심 이라고 규정하면서, 원격의료를 위한 통신수단에는 음성통신(Voice communicatio n)･메시지(Text message)･팩스･디지털 데이트전송(Digital data transmission)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이루어 질 수 있고,71) 이를 위해 VHF, Inmarsat72)을 이용한 통신을 적절히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73)
해상원격의료에 관한 IMO의 입장을 간략히 정리해 보면, 해사안전과 선원 의 건강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서 의료조언은 핵심적 지위에 있으며, 선박 등에 대한 의료조언은 의료인에 의한 진찰과 처방을 포함하는 것으로서 그 방법에는 위성통신･쌍방향 화상통신 등 이용가능한 모든 수단이 포함됨을 알 수 있다. 해상원격의료에 관한 IMO의 이러한 입장은 원격의료를 ｢의료인-의료인｣ 사이 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우리 의료법 제34조의 입장과 상이할 뿐
70) MSC/Circ.960, 20 June 2000.
71) 부칙 II 제2조.
72) Inmarsat이란 원래 1979년에 설립된 정부 간 비영리기구였던 ｢The International Maritime Satellite Organization (INMARSAT)｣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데, 1976년에 성립한 ｢국제해사위성기구협약(The Convention on the International Maritime Satellite Organization)과 IMO의 후원에 따라 설립되었다.
현재는 민영화되어 영국의 Inmarsat Ltd가 운영 중이다. 현재 위 회사는 선박과 항공기 등에 대한 인터 넷·위성통신·위치추적 등의 상업적 서비스제공 뿐 아니라 선박 등의 장애나 조난, 안전 관련 정보제공 등의 공적 서비스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상세는 http://www.inmarsat.com/ 참조.
73) 부칙 II 제3조.
아니라, 선박에 대한 의료조언에 관한 선원법 제88조 보다 더 명확하고 광의의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입법론적 의의가 있다.
2) WHO의 입장
WHO는 제58차 총회에서, eHealth가 보건교육, 헬스-케어 서비스 등을 포 함한 보건관련 산업의 육성에 필요한 비용 대비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정보통신 기술의 활용방법이라고 강조하면서, 회원국들에게 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정 보통신기술 발전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구축 등을 촉구하였다.74) 또한 WHO는 위 총회의 결의를 통해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의료서비스의 제공이 회원국 의 책무이며, 이를 위해 회원국 정부 간의 협력 및 비영리 민간기구들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과 회원국 내에 관련 기구의 설립을 촉구하였다.
특히 WHO는 사회적 의료취약계층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유력한 방안 으로 원격의료를 주목하고 있고, 외부로부터 단절된 채 오랜 기간의 대양항해 를 감당해야 하는 선원들의 건강보호의 문제는 WHO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 나이다. 이를 위해 WHO는 1967년경 선원의 건강증진 및 적절한 의료서비스의 제공을 위한 표준 지침서인 The International Medical Guide for Ship를 발간 하였다. 위 지침서는 선박 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질환이나 상해 등에 대한 응급 처치요령과 진단･처방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 동안 30여개 국가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선박에 비치되어 활용되고 있다. WHO는 2006년 해사노동협약의 성립에 발맞추어 위 표준 지침서의 개정작업을 ILO와 공동으로 수행하였으며, 2007년 위 표준 지침서의 제3차 개정판(이하 ‘표준 지 침서’라 함은 2007년 출간된 제3차 개정판을 말한다)을 출간하였다.
WHO는 위 표준 지침서 제25장(Chapter 25, External assistance)에서 선박 외부로부터의 의료지원은 24시간 모든 선박에 대해 이루어져야 하며, 의사에 의한 선박에 대한 원격의료지원은 유-무선통신망, 위성통신, 팩스, 인터넷 등으
74) Resolution WHA58.28. eHealth. In: Fifty-eighth World Health Assembly, Geneva, May 16–-25, 2005 (http://apps.who.int/gb/ebwha/pdf_files/WHA58/WHA58_28-en.pdf, accessed 17 June 2010).
로 이루어져야 함을 명확히 하고 있다.75)위 표준 지침서는 선원은 원칙적으로 자신의 질환(illness) 또는 부상의 정도 및 상태, 과거 병력 등에 관한 정보를 상 세히 기술한 문진표를 사전에 작성하여 의사에게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76) 표준 지침서가 상정하고 있는 항구 등에 소재하는 의사의 선내 환자에 대한 외 부 의료지원은, 우리 의료법 제34조가 규정하고 있는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 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자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행위로서, 의료지원을 받는 주체가 의사가 아닌 환자 본인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표준 지침서를 통해 알 수 있는 바는, WHO･ILO･IMO 등 선 원의 건강권 보호 관련 국제기구77)는 이미 선원에 대한 원격의료행위를 ｢의사 -환자｣ 사이의 직접적인 진료 및 처방, 의료조언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해하 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