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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식의 원리에 따른 미적 개념의 유형별 분류

앞서 한국적 미의식의 다양성을 수렴하는 원리를 크게 자연, 인간, 예술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먼저 자연관을 통해 볼 때 우리민족에게는 자연친화적인 환 경과 자연에 대한 심미의식을 바탕으로 인간의 작위적인 노력이 두드러지지 않고 자연이 만들어낸 것과 같은 상태를 높이 평가하는 미의식을 낳게 했다. 미술을 통해서는 주로 자연현상을 순수하게 수용하고자 하는 의식을 바탕으로 자연이 만 들어낸 것과 같은 조화를 중시하여 소박함, 질박함, 단순함 등이 미적인 특질로 부각되었다. 음악과 같은 시간예술에서는 자연 속에 내재한 생명력이 주로 표현 되며 많은 이론가들이 거론하듯이 자유분방함, 역동성, 즉흥성이 주된 미적 특질 로 나타났다. 또 우리 문화의 핵심에 내재된, 대립된 것을 통합시키려는 정신은 대조적인 인간성정이 하나로 아우러지면서 조화를 이루는 예술의 원리로 작용하 면서, 탈춤, 판소리, 전통음악, 문학 등 여러 예술에 독특한 미의식으로 작용했다.

한국적 미의식의 고유성을 이루는 특징을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하자면 ‘자연의 생 명력’과 ‘대립된 것을 통합시키고자 하는 정신’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한국미에 대 한 논의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미적 개념들인 ‘멋’, ‘일탈’, ‘신명’, ‘해학’, ‘한’,

‘흥’, ‘풍류’ 등에 스며들어 있다. 이러한 미적 개념들이 어떤 원리에 의해 한국적 미의식의 고유성을 표현하고 있는지를 차례로 살펴보기로 하자.

이면서 지상의 세속적 삶이고 이승이면서 저승입니다. 그러니까 환상이면서 현실이고 초 자연적 의식이면서 현실적 감각입니다. 주관과 객관, 주체와 타자를 넘나들지요. 이런 것 들을 아우른 것이 그늘입니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미적개념입니다.”; 김지하, 미학사상, op. cit., pp. 310-311.

77) 김지하, 예감에 가득찬 숲그늘-미학 강의, op. cit., pp. 31-32.

78) 김지하, 미학사상, op. cit., p. 472.

1. 풍류: 자연의 원리

한국의 문화사적 전통 속에서 ‘풍류’(風流)라는 용어는 단일하게 정의될 수 없는 다양한 의미망을 지닌다. 풍류란 예술이라는 현상을 넘어서서 인간의 생활 방식이라든가 자연에 대한 태도를 포함하는 상위개념으로서, 즉 미적 생활방식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개념이다.79) ‘풍류’는 문자적 의미로는 ‘바람의 흐름’이라 하여 매인 바 없는 자유로운 정신, 탈속(脫俗)의 경지를 추구하는 가운데, 정신의 자유 로움, 멋, 유동성 등을 느낄 수 있는 미적 개념이다.80)

풍류의 역사적 기원은 일찍이 신라시대 ‘풍류도’와 관련하여 논의되는데 이 를 통해 고대인들의 이상적인 미적 인간상을 상정해 볼 수 있다.81) 풍류도를 지 녔던 화랑들은 도의(道義)로써 서로 연마하고 가악(歌樂)으로써 서로 즐기며, 산 천에 유람하여 먼 곳도 이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최치원은 풍류 도의 본질에 대해 난랑비서(鸞郞碑序)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국유 현묘지도(國有賢妙之道 )- 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다. / 왈풍류(曰風流) - 그 이름 이 풍류다. / 포함삼교(包含三敎) - 애당초부터 유불선(儒佛仙) 삼교를 아울러 가 지고 있으며, 접화군생(接化群生) -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 무기물까지 우주만 물을 가까이 사귀어 감화시키고 변화시키고 진화시켜 해방하는 것이다.”82) 이러 한 구절을 통해 볼 때 화랑이 풍류를 통해 유불선 삼교와 사회적 예절, 정치 도 덕을 공부하고, 또 예술적 감성을 도야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화랑도에서 원화 나 화랑에 미모를 취하게 한 것은 정신 못지않게 육체의 아름다움을 중시하던 신 라인의 사상을 볼 수 있다.

고려시대 이후 유교를 제도적으로 수용하게 되면서 풍류는 지배 계층의 문 화양식이자 유희행위를 지칭하는 용어가 된다. 특히 성리학을 지배규범으로 삼았

79) 민주식, 풍류(風流)사상의 미학적 의의 , 미학․예술학연구 제11집(2000.6), 한국미학예 술학회, pp. 61-76 참조.

80) 풍류는 노장과 도가 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동양의 철학, 예술 그리고 취미생활 전반을 통 어하는 미학적 개념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서지영, 조선후기 중인층 풍류공간의 문화사 적 의미 , 진단학보 Vol. 95(2003), p. 286 참조.

81) 이동환은 한국미학사상의 탐구를 위해 현존기록인 삼국사기의 충실한 해석과 음미를 통해 화랑의 풍류도에 접근하고자 하는 의도를 보여준다.; 이동환, 한국미학사상의 탐구(Ⅲ) -풍류도의 미학연관- , 한국문학연구 No. 1(2000).

82) 김지하, 미학사상, 김지하전집 3권, 실천문학사, 1999, p. 425.

던 조선시대에 이르러 풍류는 유자의 교양으로써 시(詩)․서(書) 화(畵) 삼절의 실현을 추구하는 문화적 행위로 보편화된다. 즉 조선조의 사대부는 풍류를 통해 자연미와 인성의 선을 연결시키려고 했다. 이렇게 고대부터 풍류는 미적 인간의 형성과도 중요하게 연결된 개념이었다. 또한 풍류는 악을 동반한 주연의 집단적 향유 속에서 관능적인 쾌락의 발현을 지칭하는 기호로 자리하기도 했다.83) 이렇 게 풍류는 시대에 따라서 지속적인 변용을 겪어 왔으며, 각 시기마다 당대 문화 를 구성하는 다양하고 실질적인 인식과 행위의 장들이 경합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신은경은 ‘풍류’를 최정점으로 하는 동아시아적 미학체계 수립을 위한 가능 성을 탐색한다.84) 즉 저자는 ‘풍류성’과 ‘풍류심’이란 용어를 이끌어 내고, 여기서 다시 풍류심의 세 유형으로서 흥(興)과 한(恨), 무심(無心)을 제시하면서 이를 체 계화하려는 시도를 보여주면서 상위 개념에 풍류를 놓고 있다. 그리고 흥계, 한계, 무심계로 확대된 이 세 가지 미유형을 바탕으로 동양 3국의 여러 미유형을 포괄 하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풍류가 여러 가지 미유형을 포괄할 수 있다는 신은경 의 관점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85) ‘풍류’라는 상위 개념은 흥․한․무심의 범주 설정 후에 종합의 필요에서 차연된 개념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필연적으로 파 생되는 문제는 하위 범주와 상위 개념간의 결합에 상당한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 다는 점이다.86) 특히 풍류가 한을 포괄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문제시된다.87)

83) 조선시대 풍류는 양반 사대부 계층의 문화 양식이자 그들의 유희 행위를 대변하는 미학적 용어로서 일상적으로 시․화․서․악과 같은 표현 기제들을 통해 구현되었다. 이러한 풍류 활동 속에서의 예술의 통합적 향유는 감성과 이성의 조화를 추구하였던 조선시대 유자들 의 교양과 취미 활동에 다름아니다.; 서지영, 조선후기 중인층 풍류공간의 문화사적 의미

, op. cit., pp. 285-286 참조.

84) 신은경, 동아시아미학체계의 수립의 가능성 탐색-풍류, 보고사, 1999 참조.

85) 정민, 동아시아미학체계의 수립의 가능성 탐색-풍류, 신은경 저, 보고사, 1999에 대한 서 평 , 고전문학연구 Vol. 17(2000), pp. 261-273 참조.

86) 정민은 신은경의 연구와 같이 범주를 체계화하려는 시도는 미리 예정된 결론을 위한 무리 한 이론을 만들어내게 되는 위험이 있음을 지적했다. “興․恨․無心을 미적 범주로 설정해 놓고 그 의미 체계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미의식의 관련되지 않은 술어적 용례들을 한없이 병렬적으로 나열하여 그 의미를 확장하는 방식은 자칫 본질에서 벗어날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저자의 예정된 전제로 논의를 작위적으로 이끌게 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ibid., p.

268.

87) 한을 풍류의 하위개념으로 설정한 신은경 자신도 “한의 정서를 풍류심과 연결 짓는 일을 일견 무모하게 생각”된다고 피력했다.; 신은경, 동아시아미학체계의 수립의 가능성 탐색-풍류, op. cit., p. 237.

그런데 풍류가 대상에서 본질을 파악하고 이를 미적으로 관조하는 태도로 본다면 모든 미적 정서를 풍류로 포괄하려는 시도를 이해할 수 있다. 신은경은 풍류를 주관이 객관의 본질을 파악하면서 주객의 합일 상태에서 갖게 되는 몰아 의 경지로 설명한다. “풍류는 노는 것이되,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어떤 현상이나 사물에 접하여 주마간산 식으로 겉 외양만 훑고 지나가는 놀이가 아닌, 그 현상 의 깊은 내면 혹은 본질까지 구극해 들어가 그 진수에 접하고자 하는 자세에 입 각한 놀이”88)이며 “어떤 일이건 간에 우주의 삼라만상의 본질을 드러내는 모든 현상에 몰입하여 자기를 잊어버리는 이른바 ‘망아(忘我)’, ‘몰아(沒我)’의 경지에 이 르러 그 현상 내지는 사물의 본질과 하나가 되는 상태에 이르는 것”89)이라고 풍 류를 정의하고 있다. 풍류 하에 다른 범주들을 포괄하려는 시도는 풍류가 본질의 미적 관조라는 견해를 더 확고히 해준다. 그래서 신은경은 어떤 경우에는 풍류를 현상에서 미적 속성을 감지하는 태도라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90)

풍류의 근원이 되는 자연과 우주의 이치는 모든 자연대상 속에 내재해 있는

‘신적인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모든 우주 만물의 존재와 사물의 실재 안에 신이 살아 있고 활동하고 계시하고 창조한다고 보는 범재신관으로 볼 수 있다.

김지하는 이러한 범재신관을 풍류에서 파악하는데 즉 그는 우리 민족 고대와 상 고사에 나타나는 풍류나 화랑들의 풍류가 이 범재신관과 비슷하다고 간주한다.

91) ‘풍’은 떨림과 진동, 영적인 빛을, ‘류’는 물의 흐름, 즉 생명을 상징한다. 풍류 는 영혼이 움직이거나 생명이 진동하며 성스러운 미적 체험을 하는 것이다. 92) 또한 그는 우리나라의 민족예술적 풍류 흐름의 기본은 한사상, 천부사상으로 본 다. 그 배경이 되는 것이 독특한 질서를 가진 카오스이다. 그는 풍류의 핵을 내적

91) ‘풍’은 떨림과 진동, 영적인 빛을, ‘류’는 물의 흐름, 즉 생명을 상징한다. 풍류 는 영혼이 움직이거나 생명이 진동하며 성스러운 미적 체험을 하는 것이다. 92) 또한 그는 우리나라의 민족예술적 풍류 흐름의 기본은 한사상, 천부사상으로 본 다. 그 배경이 되는 것이 독특한 질서를 가진 카오스이다. 그는 풍류의 핵을 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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