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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화된 텍스트

문서에서 狂人日記의 敍事戰略 硏究 (페이지 44-53)

Ⅲ. 서술 공백의 효과

2. 표면화된 텍스트

가. 余의 존재

〈狂人日記〉의 90% 이상이 我에 관한 내용이다. 이러한 큰 비중인 我 에 만족하지 않고 어째서 또 다른 余란 인물이 필요했을까. 또한 왜 余에 게 이야기의 단순 전달자가 아닌 전체 이야기의 편집자일 수도 있는 짐을 얹어준 것일까.

李珠魯에 따르면 余는 허구적 이야기에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이 며, 당시 신문화 운동 진영에 비해 봉건 구 이데올로기 진영이 훨씬 강고 한 물리적 기반을 지니고 있었던 현실인식에 근거하여 마련된 이야기 세 계와 현실세계의 완충지대로서의 은폐적 서사전략이라 한다. 이는 작가와 이야기 속 인물을 동일시하는 당시의 상황에서 미친 사람인 我와는 다른 余라는 인물을 내세움으로써 작가와 我를 분리해서 받아달라는 작가의 목 소리가 감추어져 있는 것이라 했다.36)

그렇다면 왜 余에게 이야기의 제공자 외에 편집자일 수 있는 여지를 남 긴 것일까. 또한 ‘의학적 의도’를 가장한 余를 점차 믿기지 않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余는 사회적 인물이다. ‘余’에게는 (소설 속) 현실이 있고, (피해망상증

36) 李珠魯, 〈魯迅의 「狂人日記」다시 읽기- 그 의사소통구조를 중심으로>, 中語中文學 vol.30, 2002년 444-445쪽 참조

자의 일기를 의학자에게 전해주려는) 의식이 있고-「의학자들의 연구에 제공하고자 한다」(以供醫家硏究)(414)-, (我에게 없는) 시간-「7년4월 2 일 씀」(七年四月二日識)(414)-이 있다.

그리고 余에게는 我의 이야기를 읽고 我를 이해하고, 이 중 맥락이 연 결된 부분을 발췌해 다른 사람에게도 我를 이해시키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리고 我의 일기를 「간혹 맥락이 연결된 부분을 한 편으로 엮어」(閒亦 有略具聯結者, 今撮錄一篇)(414)- 내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은연 중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余의 존재 이유이다.

작가는 我의 주위사람들을 철저히 무관심으로 묶어 놓았지만 끝까지 我 를 혼자 두지는 않았다. 그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해시키고 싶 어 하는 余를 존재하게 함으로써 我는 누구보다 중요한 독자와 만나게 되 고, 독자 역시 我를 이해하게 된다. 결국 작가는 사회와 我가 이어질 수 있는 단 하나의 통로를 余를 통해 만들어 준 것이다.

즉 余는 我의 일기를 세상에 공개함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고, 독 자가 我의 이야기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게 안내해주며, 동시에 독자가 我를 이해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해소시켜준다. 비록 余가 ‘의학적 연구’라 는 포장지로 자신의 의도를 포장하여 독자에게 혼란을 주었지만, 독자는 독서과정에서 余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면서 더욱 흥미를 느끼고 이 해답 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의미 전달의 효과는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이다.

나. 我의 결말

역시나 놀랍고도 믿기지 않는 건 미쳤던 자신에 대한 ‘我’의 태도이다.

「책 이름은 본인이 나은 후 지은 것이므로 바꾸지 않았다. 」(至於書名, 則本人愈後所題, 不復改也)(414)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여러 학자가 ‘각 성’의 시기37)이라 규정지은 미쳐있던 시간을 스스로 ‘狂人’이라 칭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이 소설의 제목이 되었다. 스나이더 랜서에 따르면 「텍스 트적 기대는 - 시점에 관한 기대를 포함하여- 먼저 허구외적 목소리에 의해서, 특히 텍스트의 타이틀, 텍스트의 장르, 목적, 방식에 관해 제공되 는 모든 정보를 통하여, 그리고 작가의 이름을 통하여 결정된다.」38) 이 러한 텍스트와 관련된 「모든 역사적 정보는 독자가 작가의 정체와 신념 과 태도, 의도와 목표와 내포된 청중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시작할 수 있 게 하는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하나의 목소리와 전망-시점을 전달한다.

39) 이와 관련해 제목은 「이데올로기적 견해를 지적하거나 어떤 인물이 나 사건을 전면으로 내세우기 위하여 사용될 수 있다」40)고 한다.

즉 독자는 제목을 통해 이 이야기의 전반의 내용을 추론하게 되고 소설 을 덮을 때까지 독자가 갖는 我의 이미지에는 狂人이 따라 다닌다.

하지만 미쳤다던 我는 결국 사회로 돌아와 某지에 후보로 갔다. 더군다 나 이러한 我의 결말은 외부액자에 나온다.

李珠魯에 따르면 我의 결말을 「미리 알려주는 것은 안 이야기의 현실

37) 張夢陽, ≪中國魯迅學通史, 下 1卷≫, 廣州, 廣州敎育出版社, 2005, 269-339쪽 참조

38) 스나이더 랜서, ≪시점의 시학≫,김형만 譯, 좋은날, 1998 ,129쪽

39) 스나이더 랜서, 위의 책, 129쪽

40) 스나이더 랜서, 위의 책, 133쪽

비판적 이야기라 할지라도 한 때의 비정상적 시기의 광기에 의한 것이며, 지금은 이미 체제 내에 수용되어 더 이상 기존의 체제를 위협할 인물이 아님을 밝힌」41)데 있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이러한 我의 결말에 대해 서사 구조적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 다.

어떤 이야기든지 주인공의 결말이 앞서 나오는 것은 순차적인 흐름에 따른 이야기 전달보다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폭이 좁다.

다시 말해 我의 결말이 앞서 나오지 않았다면, 독자는 我가 나을 수 있 었는지, 나았다면 어떻게 나은 건지, 아님 여전히 피해망상증에 사로잡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갖고 있을 것이다. 그 러나 我는 이미 나아서 사회로 돌아왔다고 밝혀졌고, 이로 인해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我의 결말의 폭은 좁아졌다.

왜 하필 我의 결말이 외부 액자에 나와야만 했던 것일까. 왜 독자로 하 여금 제목을 통해 狂人에 대한 이미지를 선명히 심어주었으면서, 미쳤다 던 我가 사회에 돌아왔다는 결말은 그의 이야기 보다 먼저 서술된 것일 까. 왜 사건의 의미는 뒤에서 알려주고, 주인공의 결말에 대한 비밀은 앞 에서 누설되는 것일까.

이에 대한 의문을 좀 더 명확히 설명하기 위해 이를 도해화 하였다.

<표 - 2>는 텍스트 속 사건을 발생한 시간에 따라 구분해 본 것이다.

41) 李珠魯, 〈魯迅의 〈狂人日記〉- ‘폭력’과 ‘미침’, 그 ‘감춤’과 ‘드러냄’의 미학적 보고〉

≪東亞文化≫34호, 1996년, 206쪽

<표 - 2> 사건 발생 순서에 따른 구조

위의 <표 - 3>과 같이 제목(〈狂人日记〉: 미친 사람의 일기)과 가장 근접해 있는 余의 서술(ⓓ)속에 我의 결말(ⓒ)을 재배치하면서(ⓒ⊂ⓓ→ⓐ

→ⓑ) 독자에게 我의 狂氣와 그의 결말을 동시에 의식하게 하고, 이 이야 기의 정점으로 가는 통로를 그의 결말이 아닌 마지막 我의 외침에 다다르 게끔 열어줌으로써 我의 외침은 더욱 부각되는 효과를 거둔다.

결국 직접적으로 말은 안 해도 我가 狂人인 설정 및 제목이 주는 텍스 트적 기대는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며 또 하나의 아이러니를 이끌 어 내기 위한 장치이고, 我의 결말이 앞서 나오는 ‘도치서술’42) 역시 결말 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한 서사 전략인 것이다. 다시 말해 사건의 발생순 서가 아닌 작가의 의도에 따라 전략적으로 재배치되는 모든 이야기는 하 나의 구심점을 향해 달려간다. 이러한 서사전략으로 인해 더욱 효과적으 로 드러나게 되는 이야기의 진짜 결말은 我의 사회로 복귀가 아닌 「사람 을 잡아먹은 적이 없는 아이들이 있을까. 아이들을 구하라...」(沒有吃過 人的孩子, 或者還有? 救救孩子...)(424)이다.

〈狂人日记〉는 대비구조가 명확한 소설이다. 이 소설의 대비 구조를 다뤘던 기존의 연구들은 대체로 두 명의 서술자 我와 余의 인물 특징 및 각 서술자의 언어형식에 초점을 맞춰 분석하였다.

旷新年는 ≪狂人日记≫≪药≫及鲁迅小说的潜结构〉에서 狂人과 余, 언 어형식상의 대립구조에 대해 분석하였다. 그는 狂人은 새로운 사상관과 의식관을 대표하며,5․4 계몽가가 갖는 현실역사와 문화전통에 대한 회의 와 비판을 보여주며, 서문과 일기의 시점, 사유방식, 세계관은 근본적으로

42) 陳平原, ≪中國小說敍事學≫,이종민 譯, 살림,1994, 87쪽 참조 에 따르면 이러한 도치서 술은 문장의 중복성을 피하여 소설의 밀도를 증가시키고, 긴장감을 조성하여 소설의 구 성감을 높인다는 면에 있어서 5․ 4작가들에게 대단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었다고 하였다.

대립되어 있고, 이는 문언과 백화, 정상적인 말과 비정상적인 말 등 언어 간의 대립이 상반된 언어현실의 대립까지 보여준다고 주장했다.43)

曹禧修도〈论≪狂人日记≫的内结构几其叙述策略〉에서 오래됨과 새로 움, 문언과 백화, 규율을 잘 지키는 자와 전통을 모반하는 선봉자가 두드 러지게 드러나는 텍스트 구조가 신․구 문학관, 문화관, 도덕관의 첨예한 대립을 내포한다고 하였다. 44)

필자는 본 장의 내용을 종합하여 〈狂人日记〉의 대비구조를 인물과 언어의 대비에서 좀 더 확대된 텍스트 상에 명시된 영역과 은폐된 영역으 로 보고자 한다. <표 - 4>는 텍스트상의 두 영역을 도해화한 것이다.

43) 旷新年,〈≪狂人日记≫≪药≫及鲁迅小说的潜结构〉: 「在<狂人日记>中, 不仅小序和 日记之间的视点、思维方式、世界观是根本对立的, 而且它们的语言也是对立的, 一是文 言, 一是白话, 一种是正常话语, 一种是反常话语, 两种对立的话语展开了两种相反的话 语现实。」,(≪社会科学辑刊≫,1996, 130쪽참조)

44) 曹禧修,〈论≪狂人日记≫的内结构几其叙述策略〉: 「当我们充分认识到这样一个旧与 新、文言与白话、循规蹈矩与先锋反叛传统显着对峙的文本结构, 隐藏着新旧两种文学观、

两种文化观、两种道德观的尖锐对立。」(≪中国现代文学研究丛刊≫,2004 207-209쪽 참 조)

<표 - 4> 〈狂人日记〉의 은폐된 텍스트와 표면화된 텍스트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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