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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국가주도형 자본주의

제2절 러시아의 유형과 성장실태

확립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어서 1999년 하반기부터는 개별 조세 법의 개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 최근까지 나타난 결과를 보면 조세의 종 류를 전반적으로 감소시키는 가운데, 특히 물품세 및 영업세의 폐지를 통해 기업에 대한 조세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각종 과세특례를 대폭 줄여 세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세개혁이 이루어져 가고 있다.

러시아 재정부문의 구조적인 문제점인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재정관 계를 재정립하는 문제는 아직 본격적으로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연방-지방 사이의 세수의 분할, 지방재정에 대한 교부금 및 보조금 지급규 칙, 연방 및 지방 징세기관간의 관계설정에 이르기까지 재정연방주의(fiscal federalism)와 관련된 모든 제도의 정비가 포함된다. 실제로 러시아에서 재 정규율의 해이는 지금까지 연방재정보다는 지방재정에서 훨씬 심각하였는데, 이는 러시아에서의 재정연방주의 제도가 아직까지 확고하게 정착되지 않은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뿌찐대통령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상원 자동임명제를 폐지하는 등 지방에 대한 중앙정부의 우위 확보 방향으로 연방 제도를 개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재정연방주의의 확립이 결국 성패를 가름하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1999년 하반기 이후 러시아의 국가재 정은 세수실적과 재정수지 면에서 크게 개선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이 는 주로 산업생산의 회복에 따른 기업조세 징수실적의 증대와, 에너지 가격 의 상승에 따른 수출관세 및 물품세의 세수 확대에 기인한 것으로서, 재정부 문 개혁의 효과가 나타난 결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나. 금융개혁

러시아 정부의 본격적인 금융구조조정 정책은 1998년 말에 발표된 은행구 조 조정안이었다. 여기서 러시아 정부는 1,400여 개에 달하는 국내은행들을,

① 독자적인 회생이 가능한 우량은행, ② 도산되어야 할 부실은행, ③ 약간의 정부지원을 통해 회생이 가능한 은행, ④ 도산할 경우 정치·경제적인 파장 이 크므로 선택적으로 지원되어야 할 전국규모의 대형은행 등 4개의 범주로

나누고, 각각의 범주에 상응하는 지원 또는 파산절차를 시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러시아 정부의 구조 조정안은 우선 각각의 범주에 해당하는 은행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부터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혹이 제 기되었으며, 더욱이 이 계획을 발표할 당시에는 은행의 파산에 대한 법적인 절차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이 구조 조정안에 따른 구체적인 조 치가 뒤따르지는 않았다.

은행권의 구조조정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제도적인 정비가 진척된 것은 1999년에 들어서였다. 1999년 초에 금융기관구조조정청(ARCO: Agency for Reconstruction of Credit Institutes)이 발족되었으며, 이어 은행파산법 (The Bank Bankruptcy Law)이 의회에서 승인되어 부실은행의 파산절차가 법제화되었다. 1999년 7월에는 은행구조조정법이 제정되었는데, 이 법에 따 라 ARCO에 은행구조조정을 실행할 권한이 정식으로 위임되었고, 중앙은행 의 결정에 따라 ARCO에 부실은행의 자산을 이관할 수 있게 하였으며, ARCO는 부실은행에 대해 주주지분의 감자(write-down)를 행하거나, 상업 은행들의 불법적인 결제를 무효화시킬 수 있는 등의 광범위한 권한이 부여되 었다. 이와 더불어 러시아중앙은행은 1999년 중반부터 부실은행에 대해 영 업허가를 취소하는 조치를 하여 최근까지 100개 이상의 은행들의 영업허가 가 취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은행구조조정안은 1999년에 상당한 정도로 제도적인 정비가 이루 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계획된 대로 과감하게 실행되지 못했으며, 1999 년 중반부터 시작된 부실은행의 영업허가를 취소하는 조치에 있어서도 영업 허가가 취소된 은행들에 대해서 최종적인 파산, 또는 청산절차가 최근까지도 완료되지 못한 채 법적인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에서 금 융부문의 구조조정에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재정자금의 부족과 정치 권과 유착된 은행권의 로비, 모호한 대규모 상업은행들의 소유구조 등이다.

특히 재정자금의 부족으로 인해 1999년에 은행권 구조조정의 실무를 담당하 기 위해 설립된 ARCO는 최근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다. 산업정책의 강화

국가주도의 경제정책은 산업정책의 강화로 나타난다. 경제위기를 겪은 이 후 러시아 국내에서는 제조업의 회생이 산업정책의 핵심적인 과제로 부각되 었다. 1998년 9월에 출범한 프리마코프 내각은 정부에 의한 적극적이고 직 접적인 산업정책을 표방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부주도로 적극적인 산업 구조 조정정책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재원의 부족으로 본격적인 산업정책이 실행되지는 못했다. 프리마코프 정부는 1999년도 들어 국내의 수입대체산업 을 육성하기 위해 전자제품, 자동차 등의 제조업 분야에 대해 부분적인 세제 혜택을 주었으며, 국내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품에 대한 표준인증제도를 강화한 바 있다.

1999년 하반기에 등장한 뿌찐 내각은 프리마코프 내각과는 달리 정부주도 에 의한 산업구조의 형성보다는 상대적으로 시장친화적인 산업정책을 선호했 으며, 이러한 정책 기조는 뿌찐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인 최근까지도 지속 되고 있다. 뿌찐 정부 하에서 이 같은 산업정책 기조의 변화는 1999년 후반 기 이후부터 뚜렷해지기 시작한 러시아 내수산업의 회복세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산업정책의 효과라기보다는 1998년 하반기에서 1999년 상반기에 발생한 환율상승에 의해 러시아의 내수산업들이 가격경쟁 력이 제고된 데다, 경제위기가 불러온 소득저하에 따라 저가의 러시아 제조 업 제품에 대한 국내수요가 일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 뿌찐의 경제개혁 프로그램

아직 구체적인 경제개혁 프로그램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다. 뿌찐 은 취임 후 조각에서 개혁성향의 카샤노프(Mikhayl Kasyanov)를 총리로 임 명하고 급진개혁을 주장하는 전략연구센터 소장 그레프(German Gref)를 경 제개발 및 무역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이에 앞서 역시 개혁파 경제학자인 일 라리오노프(Illarionov)가 대통령 경제 담당보좌관으로 임명되었다.

게르만 그라프에 의해 수립된 러시아 장기발전전략(2000-2010)은 크게 국가권력개혁과 경제개혁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그라프 프로그램 에 의 한 경제개혁은 3단계를 거쳐 이루어지는데, 제1단계(2003년까지)에는 산업 구조조정과 시장의 강화, 제2단계(2007)는 생산의 현대화와 경쟁력 획득, 제3단계(2010년까지)에는 부단한 혁신과 안정적인 성장을 목표로 한다. 경 제개혁안에 깔린 기조는 정치, 경제 모든 분야에서 권력의 중앙 집중화와 국 가기능 강화를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권력 강화 부분은 앞 에서 언급한대로 이미 실행되고 있으나 경제개혁 부분은 아직 구체적인 실행 안이 확정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카시아노프와 그레프 등 핵심 정책결정 자들 사이에 개혁의 강도와 폭 등 구체적 전략에 있어 견해차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00년 말까지의 상황을 토대로 할 때 그의 신국가주의 노선은 우선은 대 외정책에서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친 서방 일변도에서 전환하여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차원에서 미국에 뒤이은 핵 강국의 위상 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 북한 등 과거 사회주의 동맹국과 새로운 협력관계를 설정하여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제동을 걸려고 할 것이 다. 협력 및 제휴 대상에는 독일 등 서유럽 국도 포함되며 뿌찐의 대통령 취 임 후 첫 외국 방문이 독일이었다는 사실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러한 외교 정책의 변화를 통해 얻은 대외적 레버리지의 증대라는 외교적 자산을 뿌찐은 가능한 한 경제적 자본으로 전환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대내적 측면에서도 뿌찐은 팽배한 민족주의적인 정서와 전례 없는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지방에 대한 중앙 정부의 확고한 권력우위를 제도화할 것이 다. 그간 구소련 말기부터 시작된 소연방의 해체 그리고 옐친시대에 들어 와 체첸 사태에서와 같은 지방의 분권과 자치를 뛰어 넘은 할 거와 독립 움직임 등 최근까지 러시아의 역사는 국가해체의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체첸 사 태를 계기로 대통령이 된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과제 는 국가 해체 과정을 역전시켜 국가를 재통합(reintegration)하고 러시아를

새로운 국가로 건설(nation building)하는 것이다.

그에게 가장 힘든 과제는 구소련 이래 황폐해진 경제를 재건하는 일이다.

아직 구체적 경제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지 않지만 적어도 그에게는 지난 정 권이 남겨준 두 가지의 교훈이 있다. 하나는 체제전환 초기에서와 같이 충격 요법식의 단순한 정책으로서는 러시아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교훈이다. 두 번째는 옐친 말기에서와 같이 권력 핵심부에까지 미친 부패의 고리를 끊지 않고서는 어떠한 경제 정책도 실패할 뿐이라는 교훈이다. 개혁 노선과 관련 해서는 적어도 시장경제로의 이행에 역행하는 것과 같은 보수회귀는 없을 전 망이다. 현재의 경제 팀의 성격으로 보아서는 프리마코프 정부보다는 물론 개혁적이면서 츄바이스와 체르노미르딘의 중간정도의 노선을 택하지 않을까 전망된다. 경제정책에 있어서도 불필요한 좌우이념 논쟁이나 보혁 분쟁 가능 성이 있는 문제는 뒤로 미루면서 부패척결과 조직 개편을 통한 정부의 기능 향상과 효율화를 바탕으로 사회통합에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인다.

뿌찐이 만들어 가야 할 러시아형 자본주의의 내용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러시아형 자본주의의 발전과제는 일차적으로는 체제전환을 마무리하는 작업 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정치의 실질적인 민주화를 통한 정체체제의 전환과 거시 경제적 안정화를 기초로 비화폐적 거래의 축소를 통한 시장화의 완성과 외부자 지배 확대를 통한 현금사유화의 완성으로 경제체제의 전환을 완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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