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도서관 인식의 선진화를 위한 제언

2020년 현재, 한국인의 도서관 인식을 객관적으로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국가 차원의 관련 통계가 부실하고 도서관계의 학술연구 또한 신뢰할만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런 가운데 한국사회에서 자주 마주하고, 특히 도서관 현장에서는 일상적으로 접하는 한국인의 도서관 인식에서는 서구인의 library 인식과는 뿌리부터 다른 토착적인 오류와 후진성이 엿보인다.

무엇보다도 서구인의 일상에서 library가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과 달리, 한국인에게 도서관은 예 나 지금이나 일상의 ‘주변부’에 놓여있는 ‘시설’에 불과하다. 특히, 서구인의 인지체계에는 보편화 되어 있는 일상적 정보시스템으로서 도서관의 모습은 한국인의 인지체계에는 흔적조차 희미하다.

도서관 인식의 오류가 구조적으로 만성화되어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인식의 오류를 개선하 지 않고서는 도서관문화의 선진화를 위한 기존의 노력이 사상누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데 있다. 이처럼 한국의 도서관문화를 선진화하고자 한다면, 도서관에 대한 한국인의 그릇된 인식부 터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인의 도서관 인식을 선진화하려면, 인식의 오류를 만성적 상태로 만들어온 토착적 요인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 토착적 요인을 해소 혹은 제거하지 않고서는 인식의 근본적인 개선은 불가하 기 때문이다.

있는 것일까? 이렇듯 낯 뜨거운 상황에서 필자를 보다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코로나로 인해 더욱 부실해진 도서관서비스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한국사회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국인의 일상에서 도서관 은 그야말로 있으나마나한 존재인 것이다. 한국인의 도서관 인식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다.

1. 인식 오류의 토착적 요인

경영학의 이론을 빌릴 것도 없이, 조직이나 기관의 이미지는 운영주체에 의해 결정된다. 한국인 의 도서관 인식이 서구인의 library 인식에 비해 후진적이라면, 그 일차적인 원인을 도서관의 운영 주체에게서 찾는 것이 순리인 것이다. 앞서 필자는 ‘도서관 인식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면서, 도서관의 운영주체인 사서들조차 도서관과 library의 차이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심하며, 그러다보 니 library의 고유 기능을 도서관에 접목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부족하거나 부실함을 지적한 바 있다. 이 글에 앞서 발표한 여러 글에서도 필자는 도서관 운영주체인 사서들의 직업철학의 빈곤과 직무역량의 부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곤 하였다. 특히, 사서집단 스스로 도서관을 ‘시스템’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시설’로 간주하면서 업무의 중심을 ‘고객 서비스’보다는 ‘시설 관리’에 두고 있음 을 아쉬워하였다. 물론 근자에 들어 고객 서비스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신진 사서들 사이에서 증가 하고는 있지만, 사서집단의 낙후된 의식과 수동적 행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는 징후는 여전 히 찾아보기 어렵다. 실정이 이러하기에 필자는 도서관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오류는 사서집단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필자는 그동안 사서집단의 의식과 행태가 후진적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을 태생적 측면과 후천적 환경에서 찾고자 하였다. 먼저, 태생적 측면에서 도서관이 한국인의 요구에 부응하 여 자생적으로 구축된 시스템 혹은 문화가 아니라 위정자들의 판단에 의해 수입되어 이식된 기관 혹은 제도라는 점에 필자는 주목하였다. 도입 초기부터 선진 제도를 받아들이기에 급급하다보니 원조인 library의 외형을 모방하는데 치우치면서 library에 내재하는 철학과 기능을 이해하고 실천 하는데 소홀하였던 것이다. 그에 더해, 인적 역량의 부족과 부실, 특히, 도서관문화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고 도서관시스템의 선진화를 정책적으로 주도할 전문 인력의 부족은 도입 초기의 오류와 한계를 고착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렇듯 기본 방향이 오도된 상태에서 ‘문외한’

이나 ‘배짱이’들이 오랜 세월 도서관 관리자로 군림하다보니 사서집단의 규모 확충은 차치하고 의식개혁과 역량개발조차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왔던 것이다.

반세기가 넘도록 사서집단의 직업의식과 직무행태가 ‘후진적’ 상태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배 경에는 그들에게 도서관운영에 필요한 이론적 지식을 전수하고 직무수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온 도서관학계의 책무 소홀이 있다. 도서관 인력의 자질과 역량의 부실 문제는 인력을 양성 하는 주체의 교육 및 연구행태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사서의 양성을 위한 교육체 계의 문제점은 필자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에 의해 수십 년 동안 줄기차게 제기되어 왔지만 개선은 커녕 오히려 악화되어 왔다. 특히, 교육과정의 비합리성과 구조적 영세성은 기본적인 직무역량조 차 부실한 사서자격증 소지자의 과잉공급으로 결과하고 있다. 게다가 교육내용의 철학적 빈곤과 비효율성은 직업의식조차 미흡한 기능인의 양산으로 결과하고 있다. 이처럼 교육체계의 부실로

인해 도서관이 지향하는 가치와 사서에게 주어진 책무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인력집단이 수십 년 동안 도서관을 운영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교육체계의 부실에 더해서 부적절한 연구행태 또한 사서집단의 직업의식과 직무역량에 부정적 인 영향을 미쳐왔다. 주지하다시피 실무 중심의 학문 분야에서 연구의 결과는 거시적인 정책은 물론이고 실무기관의 경영전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도서관계의 연구가 거시성과 지속성을 중시해야 하는 이유이다. 실무 중심의 연구결과는 특히 조직의 업무 구성과 인력 편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도서관계의 연구가 실효성과 유용성에 비중을 두어야 하는 이유이다. 게다가 실무 적 연구의 오류는 잘못된 메시지를 실무 현장에 여과 없이 전달함으로써 실무의 오도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도서관계의 연구가 객관적 합리성을 준수하여야 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이 글의 전반부에서 살펴보았듯이, 도서관계의 학술연구는 물론이고 국가통계에서조차 거시적 지속 성, 실효적 유용성, 그리고 객관적 합리성을 고루 갖춘 조사결과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이렇듯 부적절한 도서관계의 연구행태로 인해 사서집단은 자신의 직업과 관련한 문제의 본질을 의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필요한 지적 자양분조차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온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와 결함으로 인해 국가 차원의 도서관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공식 체계가 갖추어지고 도서관정책의 로드맵이 작성되어 실행에 옮겨진 지 십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서 집단의 후진적 의식과 행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개선되기는커녕 도서관의 고유 기능에 대한 사서집단의 인식은 오히려 퇴보한 듯하다. 사서의 전문성을 지탱해주던 자료의 개발과 조직 업무조차 비중이 축소되는 가운데 도서관을 시설로 보는 패러다임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공공 시설로서의 가치를 입증하려는 사서집단의 노력은 평생교육의 인프라를 넘어서 makerspace의 제공에 이르기까지 치열하다. 이렇듯 직업적 전문성에 대한 확신조차 미약한 사서들이 도서관의 고유 기능은 방치한 채 서구 library의 껍데기 모방에 치중하는 것이 한국 도서관계의 ‘실체적 진실’인데, 그러한 사서들이 ‘서비스’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어찌 도서관의 가치와 사서 직의 의미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겠는가?

2. 인식 오류의 개선을 위해

한국인의 도서관 인식에 내재하는 구조적 오류의 ‘일차적 책임’은 이렇듯 도서관의 운영주체인 사서집단에 있다. 사서집단의 도서관 인식부터 낙후되어 있다 보니 서비스 대상의 도서관 인식이 만성적 오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인의 왜곡된 도서관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한 첫걸음은 사서집단의 도서관 인식을 선진화하는 작업이어야 하는 것이다. 사서집단 스스로 도서관의 가치를 바르게 이해하고 고유 기능부터 충실히 이행하고자 노력할 때 비로소 그들로부터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람들의 도서관 인식이 개선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서집

단의 도서관 인식을 선진화하려면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하여야 하는가?

앞서 논의하였듯이, 사서집단에 두텁게 퍼져있는 인식의 오류는 도서관계의 부실한 교육체계에 서 발원하여 도서관계의 부적절한 연구행태로 인해 고질화되고 있다. 결국, 사서집단이 고착화된 인식 오류의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하려면, 그들에게 각성의 동기를 부여하고 혁신의 방법을 제공 하는 교육체계와 연구행태가 합리적으로 혁신되어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최근까지도 교육의 실 효성을 강화하고 연구의 유용성을 제고하는 문제를 놓고 씨름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앞서 논의하였듯이, 사서집단에 두텁게 퍼져있는 인식의 오류는 도서관계의 부실한 교육체계에 서 발원하여 도서관계의 부적절한 연구행태로 인해 고질화되고 있다. 결국, 사서집단이 고착화된 인식 오류의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하려면, 그들에게 각성의 동기를 부여하고 혁신의 방법을 제공 하는 교육체계와 연구행태가 합리적으로 혁신되어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최근까지도 교육의 실 효성을 강화하고 연구의 유용성을 제고하는 문제를 놓고 씨름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