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와 B 두 가지를 비교하는 경우, 비교 기준에 <발전․진보>의 내용 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면, A와 B와의 사이에서 발견되는 차이가, 다 른 발전단계에 있는 차이로 간주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원숭이와 인간의 비교에 의한 차이는 진화론적으로는 발전단계의 차이로 이해 된다. 다만 이것을 문화(=고유성)의 차이로 파악하고, 원숭이사회와 인간사회를 비교하는 논의도 있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사고 방법은, 거꾸로 말하면, 피아(彼我)의 문화(고유성)의 차이를 단계적 차이로 착각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이 착각은 그 차이를 차이로서 분석하고, 상호의 고유성으로서 확인하거나 혹은 발전단계상의 차이, 즉 <지연=후진성>으로서 극복해야하는 것으로 생각하는가의 차이(실 천적 태도의 차이)로 귀결된다.
(2) 발전단계론적 사고
발전단계론적 사고와 문화차이론적 사고의 관계는 그 어느 것을 취 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대상의 구체적인 비교분석에 서 그 사고패턴의 개성에 유의하고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고 조합하면 서 적절하게 이용한다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다만 이렇게 말했다고 해도, 그것을 구체적인 분석으로서 보여주는 것은 물론 쉽지 않다. 여
29) 廣渡淸吾, 前揭論文, 39面 以下 參照.
기에서는 이 문제의 소재에 접근한다는 취지에서, 이들 두가지 사고 패턴의 예로써 전후 일본에서 ‘일본의 사회와 법’의 특질을 둘러싸고 이루어진 대표적인 논의의 두 가지를 들어 논하도록 한다. 각각 주지 의 논의로써 그 내용에 대해 소개할 것까지도 없는데, 한 가지는 가 와시마 다케요시의 일본인의 법의식론이고, 다른 한 가지는 노다 요 시유키의 일본인의 국민성론이다.
가와시마는 메이지기의 개혁 및 제2차대전후의 개혁에 의해 법제도 의 근대화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사회의 근대화가 진행되지 않는 원인을 일본인의 법의식에서 찾고(사회규범으로서의 의리인정규 범의 우월이 사회관계를 권리의무관계로 구성하는 것을 저해하고 있 다), 이러한 법의식의 역사적 성격을 근대화적인 것(봉건적인 것)으로 파악했다. 가와시마의 이러한 인식은, 첫 번째로 이미 사회의 근대화를 이룬 구미사회와의 비교에서, 일본인의 법의식을 후진적인(지연된) 것 으로 자리매기고, 따라서 두 번째로, 일본사회의 발전(공업화․도시화 등의 발전에 의한 근대화의 달성)에 의해 이러한 법의식의 변혁이 진 행된다는 이해를 도출했다. 이것에서 보여지 듯이, 가와시마는 일본인 의 법의식의 서구와의 대비에서 비교적 ‘특질’을 근대화라는 척도에서 의 발전단계의 차이로서 자리매긴 것이 된다. 그 때문에 그 사고패턴 은 발전단계론적 사고로서 특징지울 수 있다(다만, 그것에 의해 곧바 로 이 논의의 내용 자체의 옳고 그름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비교법학자인 노다는 가와시마가 취한 일본인의 법의식의 문제성을, 보다 넓게 비교문화론적인 접근방법으로 설명하고자 시도했다. 그는, 같은 법제도 하에서도 법의 구체적인 기능 방법이 다른 것은, 법이 작용하는 단위인 집단(국가)에서의 ‘법에 관해 생각하는 방법, 느끼는 방법, 행동하는 방법’(이것을 ‘법관념’이라고 부른다)의 차이에 기초하 는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법관념의 기초가 되는 보다 일반적인 ‘사 물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 느끼는 방법, 행동하는 방법’을 ‘멘탈리티’
라고 총칭하고, 이 ‘멘탈리티’‐국민의 멘탈리티이므로 ‘국민성’의 해명 이야말로 비교문화론의 과제로 삼았다. 그에 의하면, 멘탈리티를 뒷받 침하는 조건에는 ‘외인적 조건’과 ‘내인적 조건’이 있다고 하고, 인류 의 멘탈리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세 가지의 외인적 조건으로서, 인류가 그 발전사에서 획득한 생활양식, 즉 수렵채집, 농경 및 목축 이, 또한 내인적 조건으로서 ‘인간의 성격’(노다는 이것을 유전적으로 계승된다고 생각)이 제시된다. 그 다음으로 노다는 인류가 획득한 3가 지의 생활양식에 따라 ①수렵채집형 멘탈리티, ②농경민형 멘탈리티 및 ③유목민형 멘탈리티를 이론적으로 구성하고, ②가 일본(내지 보다 넓게는 아시아), ③이 유럽의 멘탈리티를 뒷받침하고 있고 ①은 보다 전기적인 것으로서 ② 및 ③의 보다 심층에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성 격’에 관해서는, 오로지 프랑스의 성격학의 논의에 의거하여 그것이 지시하는 8가지의 성격형 중 그 3가지가 일본인의 성격을 대표하는 것이라는 추론을 전개하는데, 성격과 법관념의 관련은 그다지 명확하 게 지적되어 있지 않다.
이상의 논의에 의하면, 첫 번째로 ‘불변의’ 정신세계로 뒷받침되는 문 화의 차이는 움직이기 어려운 것이고, 두 번째로, 다른 문화 사이에서 선진․후진, 우열 등의 비교는 그 자체로서는 무의미하며, 문화의 공 존, 상보적 관계에서의 하모니가 지향되어야 한다. 다만, 스스로의 ‘국 민성’의 결함을 자각한다면, 교육 등을 통해 변하는 노력을 해야한다.
(3) 단계론
전후 일본의 법률학에서 유력했던 법의 발전단계론은 마르크스주의 적 방법(사적유물론)에 많든 적든 의거하여, 사회의 토대인 경제적 여 러 관계․제도의 발전단계에 대응하여 법의 변화를 고찰하는 방법이 었다. 특히 자본주의사회에 대해 시민혁명기, 산업자본주의단계, 독점 자본주의단계 및 국가독점자본주의단계(가장 후자의 단계성에 대해서
는 경제학에서 논쟁이 있었다)에 상응하여 법체계․법규범의 방법, 법 의 기능 등이 단계를 계획하고 변화를 달성하는 것이 분석되고 논해 졌다. 또한, 이러한 자본주의의 역사적 단계적 변화를 전제로 하면서, 보다 추상화된 카테고리로서, 근대법‐현대법, 시민법‐사회법 등이 법의 발전단계에 관련하는 개념으로써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카테고리는 오로지 선진자본주의국가에서 자본주의의 발전과 법의 변화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써, 모든 법질서(내셔널한 단위에서 파악하면 200에 가깝다)를 비교의 시야에 넣고자 하면, 당연 히 한정적인 의미 밖에 갖지 않는다. 그 때문에, 예를 들면 아시아의 발전도상국에 대한 법의 역사적 발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른 카테 고리가 구성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다만, 그러한 한정성을 바탕으 로 한다면, 자본주의법의 발전단계론은 방법적으로 의미있는 것이라 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여기에 제시되어 있는 카테고리는, 대부분 의 경우에 이념형으로서 파악되고 있는 것이고, 이 이념형의 도출은 자본주의에 관한 경제이론(마르크스경제학)을 중심으로 한 사회과학이 론을 참조하면서, 선진자본주의국가의 역사적 법발전의 실증분석에 기 초하여 거기에서의 공통성을 추상화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개별 대상에 따라 이념형의 추상도를 작게 하여, 예를 들면 ‘현대법에서의 나치즘형과 뉴딜형’과 같이 ‘유형’으로 구성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히구치 요이치(樋口陽一)의 비교헌법학은 헌법 현상의 비교를 역사 적 단계론적 파악과 연결하는 독특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비교 헌법학이란 ‘여러 외국의 헌법 현상을 비교의 관점에서 대상으로 다 루는 과학’인데, 그는 그것을 위한 방법으로서 이론적 유형학과 역사 적 유형학을 제시한다. 전자는 헌법 현상의 기능적 분석에 이바지하 는 것이고, 후자는 헌법 현상의 역사사회와의 관련 분석에 이바지하 는 것이다. 이 역사적 유형학에 대해 또한 보자면, 자본주의헌법의 발 전사가 3단계로서 파악되고(①근대시민혁명기, ②근대입헌주의의 확립
기, ③근대입헌주의의 현대적 변용기), 각각의 시기에 헌법 현상의 ‘역 사적 유형’이 ①에 대해서는 프랑스, ②에 대해서는 영국 및 ③에 대 해서는 독일을 대상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 유형’이 현 대서측민주주의헌법의 비교분석(역사적 및 기능적 분석)의 인증기준으 로서의 역할을 완수하는 것이다. 또한 세 가지의 역사적 유형의 성립 과 변화를 분석하는 일 그 자체도 헌법현상의 비교가 되는 것이다.
단계론의 동기는 비교 대상이 되는 것의 역사적인 위치와 변화 분 석의 필요성을 지시하는 것이고, 단계론적 카테고리는 비교를 위한 중요한 하나의 표식이 될 수 있다. 그것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각종 영역에서 법의 역사적 단계적 변화에 대해 실증작업을 하고, 그것에 기초하여 법 현상의 비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이념형적 내지 유형적 카테고리를 구성하는 것이 요구된다. 개발체제의 법시스템, 복지국가 의 법시스템 혹은 포스트모던의 법시스템 등이 이러한 카테고리로서 구성되는지 아닌지는 앞으로의 중요한 검토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