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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제내성균 격리환자 보호자의 돌봄 경험을 살펴보면, 다제내성균 분리 통보 시점부터 시작하여, 격리 조치를 당하며 병원 생활을 하고, 나아가 퇴원 후까지 다제내성균 환자 돌봄에 대하여 신경써야 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부정적인 경험과 긍정적인 경험이 공존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환자의 다제내성균 분리로 인한 격리는 보호자에게 정서적, 경제적, 육체적 고통을 비롯하여 보호자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고 환자의 돌봄에만 매달리게 되는 고통스러운 시간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보호자는 이러한 돌봄 경험 속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며, 경험을 지속하면서 심리적 안녕감을 느끼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보호자의 경험은 정신장애인 성인자녀를 돌보는 가족경험(Chae, 2007), 뇌성마비 장애청소년 어머니의 자녀양육 경험(Jeong, 2008), 뇌전증 자녀를 둔 어머니의 돌봄 체험(Jeong, 2015)의 연구에서 나타난 새로운 질환을 통보받았을 때 보호자가 경험하는 당황스러움, 이해할 수 없음, 절망감, 무력감,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 표현과 일치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진은 다제내성균 분리 통보를 할 때 보호자에게 충격적인 상황임을 인지하고, 정서적 지지가 포함되어야 하겠다.

보호자는 처음 다제내성균 분리 후 의료진에게 격리의 필요성을 설명 듣기 이전, 다인실에서 공개적으로 다른 병원 직원을 통해 격리가 이루어지게 되는 과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다제내성균의 분리와 이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지기 전, 다인실 내에서 다른 사람에게 전파를 막는 것이 우선시되어 격리 조치가 먼저 이루어지고 있다.

격리를 하는 과정에서 보호자들은 의료진보다 격리 조치를 수행하는 조무원이나 미화원을 먼저 접하게 되고, 다제내성균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는 병원 직원과 먼저 접촉하게 되면서 여러가지 부정적 경험을 하게된다. 이는 Kweon (2008)의 VRE 분리 환자의 격리 경험에서 초기 격리 조치 시 예상치 않았던 일들로 인해 당혹감을 경험한 환자의 진술과 같은 맥락으로, 의료 현장에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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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제내성균 분리 통보와 격리 조치 프로세스의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재정립이 필요하다.

보호자들은 병원 직원 간 다제내성균 분리 환자임을 공유하기 위한 각종 격리 표식과 1 인실 격리에 대하여 ‘낙인’같이 느껴져 다른 사람의 눈치가 보인다고 하였다. 특히, 다인실 내에서 접촉 격리를 하는 환자의 보호자는 자신의 환자에게만 제공되는 개인 의료기기와 격리폐기물통, 그리고 각종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방문하는 의료진 때문에 같은 병실 내 사람들에게 본인이 균이 나오는 환자임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 같아 눈치가 보인다고 하였다. 이는 메르스 환자 연구에서 나타난 낙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느껴지는 높은 수준의 불안감과 일치하며(Jeong et al, 2016) 사스와 관련된 연구에서도 전염병이 사회적 낙인을 야기하고, 이는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가중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와도 일치하였다(Cheng, 2004). 낙인은 격리환자 보호자의 자존감, 우울 증상, 자기 비난과도 연관이 있고,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Turan et al, 2017).

또한 격리로 인한 혼란, 분노, 감염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두려움과 같은 심리적 반응이 유발될 수 있다는 연구(Brooks et al., 2020)와 일치하였다.

따라서 감염예방과 전파방지를 위한 표식과 보호자의 부정적 경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기존 감염예방 수칙에 환자와 보호자를 배려하는 차원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또한, 모든 환자를 1 인실로 배치하거나 같은 균종끼리 코호트 격리를 할 수 있도록 격리 병상 확보가 필요할 것이다.

CRE (CPE) 분리 환자들은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병실이 부족하여 입원을 하지 못 하고 요양 병원에서 보존적 치료만 이어가는 경우가 많고, 응급실에서 입원 결정이 나더라도 1 인실이 부족하여 기약 없이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보호자를 위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응급실에서 무기한 대기한다는 것은 보호자로 하여금 신체적, 정신적으로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우여곡절 끝에 병실로 입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감염병 질환에 우선순위가 밀려 병실을 옮겨 다니는 경험 또한 빈번하게 겪게 되었다. 최근 의료 현장은 신종 감염병의 등장으로 코로나 19 확진 환자, 확진 환자의 노출 환자, 또는 의심 환자가 1 인실 격리의 1 순위 환자로 분류되어 다제내성균 격리환자는 이들에게 우선 순위에 밀려 병실을 옮기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이에 1 인실 격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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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나 병실부족으로 같은 균이 동정되는 환자와 코호트 격리를 경험한 보호자는 의료진만큼 엄격한 격리 수칙을 요구하는 동실 환자와 보호자로 인해 눈치를 보게 되고 감시당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였다. 또한, 입원 치료를 위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이마저도 급성기 치료가 끝나면 요양기관으로 전원을 하거나 퇴원을 해야 한다. 가정에서 보호자가 돌볼 수 없는 상태의 환자는 전원을 가야 하지만, 일부 요양기관에서는 CRE (CPE) 환자 입소를 거부하고 있어 전원병원을 정하는 과정도 순탄하지 않다. 이는 최근 요양병원의 격리 병실과 인력 부족, 제도적인 측면의 한계점을 나타내는 Kim (2017), Kim(2018)의 연구 결과와 같은 맥락으로, 의료 기관에서의 다제내성균 감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국가 차원에서도 이를 막기 위해 일부 다제내성균을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여 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수행해야 하는 의료기관의 시설은 한계가 있어, 이는 오롯이 다제내성균 격리환자와 보호자의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국가차원에서의 다제내성균 격리환자를 위한 요양기관 설립이나 1 인실 병상 확보가 필요하겠다.

보호자는 환자와 많은 직접적 접촉이 있는 의료진들이 일반 환자와 다제내성균 격리환자를 동시에 관리하고 있어, 다제내성균 획득 통로가 ‘병원 직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였고, 이는 의료진을 의심하고 그들의 행동을 감시하는 등 의료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이는 Hereng (2019)의 다제내성균이 병원에서 획득된 것이라고 간주하여 불확실성과 불안이 증가한다는 결과와 같은 맥락이었다. 따라서 다제내성균의 위험 요인과 전파경로 등을 보호자를 위한 교육자료에 포함시켜 그들의 이해를 도울 필요가 있겠고, 보호자와 의료진 사이의 신뢰 관계를 유지하고, 나아가 의료진을 통한 다제내성균의 전파를 막기 위해 의료진을 다제내성균 격리가 필요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분리 배정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아야겠다.

보호자들은 다제내성균 분리 이후 병원과 병원 직원들과 간병인 업체로부터 받는 차별 대우에 대하여 불만을 느꼈다. 의사의 회진이 줄고, 간호사는 한 번의 방문으로 모든 일을 한꺼번에 몰아서 처리하는 등 병실 방문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표현했다. 또한, 격리 이후 모든 병원의 시술, 검사 일정에서 가장 마지막 순서로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경험을 하면서 보호자들의 병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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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불만은 극에 달했다. 이는 Paul (1997), Zishan 등(2019), Vinski 등(2012)의 연구와 같은 맥락임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Evans 등(2003)의 연구에서는 다제내성균 격리환자가 비 격리환자에 비해 의료진과의 접촉 시간이 40% 적다는 결과를 보였다. 따라서, 감염 전파를 막는 격리 지침과 격리 중인 환자와 보호자의 의료진에 대한 신뢰와 만족을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는 효율적인 감염관리 방안에 대해서 고려해 보아야겠다.

보호자들은 다제내성균이 분리된다는 이유로 간병인 업체에서 더 많은 간병비를 요구받거나, 균 환자라는 이유로 간병을 거부하는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하였다. 이에 보호자가 생업을 뒤로 하고 환자를 돌보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현했다. Lee(1993)의 연구에 따르면 간병인들이 계약상의 간병료 외 추가수당(주로 식비)을 요구한 경우가 42.6%, 간병 업무를 하지 않은 공휴일을 유급휴가로 간주할 것을 요구한 경우가 27.4%

인 등, 환자와의 계약을 어기고 식사비, 중환자 간병비 명목으로 별도의 추가 수당을 요구하는 등의 문제를 야기시켜 환자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보호자의 이러한 불편을 감소시킬 수 있도록 간병인 제도의 개선과 간호 간병 서비스의 확대가 필요하겠다.

연구 참여자 10 명 중 9 명의 보호자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 것은 의료진의 제공하는 정보가 다제내성균에 대해서 이해하기에 불충분하고 이를 통해 불안감과 우울감을 느꼈다. Yang (2019)의 격리 시작 시 정보 제공 부족과 의료진과의 소통부족이 불안과 우울,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고 하였다. 이는 Lee (2004)의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은 각 병동에서 자체 제작한 자료를 이용하여 담당 간호사가 교육을 통해 제공하고 있고, Skyman (2010)은 제공된 정보와 상충하는 의료진의 행동이 환자의 불안과 불확실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것과 일치하는 결과이다. 따라서 각 의료기관은 자체 교육자료를 제작하여 격리 시작 시 이를 통한 교육이 필요하겠다.

보호자들은 특히 다제내성균으로 인해 항생제 선택의 제한으로 적절한 치료를 못 받거나, 격리 조치 때문에 검사나 시술이 미루어져 치료의 시기를 놓치는 등, 환자의 건강이 더욱 악화될 까봐 늘 긴장감을 가진 채 걱정을 거둘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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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제내성균에 대한 특별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으며, 균을 없애지 않고 두는 것이 환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아 끊임없이 걱정을 하고, 격리는 언제까지 지속해야 하는지 이와 관련된 정보를 요구하였다.

또한, 1 인실 격리가 필요한 환자에게 격리 설명 시 격리 비용 지원에 대한 설명이 누락되면서, 경제적 부담감을 느끼며 이는 곧 부양 가족들 간의 갈등으로도 이어졌다. 의료 현장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환자나 보호자가 1 인실 격리에 대해서 불만을 표하면, 적절한 안내 자료 없이 간호사가 구두로 격리 비용 지원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는 Moura (2007)의 다제내성균의 발생원인, 전파기전에 대한 감염지식은 일반 간호사가 다루기에는 제한적이고, Duncan & Dealey (2007)의 연구에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정보를 제공하였을 때 더 많은 정보를 요청하거나 의료진과의 마찰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효과적인 의사 소통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보고된 것과 유사하였다. 따라서, 의료진은 다제내성균 격리 환자 보호자들의 교육 요구도를 파악해야 하며, 이를 위한 심도 있는 연구가 시행되어야 한다. 또한 의료기관은 다제내성균이라는 새로운 질환을 진단받은 보호자들의 불안을 감소시키고 나아가 격리 지침에 대한 이행도를 높이기 위해 격리 입원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격리 특성에 따라 다제내성균, 격리 환경, 격리 기간 등의 내용을 포함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감염관리 전문간호사 등 다제내성균 감염관리에 대한 높은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의 개입을 통한 교육 강화가 필요할 것이다.

고령의 보호자들은 의료진들의 안내, 교육 방법에 대해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구두로만 설명한 내용에 대해서는 기억하기 어려웠고, 제공받는 안내문도 읽기에는 글자가 너무 작거나 글자수가 많아서 어려움이 있었다. 고령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고령학습자의 감퇴된 집중력과 기억력을 고려하여 체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Kim (2013)의 고령의 대상자에게 학습동영상 제공은 학습 만족도와 학습 몰입도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와 유사하였다. 따라서 보호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불만을 통해 의료 현장에서는 보호자의 교육 요구도를 파악하여 그에 대한 충분한 정보제공이 이루어져야 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보호자의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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