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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 및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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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네 가족의 이야기

Ⅵ.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부모 개인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정서에 대한 상위정서 철학이 부부의 정 서적 상호작용에 미치는 영향과 부모-자녀, 더 나아가 가족의 정서적 상호작용에 미치 는 영향에 대해 질적으로 탐색하였다. 또한, 자녀의 부정적 정서표현이 증가하는 유아 기 시기에 부모는 어떠한 정서적 경험을 하는지 그 경험과 의미를 탐색하고자 내러티 브 탐구방법을 사용하였다. 연구 참여자는 광주광역시에 거주 중인 만 3세에서 만 6세 사이의 유아기 자녀를 둔 부모 4쌍을 대상으로 하였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Gottman 과 동료들(1991)이 제작한 ‘The meta-emotion Interview’를 토대로 박지선(2016)이 구 성한 부모의 상위정서철학 질문지와 부부간 정서적 상호작용 척도(김정희, 2012)를 참 고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발견한 의미를 요약하고,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부모는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정서를 표현해 오던 것과는 달리 유아기 자녀의 부정적인 정서를 수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아이의 정서를 정서로 써 바라보지 못하고, 인지적으로 설명하고 교육하려 하거나 성인의 관점에서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축소 또는 화제를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우리나라 부 모들이 자녀의 부정적인 정서표현을 격려하거나 수용하기보다는 자녀가 경험하고 있는 정서를 축소 시키려 하는 경향이 높고(이영환, 2010), 한국의 부모들이 그들의 자녀가 아직 정서적 경험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타인과 적절히 소통하기에는 어리다 믿으며 아직은 강한 정서적 경험이나 직면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정윤경, 박혜진, 2012)는 결과와 유사하다.

또한, 부모는 자녀의 부정적인 정서를 다뤄주려는 마음과는 다르게 아이의 지속되는 부정적 정서표현에 혼을 내거나 다그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으론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을 빨리 해결해 주거나 부모 자신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는 부모가 자녀의 정서를 수용하는 신념을 가지고는 있으나 아직은 정서조절이 미숙 한 자녀의 정서, 특히 부정적인 정서를 수용하는 것은 어려우며 빠르게 변하고 조절이 미숙한 자녀의 정서를 부모가 지도해야 한다는 신념이 크다(신주혜, 정윤경, 2016)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과이다.

둘째, 정서의 무의식적 특성으로 인해 부모의 이성적인 사고는 아이의 분노와 울음 앞에서 쉽게 무너졌으며,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에 동요되고 충동적으로 반응하도록 만 들었다. 더욱이, 논리성을 벗어난 유아기 자녀의 부정적인 정서표현은 부모의 정서조절

을 더욱 어렵게 하였으며 감정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부모는 개인의 심리 상태에 따라 자녀의 정서를 다르게 수용하였다. 부모는 자신이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자녀의 정서를 더 수용해 주지 못했으며, 일관되지 못하게 반응하였다. 부모는 이러 한 자신의 조절되지 않는 정서표현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셋째, 상위정서철학은 개인이 유년기 시절부터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만들어온 것이 기 때문에 부모 개인도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정서에 대한 신념의 차이는 부부의 상호작용방식과 자녀의 정서를 다루는 방식에 영향을 주었다.

부부간 정서 인식과 표현의 차이는 서로에게 서운함과 답답한 감정을 느끼도록 만들 었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또한, 자녀의 부정적 정서에 대해 인식하고 대처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났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정서적 표 현수준이 높으며 다른 사람의 정서를 더 잘 인식한다는 보고와 유사하게 본 연구에서 도 아버지보다는 대체로 자녀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어머니가 자녀의 정서에 민 감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자녀의 부정적인 정서를 수용하고 다루는 방식에 대한 차 이는 남녀의 정서 인식과 표현에 따른 차이보다는 개인의 경험과 신념에 더 많은 영향 을 받았다. 부모 개인의 어린 시절 경험과 정서를 표현해 온 방식에 따라 아이의 정서 를 이해하는 방식에 차이가 존재했으며, 자녀의 정서표현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자녀의 정서를 이해하려는 노력 또한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특히, 자녀 양육에 관심을 가지고 자녀와 친밀한 유대관계를 맺으려는 아버지들이 증가함에 따라 자녀의 정서를 다루는 데도 변화를 보이고 있었다.

넷째, 정서의 상호호혜적인 특성에 따라 가족 구성원들은 끊임없이 서로에게 정서적 인 영향을 주었다. 특히, 부모와 자녀가 상호작용하며 주고받는 상호호혜적 정서 반응 은 상호 간의 조절과 적응의 과정으로, 상호 정서적 교류를 통해 확장되며, 자녀의 정 서에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하기에(Osofsky & Thompson, 2000; 남은영, 박소은, 2018 재인용) 가족의 이러한 역할은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한편, 부모의 정서가 부부의 정서와 아이의 정서에 영향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의 정서표현 역시 부모에게 영 향을 주었다. 부모는 아이의 부정적인 정서에 함께 동요되거나 아이가 자신의 정서를 울음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느꼈고, 이는 다시 부모가 자녀의 정서를 다뤄 주는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다섯째, 유아기 자녀의 부정적 정서표현은 부모의 무의식적 감정을 건드렸으며, 부모 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이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자 녀의 부정적인 정서표현 속에서 부모는 끊임없이 동요되고 부족한 자신의 모습과 마주 하게 되었고, 자신의 감정이 건드려지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는 상담장면에서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보이는 역전이 반응과 유사한 맥 락을 갖는다. 역전이 감정은 상담 과정 중에 내담자에게 반응하여 상담자가 갖게 되는 무의식적인 반응들을 의미하며(Robbins & Jolkovski, 1987), 등장 초기에는 상담 과정 을 방해하는 요소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담자가 치료장면에서 역전이 감 정을 적절히 관리한다면 상담의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 수 있으며, 상담자는 역전이 감 정을 통해 자기를 평가하고 돌아보면서 이를 의식하고 처리해 나가는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이영순, 2010). 마찬가지로, 부모는 유아기 자녀의 부정 적 정서를 다루며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성찰의 과정을 통해 자신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부모 자신에 대한 이해는 아이에 대한 이해로 이어졌다. 성찰이 이루어진 부모는 아이가 부정적 정서를 표현할 때,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아이의 정서를 수용 할 수 있었다. 이는 자신의 정서를 잘 조절하는 어머니들이 부정적 정서에 압도되지 않고 충동적이지 않으며, 자신의 정서를 적절하게 다루고 동시에 자녀의 정서에도 민 감하게 반응한다(남은영, 박소은, 2017)는 결과와 일치한다. 또한, 부모 성찰이 유아기 자녀를 양육하는 데 있어서 부모의 사고와 감정을 통합하도록 도와 부모의 건강한 능 력을 발휘하도록 만들며(Slade, 2006), 이는 부모가 자기성찰과 부모 정체성의 확립을 통해 부모로서 성숙해진다는 부모 됨의 경험(임선희, 2018)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유아의 부정적 정서표현은 위기의 순간으로 작용하였지만, 결국 부모로서 성 장하게 되는 기회를 만들었고, 가족이 함께 성장하도록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이와 같은 의미들은 정서에 대한 부모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시사한 다. 부모는 자녀의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으며,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정서의 속성으로 인해 단순한 학습으로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자 녀의 감정을 수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부모들은 특히 화와 같은 부정정서에 대한 정서조절 능력을 지도받길 희망하며(신주혜, 정윤경, 2016), 정서교육의 필요성을 요구 하였다.

그러나 기존의 부모교육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아직까진 양육기술, 양육 태도에 초 점을 둔 프로그램이 다수이며, 최근 아이의 정서발달에 필요한 영향을 미치는 부모의 상위정서철학에 대한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실정이다. 본 연구의 결 과 또한 상위정서철학에 대한 부모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바이며, 프로그 램 내 부모가 자신을 성찰하고 자신의 부정적 정서에 대한 신념을 생각해 볼 수 있도 록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상위정서철학에 초점을 둔 프로그램이 가족 상담의 영역에서도 활용가치가 높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본 연구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참여자들의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유아기 자녀를 둔 가족의 정서적 상호작용 경험이 어떠한지를 여러 맥락 안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둘째, 기존의 상위정서철학 연구에 대한 한계점 중, 주로 어머니만을 대상으로 연구 되었던 점을 보완하여 부모 모두를 대상으로 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또한, 질적 연구 방법론을 사용해 깊이 있고 풍부한 자료를 얻고자 하였다.

셋째, 부모의 상위정서철학을 부모-자녀 관계뿐만 아니라 부부관계를 포함한 가족의 정서적 상호작용에 미치는 영향으로 범위를 넓혀 살펴보고자 하였다.

넷째, 가족 간 정서적 상호작용 경험에 대한 복잡성과 역동성을 파악하고 그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였다. 기존 상위정서철학 연구의 맥락에 따르면, 부모의 과거 경험을 파 악하고 부모가 자녀의 정서를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보완해 나가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본 연구는 선행연구들과는 다르게 ‘유아기 자녀의 부정적 정서표현이 부모에게 위기의 순간이었지만, 결국 부모로서 성장하게 되 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관점에서 의미를 발견하였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참여자들의 풍부한 내러티브를 이끌어내기에 본 연구의 면담 횟수가 다소 짧 은 편이었다. 면담 기간과 횟수를 늘려서 진행된다면 더 다양하고 생생한 이야기가 전 개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부모를 함께 인터뷰하여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갈 수 있었지만, 부모 개인의 이야기를 균형 있게 듣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부모를 함께 인터뷰하되 필요에 따라 일대일 인터뷰를 추가로 진행하는 것이 필요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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